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해외 출장이 꽤 많았는데 8월, 9월과 10월은 다행히도 그냥 한국에서 조용히 집중해서 일하고 있다. 특히 7월 미국 출장이 좀 빡셌는데, 미국 내에서도 이동 거리가 많았고, 만났던 투자자분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서 최근 한국 시장 소식, 스트롱의 활동, 그리고 왜 한국이 투자 대상으로 계속 좋은 시장인지에 대한 설명과 설득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세어 보진 않았지만, 15명 정도의 투자자를 만나서 이들에게 한국과 스트롱에 대한 피칭을 한 셈인데,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15번 앵무새같이 반복한 것이다. 한 번의 미팅이 짧으면 1시간, 길면 2시간 정도인데 미팅 내내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높은 에너지 레벨로 왜 이들이 한국과 스트롱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설득하는 건 아무리 익숙해져도 매번 너무 어렵다.
이 일은 내가 어떤 나라에 가든 우리의 투자자 또는 잠재 투자자를 만나면 항상 하는 일인데, 출장마다 워낙 한국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반복하다보니, 이제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도 왜 한국의 벤처 시장이 좋은지, 그리고 왜 스트롱이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피칭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단련됐다. 이번 미국 출장에서도 그런 경험을 하고 있었는데, 다른 도시에서 미팅하고 비행기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지난 몇 년 동안 해외 LP들과 교류했던 과정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봤다.
스트통을 15년 전에 시작했을 땐, 솔직히 한국 시장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기보단, 그냥 펀드를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돈을 받기 위해서 한국을 팔았다. 이미 쟁쟁한 VC가 당시에 시장에 많았고, 우리가 조금이라도 돈 모으는 데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곳들과 명확한 차별점이 있는 뾰족한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투자자로서 남들보다 잘하거나 뾰족한 게 없었기 때문에 ‘한국’을 전략적인 테마로 잡았다. 한국의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micro VC라는 컨셉이 그렇게 탄생했다.
만나는 잠재 LP들을 대상으로 열심히 한국과 스트롱을 피칭했지만, 솔직히 당시엔 나도 과연 한국이 벤처투자하기 좋은 시장인지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돈을 받기 위해서는 한국은 좋은 시장이고, 똑똑한 창업가가 그 어떤 나라보다 많고, 작은 나라지만 유니콘이 많이 탄생할 것이라는 말을 계속했다. 말하는대로 생각하고, 말하는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이렇게 많이 말하니까 이 말이 내 뇌로 계속 주입됐고, 어느 순간 나는 한국의 가능성에 대해 100% 확신하는 한국 전도사가 되어 있었다.
15년 후로 건너뛰어 2026년 이야기를 해보자. 이제 나는 한국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 훌륭한 상품이기 때문에 한국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열심히 팔고 있다. 스트롱 1호 펀드를 만들 때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서 이제 한국은 수많은 외국인 투자자가 관심을 두는 시장이 됐고, 이미 그중 일부는 우리의 LP가 됐다. 개중에는 우리가 수년 동안 만나면서 한국과 스트롱을 열심히 팔아서 우리의 LP가 된 분들도 있지만, 이것만으로 우리의 LP가 된 건 아니다. 가장 큰 배경은 바로 한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이 올라가고, 한국에서 좋은 회사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투자 유치하는 걸 전쟁에 비유하자면, 땅에서는 스트롱이 보병 역할을 충실히 했고, 위에서는 한국이 열심히 융단폭격하면서 점점 더 이 전쟁을 우승으로 몰아가고 있는 그림이 지금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면 나는 과연 애국자인가?
전에 누가 이 질문을 하면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아니라고 했는데, 이젠 잠깐 생각을 해본다. 애국자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스스로를 한국 전도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게 자랑스럽다. 이 블로그를 통해서, 그리고 공개적으로 항상 강조하지만 나는 한국이 정말 잘 됐으면 한다. 지금도 잘 되지만 더 잘 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잘 되길 바란다.
이번 미국 출장에서 우리와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한 LP가 이런 말을 했다.
“South Korea is an incredible country. I think Koreans are the smartest people in the world.”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걸 보면 나도 애국자가 되어 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한국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치도 아니고, 교육도 아니고, 전쟁도 아니다. 그냥 한국 스타트업에 많이 투자하는 것밖에 없지만, 어쨌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계속 한국의 전도사가 되고 싶다.
배 대표님, 애국자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