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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불가능한 건, 그냥 웃자

bottle-601566_1280나는 이제 7주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말 하는 재택근무는, 사무실을 안 가는 개념도 포함하고 있지만, 아예 집 밖에 나가지 않는 것도 포함한다. 매주 월~금, 내가 집에서 보낸 시간을 계산해보니까, 대략 118시간이다. 불필요한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일주일에 2시간만 밖에서 보내고 있다. 우리 사무실이 있는 구글캠퍼스도 어차피 셧다운 돼서, 사무실 출근이 당분간 힘들어서 언제 재택근무를 끝낼 수 있을진 잘 모르겠다. 한국은 그나마 다른 나라에 비해서 상황이 좋지만, 조금만 방심해도 다시 크게 확산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어서, 상당히 조심하고 있긴 하다.

집에서 일한다고, 노는 건 아니다. 아니, 실은 사무실 출근할 때 만큼 많은 미팅을 소화해내고 있는데, 다만 물리적인 미팅은 아니고 Zoom으로 하는 화상 미팅만 열심히 하고 있다. 새로운 회사도 많이 만나고 있고, 우리 기존 투자사들과도 요샌 화상으로 미팅을 하고 있는데,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듣고 관찰해보면, 참 마음이 아프지만, 시장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학습자의 입장에서는 흥미롭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우린 기술 그 자체로 사업을 하는 deep tech 분야보단, 이런 기술을 기반으로 소비자 서비스를 만드는 온디맨드와 이커머스와 같은 생활 밀착형 서비스에 투자를 많이 하다 보니, 거시적인 흥미로운 트렌드가 보이긴 한다. 비대면 비즈니스인 이커머스 사업은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대부분 더 잘 되는 경우가 목격되는데, 너무 잘 되는 회사는 오히려 제조와 공급이 시장의 수요를 못 맞추는 현상을 경험하기까지 한다. 실은, 이런 많은 회사가 코로나바이러스 전에는 없는 수요를 어떻게 만들까 하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이렇게 바이러스 때문에 상황이 며칠 만에 역전되는 걸 보니 참 신기했다. 이와 반대로,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주는 온디맨드(O2O) 또는 마켓플레이스 사업 중 오프라인 과정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는 걸 목격하고 있다.

여행 또는 오프라인 이벤트가 사업의 핵심인 우리 투자사들은 매출과 모든 수치가 거의 100% 감소해서, 그동안 수년 동안 갈고 닦은 비즈니스 자체가 사업 초반으로 리셋되는 좋지 않은 경험을 하고 있다. 이와는 극적으로 다르게,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판매하고 배포하는 회사들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나도 참 안타깝다. 작년 12월과 올해 1월 역대 최고 매출과 실적을 달성해서, 올해 정말로 크게 성장할 거로 예상되는 투자사들이 몇 있었는데, 2월부터 모든 수치가 곤두박질하면서, 이젠 생존을 위해서 몸부림치는 현실을 직면하고 있어서, 옆에서 이들을 보는 나도 참 애가 탄다.

그 누구도 이런 성장 또는 감소를 예상하고, 이에 대비하고 준비해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가 전혀 예측하지 못했고, 그래서 컨트롤할 수 없는 블랙스완인 셈이다. 하지만, 창업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만을 탓해서는 안 된다. 사업이 안 되고, 숫자가 좋지 않고, 모든 상황이 비즈니스에 불리하지만, “코로나 때문에”라는 생각을 하고, 우리 비즈니스가 잘 안되는 가장 크고, 어쩌면 유일한 이유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모든 창업가에게는 앞으로 더 내려갈 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 맞고, 코로나바이러스를 욕하고 탓하는 게 맞다. 이게 아니라면, 1월에 10억 원 매출하던 회사가 어떻게 2월, 3월 99% 감소한 1,000만 원밖에 못 할까? 그래도 우린 무조건 코로나바이러스만을 탓하면 안 된다. 컨트롤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면서, 이 개판 와중에도, 우리가 조절해서 조금이라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찾아서 계속 실험해야한다.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어쩌면 마음은 편해지겠지만, 현실은 정말 절망적으로 변한다.

