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3

크립토는 끝났다

내 블로그를 10년 이상 읽었던 분들이라면 내가 얼마나 블록체인과 Web3, 그리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대한 포스팅을 많이 했고, 크립토와 그 기반이 되는 기술에 대해 얼마나 긍정적인 생각을 했는지 알 것이다. 스트롱은 2013년도 한국 최초의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에 투자했고, 그때부터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에 대한 내 관심과 사랑이 시작됐다. 이후 1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이 시장에는 엄청 많은 변화와 up/down이 있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유일한 up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격이고, 대부분은 좋지 않은 down의 시간이었다.

그동안 이 시장에서 ICO, NFT, Web3 등과 같은 기술거품이 생겼다가 터지길 반복했고, 같은 기간 동안 우린 Sam Bankman-Fried와 권도형 같은 사기꾼들의 상승과 몰락을 목격했다. 하지만 나는 2024년도까지는, 이런 사건/사고는 새로운 기술 기반의 생태계가 커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라고 생각했고, 계속 Web3 기술이 우리에게 가져올 수 있는 발전과 혁신을 믿었다.

그런데 이제 나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싶다. 크립토는 이제 끝났다는 걸. 물론, 이건 이 분야의 비전문가인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오랫동안 이 분야만 봤고, 이 분야만 연구했고, 이 분야에만 투자한 분들은 – 그런데 솔직히 이런 사람들이 요새도 있는진 잘 모르겠다 – 나와 동의하지 않을 수 있고, 내가 수박 겉핥기식의 얕은 지식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나도 최근 몇 년 동안 이 분야에 대한 정나미가 떨어져서 최신 기술, 제품, 트렌드에 대한 감이 별로 안 좋다는 건 인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섹터가 10년이 넘었고, 10년 동안 정말 많은 투자가 집행됐고, 유행 당시 가장 똑똑하다는 많은 분이 이 분야에서 창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온 제품이 거의하나도 없다는 건 이 섹터는 제대로 된 산업으로 성장하기 힘들다고 해석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흐른 이 시점에도 이 분야에서 뭔가 하는 사람 중 아직도 내가 만난 다수의 창업가가 이상하다는 건, 이 섹터가 발전은커녕 오히려 퇴보한다는 결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

이젠 Web3와 AI가 결합해서 드디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주장도 있다. 정말 이렇게 될 수도 있지만, 어떤 분들은 본인들도 그렇게 안 될 거라는 걸 잘 알면서도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돈이 아까워서 계속 내러티브를 그때의 유행에 끼워 맞추면서 “이번엔 정말 다르다”라는 주장을 한다. 솔직히 나도 이번엔 정말 달랐으면 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크립토와 Web3는 영원히 메인스트림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비트코인도 engineered money가 되진 않을 것이다. 이미 이건 실패했다. 하지만, 금과 같은 자산으로서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서 없어지진 않을 것이고 어쩌면 그 가격은 더 오를지도 모른다.

Bye bye 크립토, 블록체인, Web3, 그리고 관련된 모든 내러티브들. 크립토는 끝났다.

AI가 아니라 사업이다

나는 1999년도에 스탠포드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실리콘밸리에 처음 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이었지만, 이 동네는 한국과는 아주 다르고, 심지어 미국의 다른 지역과도 많이 다르다는 걸 당시에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창업가나 VC 네트워크가 전혀 없었지만, 벤처 관련 수업을 몇 개 들으면서, 스타트업과 entrepreneurship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고, 팀을 만들어 사업계획서도 만들어 보고, 이 동네의 네트워킹 행사에도 다니면서 다양한 사업계획서를 봤고, 이보다 더 다양한 창업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우습지만, 그땐 10명 중 9명의 창업가가 어떤 사업을 하냐고 물어보면, “인터넷 기반의” 사업을 하고 있고, 앞으로 세상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답변했다. 사업 계획서 10개 중 9개의 표지에는 “인터넷 기반의 혁신적 xxx”라는 설명이 있었고, 더 재미있는 건, 이런 피칭을 듣거나, 사업계획서를 보면 대부분 투자자들이 “와, 인터넷 기반이라고? 대박인데”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어떤 사업인지 보단, 인터넷 기반이라는 점이 이들에겐 훨씬 더 중요했다.

블록체인이 한창 유행할 때도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사업을 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블록체인 기반의” 혁신적인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우린 다릅니다. 왜냐하면 이건 블록체인 기반이기 때문이죠.”라는 MSG를 항상 너무 많이 쳤고, 이들을 대하는 투자자들도 블록체인이라는 단어에 홀린 듯이 반응했다.

