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쪽에 종사하고, 한국과 미국의 소셜미디어를 자주 확인하는 분이라면 얼마 전에 꽤 바이럴하게 퍼졌던 이 기사의 사진을 봤을 것이다. 한 스타트업 창업가가 본인의 결혼식 중, 다른 사람들이 다 재미있게 춤추고 있을 때, 노트북을 열어서 열심히 일하는 사진이다. 이 회사의 공동창업가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진 찍어서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 엄청나게 빠르게 확산했고, 인터넷은 이에 대해 극과 극의 반응을 보였다.
사실을 확인해 보면, 회사의 다른 동료가 어떤 코드에 대한 접근이 필요했고, 그 접근 권한은 대표이사인 이 창업가만 줄 수 있어서, 결혼식장에서 이런 광경이 연출됐는데, 실제로 노트북을 열어서 작업한 시간은 1분도 안 됐다고 한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상에서는 이 사진에 대해서 온갖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걸 그래도 좋게 본 사람들은 역시 회사의 주인들은 오너십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칭찬하고, 나쁘게 본 사람들은 워라밸(워크앤라이프 밸런스)이 아무리 없어도 어떻게 자신의 결혼식장에서 노트북을 열어서 일을 하냐고 엄청나게 비난했다.
솔직히 나는 개인적으로 이 사진을 보면서 첫 반응은 좀 어이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래, 저렇게 안 하면 회사가 돌아갈 수가 없지.”라는 생각을 하게됐다. 전에 내가 스타트업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작하는, 애초에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이 글에서 강조한 적이 있고, 댓글을 보면 알겠지만, 꽤 논란이 있었다. 실은 개인적으로도 나는 이 글 때문에 hate 이메일을 몇 개 받기도 했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고, 내가 쓴 글이지만, 참 안타까운 내용이라고 나도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나도 직장 생활할 때는 워라밸을 중요시했고, 실은 지금도 육체나 건강을 위해서 이게 매우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스타트업 분야에서 일한다면 그냥 무조건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많이, 더 빡세게 일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공개적으로 스타트업에서 워라밸은 없고, 이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냥 다른 곳에서 일하라고 한다.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이 젊은 직원들이 워라밸 때문에 스트레스 준다고 하고, 1대1 미팅하면 노무사보다 노동법을 더 잘 알고 있어서 겁까지 난다고 한다. 그리고 매번 이런 직원분들과 면담하고 달래주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한다. 위험한 발언이지만, 나는 그냥 이런 분들 다 해고하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초기 스타트업에 기여할 수도 없고, 돈 받은 만큼 일도 안 하고, 더 중요한 건 본인들이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모든 사람이 자기 결혼식에서 이 미친 CEO같이 노트북을 켜서 일해야 하나? 아니길 바란다. 하지만, 작은 회사라면 정말로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이분 같이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해야 한다. 더욱이 그 회사의 대표이사라면 어쨌든 이렇게 일해야 한다. 나도 생각해 보면 하루 종일 work mode인 것 같다. 주말까지도. 그렇다고 나는 일하는 걸 즐기는 사람인가? 그건 아니다. 나도 세상의 모든 사람처럼 일하기 싫다. 나도 놀고 싶다. 하지만, 하루 종일 일 하는 창업가들을 지원하는 VC의 파트너는 그냥 무조건 열심히 일해야 한다. 안 그러면 치열한 경쟁에서 우리도 살아남지 못하고, 우리가 이렇게 회사들을 지원하지 않으면, 우리 투자사들은 더욱더 살아남지 못한다. 그럼 나는 이 업을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된다.
이제 남들보다 더 성공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니라,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 즉, 그냥 평타치기 위해선 – 무조건 열심히 일해야 한다. 남들이 다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성공하고 싶다면, 개 같이 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로 남보다 앞서지 못한다.
요샌 조금 아쉬운 건, 제일 열심히, 정말 미친개같이 일해야 하는 스타트업 사람들이 실은 제일 일을 적게 하는 것 같아서 정말 슬프다. 이런 분들이 워라밸 따지면서 노동청 웹사이트에 맨날 기웃기웃하는 거 보면 가끔은 한국의 미래가 걱정된다.
이 글 보고 엄청 많은 분들이 욕할 것이다. 증오와 혐오 이메일이 또 나한테 엄청나게 오겠지. 누군가는 나에게 너나 열심히 일하라고 할 텐데, 이 맥락에서는 나는 이런 글을 자신 있고 떳떳하게 쓸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진짜 열심히 일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한국의 VC 중 스트롱 분들같이 일 많이 하는 사람들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 나는 더욱더 개 같이 일한다.
