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순한 걸 좋아하는 simplicity의 신봉자다. 일을 어렵게 하는 것과 쉽게 하는 것, 두 가지 옵션이 있다면 크게 고민하지 않고 단순한 방법을 택한다. 복잡한 방법과 단순한 방법이 같은 결과를 낸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단순한 방법을 선택하지만, 나는 단순한 방법이 복잡한 것보다 결과가 약간 모자라도 그냥 단순한 방법을 선택하는 편이다. 모든 사물을 단순하게 보고 생각하는 게 에너지를 덜 소모하고, 삶의 스트레스 레벨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내 경험에 의하면 이렇게 해서 최상의 결과가 안 나와도 그냥 단순한 방법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게 결과적으론 더 좋다는 게 내가 내린 결과다.
이런 개인적인 성향 때문인지 쉬운 방법이 있는데도 일을 항상 복잡하게 하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복잡주의자’라고 하는데 우리가 회사를 검토하다 보면 복잡주의를 좋아하는 창업가가 은근히 많다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이다.
일단 이런 분들의 특징은 말 자체를 복잡하게 한다. 말을 장황하게 하고, 묻는 말에 간단하게 답변을 안/못한다. 예를 들면, 작년 회사 매출에 관해 물어보면 내가 원하는 답변은 단순하다. 그냥 숫자이다. 작년에 매출이 없다면 “0”이고, 매출이 있다면 단순한 숫자다. 그런데 복잡주의자는 이걸 빙빙 돌려서 말하고 온갖 변명과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이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이들의 사업도 불필요하게 복잡한 면이 많다.
복잡주의자들은 회사 구조를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만든다. 그냥 법인 하나로 사업을 하면 되는데, 안 만들어도 되는 자회사, 손자회사, 모회사를 만들고, 이렇게 하다 보니 회사의 지분 구조도 복잡하다. 그리고 이런 사업은 비즈니스 모델도 너무 어렵고 복잡할 확률이 높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사업을 하는지 물어보면, 나름의 이유는 있다.(주로 그 이유를 설명하는 데 한참 걸린다. 빙빙 돌려서 말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런 이유를 다 들어봐도 굳이 사업을 이렇게 복잡하게 할 필요는 없다는 게 내 결론이다. 자회사가 있어야 하고, 그 자회사의 지분 구조가 복잡한 건 전략적인 이유이고, 그 자회사는 한국 법인이 아니라 외국 법인이어야 하는 이유를 열심히 설명하지만, 대부분 그냥 단순하게 하나의 법인으로 아주 깔끔한 지분 구조로 사업을 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제품을 1,000원에 판매하고 그중 절반을 우리 매출로 가져오는, 이렇게 단순한 사업모델이어도 충분하다. 굳이 돈의 흐름을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 내가 항상 내리는 결론이다.
쉽게 생각해도 되고, 쉽게 구조를 짜도 되는데 굳이 이렇게 사업을 복잡하게 만들면, 사업에 뭔가 구린 게 있거나, 그냥 너무 복잡한 사업이다. 구린 사업은 언젠가는 들통나게 돼있고, 복잡한 사업은 그냥 복잡하고 취약점이 많아서 사업화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어쨌든 내가 지금까지 만난 창업가 중 내가 봤을 때 그냥 단순하게 해도 되는 사업을 여러 번 꼬아서 복잡하게 만든 분들의 사업은 전부 다 잘 안됐다. 왜 안됐냐 하면 위에서 말한 대로, 구린 게 있거나 복잡해서 사업화할 수가 없었고, 너무 복잡해서 본인들도 깔끔하게 정리가 안 됐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원리가 있는데, “동일한 현상을 설명하는 여러 개의 논리가 있다면, 가장 단순하고 가정이 적은 쪽이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문제 풀이 방식이다. 이 글의 내용과 일대일의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원리의 핵심 개념은 한 문제를 해결하는 복잡한 방식과 단순한 방식이 있다면 단순한 방식이 맞다는 것이다. 복잡함은 설명해야 하고 정당화되어야 하지만, 단순함은 그 자체가 경쟁력이다.
나는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복잡주의자인지 우리 모두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무조건 simplify, simplify and simplify를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