블록체인은 반짝하다가 메인스트림으로 진입하는 데 실패했지만, 인터넷 기반의 사업은 이제 사업의 기본이 됐다. 모든 사업은 인터넷 위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이제 그 누구도 “인터넷 기반의”라는 말을 안 한다. 그냥 모든 게 인터넷 기반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기반의 혁신적 사업”에 투자했던 VC 중,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가장 많은 돈을 벌었던 투자자들은 누구였을까? 바로 “인터넷 기반”이라는 말에 집착하지 않고, 그 인터넷 기반의 “사업”에 집중했던 사람들이다. 중요한 건, 어떤 사업이고,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고, 돈을 정말 벌 수 있는 사업인지를 판단하고, 그 사업 모델이 인터넷을 만나면 얼마큼 더 커질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인터넷 기반이라는 말에 현혹돼서 어떤 사업인진 제대로 파악도 안 하고 그냥 투자한 사람들은 대부분 크게 망했다.

블록체인 기반의 사업들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아직 살아있거나, 잘되고 있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모델이 탄탄한 곳들이다. 블록체인 기반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사업인지가 훨씬 더 중요하고, “블록체인 기반”보단 “사업”을 보고 투자한 VC들의 성적이 훨씬 더 좋다.

요새 나는 이 현상이 AI와 함께 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걸 매일 느끼고 있다. 너무 많은 창업가들이 “AI 기반의” 사업을 하고 있고, 대부분의 회사 소개는 “우린 AI 기반의 xxx입니다. 이게 곧 미래이고, 우린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로 시작한다. 그리고 여전히 너무 많은 VC들이 어떤 사업인지, 어떻게 돈을 버는지, 그리고 이게 말이 되는 사업인지를 파악하기보단, “AI” 그 자체에 더 많은 무게를 싣고 있다. 앞으로 2년 후면, 도입의 수준은 다르겠지만, 모든 사업은 AI를 활용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그 누구도 사업을 설명할 때 “AI 기반의 xxx”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 기반, AI 기반은 그냥 기본이 될 것이다.

세월이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인터넷 기반의 사업, 블록체인 기반의 사업, AI 기반의 사업, 모두 인터넷, 블록체인, AI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업”이 중요한 거다. 유행어에 현혹되지 말고,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자. 이건 창업가, 투자자, 모두에게 해당한다.

코빗에서 비트코인 ETF까지

1월 10일 미국 SEC가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다. 우리가 한국 최초의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에 첫 투자를 했던 게 2013년 8월인데, 내 기억으론 이 시점에 미국에서 윙클보스 형제가 최초로 비트코인 ETF를 신청했다. 이후 계속 거절, 반려, 그리고 보류를 계속 당하다가 거의 10년 만에 승인받은 건데, 솔직히 나는 이번에도 거절당할 줄 알았다. 그래서인지, 여러 ETF가 승인받았다는 소식을 접했을 땐 약간 비현실적인 느낌까지 들었다.

우린 2013년도에 코빗에 투자했고, 코빗이 넥슨의 지주회사 NXC에 인수되면서 좋은 훈장(=엑싯)을 얻었기 때문에 코빗과 코빗의 창업팀에 매우 고마운 감정을 평생 갖고 살 것이다. 하지만, 이 엑싯 외에도 코빗에 항상 고마운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건 바로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우릴 인도했다는 점이다. 2013년이면 한국에서 비트코인 자체가 거의 안 알려졌을 때이고, 일반인은커녕, 투자자들도 암호화폐나 비트코인이 뭔지 전혀 모를 적이다. 우린 코빗 덕분에 이 흥미롭고 새로운 기술을 알게 됐고, 이후에 비트코인이 암호화폐, ICO, NFT, DAO, Web3로 진화하는 걸 아주 가까이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중 많은 것들이 거품같이 꺼졌고, 우리도 이 거품에 투자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론 모든 게 배움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비트코인 ETF가 승인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감회가 남달랐고, 코빗에 처음 투자할 땐 상상도 못 했던 시장이 10년 만에 왔다는 생각까지 했다. 이젠 나보다 이 시장에 대해서 훨씬 많이 알고, 훨씬 더 투자를 많이 하는 분들이 한국에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비트코인 ETF에 대해서 여러 말은 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그동안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길 꺼렸던 많은 기관 투자자들의 암호화폐에 대한 접근이 대폭 확대될 것이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전반에 대한 제도화가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벌써부터 이더리움 ETF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긴 하지만, 이건 또 다른 이야기이다.

