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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와 아마추어

이 블로그 독자들도 게임스톱 주식을 구매한 분들이 있을 텐데, 2월의 게임스톱(GME) 주식 사태는 참으로 희한했다. 그리고 희한한 만큼 많은 분들에게 던지는 여러 가지 메시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이런 사태가 벌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 중 나도 동의하는 몇 가지 이론은 부자/기관/월가들에 대한 경멸(=개미들의 반란), 코비드19로 인한 무료함과 무기력함을 해소하기 위한 놀이로서의 투자, 그리고 미국의 Robinhood와 같이 누구나 쉽고 공짜로 주식투자를 가능케 하는 앱의 출현 등이 그 중 몇 가지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중 세 번째가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실은 주식 투자 관련 광고를 TV나 여러 매체를 통해서 접할 수 있고, 이 광고를 보면 국내, 해외 주식 투자를 이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하려고 하면 아직도 주식 투자는 일반인들에게는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주식 계정을 만드는 것부터, 어떤 종목을 사야 할지, 도대체 공매도와 같은 용어는 어떤 의미인지, 모든 게 어려워서 중도포기하는 분들도 많다. 그리고 주식을 살 때마다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 또한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의 로빈후드나 Public과 같이 주식 투자를 게임과 같이 재미있고 쉽게 만들었고, 수수료 또한 과금하지 않는, 그리고 모든 걸 손바닥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바일 앱들의 출현으로 인해서 그동안 주식은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많은 개미투자자들이 – 특히 이제 사회생활과 투자 생활을 시작하는 젊은 MZ 세대 – 주식에 대해서 배우면서 본인들이 좋아하는 회사와 종목을 구매하고 있다. 이렇게 정보가 투명해지고 주식 투자가 대중화되면서, 과거에는 이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해서 지식, 정보, 그리고 네트워크가 풍부했던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만 할 수 있었던 걸, 이젠 일반 개미 투자자도 충분히 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더 잘 할 수도 있다. 이 현상이 이번 게임스톱 사태에서 매우 극명하게, 그리고 레딧과 같은 소셜 미디어까지 가세하면서, 실은 너무 과하게, 보였던 것 같다.

게임스톱 사건이 사회에 유익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장래가 밝지 않고, 가치가 없는 회사의 주가는 결국엔 원래 가격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모두 배운 계기였는데, 이 과정에서 돈을 번 사람들보단 잃은 분들이 훨씬 더 많았을 것 같다. 그리고 개미가 기관을 응징한 사건이라고 미디어는 포장하지만, 솔직히 기관들이 놀라긴 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큰 돈을 잃거나 망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통해서 정보의 대칭성으로 인해 이제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소수의 프로들만이 접근 가능했던 한정된 정보를 기반으로, 이들은 수수료를 받으면서 돈을 벌었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이제 이런 고급 정보가 모든 사람들이 손가락 클릭 몇 번으로 접근 가능한 무료 정보가 됐고, 이런 현상은 주식 시장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으로 인해 전 세계 컴퓨터가 연결되면서, 이걸로 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인류는 끊임없이 했고, 지금도 이 고민은 진행 중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서 어떻게 하면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면서 돈도 벌 수 있을지 매일매일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분들이 바로 우리가 투자하는 창업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인터넷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정보의 대칭성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공부를 많이 하거나, 특정 분야에서 경험을 많이 한 분들이, 소수만이 보유하고 있던 지식을 기반으로 세상의 모든 거래 사이에서 중간 상인 역할을 했다. 이런 중간 상인들한테는 좋은 구조였지만, 전체적인 거래 구조를 보면 비대칭적이었고 매우 비효율적이었는데, 이제 이 중간 벽들이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게임스톱 사태를 보면서 확실하게 느꼈던 점이, 이제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의 벽이 점차 무너지고 있고, 많은 아마추어들은 이미 프로의 지식이나 능력을 능가했다고 생각한다. 유튜브에는 쓰레기 같은 정보도 넘쳐흐르지만, 잘 골라서 보면, 웬만한 대학교수보다 지식이 많고 말도 잘 하는 일반인들이 넘쳐흐르고 있다. 또 다른 예로, 우리 투자사 클래스101에는 아마추어지만 프로보다 더 뛰어난 선생님들이 많이 존재한다.

