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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업데이트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는 거의 대국민 재난 사태가 된 것 같다. 다행히 나는 자동 업데이트가 비활성화되어 있어서 아직 이전 버전의 UI를 사용하고 있는데, 바뀐 버전을 보니 정말 불편하고 짜증 낼 만한 것 같다. 나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은 아니라서 카카오에서 어떤 생각과 목적으로 이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동안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의 업데이트를 봤고, 이 중 회사를 거의 망하게 한 최악의 업데이트/업그레이드도 봤기 때문에 그때의 생각과 경험을 기반으로 내 생각을 몇 자 적어본다.

일단 카카오톡은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때 – 특히 이번과 같이 단순한 버그 픽스나 기능 업데이트가 아닌, 정말 대대적인 변화일 때 – 지켜야 하는 거의 교과서적인 원칙을 간과했던 것 같다. 제품 업데이트를 하는 이유는 고객들에게 더 빠르고, 더 이쁘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회사의 수익성을 위한 업데이트도 있지만 궁극적으론 고객들을 위한 업데이트/업그레이드인 게 맞을 것이다. 그 어떤 회사도 업데이트나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다운그레이드(downgrade)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카카오톡을 과거에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완전 신규 사용자들에겐 업데이트된 카톡의 UI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이들은 그냥 원래 이런가보다 하고 잘 쓸 것이다.

하지만, 카톡은 너무나 오래된, 그것도 한국 국민이 모두 다 사용하는 전 국민 필수앱이다. 이 필수앱에겐 너무나 극단적인 업데이트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어쩌면 더 편리하고, 더 좋아진 UI일 수도 있지만, 기존 사용자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건 너무나 큰 변화이고, 이들에겐 이 새로운 업데이트가 더 좋은 UI가 아니라 너무나 다른 UI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은 전반적으로 변화나 다름을 싫어한다. 눈에 보이는 UI가 달라지면 일단은 마음속에는 긴장과 혼란이 발생하는데, 카카오는 이런 인간의 심리적인 면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제품 개발을 아주 잘하는 노련한 PM들은 이런 극단적인 업데이트 경험을 마치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누군가 벽지를 새로 하고 가구를 재배치한 것에 비교한다. 이 상황에서는 집이 전보다 훨씬 더 멋지고, 밝고, 세련됐다는 생각보단, “누군가 벽지랑 가구를 완전히 바꿨는데, 좀 많이 달리 보이네…”라는 생각을 하고 이건 일단 불안과 혼란을 가져온다.

카카오는 이 업데이트를 강제적으로 일괄 적용하지 않고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UI와 피드를 점진적으로, 그리고 순차적으로 공개하면서 바뀐 UI에 이들이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제공해야 했다. 기존 사용자들에게 앞으로 진행될 업데이트와 완전히 달라지는 UI에 대해서 충분히 시간을 가지면서 알려주고, 업데이트가 적용되기 전에 이들이 새로운 UI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줬어야 한다.

현재 대대적인 서비스 업데이트를 계획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라면 이런 접근방법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단은 기존 사용자들에게 업그레이드에 대해서 알려주고 새로운 기능과 UI를 경험할 수 있는 기간을 줘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충분히 사용해 보고 익숙해졌을 때 스스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

카카오 정도면 이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방식에 대해서 잘 알 텐데, 왜 이 교과서적인 방법을 건너뛰었는진 잘 모르겠다.

