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들의 가장 큰 장점이자, 동시에 가장 큰 단점이 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너무 멀리, 그리고 너무 넓게 보는 능력이다.
너무 멀리 본다는 건, 좋게 말하면 장기적인 비전이 있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계획성이 있다는 것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작은 것도 못 하는데 너무 큰 것만 생각하는 공상가/망상가라는 의미다. 이제 막 시작한 창업가가 월 매출 10만 원도 못 하면서 월 매출 100억 원을 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때, 어떤 투자자들은 대단한 비저너리라고 좋아하지만, 어떤 투자자들은 꿈만 꾸는 사람이라고 비난한다.
너무 넓게 본다는 건, 좋게 말하면 한 번에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서 큰 시장을 먹을 수 있다는 의미지만, 나쁘게 말하면 하나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일만 벌이는 스타일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하나의 기능도 제대로 못 만들고 있는데, 계속 슈퍼 앱을 만들겠다는 창업가들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제 시작하는 창업가들이 나한테 지금까지 봤던 회사 중 잘 된 회사들의 공통점을 자주 물어본다. 회사마다 다르고, 창업가마다 다르기 때문에, 딱 하나의 공통점은 없지만, 오랫동안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 분들에겐 작은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복리의 힘으로 인해서 나중에 폭발적인 성장이 만들어진다는 걸 믿으라고 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성공하는 회사들의 공통점은 작은 것들의 힘과 복리의 힘을 믿는다는 점이다. 이걸 믿지 않으면 창업과 사업이라는 외로운 싸움을 오래 할 수가 없다.
그럼 작은 것엔 어떻게 집중할 수 있을까? 지금 하는 일, 지금 만들고 있는 기능, 지금 쓰고 있는 이메일, 이게 내가 이 세상에서 하는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여기에 100% 집중하고,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매사에 이런 자세로 임하면, 결국엔 작은 것들이 완벽하게 만들어지고, 이렇게 완벽하고 작은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아주 크고 아주 완벽한 것으로 성장한다.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역사상 가장 완벽한 테니스 선수였던 로저 페더러가 얼마 전에 다트머스 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이런 명언을 했다. “테니스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지금 치고 있는 포인트다. 이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 이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이기든 지든, 이 포인트가 끝났다면, 이젠 잊어버리고 다음 포인트에 집중해야 한다…지금 이 시점에 모든 걸 집중해야 한다.”
창업가들도 이런 마인드로 사업을 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경기는 지금,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경기다. 이 경기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건 바로 지금 치고 있는 포인트다. 그다음으로 중요하고 어려운 건 바로 다음 포인트고, 다음 경기다.
점수를 하나씩 이기다 보면, 게임에 이기고, 세트를 이기고, 시합에 이긴다. 이 순서대로 인생은 흘러가지, 그 반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제 사업을 막 시작한 어떤 창업가가 본인은 몇백억짜리 회사를 만들 계획이었으면 그냥 대기업에 취직했지, 창업하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처음부터 본인은 유니콘이 목표라고 하면서. 참고로 이 분은 내가 보기엔 아직 30억짜리 회사도 못 만들었다. 위에서 말한 이유로 나는 이런 창업가들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