앞으로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의 벽은 더욱더 빠르게 허물어질 것이다.

같이 성장하는 기쁨

2012년도에 스트롱을 시작했을 때, 왜 투자를 시작하냐고 나에게 물어봤다면 여러 가지 대답을 했겠지만, 그중 하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였다. 당시에는 VC는 남의 돈으로 투자하고, 운 좋으면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나에게는 꽤 쉬워 보이는 그런 직업이었고, 왠지 돈을 모으는 것도 그렇게 어렵진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로 순진하고 바보 같은 생각이었고, 당시 내가 갖고 있던 가설과 환상은 이미 박살 난 지 꽤 오래됐다.

그래도 나는 이 업을 좋아한다. 그리고 실은 지금도 이 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잘하고, 운이 좀 따르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점이다. 이걸 부인하진 않겠다. 하지만, 그만큼 어렵고 스트레스가 많이 따르는 직업이고, 다른 모든 창업가나 직장인처럼 나도 가끔은 이 일이 너무 힘들고, 내 힘과 능력이 따라주지 않아서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을 때가 있다. 그래도 이 일을 계속하고, keep going 하는 이유는 너무나 큰 보람과 만족감을 꽤 자주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 보람 중 하나는 나만 혼자 성장하는 게 아니라 같이 성장하는 즐거움이다.

주로, 우리가 투자한 분들이 초보 창업가에서 근사한 기업인/리더로 성장하는 걸 옆에서 볼 때 이런 보람을 많이 느낀다. 생각해보면, 처음 스트롱 시작할 때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면 나이만 먹은 건 아니고, 투자자로서 훨씬 더 많이 성장하고 스마트해졌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단편적으로 모든 걸 봤다면, 이젠 조금 더 느긋하고 여유롭게 특정 상황을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경험과 인내심이 생겼는데, 이는 우리가 투자하는 창업가들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학생 때 창업했거나, 직장 경험 없이 졸업 후 바로 창업한 대표들은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밸류에이션이 뭔지도 몰랐을 때 우리가 투자했는데, 이젠 100명 이상의 직원이 있는 조직을 리드하고 있는 어엿한 비즈니스맨이 됐고, 회사의 문화와 리더십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걸 보면, 이렇게 초짜 VC와 초짜 창업가가 만나서 좌충우돌하면서 같이 성장한 보람을 온몸으로 느낀다.