이런 업데이트를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회사는 구글이다. 유튜브와 지메일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고, 아직도 이 두 서비스는 계속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를 반복하고 있다. 구글은 대대적인 UI 업데이트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60일~90일 전부터 사용자들에게 변경될 UI를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그동안 새로운 UI와 기능을 사용자들이 직접 사용해 보고 적응할 기간을 충분히 준다. 그 기간에 만약에 새로운 UI가 별로면, 사용자들은 이전 버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옵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카카오톡의 업데이트는 정말 망한 것일까? 이 정신없는 피드를 UI에 적용한 게 많은 사람들이 욕하는 것처럼 역사적인 악수일까? 솔직히, 이건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 나처럼 나이 먹은 분들은 기억할 텐데, 페이스북이 2006년도에 News Feed를 적용했을 때 엄청난 비난과 욕을 먹었다. 유저들이 원하지도 않는 지저분하고 말도 안 되는 UI로 업데이트를 강행했다고 마크 저커버그는 살해 협박까지 받은 거로 알고 있다. 그런데 몇 달 후에 이 UI에 사람들이 익숙해지자 이렇게 획기적이고 편한 UI가 없다는 의견들을 너도나도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너무나 기발한 UI라고 모두 칭찬했고, 다른 소셜 서비스들이 이 피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같은 만행을 2011년도에 또 저질렀다. Timeline(타임라인: 탐라)을 강제 업데이트한 것이다. 나도 탐라가 정말 싫었고 화가 많이 났었는데, 이 또한 몇 주 사용해 보니 너무나 편하고 획기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즉, 카톡의 UI도 충분히 익숙해지고 사용하다 보면 아주 좋은 UI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앞으론 어떻게 될까? 정말로 카톡 사용자들이 카톡을 떠나고 라인, 텔레그램이나 왓츠앱으로 옮겨 탈까? 절대로 그렇게 되진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친구들이 다 카톡에 있으니까 정말로 카톡을 탈퇴하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고, 그동안 사용자들은 새로운 UI에 익숙해지거나, 카카오가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UI로 다시 수정하거나, 최악의 경우 이전 UI로 다시 돌아갈 것으로 생각한다. 카카오에서는 복구하겠다는 발표를 했지만,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의 복구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이게 락인 효과가 너무나 압도적인 제품이 갖는 특권이기도 하다. 어쨌든 카카오톡은 큰 타격은 받지 않을 것이다.

누구를 위한 법이고,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 콘택트렌즈 사업을 하는 옵틱라이프라는 곳이 있다. 이 회사는 본인들이 직접 콘택트렌즈를 제조하고, 다른 회사의 제품 또한 유통하고 있는데, 한국은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서, 옵틱라이프에서 고객이 원하는 렌즈에 대한 결제를 하고, 실제 픽업은 전국 가맹점 중 하나에서 한다. 가맹 안경점은 특별한 회비나 수수료는 내지 않고, 옵틱라이프가 구매 건당 이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한다.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가 불법인 이유는 렌즈가 각막에 직접 접촉하는 의료기기로 분류되어서, 잘 못 사용 시 시력 저하나 감염 등의 위험이 있으므로 대면 판매를 통해 사용법 안내와 건강 상태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규제의 취지는 잘 이해하지만, 국민 건강을 너무 과하게 강조하는 반면, 소비자의 편의성과 선택권은 너무 과하게 무시한다는 점에서는 반드시 바뀌어야 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보다 더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이 법은 국민들의 건강보단, 대한안경사협회라는 특정 단체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안경사협회 회원 5만여 명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걸 보면, 내 생각이 맞는 것 같다.

어쨌든, 이런 법이 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더 좋고, 더 다양하고, 더 저렴한 콘택트렌즈를 중간상인 없이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려고 하는 스타트업들은 위에서 설명했던, 가맹점에서 렌즈를 픽업하는 복잡한 사업을 하고 있다. 실은, 이 모델을 좋아하는 안경사들도 상당히 많다. 안 그래도 오프라인 안경사의 트래픽과 매출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데, 픽업 서비스를 통해서 수수료 매출이 발생하기도 하고, 렌즈를 픽업하기 위해서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안경이나 다른 제품들을 구매할 확률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추가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이런 모델은 서로에게 유익한, 상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 안경사협회가 렌즈 픽업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 몇 곳을 의료기사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여기에다 안경사협회 회원사 중 픽업 네트워크에 가맹한 안경원에 내용증명도 보내고, 계속 이 네트워크에 가입해 있으면 안경사 면허정지까지 실시하기로 했다고 한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안경사협회는 국민 눈 건강을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이들은 국민 눈 건강 걱정은 별로 안 한다. 그런 사람들이 안경원을 방문할 때마다 더 저렴하고 좋은 제품도 있는데, 무조건 비싼 제품을 불투명한 가격에 판매할 리가 없다. 이들은 국민 눈 건강 때문이 아니라, 쿠팡이 이마트 같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무력화했듯이, 새파란 스타트업에 잠식돼 이들의 렌즈 보관함으로 전락하는 걸 훨씬 더 우려한다. 즉, 오랫동안 스스로 노력도 안 하고, 변화하지 않아도 아주 단단했던 철밥그릇을 빼앗길까 봐 이런 싸움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옵틱라이프와 같은 스타트업이 아니라. 바로 콘택트렌즈가 필요한 국민들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선택하고, 안경원에서 픽업한 렌즈를 착용해서 각막이 손실되거나 눈 건강을 잃었다는 소비자는 거의 없는 것 같은데, 국민 눈 건강을 운운하면서 이런 서비스들을 다 막아버리면, 결국엔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안경원에서 한정된 종류의 제품을 훨씬 더 비싼 가격에 구매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이건 안경사협회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는데, 이런 건 이분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

