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C

직감을 믿어야 할 때

2010년 초반에 LA를 대표했던 B2C 회사 중 남성 면도기를 정기구독으로 배송했던 Dollar Shave Club(DSC)이라는 스타트업이 있었다. 나는 이 회사의 고객이기도 했고, 이 회사의 창업가 마이클 두빈을 직접 여러 번 봤는데, 참 재미없고 평범한 제품인 남성 면도기를 창의적인 마케팅을 통해서 재미있는 사업으로 만든 인상적인 회사였다. 유니레버가 2016년도에 이 회사를 $1B에 인수했다. 그 가격표도 엄청났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더 재미있다고 생각한 건, 이 회사의 면도기는 한국의 도루코에서 OEM 제조했고, 도루코도 이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엑싯이 마무리됐을 때 도루코가 번 돈은 재무제표에서 눈에 확 띌 정도로 도루코의 수익성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사실이었다.

많은 회사가 그렇듯이, DSC의 사업도 예전만큼 잘 되진 않아서 유니레버도 몇 년 전에 이 사업을 다른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얼마 전에 DSC의 창업가 마이클 두빈의 인터뷰를 참 재미있게 들었는데, 15년 전에 내가 LA에서 이분에게 직접 들었던 여러 가지 이야기와 일화들이 서로 겹치면서 “아 맞다. 그때도 이 친구가 이런 내용을 강조했었지!”라는 아하 모멘트가 있어서 여기에 몇 자 남겨본다.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마이클에게 물었다. “그런데 대표님같이 창의적인 사람이 어떻게 이런 지루한 산업에서 창업할 생각을 했나요? 다른 더 재미있는 사업은 생각 안 해봤었나요?”

이 질문에 대한 긴 답변이 있었는데, 요약하자면, 마이클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데이터보단 본인의 직감을 믿었는데, 본인의 경험에 의하면 과거에 오히려 생각을 많이 하고 심사숙고한 후에 내린 결정은 100% 잘못된 결정이었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일수록 직감에 의존해 심플하게 의사결정을 한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지루하고 섹시하지 않은 남성 면도기 구독 이커머스 사업을 이 친구는 본인의 직감을 십분 활용해서 가장 재미있고 가장 섹시한 사업으로 만들었는데, 이 회사의 마케팅이 당시 얼마나 재미있고 파격적이었나 하면, 이 유투브 광고 영상을 보면 금방 이해할 것이다. 지금 봐도 상당히 잘 만든 광고 영상인데, 창업가의 직감이 여간 좋지 않으면 이런 콘텐츠는 나올 수 없을 것이다.

DSC의 시작도 직감에 의한 창업 결정이었다고 한다. 본인은 wet 면도를 매일 해야 하는데, 질레트와 쉬크는 너무 비싸고,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은 사용하면 항상 상처가 나서, 가성비가 좋은 면도기와 면도날은 없을까 계속 스스로 질문했다고 한다. 또한, 남성들이 거의 매일 사용하는 제품이라서 정기구독 서비스가 시장에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찾아보니 UI/UX가 깔끔하고 사용성이 좋은 서비스가 없었고, 무엇보다 실제 제품을 받아보니 면도기의 성능이 모두 다 별로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두 가지 고민점이 있었다고 한다.

첫째는, 분명히 매일 면도하는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다른 남성들도 이와 비슷한 문제점을 경험하고 있어야 하는데, 주변에 그 누구도 이런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었다. 본인이 생각하기엔 가성비 좋은 면도기를 정기적으로 집에서 받을 수 있는 사업은 대박이었는데, 왜 이런 간단한 아이템을 그 누구도 제대로 해 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혹시 존재하지 않는 문제가 아닐까 하는 고민을 했다고 한다.

둘째는, 이 사업에 대한 피드백을 주변에 물어보니, 대부분 반응이 별로였다고 한다. 하지만, 면도기 정기구독 서비스뿐만 아니라, 웬만한 새로운 사업에 대해서는 일반적이고 이성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이 이슈에 대해서는 큰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첫 번째 고민이 문제였다. 세상의 절반이 남성이고, 면도기는 너무 많은 남성이 사용하는 제품이고, 면도는 이들이 매일 하는 행위인데, 그 누구도 가성비 좋은 면도기가 없다는 불평을 안 하고, 그 누구도 가성비 좋은 면도기를 집으로 정기배송해주는 서비스가 없다는 불평을 안 하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냐는 의문을 그는 계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그냥 직감에 의존하기로 했다. 직감으로 그가 내린 결정은 모든 남성이 이런 문제가 있고, 이건 아주 큰 불편함이지만, 이 세상 대부분 사람은 이성적이고, 이들은 세상이 만들어 놓은 틀에 본인을 적응시키려는 관성이 있기 때문에 “원래 그런 거야”라면서 그냥 불편하게 살고 있을 확률이 크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위에서 말하는 “이성적인”에 대한 정의는 조지 버나드 쇼의 설명을 인용해보겠다.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환경에 적응시킨다. 비이성적인 사람은 환경을 자신에게 적응시킨다. 고로 모든 변화와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에게 달려있다.”

