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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실종과 초버티칼화 현상

김난도 교수가 요새 “평균 실종”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단순한 개념은 아니지만, 그냥 단순하게 설명해보면 이젠 사람들의 취향이 너무 다르고 세분화 돼서 평균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점점 빛바래지고 있다는 뜻이다. 평균, 기준, 그리고 통상적인 것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고 앞으로 평균 실종은 더욱더 가속화될 것인데, 이런 현상은 우리가 만나는 창업가들과 검토하는 사업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이런 것도 사업이 돼요?”라고 물어볼 정도로 작아 보이는 틈새시장에서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을 검토하면서, 이 시장과 제품을 조금 더 깊게 보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시장이 은근히 커서 한번 놀라고, 은근히 크지만 그렇게까지 크진 않은데, 나름대로 충성 고객들이 있어서 의미 있는 규모의 사업을 만들 수 있다는데 두 번 놀란다.

실은 VC들이 자주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시장의 규모인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앞으로 평균이 더욱더 빠르게 실종될 것이고, 이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시장의 규모는 덜 중요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조 단위의 유니콘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선 시장의 규모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비즈니스가 유니콘이 될 필요는 없고, 모든 VC가 유니콘 스타트업에만 투자하는 건 아니다.(물론, 그렇게 하고 싶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는 VC의 투자 전략에 따라서 상이할 수도 있는데, 우리같이 초기에 투자하면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낮고, 이 단계에 투자하면 향 후 유니콘 엑싯이 아니고 적당한 가치에 엑싯을 하더라도 펀드가 달성하고자 하는 수익은 실현할 수 있다. 시장이 세분화되고 초버티칼화 되면서 과거에는 너무 작다고 생각했던 비즈니스들이 의미 있는 규모로 성장해서 앞으로는 1,000억 원 대의 좋은 비즈니스들이 더 많이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현상을 조금 더 자세히 보면, 개개인의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하나의 큰 버티칼이 여러 개의 작은 초버티칼로 쪼개지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하나의 큰 버티칼이 거대한 평균인데, 이 거대한 평균이 작아지면서 실종된 부분들이 과거에는 규모가 나오지 않던 작은 버티칼로 가고 있다. 존재하는 건 알았지만, 너무 니치하고 극단적이었던 덕후 시장이 이젠 어느 정도의 규모가 되는 준메인스트림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현상이 이를 잘 반영해준다.

우리 투자사 중 게코 도마뱀을 키우는 유저를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는 곳이 있는데, 내가 몰랐지만, 생각보다 큰 이 시장 또한 이런 취향의 세분화와 초버티칼화 현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반려동물이라고 하면 전에는 개만 생각했는데, 이게 고양이로 세분화되고, 이젠 도마뱀, 앵무새, 뱀 등으로 계속 세분화 되고 있다. 과거에는 누군가 “저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요”라고 하면 그냥 당연히 개를 키우는 거로 생각했는데, 이젠 “어떤 종류의 반려동물이요?”라고 물어봐야 한다. 평균이 실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각의 버티칼이 아주 작게 시작했지만, 어떤 건 엄청나게 큰 시장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우린 자주 목격한다. 대부분의 컬렉티블 시장에서도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투자자나 창업가는 이런 변화를 잘 파악해야 한다. 어떤 시장에 대해서 알아볼 때, 지금은 너무 니치한 시장이라서 이 서비스를 사용할 유저가 한정되어 있지만, 과연 앞으로도 작은 초버티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규모가 점점 커져서 꽤 의미 있는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점점 더 평균이 실종되고 있는 현상을 곱씹어 보면, 어쩌면 이 니치한 시장이 그렇게 니치한 시장이 아닐 수도 있고, 이 초버티칼이 계속 성장하면 역으로 평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규모가 나오는 버티칼이라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규모가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초버티칼이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초버티칼이 버티칼이 될 수 있고, 이 버티칼이 수평적(=horizontal)으로 확장해서 거대한 평균의 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짧은 기회의 창