ETF가 승인된 지 이제 한 달이 넘어 가는데, 왜 비트코인 가격이 1억 원으로 상승하지 않는지 불만인 사람들이 내 주변에 상당히 많다. 오히려 승인받은 후에 가격이 떨어진 것 같은데, 나는 오히려 이게 좋다. 이제 암호화폐가 서서히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비트코인 가격이 미친 듯이 요동치면 또다시 여론의 공격 받을 것이고, 법과 정책은 여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후에 생길 수 있는 다른 암호화폐 ETF와 같은 금융 상품 승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비트코인 가격에 큰 변화가 없는 게 다행인 것 같다. 물론, 장기적으론 더 올라갈 것으로 생각하는데, 과거와 같이 수직상승 하거나 수직하강 하지 않길 바란다.

많은 분들이 비트코인 ETF 승인에 10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는 걸 매우 오래 걸렸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매우 빨리 승인됐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AI가 처음 시장에 등장한 게 거의 30년 전이다. 최근에 Gen AI와 ChatGPT의 등장으로 AI가 메인스트림 시장으로 진입했는데, 실은 이게 하룻밤에 일어난 건 아니고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비트코인 ETF가 승인받는 데 10년 걸린 건 어쩌면 굉장히 빨리 진행된 거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기대된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했던 이 말이 요새 계속 생각난다.
“If the last 20 years was amazing, the next 20 will seem nothing short of science fiction.”

Vamos Strong!

모든 게 새로운 세상

올해는 스트롱 모든 팀원분들이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를 다녀왔다. CES 이후에 프라이머사제가 주최하는 미국의 가장 큰 한인 tech 행사인 82 Startup Summit 2024도 참석했고, 이후에 미국에서 각자 일을 보고 서울로 복귀했다.

나는 한국에 일들이 많아서 사무실을 지켰는데, 현지에서 팀 동료분들과 지인분들이 전달해 주는 CES 관련 소식과 사진을 계속 봤는데, 무척이나 futuristic한 제품과 서비스가 꽤 많았고 매우 흥미로운 회사들도 많았던 것 같다. 특히 올해가 참 흥미로웠던 게 몇 가지가 있었다. 일단 CES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매우 커졌다. 이 기간에 라스베가스 인구 절반이 한국인이었다는 농담도 있었는데, 한국이 뭔가를 안 하면 안 했지, 만약에 하면 대충 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해 주는 또 하나의 좋은 본보기였다. 또한, CES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과 LG의 존재감은 항상 컸고, 올해도 좋은 기술과 제품을 발표했는데 이제 자동차 산업이 진화하면서 모빌리티가 CES의 큰 주제가 됐고, 이 분야의 글로벌 강자인 한국의 현대와 기아의 존재감 또한 매우 컸다. 즉, 한국의 기술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고, 한국인들의 글로벌 시장 참여 또한 더 좋아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나는 해석했다.

자동차와 비행기 같은 무거운 하드웨어, 이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첨단 소프트웨어, 세상을 갈아 먹고 있는 AI, 그리고 이 중심에 있는 갈수록 똑똑해지는 우리 인간들. 이 모든 것들이 합쳐지고 있고, 그 결과는 몇십 년도 아니고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우리 앞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다. 나도 자주 말하지만, 이젠 죽도록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세상의 변화를 따라갈 수가 없고, 어떤 변화는 죽도록 열심히 노력해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가 없을 정도로 이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정신 차리고 내 주변을 보면 모든 게 새로운 세상이다.

내가 VC 투자를 하면서 좋아하게 된 몇 가지 명언들이 있는데,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저자인 더글라스 아담스가 이런 말을 했었다.

“태어날 때부터 있던 건 정상적이고, 이 세상의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부이다. 15세에서 35세 사이에 개발된 건 새롭고, 흥미진진하고, 혁신적이지만, 이걸 잘 공부하고 연마하면 좋은 직업이 될 수 있다. 35세 이후에 개발된 건 비정상적이고,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올해 나는 50이 됐다. 위 말에 의하면, 이미 지난 15년 사이에 개발된 건 나에겐 비정상적이고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이라서 어차피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니 굳이 이렇게 힘들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건 시간 낭비라는 뜻인데, 모든 게 너무 새롭다고 느끼는 게 어쩌면 너무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현실은 이 정도로 우울하진 않다. 그래도 요새 만나는 스타트업들의 비즈니스를 절반 이상은 잘 이해하고, 나머지 절반의 절반은 조금 노력하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로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잘 이해 가지 않는 기술이나 사업이 있는데,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투자하지 말자는 주장은 더 이상 하지 않고 있다.(실은, 과거에는 나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에는 절대로 투자하지 않았다).