우리한테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을 주는, LP라고 하는 펀드 출자자분들과 같이 성장하는 보람도 자주 느낄 수 있다. 모든 투자가 그렇듯이, 한 번 만나서 투자가 성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우리도 수년 동안 알던 창업가분들한테 투자하는 걸 선호하는데, LP들도 비슷하다. 우리 LP들을 보면, 우리한테 바로 돈을 준 분들이 거의 없다. 스트롱이라는 회사와 나랑 존이라는 파트너를 최소 1년 이상 옆에서 지켜본 후에, 믿을 만한 투자자라는 확신이 들 때, 그때 비로소 투자했고, 어떤 LP들은 우리를 5년 이상 지켜보다가 투자했다. 그중 어떤 분들은 나랑 5년 전에 대화를 시작했을 때는 그 조직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었다. 회사에서 입지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힘이 없었고, 스트롱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부장이나 팀장님한테 자신 있게 큰 소리를 내지 못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회사에서 승진했고, 그동안 우리랑 계속 이야기하면서 우리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됐고, 본인이 힘이 어느 정도 생겼기 때문에 자신 있게 우리한테 투자 한 경우도 있다. 우리도 펀드레이징을 어느 정도 하다 보니, 이런 경험을 계속하게 되는데, 이것도 같이 성장하고 있다는 큰 보람을 선사한다. 이분들이 만약 계속 회사에 남는다면, 그 조직의 리더가 되고 사장이 될 텐데, 스트롱과 같이 성장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할 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또 다른 특별한 개인적인 사례 하나를 여기서 공유하고 싶다. 내가 2008년도 미국에서 뮤직쉐이크 할 때 DCM Ventures라는 꽤 유명한 VC에게 피칭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우리 담당자가 Osuke Honda 라는 일본계 심사역이었다. 당시 이 분은 DCM에 조인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입 심사역이었고, 본인도 회사에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발로 뛰어다니면서 좋은 회사를 발굴하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DCM 파트너쉽 단에서 투자는 결렬됐지만, 오스케는 우리를 엄청 많이 도와줬고, 내부에서 셀링해줬고, 이 딜을 잘 되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때 우린 투자는 못 받았지만, 이 주니어 심사역에게 엄청 고마운 마음이 있었고, 그 이후로도 계속 가끔 소식을 전하곤 했다. 이제 10년 이상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오스케는 DCM의 메인 파트너가 됐다. 스트롱은 훨씬 규모가 작지만, 어쨌든 나도 작은 펀드를 운용하는 파트너가 됐고, 우리는 아직도 가끔 연락하면서 딜을 공유하고 웃으면서 당시 이야기를 하곤 한다. 내가 일본에 가면 만나고, 오스케가 한국에 와도 만나는데, 그땐 아무것도 모르던 초짜 창업가와 심사역이었는데, 이렇게 둘이 같이 성장한걸 보면 상당히 뿌듯하다.

혼자 잘나가도 좋고, 혼자 성장하는 것도 좋지만, 같이 성장하면 그 기쁨은 두 배 이상이 된다.

변화의 소리

세상은 계속 빠르게 바뀌고 있고, 우리같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이런 변화의 낌새를 빠르게 포착해야하며, 현재에 투자하기보단 미래에 투자해야지 더 큰 성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도 말은 이렇게 하면서, 행동은 아직 과거의 틀에서 못 벗어나고 있고, 우리 팀원은 모두 이런 변화를 잘 감지하고 있는데, 가끔 나만 구시대적인 발상과 편견에 갇혀서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되도록 내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유연한 태도로 모든 걸 접근하는 훈련을 계속하고 있지만, 이게 생각같이 잘 안 돼서 정말 힘들긴 하다. 이런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중, 얼마 전에 스포츠 구단, 소셜 미디어, 스트리밍, 그리고 OTT 관련 포드캐스트를 듣다가 변화와 관련된 좋은 인사이트를 많이 얻었다.

OTT 플랫폼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전통적인 TV는 이제 덜 보고, 인터넷으로 모든 콘텐츠를 스트리밍하기 때문에, 이제 드라마나 방송프로를 본방 사수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볼 수가 있다. 내가 자랄 때만 해도, 본방 사수를 못 하면, TV 재방송을 해주면 재방송 시간에 다시 보거나, 비디오로 녹화를 해놨다가 봤지만, 이젠 유튜브나 다른 플랫폼에서 얼마든지 거의 무료로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아직도 꼭 생방송이 의미가 있는걸 꼽자면 바로 스포츠다. 다른 건 모두 다 녹화방송으로 봐도 되지만, 운동경기는 반드시 생방송으로 봐야 하고, 아이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들이 등장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스포츠를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이 말은 더욱더 맞는 말이 됐다. 이런 배경을 잘 이용하여, 스포츠 리그나 협회는 생방송 중계 라이센스를 말도 안 되게 비싸게 팔았고, 그래도 방송국들은 앞다퉈서 라이센스를 비싸게 구매했는데, 비싸지만 이보다 훨씬 더 큰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MZ 세대가 등장하면서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우리 세대는 좋아하는 팀이 경기하면, 운동경기를 생방송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봐야하지만, 10대들의 성향은 아주 다르다. 이들이 운동경기를 보는 방법은 다른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젊은 친구들은 한 경기를 생방송으로 다 보지 않고, 여러 경기의 주요 하이라이트만 보는데, 그렇게 해서 친구들과의 대화에 낄 수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손흥민 선수 경기를 다 안 보고, 그냥 골 넣는 하이라이트만 봐도 친구들과 “야 너 소니가 5명 재끼고 골 넣는 거 봤지? 대박!”이라는 대화에 참여할 수 있고, 이 친구들에게는 이게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런 하이라이트는 유튜브나 트위터에 널려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생방송을 보지 않고도 시청이 가능하다.