전에 타다에 대한 글을 내가 꽤 많이 썼는데, 그때와 비슷한 생각이 든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이고,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잘 모르겠다. 이 산업을 자세히 보면, 한국에서 온라인 안경/콘택트렌즈 유니콘이 아직 안 나온 가장 큰 이유는 이런 규제 때문인 것 같은데, 이들도 세월의 흐름을 평생 막을 순 없을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이나 규제는 다수의 국민과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한 방향으로 수정될 것이고, 결국 법이 바뀌면, 기존 안경사들은 많이 망할 것이다.

전 세계 그 어떤 나라에서도, 회사나 단체의 해자가 규제라면, 그리고 규제가 그 유일한 진입장벽이라면, 이런 조직들은 오래가지 못하고, 규제가 없어지는 그 순간에 단숨에 쓰러진다. 내가 이들이었다면, 소송에 시간과 에너지 낭비하지 말고, 그냥 자신의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걸겠다. 왜냐하면, 소송에 이기든 지든 결국 세상은 바뀔 것이다.

AI가 아니라 사업이다

나는 1999년도에 스탠포드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실리콘밸리에 처음 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이었지만, 이 동네는 한국과는 아주 다르고, 심지어 미국의 다른 지역과도 많이 다르다는 걸 당시에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창업가나 VC 네트워크가 전혀 없었지만, 벤처 관련 수업을 몇 개 들으면서, 스타트업과 entrepreneurship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고, 팀을 만들어 사업계획서도 만들어 보고, 이 동네의 네트워킹 행사에도 다니면서 다양한 사업계획서를 봤고, 이보다 더 다양한 창업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우습지만, 그땐 10명 중 9명의 창업가가 어떤 사업을 하냐고 물어보면, “인터넷 기반의” 사업을 하고 있고, 앞으로 세상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답변했다. 사업 계획서 10개 중 9개의 표지에는 “인터넷 기반의 혁신적 xxx”라는 설명이 있었고, 더 재미있는 건, 이런 피칭을 듣거나, 사업계획서를 보면 대부분 투자자들이 “와, 인터넷 기반이라고? 대박인데”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어떤 사업인지 보단, 인터넷 기반이라는 점이 이들에겐 훨씬 더 중요했다.

블록체인이 한창 유행할 때도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사업을 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블록체인 기반의” 혁신적인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우린 다릅니다. 왜냐하면 이건 블록체인 기반이기 때문이죠.”라는 MSG를 항상 너무 많이 쳤고, 이들을 대하는 투자자들도 블록체인이라는 단어에 홀린 듯이 반응했다.

블록체인은 반짝하다가 메인스트림으로 진입하는 데 실패했지만, 인터넷 기반의 사업은 이제 사업의 기본이 됐다. 모든 사업은 인터넷 위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이제 그 누구도 “인터넷 기반의”라는 말을 안 한다. 그냥 모든 게 인터넷 기반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기반의 혁신적 사업”에 투자했던 VC 중,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가장 많은 돈을 벌었던 투자자들은 누구였을까? 바로 “인터넷 기반”이라는 말에 집착하지 않고, 그 인터넷 기반의 “사업”에 집중했던 사람들이다. 중요한 건, 어떤 사업이고,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고, 돈을 정말 벌 수 있는 사업인지를 판단하고, 그 사업 모델이 인터넷을 만나면 얼마큼 더 커질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인터넷 기반이라는 말에 현혹돼서 어떤 사업인진 제대로 파악도 안 하고 그냥 투자한 사람들은 대부분 크게 망했다.

블록체인 기반의 사업들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아직 살아있거나, 잘되고 있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모델이 탄탄한 곳들이다. 블록체인 기반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사업인지가 훨씬 더 중요하고, “블록체인 기반”보단 “사업”을 보고 투자한 VC들의 성적이 훨씬 더 좋다.

