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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와 팔로워

우리는 주로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회사에 투자하고, 이 회사들이 성장하는 걸 옆에서 꽤 가깝게,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본다. 더 많은 회사에 투자할수록, 더 많은 회사가 망하고, 더 많은 회사가 힘들게 사업을 하는데, 그래도 운 좋게 잘 되는 회사들이 간혹 몇 개씩 나온다. 돈도 없고, 사람도 없고, 시간도 없는 이 작은 회사들이 갑자기 급성장하면서 누구나 다 아는 회사가 되려면 여러 가지 실력과 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사람인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고, 비슷한 시장에서 사업하고,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여러 개의 회사가 있는데, 어떤 회사는 누구나 다 아는 브랜드가 됐고, 어떤 회사는 누구도 모르게 망했다. 이 회사들의 차이는 크지 않다. 바로 사람, 그것도 창업 후에 어떤 C급 인력을 채용하냐에 달린 것 같다.

채용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우리 대표님들에게 매일 매일 해도 충분치 않다. 우리도 스트롱을 시작했을 때 투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웃긴 게, 이땐 존이나 나나 투자 경험이 없어서, 남들이 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사람을 보고 투자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후에 경험이 쌓이면서 우리 나름의 판단 기준이 생겼고, 제품의 완성도나 시장의 크기를 위주로 회사를 검토한 적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 이게 우리의 가장 중요한 투자 기준이 됐던 적도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수많은 회사에 투자하면서, 우리도 실패와 성공을 반복했고, 역시 사람에 투자하는 게 벤처 투자의 핵심이라는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그리고, 이 기준은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이다.

우리 투자사들이 C급 인재를 채용한 후, 급성장한 회사도 있고, 오히려 더 잘 안 된 케이스도 있다. 잘 안 된 이유는 너무 많아서 여기서 다루진 않겠지만, 잘 된 이유는 한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잘 된 회사가 채용한 인재들을 보면, 실력도 있지만 리더십이 좋은 사람들이었고, 둘 중 굳이 하나를 뽑자면, 나는 실력보단 리더십이 뛰어난 C급 인재들이 회사를 성장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런 분들의 리더십은 전형적인 leading by doing 스타일이라서, 본인이 C급 레벨이라고 남들에게 일을 무조건 시키지 않는다. 실은 시킬 수도 없는 게, 이런 분들을 채용하기 시작한 회사는 대부분 내부 프로세스가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일단은 리더들이 스스로 프로세스를 직접 만들고, 팀원과 동료들에게 – 그리고, 이런 분들은 절대로 팀원들을 “부하직원”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렇게 지칭하지도 않는다 – 모든걸 가르쳐야 한다. 회사에 오자마자 일을 시키고, 본인이 더 큰 조직에서 더 큰 일을 했다는 걸 보여주고 강조하는 대기업형 인재는 절대로 작은 스타트업에서 리더가 될 수 없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 건, 높은 자리일수록 그 자리에 걸맞은 존경과 인정을 스스로 얻어야 하는데, 이건 본인보단 남들이 인정을 해줘야 한다. 남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선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좋은 C급 인재들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더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는 자석과도 같은 리더십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다. 우리 투자사에 최근에 새로운 CTO가 왔다. 그런데 그동안 워낙 좋은 커리어를 쌓았고, 가는 곳마다 위에서 말한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에,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좋은 평판이 생겼고, 엔지니어라면 누구나 다 이런 분과 한 번쯤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분이 새로운 회사의 CTO로 합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뛰어난 개발자들이 스스로 이 회사로 이직하고 싶다는 문의가 왔다. 내가 아는 많은 좋은 C급 인재들은 본인의 영역에서 이런 채용 파워와 리더십을 가진 분들이다.