실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라는 말은 VC들도 요새 많이 하는걸 들었다. 투자하기로 했고, 악수도 했고, 계약 작업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투자 철회하는 걸 이미 몇 번 봤고,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실은, 투자자들한테도 가장 쉬운 변명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세계 경제가 불확실하고, 돈줄을 잡고 있는 LP들이 돈을 안 풀고 등등, 뭐 이유는 그냥 만들면 된다. 하지만, 이건 정말 무책임한 태도다. 투자하겠다고 악수했으면, 무조건 투자 집행해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정말 힘들면, 코로나바이러스 말고 다른 합당 하고 이해 갈만한 이유를 제공해줘야한다. 모든 걸 코로나 탓 하는 태도는 정말 아닌 거 같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코로나를 탓하는 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이럴수록,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봐야한다. 컨트롤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이건 정말 어쩔 수 없다. 그냥 한번 크게 웃자.

<이미지 출처 = Pixabay>

시니어 코리아

우리 부모님은 나랑 꽤 가까운 거리에 사신다. 그렇다고 아주 자주 뵙진 못 하지만, 내가 미국 살 때 보단 훨씬 더 자주 방문할 수 있어서 좋다. 부모님 댁에 갈 때마다 우리 아버지는 인터넷 관련 이런저런 질문을 하신다. 어떤 건 그냥 그 자리에서 고치거나, 가르쳐 드릴 수 있지만, 어떤 건 한참 설명하다가 포기하거나, “아빠, 그건 그냥 제가 해드릴게요.”라면서 아예 시도조차 안 한다. 이커머스 사이트 등록과 온라인 뱅킹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 아버지는 그래도 학습에 대한 의지도 있고, 학습력도 나름 좋으신 분이지만, 계정을 만들기 위해서 휴대폰 인증받고 공인 인증서 사용방법에 대해 설명할 엄두가 도저히 나한테 생기지 않았다. 마켓컬리 안심을 언제 한번 사드렸는데, 너무 맛있고 값도 착하다고, 본인 폰에도 깔아달라고 하시는데, 그냥 필요할 때마다 나한테 부탁하면 내가 주문해주겠다고 했다. 타다도 설치하고 싶으시지만, 그냥 그럴 때마다 내가 호출해드린다. 요샌, 현금을 아예 받지 않는 스타벅스 매장도 많은데, 카드를 사용하지 않겠다면, 스타벅스 앱을 설치해야하는데, 이것도 우리 부모님 폰에 설치하고 사용방법을 설명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우리 아버지가 뱅킹 서비스를 사용하시려면, 직접 물리적으로 은행에 가야 하거나, 전화로 해야 한다. 요새 은행들도 지점을 없애는 추세고, 전화를 걸어도 한참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뭔가 구매가 필요하시면, 그냥 나한테 부탁하시면, 내가 대신 쿠팡에서 구매해드린다.

이럴 때는 정말 씁쓸하다. 이런 추세로 가다 보면, 어르신들은 그 어떤 서비스도 이용하지 못하고, 모든 면에서 첨단 기술을 잘 활용하는 젊은 층보다 불리해질 것이다. 이번 마스크 대란에서도 우리 부모님은 유일하게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이 동네 약국이나 마트라서, 갔는데 허탕 치는 경우도 너무 많았다. 세상은 편리해지고 있지만, 어떤 분들에게는 더 불편해지고 있는 게 그대로 보인다. 그리고 내가 더 나이를 먹으면, 그땐 또 새로운 것들이 많이 생길 것이고, 그러면 나도 우리 부모님과 같이 될까 겁난다.

한국은 고령화 사회이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지금 이 추세로 가면 2045년에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니어 인구(65세 이상)를 보유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 고령화 사회를 탈피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사회, 과학, 경제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데, 오늘은 이 주제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라서 자세히 들어가진 않겠다. 어쨌든, 한국은 이 상태로 가면, 앞으로 인구 역피라미드의 사회가 될 것이라는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이런 현실과 미래가 잘 보이는데, 대부분의 창업가는 밀레니얼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서비스에 많이 투자하고 있고, 나는 밀레니얼들을 이해하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이럴수록 고령화되고 있는 나라의 더 큰 시장을 차지할 시니어 시장을 모두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 또한 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마케팅, 검색엔진 최적화, 그리고 그로쓰해킹 등의 기법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상대적으로 젊은 밀레니얼을 대상으로 최적화된 마케팅 기법인데, 어떻게 보면 더 큰 시장인 시니어한테까지는 도달하기 힘들다. 이들은 검색을 잘 안 하고, 유튜브도 못 하고, 인스타도 안 하고, 온라인 결제에 익숙지 못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우리 투자사 이플루비는 이 시니어 시장에서 잘하고 있는 회사다. 회사의 창업자인 윤혜림 대표는 금속공예를 공부했는데, 어머님을 위한 패션 돋보기를 직접 만들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창업가가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이 시니어 시장에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좋은 가격에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고 있는데, 패션 돋보기와 마약 잠옷과 같은 히트 상품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판매하는 방법도 밀레니얼을 대상으로 하는 스타트업과는 완전히 반대이다. 온라인에 익숙지 않은 고객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올드’하다고 생각하는 종이 카탈로그로 마케팅을 하고, 구매 또한 전화로 해결하고 있고, 그나마 시니어들이 모두 사용하는 가장 익숙한 모바일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잘 활용하고 있다.