요새 나는 이 현상이 AI와 함께 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걸 매일 느끼고 있다. 너무 많은 창업가들이 “AI 기반의” 사업을 하고 있고, 대부분의 회사 소개는 “우린 AI 기반의 xxx입니다. 이게 곧 미래이고, 우린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로 시작한다. 그리고 여전히 너무 많은 VC들이 어떤 사업인지, 어떻게 돈을 버는지, 그리고 이게 말이 되는 사업인지를 파악하기보단, “AI” 그 자체에 더 많은 무게를 싣고 있다. 앞으로 2년 후면, 도입의 수준은 다르겠지만, 모든 사업은 AI를 활용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그 누구도 사업을 설명할 때 “AI 기반의 xxx”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 기반, AI 기반은 그냥 기본이 될 것이다.

세월이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인터넷 기반의 사업, 블록체인 기반의 사업, AI 기반의 사업, 모두 인터넷, 블록체인, AI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업”이 중요한 거다. 유행어에 현혹되지 말고,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자. 이건 창업가, 투자자, 모두에게 해당한다.

디지털 결제의 부상

10년마다 오는 큰 tech 물결을 잘 예측하고, 기회의 파도의 고점을 잘 타이밍 하면, 엄청나게 큰 사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과거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1960년대에 반도체의 미래를 보고 인텔이라는 회사가 만들어졌고, 이 반도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면서 1970년대에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과 같은 회사들이 personal computer 시장을 만들면서 엄청난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이후에 10년마다 아주 큰 기술의 물결이 출렁거렸는데, 1980년대 인터넷의 탄생, 1990년대 메인스트림 인터넷 서비스의 등장(구글, 아마존 등), 그리고 데스크탑에서 모바일로의 패러다임 변화 등이 이런 큰 물결이다. 중간 중간에 다양한 회사들이 등장했고, 이 중 성공한 곳들이 많지만, 정말 대박급으로 성공한 회사들은 모두 다 “앞으로 10년 동안 어떤 기술의 물결이 올까?”를 예측하고 여기에 베팅한 곳들이라고 난 생각한다.

앞으로 10년은 어떤 테마가 거대한 유니콘들을 탄생시킬까? 이미 이 테마는 AI로 정해진 것 같다. 이렇게 많은 돈이 짧은 시간 동안 한 테마에 투입되는 걸 우리가 과거에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요새 AI 분야에 큰 투자와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분명히 AI 분야에서 엄청난 혁신이 일어날 것이고, 이 혁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회사들이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 갈 것이다.

여기에 나는 디지털 결제라는 테마를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과거 10년 동안 세상의 모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사람을 닮은 로봇이 등장하고, 사람 없이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하늘을 날기도 하는데, 이런 변화 속에서 유독 돈이 움직이는 방법과 기술엔 큰 발전이 없었다. 아니, 디지털 결제는 오히려 여러 가지 면에서 후퇴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돈이 국경을 넘어가는 과정과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을 보면, 우린 삶의 구석구석에 internet of everything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지만, 유독 internet of money는 구현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합법적으로 열심히 번 돈을 사용하거나, 투자하거나, 또는 다른 사람에게 보낼 때, 우린 기술이 덜 발달했고, 인터넷이 없던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규제를 극복해야 하고, 오히려 그때보다 더 복잡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 생활에서 많은 규제가 완화되고,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중개인들이 줄었는데, 오히려 돈이 움직이는 프로세스를 보면 규제는 더 많아졌고, 아직도 불필요한 중개인들이 하는 것도 없이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돈세탁 방지와 고객확인제도는 디지털화가 아니라 오히려 더 아날로그화되어 가고 있다.

이걸 내가 전혀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돈은 정말 중요하고, 이 중요한 돈이 이동하면 – 특히, 국경을 넘으면 – 여러 가지를 신경 써야 한다. 통화는 나라마다 다르고, 그 통화를 지배하는 법과 규제는 가는 곳마다 다르므로,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구멍이 가장 많은 게 금융 쪽이다. 금융 범죄자들은 더 똑똑해지고, 악랄해지고, 대범해져서,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금융 범죄가 계속 등장하고, 이런 범죄를 막아야 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오히려 더 많은 범죄를, 더 지능적으로 만드는데 악용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 정부 당국은 새로운 범죄를 차단하고 예방하기 위해서 더욱더 빡빡하고 엄격한 법과 규제를 만들 것이고, 이 과정을 거치면서 디지털 결제는 더욱더 아날로그화되면서 기술로부터 멀어질 것이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 자산이라고 확신한다. 지난 10년 동안 internet of money와 digital network of money를 만들기 위해 이 분야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노력을 많이 했는데, 솔직히 매번 규제에 부딪히거나, 인간의 탐욕에 스스로 굴복했다. 하지만, 10년 동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기술은 발전했고, 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변했다는 걸 요샌 체감한다. 특히, 이번에 다 바뀐, 미국 SEC에서 디지털 자산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시장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서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법과 규제를 잘 만들면, 이게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표준이 되지 않을까,,,개인적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사기꾼들은 많고, 이 분야에서 일어나면 안 될 사기가 너무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잘 모르는 분들은 코인 생각을 할 것인데 절대로 내가 밈코인이나 잡코인을 옹호하는 건 아니다. 나는 오히려 이젠 변동성의 리스크가 어느 정도 제거된 스테이블코인과 이 자산의 움직임과 투명성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면서 좋은 디지털 결제 제품을 개발하는 창업가들이 앞으로 10년 동안 엄청난 사업을 만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더 좋은 브라우저를 찾아서