창업가들이 투자자와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받는 단골 질문 중 하나가 바로 “네이버가 이거 하면 어떻게 되나요?” , “카카오도 비슷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하던데요?” , “구글이 똑같은 제품을 만들면 우린 그냥 망하는 게 아닌가요?”와 같은 대형 경쟁사들과 관련된 질문이다. 실은, 당연히 누구나 다 물어볼 수 있는 뻔한 질문이고, 이에 대한 정답은 없다. 실은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은 뭔가 정답을 원하는 게 아니라, 창업가들이 그래도 대기업이나 경쟁사들에 대해서 고민을 해봤는지, 대형 경쟁사에 대해서 어떤 논리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이런 걸 물어볼 확률이 더 높다.

그런데 요새 내가 느끼는, 창업가들이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경쟁은, 대기업에서 우릴 따라 하는 게 아니라, 대기업이나 큰 스타트업에서 일을 잘하는 분들이 나와서 우리와 비슷한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것이다. 당근마켓, 쿠팡, 배민, 마켓컬리 같은 회사에서 엄청난 성장을 경험했고, 본인들이 직접 그 성장에 기여를 했고, 이런 경험을 기반으로 퇴사해서 우리랑 경쟁하는 제품을 만들면, 그땐 우린 어떻게 할 것인가? 참고로, 우리 투자사 당근마켓 초기 멤버들은 카카오에서 로컬/동네 관련 서비스를 만들었던 분들이고, 우리 투자사 세탁특공대의 경쟁사인 런드리고의 초기 멤버분들도 배달의민족 출신이라서 비대면 이커머스와 물류에 대한 경험이 많은 분들이다.

이렇게 이미 엄청난 경험을 했고, 그리고 이미 시장에 출시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철저히 벤치마킹한 후에,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좋은 경쟁 제품을 이분들이 만드는 게, 그냥 일반 대기업이 우리 제품을 카피하는 것 보단 훨씬 더 무서운 상황과 결과를 야기한다.

나는 우리 투자사가 기존 플레이어를 카피해서 창업한 공격적인 사례도 경험해봤고, 반대로 다른 경쟁사들이 우리 투자사를 카피해서 창업한 방어적인 사례도 경험해봤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는 그때마다 다르지만, 일단, 위에서 말한 대로 빨리 성장한 스타트업에서 엄청난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무기로, 시장은 크지만, 아직 시장의 그렇다 할 선두 주자가 없거나, 또는 선두 주자가 있지만, 본인들이 봤을 때 잘 못 하고 있을 때, 이들이 경쟁제품을 만든다고 해서 기존 플레이어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 보면 쉬워 보이지만, 막상 직접 해보면, 이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기존 플레이어는 이미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경험을 많이 해서, 이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상당히 무서운 진입장벽을 이미 만들었기 때문이다(다만, 직접 해보기 전까진 잘 모른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회사에서 엄청난 성장을 경험했다고 해서 창업하고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실은, 내가 경험한 건 항상 그 반대였다. 하지만, 이들이 갖는 큰 장점은, 이런 성장 경험은 주로 VC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더 좋은 조건에 더 큰 펀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렇게 펀딩을 잘 받아서 돈이 많으면, 더 좋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고, 아주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계속 실험하다 보면, 결국엔 더 좋은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여기에다 선발 주자가 이미 한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후발 주자의 특권이 적용되면, 엄청난 제품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펀딩 -> 채용 -> 삽질 -> 또 삽질 -> 펀딩 -> 채용 -> 더 많은 삽질 x 10 -> 엄청난 제품의 탄생, 이런 주기는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는데, 이 시간이 선발주자의 기회의 창이 될 수 있다. 후발주자가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선발 주자는 이 기회의 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미친 듯이 제품을 잘 만들고, 미친 듯이 성장하고, 미친 듯이 전진해야 한다. 이걸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경쟁사들이 더 많은 펀딩을 받고, 더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걸 넋을 놓고 보고만 있다가는, 이런 기회의 창이 닫히면서 완전히 도태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회의 창을 잘 활용하면서 경쟁할 수 있다면, 시장 자체를 같이 키울 수 있고, 결국엔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엄청난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나는 많이 봤다.

