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coin

체력단련

나도 펀드를 만들면서 하고 있고, 우리가 투자한 회사 대표님들이 스트롱 투자 이후 후속 투자를 받기 위해서 펀드레이징하는걸 옆에서 많이 지켜보고, 도움 주고, 어떨 때는 같이 직접 펀드레이징을 하기 때문에, 투자 받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잘 알고 있다.

요새 정부가 경제에 엄청난 벤처자금을 투입해서, 돈이 시장에 꽤 많이 풀렸지만, 그래도 투자 받는 건 매우 어렵다. 아마도 시장에 돈이 많이 풀렸으니까, 많은 대표들이 “우리같이 작은 초기 회사에까지 돈이 오지 않을까”라는 행복한 상상을 한다. 코비드19 때문에 경기가 위축되니 돈을 더 투자하라고 정부에서는 자금을 투입하는 건데, 역사를 보면, 이런 현상이 일어날 때마다 실제로 자금은 사업을 더 잘하는 상위 소수의 회사에 다 투자된다. 그만큼 투자자들은 안전한 투자처를 찾고 있고, 그나마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기업가치 1,000억 원+ 회사에 대부분의 자금을 투입한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벤처투자자도 돈을 많이 벌기보단, 돈을 많이 잃지 않길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제 시작하는 회사에까지 올 수 있는 투자금은 오히려 더 적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도 우리 투자사들이 후속투자유치를 시작하면, 과거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더 많은 VC를 소개해준다. 한 10개 넘는 VC와 미팅을 했는데, 아직 성과가 없는 우리 투자사 대표와 얼마 전에 중간 점검을 위해서 만났다. 실은 이분은 그동안 사업과 제품에 집중한다고 우리 빼곤 다른 투자자와의 교류가 거의 없던 분이라서, 나는 투자유치 여부를 떠나서 VC와 미팅 연습 차원에서 많은 VC를 만나보라고 했고, 내가 아는 좋은 VC, 개인투자자, 전략적 투자자를 소개해줬다.

결과는 참담했다. 그리고 이 분은 다양한 투자자들로부터 정말 다양한 질문, 공격과 챌린지를 많이 받았다. 나도 가끔 이상한 질문을 창업가들에게 하는데, 들어보니 이 분도 정말 이상하고 말도 안되는 질문도 많이 받았고, 회사와 비즈니스에 대한 공격 뿐만 아니라 창업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그런 인간적인 공격도 많이 받았다. 그래도 내가 참 고맙게 생각하는 건, 이 분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이 모든 게 앞으로 사업하고, 펀드레이징하는데 피와 살이 되는 좋은 연습과 훈련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심지어는 이걸 체력단련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했다. 몸이 튼튼해지기 위해서 운동하는 건 힘들고, 숨이 차고,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지만, 결국 잘 극복하고 그 힘든 시기가 지나면 아주 단단한 근육질의 몸이 되는거와 같이 이런 힘든 과정을 거쳐야지만 투자를 받고, 더 좋은 파운더가 되고, 더 좋은 사업이 만들어 진다는 이야기를 했다.

모든 파운더 분들이 이런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다.

불확실성의 계곡

death-valley-1417250_1280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지만, 대기업 분들과도 꽤 많이, 그리고 자주 만난다. 우리 펀드에 출자한 대기업도 있지만, 우리 투자사의 후속 투자도 대기업이 많이 하고, 협업 기회가 이미 오랫동안 사업을 하고 있는 대기업의 전문분야에 있기 때문에 이런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 상의하기 위해서 대기업의 담당자 분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편이다.

특히 대기업의 투자 담당하시는 분들이 나한테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 초기 투자 관련 질문들인데, 어떻게 스트롱은 제대로 된 제품도 없고, 매출도 없는 스타트업에 자신 있게 투자하는지 항상 물어본다. 이런 회사에 투자할 때는 대체 뭘 봐야하는지 본인들은 전혀 모르겠고, 회사 내부 투심위원회를 설득하고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데이터를 보여주고,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항상 궁금해한다. 이 질문은 다른 VC도 나한테 자주 하는데, 특히 전통적으로 시리즈 B와 같은 단계에만 투자하던 큰 VC가 이제 초기 투자를 하기 위해서 밑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분들이 많이 물어본다.