리더는 팔로워와 정말 다르다. 실은 우리 투자사 중 좋은 회사도 많지만, 이런 C급 인재분들이 가기엔 내가 봐도 너무 초라한 회사도 많은데, 그중 한 분에게 왜 훨씬 더 좋은 회사들 오퍼를 거절하고 우리 투자사에 왔는지 물어봤다. 이분의 답변과 태도가 굉장히 맘에 들었는데, “솔직히 제품과 기술을 뜯어봤을 때, 생각했던 것 보다 개판이라서 좀 놀라긴 했어요. 하지만, 첫째, 이렇게 개판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서 좋았어요. 그리고 둘째, 이렇게 개판인데도 이 정도면 정말 대단한 회사라고 생각했어요.”라는 말을 한 게 생생하게 기억난다.

이런 분들은 이미 누군가 잘 만들어 놓은 틀에 들어가서 편안하게 그 틀에 적응하기보단, 누구도 못 만들었던 틀을 본인이 직접 만드는 걸 더 선호한다. 그래서 리더의 마인드를 가진 분들을 뽑아야 한다. 왜냐하면 리더를 잘 뽑으면, 팔로워들은 그냥 따라오기 때문이다.

가까운 곳에 있는 답

동영상 하면 유튜브가 대세이지만, 한 때는 유튜브와 쌍벽을 이루었던 Vimeo라는 회사가 있었다. 미국에 있을 땐 나도 Vimeo를 가끔 사용했는데, 점점 그 비율이 줄어들면서 최근 몇 년 동안은 완전히 잊고 있었고, 유튜브에 밀려서 회사가 망한 줄 알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Vimeo 사장과 인터뷰한 팟캐스트를 들었는데, 회사가 망한 게 아니라, 아주 잘 살아있고, 시가 총액이 무려 3조 원인 상장 회사가 되어 있었다.

이렇게 잊고 있던 회사의 소식을 오랜만에 들었을 때, 그리고 그 회사가 아주 잘하고 있다는 걸 발견할 땐 항상 반갑고, 그동안 어떤 식으로 사업을 해서 이렇게 잘 됐는지가 궁금해서 팟캐스트를 끝까지 다 들었다. 실은, 내가 모르는 완전히 새로운 사실은 없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이자, Vimeo가 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B2C에서 B2B로 사업의 방향을 바꾼 것이었다.

비미오가 한때는 유튜브의 대항마라고도 불렸지만, 누구나 언제 어디서 동영상을 마음껏 올릴 수 있었던 유튜브에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격차는 심해졌고, 결국 유튜브와 비슷한 비즈니스를 하면 절대로 이길 수 없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그래도 동영상 비즈니스를 오래 해왔기 때문에, 다른 전략에 대해서 고민한 끝에, 넷플릭스와 비슷하게 비미오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서 고객들에게 판매하기로 했다. 실은, 이 결정은 오래 고민한 결정이라기보단, 어쩌면 사업이 망할지도 모르겠다는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절박하게 내린 전략 수정 결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꼭 오리지널 콘텐츠를 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기보단, 오리지널 콘텐츠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했던 것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출시하기 얼마 전에 비미오의 대표이사가 교체됐고, 새로운 대표는 – 내가 들은 팟캐스트의 주인공 – 그동안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본인의 회의적인 생각을 실행으로 옮겼고, 엄청난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이 새로운 전략을 백지화시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오리지널 콘텐츠는 비미오가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본인이 비미오의 다양한 부서에서 일하면서 그동안 보고 느꼈던 점들을 하나씩 실행으로 옮겼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작은 소규모 비즈니스들이 내, 외부용도로 동영상을 제작해서 비미오에 올리는 현상이었다. 특히 작은 회사들이 고객을 교육하고 훈련하기 위해서 과거에는 텍스트로 작성된 문서를 공유했는데, 이런 회사가 점점 더 동영상을 통해서 이런 업무를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유튜브는 온갖 동영상이 다 올라간 곳이라서, 많은 기업 고객은 그래도 유투브 보단 더 깔끔하고, 선별된 동영상이 있는, 더 professional한 비미오를 선호했고, 특히 코로나가 시작하면서 이런 경향이 더욱더 뚜렷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부 데이터를 실제로 분석해보니, 이런 관찰을 잘 뒷받침해줬다. 매우 많은 기업들이 비미오를 이용하고 있었고, 이 중 많은 고객이 기업용 동영상을 더 잘 만들 수 있는 솔루션까지 제공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었다. 그래서 비미오는 그동안 해왔던 B2C 사업을 과감하게 버리고, B2B 사업으로 피보팅을 했는데, 이게 아주 성공적인 비즈니스가 됐다.