준비되지 않은 마케팅

나는 아직도 최고의 제품이 최고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걸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과거에는 마케팅에 돈을 쓰는 게 정말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요샌 이 정도로 극단적이진 않고, 그래도 어느 정도의 마케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유료 마케팅의 기본은 준비된 제품이다. 준비되지 않은 제품을 기반으로 유료 마케팅을 하는 건 여전히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이 블로그를 통해서도 몇 번 공유한 적이 있는데, 나도 준비되지 않은 제품으로 유료 마케팅을 시도했다가 큰 배움을 얻은 경험이 있다. 뮤직쉐이크 시절, 2008년 당시에 가장 잘나가는 유튜버였던 Kevjumba에게 꽤 많은 돈을 주고 뮤직쉐이크가 들어간 광고성 동영상을 하나 만들었다 (1:43에 뮤직쉐이크가 잠깐 나오고, 백그라운드뮤직도 뮤직쉐이크로 만든 곡이다). 워낙 인기가 많았던 친구라서 역시 영상이 업로딩 된 후에 엄청나게 많이 조회됐고 – 참고로, 당시엔 10만 번 이상만 조회돼도 엄청난 조회수였다 – 이를 통해서 뮤직쉐이크로 유입된 트래픽은 역대급이었다. 구글 애널리틱스를 보면 그날 갑자기 웹사이트 트래픽이 수직으로 상승했는데, 말로만 들었던 J 커브를 그때 경험했다.

이 J 커브가 나에게 일어나는걸 직접 경험해보니, 정말로 환상적이었는데, 아쉽게도 그 약발은 며칠 못 갔다. 한 사흘 후에는 놀랍고 신기하게도 트래픽이 J 커브가 시작하기 전으로 돌아왔다. 물론, 트래픽이 일시적인 마케팅으로 증가하면, 언젠가는 약발이 떨어지고, 그 이후엔 다시 감소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래도 J 커브가 시작하기 전보단 조금이라도 더 늘어야 했는데, 이 경우에는 조금 더 늘어난 것도 아니고, 그냥 그 이전 수치로 그대로 돌아온 것이다.

상당히 실망스럽고, 당시 우리에겐 부담스러운 비용을 내면서 했던 야심 찬 마케팅이었는데,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원인을 파악해보니, 결국엔 우리 제품이 아직 준비가 덜 됐던 것이었다. 이 동영상을 통해서 대중이 뮤직쉐이크를 발견했고, 여기까진 너무 좋았지만, 사용성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완벽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들이 다시 이탈했고, 결국엔 야심 차게 준비한 유료 마케팅은 기대했던 결과를 전혀 만들지 못했다.

우리 모두 사용자로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기발한 광고를 보고 내가 모르던 제품을 알게 됐고, 기대를 갖고 제품을 설치하고 사용해봤는데, 기대 이하여서 그냥 다시 서비스를 탈퇴하거나 앱을 지웠던 경험이 한 두 번은 있을 것이다. 결국엔 준비되지 않은 제품의 문제이다.

돈을 써서 마케팅하면 사용자와 트래픽은 무조건 상승하고, 돈의 단위에 따라서 상승의 기울기가 거의 1대 1로 비례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트래픽이 그 이후에 얼마큼 유지되느냐인데, 마케팅이 종료되면 트래픽이 어느 정도 떨어지지만, 준비된 제품이라면 마케팅 전 대비 마케팅 후의 트래픽과 사용자 수는 상당히 증가했을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제품이라면 마케팅 전과 마케팅 후의 트래픽과 사용자 수는 동일할 것이다. 결국엔 돈만 날린 것이다.