내가 윤혜림 대표를 처음 만난 게 약 1년 반 전 프라이머 인터뷰할 때였는데, 그때 굉장히 인상 깊게 들었던 말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동안 많은 시니어 비즈니스가 있었는데, 모두 다 잘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시니어’를 너무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시니어들도 본인들이 시니어인걸 잘 아니까, 굳이 ‘시니어’를 강조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뜻이다. 이런 좋은 인사이트를 몸으로 직접 배운 창업가라면 좋은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이플루비 들어가서 우리 부모님과 장인·장모님을 위해서 뭐라도 좀 사야겠다.

타래

밀레니얼 여성을 위한 콘텐츠 플랫폼을 만드는 우리 투자사 더핀치에서 최근에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다. 여성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타래‘인데, 누구나 다 쉽게 작가가 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니, 평소에 글을 쓰고 싶었던 여성분이라면 한 번 시도해보면 좋을 거 같다.

타래의 글로벌 벤치마크가 됐던 제품은 전 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블로깅 플랫폼 Medium인데, 모바일에서 누구나 다 쉽게, 본인이 원하는 주제에 대해서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게 다양한 창작 기능과 공유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글을 발행한 후에는 크리에이터가 본인의 글에 대한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대시보드가 제공되고, 이 창작물과 창작자를 누가 응원하고 있는지, 그리고 누가 내 팬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일부는 무료로 읽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더핀치는 돈을 내야지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유료 플랫폼이었고, 유료였기 때문에 작가로 활동하는 분들의 수가 제한적이었는데, 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배운 건, 작가라는 타이틀이 없는 일반인 중에도 아주 훌륭한 글을 쓰는 창작자들이 한국에는 너무 많은데, 이들이 조금은 더 가볍게 모바일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은 제한적이라는 것이었다. 실은 글을 쓴다는 개념 자체가 가벼운 게 아니다. 나만 해도, 블로그에 포스팅을 올릴 때는 책상에 앉아서, 노트북을 켜고, 그 앞에서 뭔가 새로운 각오로 콘텐츠를 만드는데, 이런 게 부담스럽긴 하다. 요샌 그냥 가볍게 손가락으로 폰을 켜서, 본인의 생각을 그때그때 기록하면서 덜 심각하게 창작 활동을 하는 세대가 등장했고, 이런 캐주얼 창작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시장이 있다.

타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쉽게 모바일로 글을 쓰고, 본인의 창작물을 발행하고 공유하고, 그리고 편안하게 다른 여성분들의 글을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평소 가벼운 창작 활동을 하고 싶었다면 여기에서 시작하면 된다. 많은 분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어쩌면 작가가 될지도 모른다.

모든 스타트업이 초기에 개발팀이 필요한가?