사업이 잘 안되면, 어쩌면 답은 가장 가까운 곳인 우리 회사 내부에서 찾을 수 있다. 비미오와 같이 우리 내부 고객의 사용패턴을 잘 보고, 데이터를 잘 분석해보면, 왜 우리가 못 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는지 보일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분들이 이 답을 멀리 찾으려고 하고, 특히 우리의 경쟁사에서 찾으려고 하는데, 많은 답은 우리 내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페이스북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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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imagine39/크라우드픽>

많이 쓰는 사람이 있고, 적게 쓰는 사람이 있겠지만, 내 주변에 페이스북을 안 쓰는 지인은 1%도 안 된다. 특히, 나는 페이스북을 개인적으로, 그리고 업무적으로 상당히 많이 사용하고 있고, 이미 페이스북이 내 일상생활의 일부가 된 지 오래됐다. 솔직히, 자동차 없이는 살 수 있지만, 페이스북 없인 살 수 없고, 그래서 페이스북이 웬만한 자동차 회사보다 시가총액이 훨씬 높은가보다. 매일 바뀌지만, 페이스북의 시총은 1,000조 원이 넘는다.

나는 페이스북을 2006년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전에는 .edu 이메일이 있는 학생들만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 수 있었는데, 아마도 2006년도부터 그냥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완전히 오픈했고, 이때 미국 친구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 나도 회원 가입을 했다. 당시 페이스북이랑 지금의 페이스북은 완전히 다른 제품이고,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는데, 그동안의 이 눈부신 성장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2021년 일사분기 페이스북의 MAU는 28.5억이다. 어마무시하다. 이는 한국 인구의 50배 이상이고, 14억 명 중국 인구의 두 배인 셈이다. 즉, 나라로 따지면, 페이스북 공화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이다. 이렇게 많은 인구가 살고 있고, 매일 사용하는 플랫폼인데, 큰 문제 없이 잘 돌아가는 걸 보면 정말 잘 만들었고, 잘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전에 어떤 기사를 보니, 전 세계 VC 투자금 중 40%가 결국엔 페이스북과 구글에서 광고하는데 사용된다고 하던데, 참 웃지 못할 일인 것 같다. 구글과 페이스북에 각각 절반씩 흘러간다고 가정하면, 전 세계 VC 투자금의 20% 정도가 페이스북의 지갑으로 간다. 과학적으로 분석한 건 아니지만, 대략 찾아보니, 페이스북의 2020년도 매출이 $86B 이었다. 페이스북의 상위 100개 고객의 매출 기여도가 20% 정도인 $17.2B라고 하니, 나머지 $70B 정도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서 발생했다고 가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2020년도 전 세계 VC 투자금 규모는 대략 $300B이고, 여기서 20%가 페이스북에 갔다고 하면, $60B이니, 얼추 맞지 않을까 싶다.

지금 페이스북이 여러 가지 면에서 비난받고, 소송당하고 있고, 항상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고 있지만, 17년 전에 하버드 대학교 기숙사에서 2학년이었던 마크 저커버그가 만든 나라? 치곤 나쁘지 않게 성장했다. 아니,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술, 인터넷, 모바일, 소셜과 플랫폼이 합쳐지고, 여기에 멱법칙(power law)과 복리가 제대로 작용하면, 어떤 성장이 가능하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문명 최고의 산출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팀이라는, 절대로 빠지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필수재료이다.

그냥, 오늘은 페이스북에 관해서 이야기 하고 싶어서 몇 자 적어봤다.

