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넷플릭스 스포츠 다큐멘터리 4부작 ‘RAFA’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 한국에서는 ‘나달’이라는 이름으로 방영되는데, 스페인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이 선수를 주니어 때부터 나는 알고 있었고, 그동안 20년 넘게 팔로우해서 나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시리즈가 재미를 넘어 그 어떤 스포츠 다큐보다 감동적으로 봤던 이유는 내가 알던 것보다 나달은 훨씬 더 투지가 넘치고 독한 선수라는 점이었다.

테니스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도 나달은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다. 독특한 스타일의 테니스를 했던 선수이고, 그가 세운 기록 중, 4대 그랜드 슬램 대회 중 하나인 프랑스 오픈 14회 우승은 아마도 평생 깨지지 않을 기록이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 본인이 특별히 테니스를 잘했다기보단 “I hit very hard and I run very fast”라고 항상 말할 정도로 재능, 노력, 겸손함을 모두 갖춘 훌륭한 선수지만, 이 시리즈를 보면서 내가 제일 감동받았던 건, 테니스라는 고통스러운 운동을 하면서 그가 습득한 ‘고통’에 대한 정의와 그만의 독특한 관점이었다. 그의 고통에 대한 태도는 운동선수가 아닌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도 배울점이 매우 많다고 생각했다.

그의 고통에 대한 철학은 2008년 윔블던 결승전에서 더욱더 두각을 나타낸다. 이미 2006년과 2007년 윔블던 결승에서 나달은 테니스 천재 로저 페더러에게 두 번 연달아 패배한 경험이 있었고, 이번엔 정말로 그 누구보다 간절히 이기길 원했다. 그리고 결국, 비가 세 번이나 와서 총 7시간 동안 진행된 경기를 해가 거의 질 무렵 나달이 세트 스코어 3-2로 이겼다. 당시의 심정을 이 다큐멘터리에서 나달은 이렇게 표현했다.

“제가 그보다 테니스를 더 잘하는진 잘 모르겠지만, 전 페더러보다 더 많은 고통을 받을 준비가 돼 있었어요. 이건 확실했습니다.”

누구나 다 고통스러우면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그런데 여기서 그 고통을 조금만 더 버티고,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또 버티고, 또 유혹을 뿌리치다 보면, 고통을 버티는데 점점 익숙해진다. 나달도 이 과정을 통해 평생 고통을 버티면서 “한 공만 더”를 했다. 아마도 이게 위대한 테니스 챔피언들과 그냥 테니스 선수들을 구분하는 자질인 것 같다. 한 공 더 버티는 것.

창업가도 테니스 선수 같은 운동선수이다. 다만, 몸보단 머리를 더 많이 쓰는 운동선수이다. 그래서 이들도 더 위대해지기 위해서는 고통을 버텨야 한다. “한 시간만 더” , “한 이메일만 더” , “한 미팅만 더” , “한 피칭만 더” , “한 기능만 더”하면서 계속 버텨야 한다. 이 고통을 버틸 자신이 없으면 사업가로서 성공하긴 정말 어렵다.

얼마 전에 우리가 좋아하고 가끔 후원하는 연고대 창업 학회 인사이더스 회원분들을 대상으로 AMA 세션을 진행했는데, 어떤 학생분이 스트롱 팀원 모두에게 각각 어떤 창업가를 선호하는지 물어봤다. 우리 팀동료분들 모두 각각 다른 답변을 했는데 나는 “일주일에 100시간씩 일할 수 있는 분들”이라고 했다. 일주일에 100시간 일하려면 월~금 매일 20시간씩 일해야 하고, 주말에도 일한다면 매일 14시간씩 일해야 해서 아무리 스타트업이라도 견디기 힘든 고통스러운 업무 강도라는 걸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이 힘든 분야에서 정말로 성공하고 싶다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나달과 같이 남들보다 고통을 더 견딜 수 있어야 한다.

AI가 대세가 되는 시대가 오면서 인간은 모두 덜 일할 것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완전히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지금이나 그때나 더 많이 일하는 사람이 더 잘할 것이고, 더 많은 고통을 받을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는 항상 앞서갈 것이다.

나는 고통을 더 받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