마케팅 전과 마케팅 후의 트래픽이 동일하다면, 제품이 준비가 안 된 거라서 제품 개발을 더 잘해야 한다. 결론은, 아무리 기발한 마케팅을 해도, 역시 허접한 제품으로는 그 무엇을 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

오늘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몇 자 적어 본다.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리지만, 결국엔 우리 회사가 돈을 어떻게 벌지에 대한 주제이자, 생존에 대한 주제이다. 초기 스타트업이 안 망하고 계속 사업을 할 수 있게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하나가 외부 투자를 받는 인위적인 방법이고, 또 하나는 내가 직접 돈을 벌어서 회사에 자금을 조달하는 유기적인 방법이다. 당연히 후자의 방법이 가장 좋지만, 무에서 시작하는 회사가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로 외부에서 자금을 투자 받아야 하는데, 되도록 외부 자금을 사용하는 기간을 최소화하면서 내부에서 돈을 버는 시점을 앞당기면 좋다. 물론, 돈 보다는 성장이 중요한 특정 산업이나 서비스도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돈을 벌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분석도 어떻게 보냐에 따라서 너무나 다양하게 할 수 있는데, 오늘은 B2B랑 B2C의 측면에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일단 대부분의 B2B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매우 간단한데, 이 간담 명료함이 B2B 사업의 매력이다. B2B 스타트업은 핵심 제품을 기업고객에게 판매하고, 오롯이 이 제품을 사용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매우 간단하고 정직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물론, 여기서 여러 가지 다른 돈 버는 모델이 나올 수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우리가 만드는 제품에서 파생되는 모델이다. 유지보수, 특정 기능 추가, 특정 프로세스를 반영하는 커스터마이징, 제품을 도입하기 위한 컨설팅 매출 등이 그런 파생 비즈니스 모델이다. 기업 고객을 위한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걸리고, 만든 후에도 영업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일단 한 번 팔기 시작하면 꾸준한 매출이 발생하고, 이 시점부턴 우리가 만든 제품으로 돈을 벌어서 회사에 자금을 조달할 수가 있다.

B2C 사업도 B2B와 같이 스타트업이 만드는 핵심 제품을 일반 사용자에게 판매하고, 이 제품을 사용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 모델이 있다. 사진 필터 앱, 캘린더 앱, 명상 앱 등 너무나 많은 앱들이 주로 프리미엄(freemium) 모델을 통해서 기본적으로 공짜이지만, 더 많은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돈을 내야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서 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B2C 앱은 일반 소비자에게 과금을 하므로, 많은 사용료를 받진 못한다. $0.99, $1.99, 많아 봤자 $14.99 정도를 과금하고 있는데, 이런 비즈니스 모델로는 엄청나게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지 않으면 스타트업에 충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만큼의 매출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B2C 스타트업이 핵심 제품으로 돈을 벌기보단, 이를 통해서 얻은 트래픽, 그리고 트래픽을 통해서 얻은 고객의 데이터를 활용해서 본격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 우리가 매일 수십, 수백 번씩 사용하는 카카오톡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카카오의 첫 번째자, 아직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본 제품은 메신저인 카카오톡인데, 카카오톡은 유료 서비스가 아니다. 누구나 다 무료로 카카오톡을 통해서 친구, 동료, 그리고 지인과 대화할 수 있다. 카카오는 핵심 제품인 카카오톡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카톡을 통해서 얻은 트래픽과 고객의 데이터를 활용해서 다양한 수익원을 만들고, 이를 통해서 엄청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 네이버도 비슷하다. 네이버의 핵심 제품은 검색엔진인데, 검색엔진은 무료다. 네이버는 메인 제품을 통해서 얻은 트래픽과 데이터를 활용해서 검색광고라는 엄청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그럼 B2B 사업같이 핵심 제품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이 되는 게 더 바람직할까, 아니면 많은 B2C 사업같이 핵심 제품 자체가 아닌, 이를 활용한 다양한 부수적인 제품이 비즈니스 모델이 되는 게 바람직한 건가?