남들보다 더 잘하고 싶은가? 그럼 개 같이 일해라.
개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들의 선택권도 존중되는 나라였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성장과 내 passion을 위해 열심히 하고 싶은 사람들을 일은 “시켜서”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회사와 방향성과 하고싶은 일이 다르면 그만두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워라벨 지키고 싶은 사람들의 자유도 존중되고 경영자도 원하는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unpopular 한 의견도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개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들의 선택권’이라는 말이 좀 이상하지만, 어떤 포인트인진 매우 잘 이해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당연히 개같이 일해야 합니다. 다만 빠른 성장을 위해 영혼까지 갈아넣으면서 압축적으로 일하는 스타트업에서 5년, 10년 혹은 그 이상 지속가능하게 죽도록 일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는 요새 운동을 열심히 하고 가족들이 저를 지지하도록 설득하면서 스스로 관리하지만 나이가 먹어가면 이런 생활을 앞으로 10년 이상 혹은 평생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가끔 듭니다.
단기적으로 개같이 일하는 사람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10년 이상 꾸준하게 죽도록 일하면서도 자기관리를 하는 방법도 의견주시면 좋겠습니다.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저는 2008년 부터 지금까지 계속 꾸준히 개같이 일 하고 있는데요^^, 그냥 매일 꾸준히, 지치지 않고, 그리고 일희일비 하지 않고 집중 하는게 중요한것 같네요. 물론, 체력은 기본입니다. 이렇게 하는걸 옆에서 가족이 오랫동안 지켜보면, 지지하고 응원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저는 그랬어요). 꾸준함과 복리의 힘을 스스로 믿는게 제일 중요합니다. 당연한 거지만, 스스로 안 믿으면 못 하니까요.
‘개같이’라는 말의 뉘앙스 때문에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스타트업은 창업자와 창업팀이 믿고 있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정말 미친듯이 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서도 그렇고, 투자를 받았다면 투자자들에 대한 책임감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손실을 인지하고 ‘투자’한 것이니 우리가 잘 못되도 어쩔 수 없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종종 보이는데 그 돈이 자기돈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말할 수 없는 생각입니다.
정말 열심히 해도 잘 안될 수도 있지만, 사람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쏟아부을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20시간도 안됩니다. 정말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있는지는 항상 스스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하지만 창업자 및 초기 창업팀과 사업이 투자등으로 인해 안정화된 것 처럼 보이는 시기에 채용한 인원과는 역시 생각에 갭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주 객관적인 시각과 생각 공유 고맙습니다. 저도 대부분 동의합니다.
스타트업 대표라 하더라도 현명하게 워라밸을 만들어 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꼭 업무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고요. 자기 결혼식에서까지 권한 부여 업무를 처리할 게 아니라 다른 동료들에게 그 업무를 위임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의미입니다. 극단적으로 워라밸을 포기해야 한다면 결혼은 어찌하겠습니까. 혼자 살면서 일만 해고 죽기 직전까지 일해야 된다는 뜻인데 그건 말도 안 되는 말이니 결국에 균형점을 찾긴 해야겠죠.
문제는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스타트업이 아니라, 중견기업이나 대기업도 이런 쓸데없는 업무를 위해 업무 시간이나 개인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다는 건데요.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고려한 워크플로우와 자동화가 필요한데, 이런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회사가 IT업계에도 널렸습니다.
좋은 의견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스타트업 vs. 중견기업/대기업에서 열심히 (=개같이) 일 하는 부분에서의 큰 차이는, 스타트업은 생존하기 위해서 알아서 열심히 일 하는 게 대부분이고 (예: 본인 결혼식에서 노트북 켜서 일하기), 대기업에서는 그냥 위에서 시켜서 열심히 일 하는 게 대부분인것 같습니다. 실은 이런 태도는 결과에 있어서 큰 차이를 만들죠.