그의 직감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고, DSC는 당시 미국 남성 대부분이 아는 브랜드로 초고속 성장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마이클은 사업하는 과정에서 힘든 결정을 정말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그는 데이터나 다른 사람들의 말에 의존하기보단 본인의 직감을 믿었고, 이런 그의 직감에 의한 결정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회사의 성공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한다.

소비자 DNA

2주 전에 잠깐 동경에 갔었는데, 과거부터 친분이 있던 일본 VC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 자연스럽게 한국과 일본의 스타트업 생태계 이야기를 특히 많이 했는데, 한국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나 같은 VC는 당연히 일본 시장보단 한국 스타트업 시장이 더 좋다고 믿지만, 내가 만난 일본 VC들도 대부분 한국의 벤처생태계를 부러워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어떤 일본 VC는 대놓고 나에게 한국 벤처생태계를 볼 때마다 너무나 부럽고, 일본도 한국 시장과 창업가들로부터 A부터 Z까지 모든 걸 적극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상장 시장의 크기는 한국의 3.5배 정도가 된다. 상당히 크고, 난 한국이 조만간 일본의 상장 시장 규모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현재의 이 규모는 상당히 부럽다. 그런데 내가 만난 일본 VC들은 오히려 한국의 역동적이고 큰 IPO 시장이 부럽다고 이야기했다. 무슨 말인지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니, 일본의 상장 시장은 크지만, 자세히 보면 tech IPO는 질보단 양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답변이다. 한국 창업가들은 꿈과 야망이 상대적으로 커서 항상 아주 큰 IPO를 꿈꾸면서 사업을 하는데 – 물론, 그렇다고 IPO를 다 하는 것도 아니고, 해도 큰 IPO가 되는 건 아니지만 – 일본 창업가들은 사업하다가 어느 시점에 그냥 작은 IPO를 하는 게 요샌 유행같이 번지고 있다고 했다. 한 1,000억 정도의 IPO를 하면 창업가들은 그래도 잘 먹고 잘살 수 있고, 일본에서 이런 작은 IPO를 하는 게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너도나도 적당한 규모로 사업을 키우고 IPO를 한다고 들었다. 창업가들은 돈을 벌어서 좋지만, 이 회사에 투자한 VC는 큰 재미를 못 보고, 계속 창업가들의 꿈과 야망이 이렇게 줄어들면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는 큰 성장을 할 수 없다는 우려를 대화 내내 표시했다. 정확하게 “작은 IPO가 하나씩 될 때마다 일본 창업가들의 야망도 하나씩 줄어드는 것 같다.”라는 말을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는 말 같다.

그리고 일본 VC들로부터 내가 반복적으로 들었던 주제이자, 이들이 한국에 대해서 가장 부러워하는 게 한국인들의 “소비자 DNA(Consumer DNA)”였다. 한국 시장엔 소비자 DNA가 매우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네이버, 쿠팡, 카카오, 토스, 당근, 배달의 민족 등과 같은 좋은 자체 B2C 유니콘을 끊임없이 만들고 제품화할 수 있는 이유다. 그리고 계속 이렇게 좋은 소비자 제품들이 시장에 출시되면, 한국인 특유의 경쟁심과 질투가 발동하면서 계속 더 좋은 기능, 더 좋은 UI/UX, 더 좋은 가격의 경쟁 제품들이 나오면서 “양이 질을 만드는” 효과가 극대화된다.

