이 글을 읽는 다른 VC가 있다면, 아마도 나와 비슷할 것인데, 다음과 같은 창업가들을 분명 만나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아무리 만나도 호감이 안 가고, 만나면 만날수록 더 싫어지는 종류의 창업가들이 있다. 실은 이런 분들이 여러 종류가 있지만, 요새 내가 정말 피하고 싶은, 만나면 하루가 다 피곤해지는 분들이 바로 변명하는 창업가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일단 사업은 더럽게 못 한다. 제품도 잘 못 만들고, 영업과 마케팅도 잘 못 한다. 그리고 이러다 보니 펀드레이징도 잘 못한다. 뭐, 실은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이렇긴 하다. 대부분 제품 잘 못 만들고, 잘 못 팔고, 투자 잘 못 받는다. 하지만, 변명하는 분들의 공통점은 이렇게 사업이 잘 안되는 이유를 항상 밖에서 찾는다는 점이다. 항상 경쟁사를 탓하고 비방하고, 투자를 못 받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멍청해서 사업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비슷한 회사가 투자받으면, 우리 회사가 저 회사보다 기술력도 좋고, 내가 저 대표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능력 있는데, 왜 저 회사는 투자받고 우리는 못 받는지에 대해 너무 오랫동안 자존심 상해하고, 그 이유를 밖에서 찾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다.
이렇게 모든 이유를 외부에서 찾고, 변명하는 분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무엇(what)”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 시간에 “왜(why)”에 대해서 너무 많이 고민한다는 것이다.
다른 회사가 우리 회사보다 더 많은 고객을 확보했고, 이들로부터 더 많은 매출을 만들고 있다면, 우리가 훨씬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왜 다른 회사 매출이 더 높은지에 대해서 생각하지 말고, 우리는 무엇을 하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 매출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1년 동안 100명의 투자자를 만났음에도 전부 다 거절당했는데, 우리보다 월등히 기술력도 떨어지고, 사기꾼 대표가 운영하는 다른 경쟁사는 수백억 원 투자받았다면, 왜 우리보다 안 좋은 회사는 투자받았지, 고민하면서 스트레스받지 말고, 우리는 지금 당장 뭘 하고, 뭘 고치면 투자받을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걸 권장한다.
물론, 무엇을 할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왜에 동반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건, “왜”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나는 전혀 문제가 없고, 나는 너무 잘났는데 다른 사람들이 멍청해서 나를 못 알아본다는 남 탓하는 악성 관점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다. “무엇”에 집착하면 내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뭔가를 고쳐야 한다는 자신을 탓하는 시각을 갖게 되는데, 정말로 좋아지고 싶다면, why가 아니라 what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남을 탓하고 있는 창업가들은 “왜”보단 “무엇”에 입각한 고민과 반성을 하기 바란다. 설령, 나는 잘났는데 남들이 멍청하고 못나서 나를 못 알아봐도 그게 현실이니까 남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자신을 바꾸려 노력해 봐라.
근데 현실은, 내가 멍청하고, 내가 못났고, 내가 이상하니까 일이 안 풀리는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