그건 나도 잘 모르겠고, 상황에 따라서 다르다. 하지만, 핵심 제품 기반이든 부수적인 제품 기반이든, 언젠가는 외부 자본의 유입 없이 자체적으로 돈을 벌어서 회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견고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는 건 모든 스타트업이 풀어야 하는 지상과제이다. 결국엔, 이게 안 되면 계속 힘들게 외부 투자만 받다가 그냥 망하는 것이다.

MVP 출시의 고통

요새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는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이 몇 분 있다. 회사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성장한 후에, 이 회사를 더 좋은 회사로 만들기 위해서 어떤 작업을 하고, 어떤 사람을 채용하고, 어떤 성장 전략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조언을 주는 건 내가 잘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회사가 다르기 때문에 항상 힘들지만, 지금 아무것도 없는 초기 스타트업이 소위 말하는 product/market fit을 찾는 걸 도와주고 조언해주는 것도 만만치 않게 힘든 일이다.

얼마 전에 이 중 한 분과 이야기하다가 MVP(Minimum Viable Product)에 대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는데, 초기 스타트업과 만나다 보면 MVP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항상 등장한다. MVP의 기본정의는 대략 다음과 같다.

MVP는 출시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능만 제공한다. 보통 얼리어답터와 같은 소수 잠재 고객에게 먼저 공유를 한다. 이런 고객이 불완전한 제품의 가능성을 잘 파악하고 생산적인 의견을 주기 때문이다. MVP의 기본이 되는 사상은 고객을 발견하고 고객의 애로사항을 파악하는 것이다. 빨리 제품을 시장에 내면 고객 성향을 빨리 배울 수 있다. 그래서 창업자가는 고객이 관심 없는 기능엔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고객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제품을 빠르게 내야 한다. 그래야 남들보다 빠르게 배울 수 있다.
-출처: ‘스타트업 바이블 2‘ 23계명 – 빨리 똑소리 나는 MVP를 만들라

제품을 매일 매일 만들고, 이 제품을 시장에서 마케팅하면서 product/market fit을 찾기 위해 밤새워서 고민하는 창업가들은 MVP의 정의도 잘 알고 있고, 제품 개발을 조금 해본 분들이면 어떻게 하면 좋은 MVP를 만들어서 시장이 좋아하는 제품으로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나름의 방법이 몇 가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좋은 MVP’는 어떤 제품일까? 어느 정도 수준까지 만들어야지만 MVP라고 할 수 있을까?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이 이런 질문을 나한테 많이 한다. MVP의 의미는 과거와 전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전적인 정의는 “시장에서 사용될 수 있는 최소한의 제품”이다. 당근마켓은 현재 전 국민의 40%가 사용하는 국민 중고 거래/로컬앱으로 성장했지만, 창업초기에는 모바일로 아주 쉽게 내 물건을 등록하고, 이걸 판교 지역 사람들에게 사고팔 수 있는 최소한의 기능만을 제공했다(당근마켓의 원래 이름은 판교장터 였다). 이 MVP로 실험하고자 했던 건, 과연 사람들이 지역주민이랑만 거래할 의향이 있을까였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홈서비스를 위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미소의 MVP는 웹 기반의 간단한 청소가사도우미 매칭 서비스였다. 집 청소가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뒤에서 미소 직원들이 고객의 집 근처에 있는 인력사무소에 전화해서 수동으로 가사도우미를 매칭해줬는데, 이 MVP로 실험하고자 했던 건, 과연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가사도우미 서비스 신청을 할까였다.

어차피 완벽한 제품은 만들 수가 없기 때문에, 오래 고민하고 개발해서 10년 후에 출시한다고 시장에서 환영받는 제품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시장에서 먹힐만한 제품과 시장이 실제로 원하는 제품은 다르고, 시장의 상황도 지속해서 변하기 때문에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서 출시하는 건 시간 낭비다. 이런 문제점을 잘 해결할 수 있는 린 제품 개발 방법론 중 하나가 MVP를 빨리 만들어서 출시하고, 이후에 시장의 피드백을 지속해서 다시 제품에 반영해서 시장이 원하는 것과 가장 근접하게 제품을 개발하는 방법이다.