일본은 이 소비자 DNA가 점점 더 사라져서 이젠 거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 창업가들은 대부분 B2B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일본을 대표하는 일본의 B2C 제품이 한국과 같이 많지도 않고 다양하지도 않다. 하지만, 인구도 많고 시장이 크기 때문에 일본의 소비자 시장은 외국 회사들의 놀이터가 됐다. 검색은 구글, 동영상은 유튜브, 지도는 구글맵스, 이커머스는 아마존, 택시 호출은 우버 등, 일본을 지배하고 있는 대부분의 B2C 제품은 외산 제품들이다. 그러면서 내가 들었던 말은 일본은 전 세계에서 외국 B2C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가장 쉽게 진출할 수 있는,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이고됐고, 이들은 일본의 소비자 DNA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에 대한 걱정과 아쉬움을 많이 표시했다.

그리고 한국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우리만의 소비자 DNA를 기반으로 케이팝, 케이푸드, 케이뷰티, 케이콘텐츠와 같은 새로운 무형의 소비자 DNA가 만들어지고 있고, 이 무형의 한국의 문화가 현재 일본 시장을 완전히 쓰나미같이 덮치고 있다. 실은 일본도 한 때는 다른 나라의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지금은 이게 다 죽었고, 오히려 한국 문화가 과거 일본 문화보다 더 커지고 있는데, 이게 모두 다 일본의 소비자 DNA의 소멸로 인한 아주 좋지 않은 결과라는 결론을 이분은 내렸다.

물론, 한두 명의 일본 VC가 일본과 한국의 시장을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아니고, 시장 현황을 일반화할 수도 없지만, 10년 넘게 일본에서 투자하고 있는 VC들에게 이날 내가 들었던 내용만을 기반으로 결론을 내려보면, B2C 분야에서는 한국 창업가들이 일본 시장을 접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잘하는 B2C로 시작하지만, 남에게 지는 걸 배 아파하는 한국인 특유의 경쟁심과 질투심으로 결국엔 B2B 사업도 일본 시장에서 더 잘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정말로 더 많은 한국 창업가들이 일본 시장에 진출해서 거대한 사업을 만들 수 있길 바란다.

마지막으로,,,내 친구이자 VC인 일본 투자자가 한국 시장이 부럽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엔 우리의 창업가들이다. 한 골 먹으면 두 골을 넣어야지 직성이 풀리는 우리 특유의 성깔?, 절대로 죽지 않고 생존하는 바퀴벌레력, 이 모든 게 한국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전에 여러 번 포스팅 했지만, 이 강점을 우린 계속 살려야 하고, 이 강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더 치열하게, 그리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

노가다 먼저 해라(스케일이 안되는 일을 먼저 해라)

이 글은 이미 폴 그레이엄이 ‘Do Things that Don’t Scale’에서 제품을 만들 때 처음부터 스케일을 생각하지 말고, 한 땀 한 땀 노가다로 시작하라고 강조한 내용을 거의 재탕하는 포스팅이다. 이제 필수 고전이 된 이 글은 대부분의 창업가가 읽어 봤을 텐데, 제품과 사업의 초기 실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집약적인 노가다를 하면서 초기 고객들과 충분한 대화를 하고 이들이 원하는 걸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에어비앤비 창업가들이 사업 초기에 직접 집주인들을 찾아가서 본인들이 사진을 이쁘게 찍어서 공급을 확보하거나, 드롭박스 대표가 지인들의 컴퓨터에 소프트웨어를 직접 설치해 주고 사용 방법을 알려줬던 초기 노가다는 이젠 전설이 되긴 했지만, 이런 unscalable한 행동들이 미래의 scalable한 프로세스의 기반이 된다는 내용의 글이다.

내가 VC를 시작할 때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땐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뮤직쉐이크를 할 때 투자받기 위해서 VC들을 만나면 모두다 “이 사업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확장할래?”라는 질문을 했고, 나는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답이 없었기 때문에 – 당시엔 모든 걸 수동적으로 하나씩하고 있었다 – 매번 깨졌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처음부터 제이 커브의 스케일을 만들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는데, 폴 그레이엄은 오히려 완전히 반대의 내용을 이 글을 통해서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도 많은 회사에 투자하면서 이들이 어떻게 제품을 만들고 초기 고객을 확보하면서 성장하는지를 옆에서 보니, 스케일이 안 되는 노가다를 먼저 하라는 말이 정확하게 이해됐고, 이제 나도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에게 거의 비슷한 내용을 설교한다.