대신,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 나보다 더 똑똑하고 감이 좋은 다른 스트롱 동료분들의 의견과 판단에 맡기거나, 그냥 이해하지 않고 믿으려고 노력한다. 이런 방법으로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이 꽤 있는데, 다행히 잘 안되는 곳 보단 잘하는 곳들이 많고, 이 창업가들을 볼 때마다 내 기준에 새로운 세상이라서 스트레스받지 말고, 새로운 세상에 내 기준을 맞춰야 한다고 다짐한다. 비록 이 모든 걸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비트코인의 죽음

비트코인은 이제 정말로 죽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다시 많이 듣기 시작했다. 실은 과거에도 비트코인은 죽었고, 다시는 예전같이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이 말이 모두 다 사실이었다면 비트코인은 최소 5번은 죽었을 것이다. 나도 전에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로 이번엔 비트코인이 끝났다는 의심을 한 적도 있는데, 이젠 그렇게 신경 쓰진 않는다.

최근에 이 말이 다시 나온 이유를 자세히 보면, 정말로 이번엔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모든 디지털자산에 큰 위기가 온 것 같고, 비트코인 사망설이 안 나오면 이상할 정도로 시장은 바닥을 향해서 가고 있다. 권도형 씨의 테라-루나 참사를 시작으로 암호화폐 대출 서비스인 Celsius Network가 파산했고, 이후에 암호화폐 헤지펀드 3 Arrows Capital도 파산했다. 모두 다 깊게 연관된 사업이라서 줄줄이 파산했는데, 그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파악 중이지만, 그냥 사업을 잘 못해서 파산한 것 이상의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결정적인 파산 원인은 투명성의 부재, 창의적인 회계(=회계 부정), 그리고 경영진의 탐욕이다. 작은 거짓말이 큰 거짓말이 되고, 작은 실수가 큰 사기가 된, 전형적인 폰지 스킴의 냄새가 나는 사기성이 짙은 경영진의 부도덕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사태를 수습하기도 전에 세계 3대 거래소인 FTX가 파산했는데, 이건 타격이 큰 사고다. FTX의 대표 SBF(Sam Bankman-Fried)가 이 분야에서 워낙 영향력이 있었고, 재계와 정계의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제2의 JP Morgan이 되려는 꿈을 하나씩 실행하는 걸 보면 정말로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나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이 사건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있는데, 불투명하게 얽히고 설킨 관계를 하나씩 풀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꽤 많이 걸릴 것 같다. 다만, SBF는 언론에 비쳤던 그런 인류의 구세주가 아니라 세기의 사기꾼으로 점점 더 몰리고 있고, 정황을 대략 보면 그의 FTX 왕국에서는 일어나선 안 될 말도 안 되는 부정, 부패와 사기가 판을 쳤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여파는 계속 커질 것이다. 이미 암호화폐 대출 서비스의 큰 손 Genesis가 파산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고, 더 끔찍한 건 Genesis를 소유하고 있는 DCG(Digital Currency Group) 또한 위험하다는 소문이다. DCG가 만약에 망하면, 암호화폐 시장은 겨울에서 빙하기로 바뀔 것이고, 다시 봄이 오기까진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이 글을 읽어보면, 이제 정말로 비트코인은 끝났고 곧 죽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내 생각은 실은 그 반대이다. 위에서 나열한 사건, 사고들은 암호화폐의 문제라기보단, 특정 회사와 그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진들의 문제라고 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중앙화/탈중앙화된 새로운 형태의 금융 비즈니스 모델의 실패이자, 비즈니스 투명성의 실패이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금융 사기의 문제이다. 최근에 워낙 큰 사고들이 많이 터져서, 이렇게 비트코인과 이런 사고들을 분리해서 보는 게 쉽진 않지만, 명확하게 분리해서 볼 수 있는 냉정함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맞는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누가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면 음주하고 운전한 드라이버를 탓해야지, 자동차 자체를 탓하면서 자동차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진 않는다.

물론, 누군가 나에게 “그건 이해가 가는데, 왜 맨날 암호화폐 쪽에서만 이런 대형 사고가 터지나요?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는데, 왜 이 바닥에서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기가 반복되나요?”라고 물어보면, 나도 할 말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