젊은 세대 쪽에서는 이런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스포츠 리그와 방송국은 이걸 보지 못했다. 아니, 보지 못했다기 보단, 그냥 보기를 거부했다고 하는 게 맞을것 같다. 꽤 오랜 시간동안 이런 움직임이 있었고, 주위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세상이 변하고 있으니, 스포츠 중계 라이센스도 가격을 낮추던지, 무료화하는 방법을 찾자고 했지만, 이들은 듣지 않았다.

TV에서 NFL 경기를 생방송으로 보면 경기 시작하고 종료하는데 약 4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 4시간 동안 실제로 볼이 플레이되는 시간은 15분이라고 한다. 나머지 3시간 45분은 광고, 작전, 타임아웃 등이다. 우리 같은 구세대는 상관없지만, 젊은 친구들은 이런 걸 다 볼 시간도 없고, 보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 시간에 다른 거 하고, 경기 끝나면 하이라이트 2분만 보면 친구들과 이 NFL 경기에 관한 대화를 실컷 할 수가 있다.

어떤 e스포츠 종사자가 MLB 임원과 토론하는 걸 전에 봤다. 야구 쪽 분이 e스포츠는 아직 장난이고 제대로 된 비즈니스가 되려면 한참 멀었다면서 공격하자, e스포츠 종사자는 여러말 하지 않고, “MLB의 팬은 이제 죽어가는 사람들이고, e스포츠 팬은 이제 태어나고 있는 사람들이죠”라는 말로 받아쳤는데, 이 말, 굉장히 의미심장하다.

변화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 시대가 바뀌는 소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고 우렁차므로 들으려고 하면 들린다. 실은, 이건 독자들에게 하는 소리가 아니라, 오히려 나 스스로에게 하는 따끔한 경고이자 충고이다.