B2C든 B2B든 제품을 만들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product market fitting이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제품을 시장이 원하는 제품과 최대한 일치시키는 작업인데, 이걸 하기 위한 지름길은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잠재 고객과 이야기하면서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건데, 고객의 목소리를 가장 자세히 듣는 방법은 한 번에 한 명의 고객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초기 product market fitting을 위해서 한 번에 백만 명의 고객과 이야기할 순 없다. 한 번에 여러명의 고객과 이야기하는 건 product market fit가 된 제품이 어느 정도 만들어진 후 더 많은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개발할 땐 가능하지만, 일단 그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고객을 한 명씩 찾아가서 이들을 이해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리고 우리 제품을 직접 보여줘야 한다.

소상공인을 위한 B2B 솔루션을 만들고 싶다면 매일 소상공인을 찾아가서 이들과 직접 이야기해야 한다. 이렇게 고객의 목소리를 하나씩 듣고 그들이 필요한 걸 코드로 만들어야 한다. 스타벅스보다 더 좋은 커피 비즈니스를 만들고 싶다면 매일 스타벅스 매장에 가서 스타벅스 고객들과 직접 이야기해야 한다. 이렇게 고객의 목소리를 하나씩 듣고 그들이 필요한 걸 스타벅스보다 더 잘 만들어야 한다. 이런 스케일이 안 되는 노가다를 해야지만 스케일을 위한 기본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다.

창업가들은 초반부터 스케일을 만들기 위해서 너무 초조해하지 말고, 노가다를 리스펙트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카카오톡 업데이트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는 거의 대국민 재난 사태가 된 것 같다. 다행히 나는 자동 업데이트가 비활성화되어 있어서 아직 이전 버전의 UI를 사용하고 있는데, 바뀐 버전을 보니 정말 불편하고 짜증 낼 만한 것 같다. 나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은 아니라서 카카오에서 어떤 생각과 목적으로 이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동안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의 업데이트를 봤고, 이 중 회사를 거의 망하게 한 최악의 업데이트/업그레이드도 봤기 때문에 그때의 생각과 경험을 기반으로 내 생각을 몇 자 적어본다.

일단 카카오톡은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때 – 특히 이번과 같이 단순한 버그 픽스나 기능 업데이트가 아닌, 정말 대대적인 변화일 때 – 지켜야 하는 거의 교과서적인 원칙을 간과했던 것 같다. 제품 업데이트를 하는 이유는 고객들에게 더 빠르고, 더 이쁘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회사의 수익성을 위한 업데이트도 있지만 궁극적으론 고객들을 위한 업데이트/업그레이드인 게 맞을 것이다. 그 어떤 회사도 업데이트나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다운그레이드(downgrade)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카카오톡을 과거에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완전 신규 사용자들에겐 업데이트된 카톡의 UI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이들은 그냥 원래 이런가보다 하고 잘 쓸 것이다.

하지만, 카톡은 너무나 오래된, 그것도 한국 국민이 모두 다 사용하는 전 국민 필수앱이다. 이 필수앱에겐 너무나 극단적인 업데이트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어쩌면 더 편리하고, 더 좋아진 UI일 수도 있지만, 기존 사용자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건 너무나 큰 변화이고, 이들에겐 이 새로운 업데이트가 더 좋은 UI가 아니라 너무나 다른 UI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은 전반적으로 변화나 다름을 싫어한다. 눈에 보이는 UI가 달라지면 일단은 마음속에는 긴장과 혼란이 발생하는데, 카카오는 이런 인간의 심리적인 면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제품 개발을 아주 잘하는 노련한 PM들은 이런 극단적인 업데이트 경험을 마치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누군가 벽지를 새로 하고 가구를 재배치한 것에 비교한다. 이 상황에서는 집이 전보다 훨씬 더 멋지고, 밝고, 세련됐다는 생각보단, “누군가 벽지랑 가구를 완전히 바꿨는데, 좀 많이 달리 보이네…”라는 생각을 하고 이건 일단 불안과 혼란을 가져온다.

카카오는 이 업데이트를 강제적으로 일괄 적용하지 않고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UI와 피드를 점진적으로, 그리고 순차적으로 공개하면서 바뀐 UI에 이들이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제공해야 했다. 기존 사용자들에게 앞으로 진행될 업데이트와 완전히 달라지는 UI에 대해서 충분히 시간을 가지면서 알려주고, 업데이트가 적용되기 전에 이들이 새로운 UI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줬어야 한다.

현재 대대적인 서비스 업데이트를 계획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라면 이런 접근방법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단은 기존 사용자들에게 업그레이드에 대해서 알려주고 새로운 기능과 UI를 경험할 수 있는 기간을 줘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충분히 사용해 보고 익숙해졌을 때 스스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

카카오 정도면 이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방식에 대해서 잘 알 텐데, 왜 이 교과서적인 방법을 건너뛰었는진 잘 모르겠다.