나는 개발팀을 항상 강조해왔다. 우리가 주로 투자하는 분야가 소위 말하는 consumer internet 분야이다 보니, 남의 제품을 소싱해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직접 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D2C, 그리고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주는 온디맨드(=O2O) 비즈니스에 상당히 많이 투자한다. 쉽게 말하면, 생활밀착형 서비스들에 스트롱의 돈을 대부분 투자한다. 실은 이런 기업들이 겉으로는 기술이 없고, 그냥 인터넷으로 물건 팔고, 인터넷으로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단순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 처럼 보이지만, 잘 되는 서비스들은 눈으로 보이는 것들 뒤에, 보이지 않는 곳에 상당한 기술이 구현되어 있다. 특히, 이런 생활밀착형 서비스들은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사용하고, 많은 정보가 왔다 갔다 하므로, 확장성과 자동화 관련 첨단 기술이 도입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좋은 개발팀을 항상 중요하게 생각했고, 과거에는 그 어떤 비즈니스를 하든, 개발력이 없는 팀은 절대로 투자하지 않았다. 실은 지금도 기본적인 방향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방법은 조금은 바뀌었다. 참고로, 이 이야기는 여기서 말하는 이커머스나 온디맨드와 같은 컨슈머 인터넷 비즈니스에 해당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돈도 없고 자원도 없는 스타트업이 소위 말하는 product-market fit을 찾기 전에는 가능하면 돈을 쓰지 않고 lean 하게 가야 한다. 이에 대한 중요성은 과거에도 항상 강조됐지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투자금으로 기업가치를 올려놓고 그 기업가치를 정당화하지 못하는 유니콘들 때문에, 요새 와서 이 “린”이 더욱더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개발을 모르는 창업자가 물건이 시장에서 판매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돈과 시간을 들여 개발팀을 꾸리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 돈 낭비다. 그건, 나중에 어느 정도 컨셉이 증명되면 해도 된다. 이럴 경우, 발 빠른 창업가들은 간단하게 구글폼으로 설문조사를 하거나, 간략하게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선주문을 받아본다. 돈도 안 들고, 시간도 별로 안 드는 방법이다. 조금 더 시간을 들인다면 – 그리고 이 방법도 돈은 거의 안 든다 – 와디즈나 텀블벅과 같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활용해서 과연 본인이 생각하는 비즈니스가 시장에서 반응이 있을지 테스팅을 해본다.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주는 마켓플레이스를 만들고자 하면, 어떤 창업가들은 수요와 공급을 수작업으로 연결하는 거로 시작한다. 내가 아는 많은 대표들은 본인들이 직접 발품 팔면서, 전화로 시작했다.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마치 규모가 꽤 있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이건 우선순위와도 겹치는 내용인데, 뭔가를 판매하는 이커머스 회사라면, 세련된 이커머스 플랫폼 보단, 판매하는 제품이 이 회사의 핵심 상품이다. 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입증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작업은 바로 고객이 이 회사의 핵심 상품인 제품을 좋아하고, 돈을 내고 구매하냐이기 때문에, 일단 모든 자원을 좋은 제품을 만들고 소싱하는데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게 어느 정도 증명이 된 후에 이커머스 플랫폼을 만들어도 늦지 않다. 어떤 분들은 이 반대의 전략으로 움직이는데, 이건 lean 한 방법은 아니고, 시작하기도 힘들다.

또 다른 이유는, 요새는 헤비한 개발력이 없어도, 스스로 공부를 좀 하면 간단한 플랫폼을 직접 만들 수 있는 DIY 제품들이 상당히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분야에서 이런 툴들이 가장 많이 제공되고 있는데, 카페24, 고도몰, 그리고 미국이라면 Shopify와 같은 이커머스 사이트를 쉽게 만들 수 있는 템플릿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계속 생기고 있고, 네이버 스토어팜이나 카카오톡 스토어를 활용하면 웬만한 규모의 비즈니스까지는 처리가 가능하다. 본인이 다 만들지 않아도 제품 판매, 결제, 그리고 배송까지 처리해주는 제품이 요샌 많이 있고, 과거와는 달리 이런 개별 모듈과 기능 자체가 큰 비즈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창업가들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고 있어서, 제품 완성도도 상당히 높다.

우리 스트롱 대표들을 포함, 내가 아는 많은 창업가들이 요샌 이런 방법으로 창업해서 꽤 괜찮은 규모의 비즈니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실은 개발력이 있어도, 쉽고 저렴한 방법으로 컨셉을 테스트하고, 이게 어느 정도 시장에서 통할 것 같은 확신을 얻으면, 이미 시장에서 제공되고 있는 제품을 lean하게 구현해서 빨리 성장하는 회사들이 오히려 더 잘 하는 것 같다. 물론, 쿠팡과 같은 큰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제품과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는 좋은 개발력이 필수이다. 고도몰이나 카페 24와 같은 플랫폼으로 시작했다가, 짧은 시간에 규모가 너무 커져 버린 비즈니스들의 플랫폼 성장통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뭔가 빨리 만들어서 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각각의 필요에 따라서 세밀하게 커스터마이징을 하거나, 원하는 세련된 기능을 구현하는 게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시점에 완전히 자체 플랫폼으로 마이그레이션 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 이런 결정 자체를 하기 위해서는 개발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요새 나한테 모든 스타트업이 개발력이 필요하냐고 물어본다면, 소프트웨어가 회사의 업이라면 당연히 필요하지만, 위에서 말 한 이커머스/D2C/온디맨드 비즈니스라면 개발력이 있으면 훨씬 좋지만, 그렇다고 개발력이 없다고 시작하지 못하거나, 또는 우리가 절대로 투자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어느 시점이 오면 개발력은 필수다. 우리가 필요한걸 그때그때 직접 in-house에서 만들 수 있는 건 회사가 날개를 달고 날 수 있는 능력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에 있어서 돈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시간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이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개발력은 매우 중요하다.