경쟁의 재정의

너무 많은 창업가들이 필요 이상으로 경쟁사를 의식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가 검토하는 모든 자료에는 자사와 경쟁사를 비교, 분석한 슬라이드가 최소 한 장이 있고 – 물론, 결론은 우리가 경쟁사보다 더 잘 한다는 내용 – 심지어 내가 아는 어떤 대표들은 경쟁사의 동향 파악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나도 여러 번 강조했지만, 경쟁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잘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내가 아는 회사 중, 경쟁사 때문에 망한 회사는 거의 없다. 대부분 본인들이 시장을 잘 못 봤거나, 고객한테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망했기 때문에, 나는 비즈니스의 핵심은 경쟁사를 의식하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을 의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경쟁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는데, 요새 내가 계속 생각하는 내용 중 하나가, 우리는 누구랑 경쟁하는지를 잘 정의해야한다는 점이다. 실은 이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넷플릭스의 현자 리드 헤이스팅스 대표의 인터뷰 내용이었는데, 넷플릭스의 경쟁 제품 디즈니+ 출시 소식에 대해서 그는 “실은 넷플릭스의 가장 큰 경쟁사는 디즈니+나 HBO가 아니라 포트나이트랑 유튜브입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냥 듣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이 말 한 마디에서 헤이스팅스 대표가 이 업을 얼마나 넓고 깊게, 그리고 멀리 보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데이터를 봐도, 유튜브 서버가 잠시 다운 될 때마다 넷플릭스 트래픽과 시청률이 확 튀는걸 고려하면 시장을 정확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사업을 하고 있는 창업가들도 경쟁사를 정의할 때, 지금 우리랑 같은 분야에서 같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만 국한하지 말고, 현재 우리의 고객과 앞으로 우리 제품을 사용할 고객의 시간을 가장 많이 빼았고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는 회사로 확장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헤이스팅스 대표가 말한 포트나이트는 게임이고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건 게임과는 다른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콘텐츠라서 이 두 회사가 경쟁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고객의 시간은 하루 24시간으로 한정되어 있고, 24시간 동안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너무 많다. 이 한정된 소중한 고객의 시간과 돈을 포트나이트라가 아닌 넷플릭에서 쓰게 만들기 위해서 두 회사는 아주 치열한 연구, 개발, 그리고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을 때 비로소 이 경쟁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이해할 수가 있었다. 콘텐츠 스트리밍이라는 시장보다 더 확장된,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보면 이 경쟁이 더 명확해진다.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회사는 쿠팡과 당근마켓이다. 쿠팡은 세상의 모든 새로운 물건을 고객들에게 끊임없이 팔아야 하는 플랫폼이고, 당근마켓은 동네 이웃 주민들이 중고거래를 하는 플랫폼이다. 이렇게 봤을 때 두 회사의 비즈니스는 완전히 다르고, 가고자 하는 방향도 아주 다르다. 하지만, 고객의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기준으로 보면, 두 회사가 경쟁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에게 앱을 사용할 시간이 딱 15분만 주어졌는데, 물건을 구입해야한다면, 쿠팡을 열고 새 제품을 쇼핑할까 아니면 당근마켓을 열고 내 주변의 중고 제품을 찾아볼까? 요새 내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쿠팡보다 오히려 당근마켓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같은 분야에서 비슷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만이 우리 경쟁사가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한다. 경쟁사를 정의할 때는 조금 더 넓게, 깊게, 그리고 멀리 봐야한다.

힘내자

올해도 얼마 안 남았는데, 창업가와 투자자 모두 2020년은 힘든 한 해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항상 힘들지만, 올해는 정말로 그 어떤 해보다 신기하고, 다르고,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요새 운동할 때 영화 록키의 사운드트랙을 듣는다. 유튜브에서 계속 추천하는 록키 관련 음악을 듣다 보면, 지친 육체와 영혼이 긍정적인 힘을 많이 받는걸 느끼는데, 이 중 요새 나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동영상을 하나 소개하고 싶다. 4분이 안 되는 동영상이니, 모두 한 번씩 감상하길 바란다.

록키 시리즈에서 록키 발보아가 아들한테 다음과 같은 말을 해주는데, 이 각본을 누가 썼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힘들고 힘이 빠질 때, 그리고 정신이 나태해졌을 때 항상 자신을 각성하고 영감이 충만하게 해준다.

“Let me tell you something you already know. The world ain’t all sunshine and rainbows. It’s a very mean and nasty place and I don’t care how tough you are, it will beat you to your knees and keep you there permanently if you let it. You, me, or nobody is gonna hit as hard as life. But it ain’t about how hard you hit. It’s about how hard you can get it and keep moving forward. How much you can take and keep moving forward. That’s how winning is done! Now if you know what you’re worth then go out and get what you’re worth. But you gotta be willing to take the hits, and not point fingers saying you ain’t where you wanna be because of him, or her, or anybody! Cowards do that and that ain’t you! You’re better than that!”

실은 이 말을 록키가 아들한테 해주지만, 세상의 모든 사람들, 특히 창업가들에게 해주는 외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삶은 아름답지 않고 정말 빡세고, 내가 아무리 잘나도 항상 나를 좌절시킬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남 탓하지 말고 오롯이 내가 모든 걸 책임져야한다. 우리가 삶을 이길 순 없고, 매번 패배하고 넘어질 것이지만, 그때마다 다시 일어나서 계속 전진하는 거, 이런걸 winning이라고 한다.

나도 올 해 여러 번 넘어졌고 패배했지만, 죽지 않고 일어나서 계속 전진했다. 아마 모두 그렇게 했을 것이다. 모두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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