The Long Game

Marques Brownlee라는 20대 유튜버/인플루언서가 있다. 이 친구의 취미는 전자제품을 리뷰하는 건데, 유튜브 초기 시절부터 리뷰 동영상을 꾸준히 올렸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 업계에서 굉장히 유명하고 영향력이 큰 크리에이터가 됐다.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구글의 부사장이 이 친구에 대해서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훌륭한 테크 리뷰어라고 한 걸 보면, 얼마나 이 분야에서 영향력이 큰지 알 수 있다. 이 친구가 얼마나 오랫동안 전자제품 리뷰 동영상을 업로딩 했냐 하면, 2009년부터 했으니까, 12년 동안이다.

얼마 전에 이분의 인터뷰를 봤는데, 크리에이터 경제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미래의 유튜버들이 보면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 중 내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았던 건 꾸준함에 대한 부분이다. 너도 나도 “폭발적인 성장” , “제이 커브” , “유니콘” , “블리츠스케일링”과 같은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우린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성장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다.

마르케스가 현재 1,400만 명의 팔로워가 있는데, 아마 대부분 1,400만이라는 숫자에만 관심을 두지, 이 정도의 팔로워를 확보하는데 1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건 간과할 것이다. 그리고 그가 공개한 1,400만 팔로워의 비법이 있었는데, 이건 바로 꾸준함이었다. 취미생활이 이젠 작은 기업이 됐는데, 큰 위기와 기복 없이 12년 동안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본인은 정작 순간적인 제이커브나 폭발적인 성장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그가 100번째 리뷰 동영상을 올렸을 때 74명이 그의 채널을 팔로우했고, 이후에도 굉장히 더디게 성장을 했다고 한다. 요샌 웬만한 유튜버들은 팔로워 수가 이렇게 느리게 올라가면, 진작 포기하고 동영상을 더는 안 올렸을 것 같은데, 마르케스는 그냥 본인이 하고 싶고, 나름 잘한다고 생각하는 리뷰 동영상을 계속 꾸준히 올렸다고 한다.

당시엔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라는 용어 자체가 없던 시기였고, 동영상을 유튜브에 정기적으로 올리는 사람이 별로 없던 시절이라서, 솔직히 74명의 팔로워가 적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고, 74명이나 내가 만든 동영상에 관심이 있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튜버 초기 시절에 만약에 대박을 경험했다면, 아마도 오늘의 마르케스는 없었을 거라고 한다. 그 이후에는 이 대박, 그리고 오로지 대박만을 위해 동영상을 만들 텐데, 이건 실력보단 운이 크게 작용을 하므로 자주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운이 좋아서 대박 난 건데, 이후에 대박을 노리고 사업을 하면, 그렇게 안 될 것이기 때문에 계속 실망할 것이고, 스스로 실패자라고 느낄 것이고, 그러면 꾸준함과는 멀어지고, 그러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모두 다 인생 한방, 인생 역전, 욜로 등을 외치는 혼란스러운 한방 세상에 단비 같은 통찰력이다.

Scrappy

유튜브는 16년 전에 만들어졌다. 지금은 워낙 트래픽이 많고, 메인 미디어가 돼서 1억 조회 수가 그렇게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BTS의 경우 하루 만에 1억 view를 돌파하기 때문에 이 숫자가 초라해 보이지만, 16년 전에는 1억 view는 달성하기 불가능한 숫자였다. 이 블로그 독자 중 13년 전에 유튜브를 이용했던 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에 거의 1억 번 조회됐던 전설적인 동영상이 하나 있었다.