완전한 제품을 만들어서 한 번의 무거운 제품 출시를 하지 말고, MVP를 만들어서 가벼운 제품 출시를 여러 번 하라는 조언을 나도 자주 하는데, 최근에 내가 느끼고 있는 건 MVP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 돼서 완전한 제품의 완성도를 가진 MVP도 꽤 있다는 점이다. 이런 추세를 의식해서인지, 우리 투자사 포함, 많은 창업가들이 더 좋은 MVP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서 긍정적인 결과 보단, 부정적인 결과가 더 눈에 띈다. 더 좋은 MVP를 만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절대적인 개발 시간을 투입하는데, 어떤 회사는 MVP 만들어서 출시하는데 1년 넘게 걸리고, 예정 일정 대비 계속 출시가 지연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렇게 완성될 수 없는 완벽함을 추구하다 보면, MVP 출시 자체를 못 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그리고 계속 출시 준비만 하다가 회사가 망하기도 한다. 또는, 지연을 거듭하다가 결국 출시는 했는데, 그동안 타이밍을 놓치면서 시장의 요구사항이 바뀌거나, 아니면 경쟁사가 먼저 MVP를 출시하면서 모든 게 도로 아미타불 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이런 상황을 많이 보고 경험하면서, 내가 느낀 MVP에 대한 생각을 간단하게 정리해본다:
1/ MVP의 수준이 상향평준화 된 건 확실하다. 하지만, MVP의 정의는 말 그대로 “최소한의 기능만 탑재한 제품”이다. 무조건 빨리 출시하는 게 생존과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2/ 이렇게 빨리 출시해서 시장의 반응을 보는 게, 포기할 건 빨리 포기하고, 더 개발할 건 빨리 개발하는걸 결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3/ “최소한의 기능”을 조금 더 확대해석해서 “최소한의 기본적인 기능”이라고 하고 싶다. 즉,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이 시장에서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을 텐데, 이 욕구를 충족시키는 게 이 최소한의 기본적인 기능이다.
3-1/ Gmail보다 훨씬 더 사용하기 편리한 이메일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라면, MVP는 멋진 UI와 UX, 그리고 다른 부수적인 기능 보단, 일단은 이메일을 잘 보내고, 잘 받는 기능이 가장 중요하다. 이게 최소한의 기본적인 기능이다. 이게 완성되면 일단 MVP를 출시하고, 이후에 시장의 피드백을 반영하면서 제품을 계속 향상해야 한다. 모든 부수적인 기능이나 디자인을 입힌 후에 MVP를 출시하려면 출시 자체를 못 할 확률이 높다.
3-2/ 이 최소한의 기본적인 기능에 대한 정의를 제품 개발 시작하기 전에 잘 고민해봐야한다. 여기에서 정의가 어긋나면 MVP 자체가 산으로 간다.
4/ 그렇다고 허접한 MVP를 만들면 안 된다. 이 또한 망하는 지름길이다.
4-1/ 최소한의 기본적인 기능이 탑재되지 않고, 쓸데없는 부수적인 기능과 기술이 탑재된 MVP가 출시되면, 사용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MVP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5/ 즉, MVP의 핵심은,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서, 앞으로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제품의 방향을 확정하기 위한 틀을 만드는 작업이다. 하지만, 너무 빨리 만들어서 사용 자체를 못 하는 MVP를 출시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나도 정확한 평균치를 계산해본 적은 없지만, 좋은 개발력과 제품 기획력이 있는 초기 스타트업이 괜찮은 MVP를 만드는데 투자하는 시간은 대략 6개월 정도인 것 같다. 6개월 이하면 원하는 제품이 안 나오고, 6개월을 넘기면 출시가 지연된다. 물론, 이건 산업마다 다르고, 시장마다 다르고, 회사마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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