에어비앤비 스토리

얼마 전 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리 갤러거의 “에어비앤비 스토리(The Airbnb Story)”를 읽었다. 이 책은 오래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는데, 지난 몇 개월 동안 나는 일부러 창업이나 비즈니스 관련 책 보단 일반 소설을 읽는데 시간을 할애해서 인제야 읽게 됐는데, 비행 내내 밥 먹는 시간 빼곤 한 번도 책을 손에서 떼지 않고 단숨에 다 읽었다. 실은, 우리가 아는 현재 거대한 비즈니스가 된 스타트업들의 창업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재미있는데, 에어비앤비의 창업과 성장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전에 포스팅했던 넥슨 창업 이야기 플레이만큼 흥미진진했고, 영감과 감동으로 가득 찼던, 마치 한 편의 대하소설과 같았다.

에어비앤비 관련 단편 일화들은 이 분야에서 일하면 누구나 다 한두 번은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가난한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디자인 관련 행사 참석자들에게 자신들의 침대를 돈 받고 빌려주면서 시작한 일화, 한때는 회사 서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전당대회가 열리는 곳에서 두 대통령 후보를 주제로 한 시리얼을 판매했던 일화, Y 컴비네이터에 거의 떨어질 뻔했다가 턱걸이로 들어갔던 일화, USV의 Fred Wilson이 에어비앤비 투자하지 않았던 걸 후회한 일화 등은 아마도 누구나 다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나도 이런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듣고 읽어서 대략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 조금 더 깊고 구체적인 내용을 알게 되니, 모두가 비웃던 아이디어를 가진 세 명의 젊은 창업가들이 회사를 일으키기 위해 직면해야 했던 도전들, 이들이 구축한 제품과 문화, 그리고 세계 최고기업으로 단시간 만에 성장시킨 이야기는 실리콘밸리 다른 회사의 성장 스토리랑 비교해봐도 매우 인상 깊고 이단적이기까지 하다.

세 명의 창업가가 단기간에 수십조 원의 가치를 가진 에어비앤비라는 회사를 만든 과정을 책으로 보면서, 이 바쁘고, 정신없고, 잡음 많은 세상을 살면서, 쉽게 잊어버리지만, 투자자한테는 생명과도 같은 다음 세 가지를 계속 스스로 상기시켰다:
1/ 황당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실행했을 때, 뭔가 항상 나오고, 그게 나오면 대박 성공 확률이 가장 높다.
2/ 지적인 강인함을 가진 창업가가 어려운 시기에도 성공할 수 있다.
3/ 학벌, 능력보단 의지. 특히, 배움에 대한 의지는 성공의 필수 조건이다.
4/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고 계속 황당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실행하는 바퀴벌레 근성은 정말 중요하다.

에어비앤비 공동창업가이자, 현재 대표이사인 브라이언 체스키는 1년 365일 배움의 의지를 가진 사람인데, 독서광이기도 하다. 그가 가장 좋아하고 자주 인용하는 두 개의 명언이다: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환경에 적응시킨다. 비이성적인 사람은 환경을 자신에게 적응시킨다. 고로 모든 변화와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에게 달려있다.”
-조지 버나드 쇼

“처음에 그들은 당신을 무시하다가 당신을 비웃고, 그다음에는 당신에게 싸움을 걸어온다. 그러면 결국 당신이 이긴다.”
-마하트마 간디

에어비앤비의 탄생과 성장 자체를 바로 이 두 명언으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작은 남한테 인정받지 못하고, 욕먹고, 비웃음당했다.

“낯선 사람을 낯선 사람의 집에서 재운다.”

그 누가 봐도 정말 미친 아이디어였고, 아무리 생각해도 에어비앤비는 절대로 생겨날 수 없는 회사였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기업가치가 높은 회사가 됐다.

대담한 아이디어를 가졌지만, 매번 무시당하고 조롱받았던 사람들. 하지만 결국 승리한 사람들.

이 책은 바로 그들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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