야구모자를 푹 눌러쓰고,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깡마른 어린 소년이 골방에서 전자기타를 치는 동영상이었다. 오리지널 영상은 이제 삭제됐는데, 내 기억으로는 영상의 제목은 그냥 “guitar” 였고, 한국에서도 인기가 너무나 많은 요한 파헬벨의 캐논 D 장조를 대만의 기타리스트 Jerry Chang이 락기타 버전으로 편곡한 버전을 이 소년이 모자로 얼굴을 계속 가린 채로 연주하는 동영상이었다. 아마도 내 또래분들은 분명히 이 영상을 봤을 텐데, 이 동영상이 당시에 거의 1억 번의 조회를 달성하면서 유튜브를 뜨겁게 달구었고,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나는 당시에 LA에서 뮤직쉐이크를 하면서 고전하고 있었고, 우리도 음악 분야에서 사업을 하면서 유튜브와 마이스페이스와 같은 소셜미디어가 이 시장을 어떻게 흔들어 놓을지 상상만 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다 보니 종일 유튜브를 보면서 음악 관련 동영상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특히 이 동영상을 많이 봤다. 이 동영상 속의 어린 천재 또는 노력파 기타리스는funtwo라는 친구였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한국인이었다. 임정현이라는, 스스로 기타를 배운 기타리스트였고, 실은 이 동영상도 본인이 올린 게 아니라, 한국 커뮤니티에 올린 걸 누군가 퍼가서 올린 영상이었다.

나는 기타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음악에 대한 조예도 그다지 깊진 않지만, funtwo의 캐논 락 버전을 처음 들었을 때, 이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주라고 생각했다. 음악을 듣고 소름이 돋는다고 할 때, 이게 무슨 말인가 항상 궁금했었는데, 이 곡을 듣고 정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 친구가 기타를 연주하는 게 아니라, 그냥 기타를 들고 있기만 한데, 기타가 스스로 연주를 하는 것처럼 유연하고 자연스러웠다.

이렇게 인기 있었던 건, 당시의 특수한 상황도 있었다. 유튜브가 아직 글로벌 메인스트림 플랫폼이 아니었고, 동영상이 별로 많지 않았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guitar’로 검색하면 가장 먼저 검색 결과에 나오는 동영상이라서 이렇게 조회 수가 많이 발생한 이유도 있다. 그리고 나도 음악 관련된 스타트업을 하면서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더욱더 마음의 위안을 얻었던 것 같다.

난 이 동영상과 funtwo를 그동안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유튜브를 보다가 굉장히 낯익은 외모와 기타 소리를 발견해서 페이지로 들어가 보니 그 funtwo의 페이지였고, 어느새 30 후반이 된 이 친구는 이젠 업으로 기타를 치는 멋진 아티스트가 됐다. 그의 시그니처 연주인 캐논 락을 그동안 여러 가지 버전으로 연주해 동영상을 올렸는데, 들을 때마다 아직도 소름 끼칠 정도로 잘 하는 것 같다. 실제로 funtwo 동영상의 댓글을 보면 “original YouTube God” , “my guitar inspiration” , “the little kid in the blue shirt that got everyone guitar crazy” , “The OG Korean internet influencer” 등등 엄청난 찬사의 글들이 많은데, 아마도 대부분 오래전에 오리지널 동영상을 즐겨봤던 내 또래의 사람들인 것 같다.

이 동영상은 캐논락의 나름 최근 버전이다.

Funtwo는 이제 본격적인 아티스트의 길을 가고 있고, 요새도 계속 멋진 기타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나도 이 채널을 발견한 이후 가끔 들어가서 즐겨 듣고 있고, 음악을 잘 모르지만, 여전히 멋지고 현란한 기타로 많은 팬덤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13년 전의 그 오리지널 캐논락 버전이 가장 감동적이고 멋진 것 같다. 남에게 일부러 잘 보이기 위해서 찍은 동영상도 아니었고, 멋지게 편집한 동영상도 아니었다. 실은 굉장히 허접한(=scrappy) 동영상이고, 블랭핑크나 BTS 뮤직 비디오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하지만, 나는 이 친구가 골방에서 후광을 받으면서 전자기타를 치는 그 허접함 자체가 너무 멋진 것 같다.

모두가 다 시작할 땐 아마추어이다. 모두 다 서툴고, 엉성하고, 촌스럽고, 허접한데, 실은 이때가 제일 멋지고, 나중에 가장 추억에 남을 때이다.

유튜브와 같이 성장한 동영상.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기타를 들게 한 동영상. 언제나 들어도 멋지고 소름 돋는 동영상. 그 허접하고 scrappy 한 동영상을 공유한다. 멋지게 듣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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