이런 업데이트를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회사는 구글이다. 유튜브와 지메일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고, 아직도 이 두 서비스는 계속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를 반복하고 있다. 구글은 대대적인 UI 업데이트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60일~90일 전부터 사용자들에게 변경될 UI를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그동안 새로운 UI와 기능을 사용자들이 직접 사용해 보고 적응할 기간을 충분히 준다. 그 기간에 만약에 새로운 UI가 별로면, 사용자들은 이전 버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옵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카카오톡의 업데이트는 정말 망한 것일까? 이 정신없는 피드를 UI에 적용한 게 많은 사람들이 욕하는 것처럼 역사적인 악수일까? 솔직히, 이건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 나처럼 나이 먹은 분들은 기억할 텐데, 페이스북이 2006년도에 News Feed를 적용했을 때 엄청난 비난과 욕을 먹었다. 유저들이 원하지도 않는 지저분하고 말도 안 되는 UI로 업데이트를 강행했다고 마크 저커버그는 살해 협박까지 받은 거로 알고 있다. 그런데 몇 달 후에 이 UI에 사람들이 익숙해지자 이렇게 획기적이고 편한 UI가 없다는 의견들을 너도나도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너무나 기발한 UI라고 모두 칭찬했고, 다른 소셜 서비스들이 이 피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같은 만행을 2011년도에 또 저질렀다. Timeline(타임라인: 탐라)을 강제 업데이트한 것이다. 나도 탐라가 정말 싫었고 화가 많이 났었는데, 이 또한 몇 주 사용해 보니 너무나 편하고 획기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즉, 카톡의 UI도 충분히 익숙해지고 사용하다 보면 아주 좋은 UI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앞으론 어떻게 될까? 정말로 카톡 사용자들이 카톡을 떠나고 라인, 텔레그램이나 왓츠앱으로 옮겨 탈까? 절대로 그렇게 되진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친구들이 다 카톡에 있으니까 정말로 카톡을 탈퇴하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고, 그동안 사용자들은 새로운 UI에 익숙해지거나, 카카오가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UI로 다시 수정하거나, 최악의 경우 이전 UI로 다시 돌아갈 것으로 생각한다. 카카오에서는 복구하겠다는 발표를 했지만,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의 복구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이게 락인 효과가 너무나 압도적인 제품이 갖는 특권이기도 하다. 어쨌든 카카오톡은 큰 타격은 받지 않을 것이다.

안티들의 말은 무시해라

얼마 전에 요새 큰 고민이 있는 우리 투자사 대표와 이야기를 했다. 사업은 그냥 나쁘지 않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 회사의 제품에 대한 악플과 형편없는 리뷰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었다.

아마도 이런 고민을 하거나, 한 번 정도는 해 본 대표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일반 고객과 실물 시장과의 접점이 훨씬 많은 B2C 서비스 또는 먹고, 입고, 바르는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브랜드/D2C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분이라면 엄청난 악플과 제품 리뷰를 쏟아내는 안티들에게 시달려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분들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조언은 다음과 같다.

우리 회사와 제품에 대한 안 좋은 피드백이 단순 증오성 내용이 아니라, 실제 우리 제품을 자주 사용하는 고객의 애정이 어린 피드백이라면, 그리고 정말로 이분들이 우리 회사와 제품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이런 충고, 리뷰, 피드백은 아주 적극적으로 듣고, 수용하고, 반영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분들이 우리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고, 결국엔 우리 회사가 계속 존재하게 만들어 주는 고마운 찐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분들이 남기는 글이나 영상은 그냥 봐도 회사와 제품에 대한 애정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특별한 논리와 내용도 없이 주구장창 우리 제품과 회사를 욕하는 증오성 피드백이라면 – 그리고 이런 건 그냥 보면 알 수 있다 – 그냥 무시하면 된다. 어차피 이런 사람들은 우리의 팬도 아니고 고객도 아니고 그냥 우리의 안티다. 아마도 우리 제품을 한 번 정도 써봤거나, 아니면 아예 써보지도 않고 그냥 악감정으로 특별한 이유 없이 이런 증오성 악플과 혹평을 하는 것일 텐데 이런 사람들은 우리 회사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인간들이다.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 건 우리의 팬이지, 우리의 안티들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