글을 읽으며 공감이 되면서도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그 거부감은 아마도 무한 경쟁 속에서 잃어가는 단편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결혼식, 장례식에서도 노트북을 꺼내어 일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슬프면서도 해야만 하는 일이란 결국 신념의 문제일 것 같습니다. 일, 나아가 스타트업을 세운 목적에 대해 인생의 다른 무엇보다 그 목적이 중요하다는 신념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겠죠. 여기서 좀 더 나아가면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분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저도 이 글을 쓰면서 거부감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
어디를 가던 혹시 발생할 상황을 처리하게 위해 노트북을 들고 다닙니다 ㅎㅎ 제가 결혼하게 된다면 저도 결혼식장에 노트북을 챙기겠죠…
이게 자랑스러운 발언은 아닌데요,,,저는 가족 장례식에서도 노트북으로 일 했던 경험이 있어요. 어쩔 수 없었어요…돌아가신 분은 돌아가셨지만, 저는 잘 살아야 하고, 우리 회사도 잘 돼야 하고, 우리가 투자한 회사도 잘 돼야하니까요…
특히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사람을 잘 뽑는 게 중요할 거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워라벨도 없고 보수도 적은 스타트업에 취직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대기업 떨어지고 차선책으로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 중에 정말 스타트업에서 순수하게 일하고 싶어하고 능력이 되는 사람은 아주 적을 거 같네요.
음,,,저는 오히려 이런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생각합니다 🙂
개같이 일한 보상을 쉐어 받을 수 있다면
기꺼히 개가 되겠습니다.
개로 취급 받는다면 나가야죠.
그래서 할 수 있다면 스타트업의 직원은 스톡을 어느정도 받을 수 있음 좋겠습니다. 회사가 자신의 것이라 생각이 들도록요. 리스크는 지지 않고 이익만 얻으려는 직원이 없도록
네, 이미 이렇게 하고 있는 회사들이 많고, 직원분들도 스톡옵션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격이 많이 올 것 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공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얼마 전 직원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준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작은 스타트업에의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당신은 워라밸을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1. 당신은 우리회사의 다른 마케터와도 경쟁을 하지만, 다른 회사의 마케터와도 경쟁을 하고 있는다.
2. 당신의 학력은 4년제 대학을 나온 수준이다. 아마 다른 회사, 대기업의 마케터는 뛰어난 대학을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당신보다 더 높은 미션을 부여 받고, 해결하려고 밤낮으로 달리고 있는데, 여기서 워라벨을 따지고 있다면, 평생 그 친구들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3. 학력을 높이 평가하자는게 아니다. 그 학력을 얻을려고 그 친구들은 중/고등학교에서부터 밤낮으로 노력했을 것이다. 그리고, 사회에서도 워라벨을 무시하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친구들에 비해 워라벨을 따지는 당신이 그들보다 우위에 서고 동일한 대우를 받기는 힘들 것이다
4. 경쟁 같은거 하고 싶지 않다면, 여기 이 회사에 와서는 안된다. 그냥 공무원을 해라. 왜냐하면, 당신이 경쟁을 하고 싶어하지 않아도, 저렇게 달리는 마케터가 있는 그 회사랑 우리 회사는 지금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이렇게 썼으니, 공격은 제가 받겠네요. ㅎㅎ
얼마 전 친형 장례식이 있었습니다. 거기서도 어쩔 수 없이 작업하는 제 자신을 보면서 약간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초기엔 정말 개처럼 일해야 그나마 우리팀이 생존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최근 내가 가끔 너무 하드워킹하는건가 싶을 때가 많은데, 이런 글은 저에게 많은 위로와 단단한 다짐을 갖게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파이팅입니다. 힘 내세요.
공감합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성과를 내려면 개 같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매우 공감합니다!!!
너무 동의합니다
대표가 워라밸따지면 워라밸따지는 직원들 월급조차 줄 수가 없죠. 요즘 이런문제로 의욕이 약간은 떨어졌는데 대표님 글 읽고 다시 허리띠를 졸라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존경스럽습니다!
존경스럽기 까지야 ㅎㅎ, 하여튼 매번 좋은 의견 공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니나 해라
당신의 성장에 조의를 표합니다.
예전에 서울대 의대 수석이 했던 얘기가 있죠.
“독서실에 마지막까지 남아 공부를 한다. 참 웃기는 일이었다. 내가 공부를 제일 잘하는데, 제일 열심히 한다.”
이미 성공 트랙을 달리고 계신 분들은 개같이 일하고 계십니다. 여기에 합류해서 성공의 기회라도 잡을지 이탈해서 기회조차 버릴지는 본인의 판단이죠.
참고로 배대표님은 주말이나 새벽에 메일 보내도 답변해 주시는 분 이십니다.
“니나 해라” -> 나는 이미 하고 있다.
ㅋㅋㅋㅋ
멋진 한 방 이십니다 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