나는 1995년도에 Netscape라는 브라우저를 통해서 메인스트림 인터넷에 입문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넷스케이프에 대해서 들어봤거나 읽어봤지만, 실제로 사용해 보진 않은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VC 앤드리슨호로위츠(a16z)의 공동창업자이자 파트너인 마크 앤드리슨이 대학생 때 만든 그 브라우저이다.

당시에 우리 집에는 인터넷 통신만을 위한 전용 전화선이 있었는데 – 이걸 허락해 주신 우리 부모님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 천리안을 통해서 전화로 모뎀 접속을 하고, 넷스케이프를 통해서 방문했던 다양한 사이트들은 나에겐 정말 신세계였다. 정확하게 기억하는데, 내가 넷스케이프로 가장 먼저 접속했던 사이트가 루브르 박물관이었고, 두 번째로 접속했던 사이트가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였다. 한 페이지가 뜨는 데 시간이 꽤 걸렸지만, 그 당시엔 정말 너무너무 신기했고, 앞으로 이 World Wide Web이 어떻게 발전할지 나름대로 머릿속에 그림을 그렸지만, 이렇게 전 세계를 돌아가게 하는 중요하고 촘촘한 거미줄(web)이 될 진 상상도 못 했다.

인터넷 브라우저는 이제 없으면 안 되는 중요한 제품이 됐고,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나에겐 세상을 바꾼 가장 혁신적인 제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넷스케이프가 한동안 독점적인 위치에 있었지만, 이후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출시하면서 시장을 가져갔고, 구글이 크롬을 만들면서 브라우저 시장에서도 전쟁이 일어났다. 현재 브라우저 시장은 구글의 크롬이 65%, 애플의 사파리가 18%,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Edge가 5%를 점유하고 있다. 거대한 공룡들이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아마도 앞으로도 이 헤게모니를 무너뜨리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시장이라는 건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이 시장에는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 대기업들이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이 와중에 파이어폭스나 Brave 같은 브라우저도 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 투자사 미러도 현재 이 시장의 일부를 가져가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빙글의 테크니컬 리드였고, 캐치패션의 CTO 였던 미러의 공동창업자 이상현 대표님이 새로운 브라우저를 만들겠다고 우리랑 미팅했을 때, 거의 미션 임파서블이라서 아마도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또 다른 각도에서 “그런데 만약에 할 수 있다면? 그리고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미러를 사용하게 된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보니까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한국의 스타트업이 새로운 브라우저를 만들 수 없는 이유가 백만 가지였지만, 어쩌면 이 팀이라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단 한 가지 이유를 우린 찾아서 투자했다.

미러는 사용자들의 정리를 도와주는 브라우저다. 셀프오거나이징(self-organizing) 기능이라고 하는데, 사용자의 웹 브라우징 활동을 자동으로 정리하고 구조화해 준다. 작업용 브라우저를 보면 열기만 하고 절대로 닫지 않아서, 끝없이 늘어나는 탭 때문에 현대 사회의 지식 근로자들은 꽤 고통을 받고 있을 것이다. 이 문제점을 미러는 시중에 나와 있는 기존 제품보다 더 안전하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준다.

미러가 과연 30년 동안 변화가 없던 브라우저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흠집을 낼 수 있을까? 꼭 그럴 수 있길 바란다. 잘 만들면 브라우저만큼 글로벌 임팩트가 큰 소프트웨어도 없다고 생각하고, 한국 스타트업에서 만든 브라우저를 전 세계 사람들이 사용한다는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현재는 맥버전만 제공된다. 이 링크를 통해서 사용하면 첫 달은 무료로 사용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