내 대답은 항상 똑같다. 물론, 정답은 아니고 그냥 내가 개인적으로 그동안 배우고 경험한 점이다. 투자자가 원하는 모든 지표와 수치를 확보한 후에 투자를 집행하면 우리같이 초기에는 절대로 투자를 못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투자하는 단계에는 이런 수치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제품 자체도 없고, 그냥 뜬구름같은 아이디어만 있는 경우도 있다(그런데 점점 더 이런 팀에는 투자를 잘 안 한다. 워낙 탄탄하고 잘 하는 팀이 요새 많아서 굳이 아무것도 없는 팀에 투자할 이유가 점점 더 없어지고 있다). 결국 초기투자를 하려면, 이런걸 다 감수하고 ‘불확실성’에 투자를 해야만 하는데, 이게 대기업에서 하기엔 정말 쉽지 않고, 재무제표와 수치를 보고, 시장의 성장을 예측해서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한 후에 투자하는 시리즈 B VC도 이런 투자를 하는 건 쉽지 않다.

결국 스타트업은 언제나 불확실성을 내재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성장을 하면 할수록 이 불확실성이 조금씩 제거되는 과정을 거친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느 정도 수치가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큰 VC나 대기업의 경우, 분명히 이런 불확실성을 최소화한 후에 투자하고싶어하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불확실성의 계곡’을 지난 후에 투자하고싶어한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 재면서, 이런저런 데이터를 요청하면서, 계속 검토를 하고, 또 검토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막상 이 불확실성의 계곡을 무사히 넘긴 후에는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이 상당히 비싸진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그 어떤 투자자가 보더라도 이 비즈니스는 앞으로 잘 될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VC 관심이 높아지고, 이 과열된 관심은 회사의 가치를 어마어마하게 상승시킨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모두 너무 비싸다고 불평하고, 너무 비싸서 투자를 못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투자할 기회는 영영 없어진다. 이게 내가 자주 보고 느끼는 불확실성의 계곡 주기이다.

다시 최초의 질문인, 어떻게 하면 초기 회사에 투자하는가로 돌아가 보면, 불확실성의 계곡에 잔뜩 존재하는 이 불확실성에 투자를 해야지만 초기 투자를 할 수가 있다. 그래야지만 초기투자를 통한 큰 upside를 누릴 수 있다. 이 계곡을 건너갈수록 불확실성은 제거되고, 그때 투자할수록 나중에 돌아오는 upside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막상 우리한테 좋은 실적을 가져다준 코빗, 또는 앞으로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 당근마켓이나 클래스101 같은 회사에 투자할 때도 이 불확실성에 우린 투자를 했고, 이제 어느 정도 이 계곡을 벗어나고 있는 당근마켓이나 클래스101에 초창기에 투자할 수 있었지만,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투자하지 않은 VC는, 이젠 이 회사들이 너무 비싸져서 투자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건 모든 VC가 해야 하거나, 또는 모든 초기 VC에게 해당하는 사항은 아니다. 내가 아는 주변의 많은 ‘초기’ VC도 불확실성의 계곡을 지난 스타트업에만 투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트롱같은 VC는 홈런을 치기 위한 투자를 한다. 우리는 홈런을 쳐야지만 소수의 성공적인 투자사들의 upside가 다수의 망하는 투자사로 인한 손실을 메꿀 수 있기 때문이다. 3배~5배의 수익에 만족하는 VC라면 이렇게 투자할 필요도 없고, 우리같이 불확실성에 투자할 수도 없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The Crypto Price-Innovation Cycle

앤드리슨호로위츠(=a16z)의 데이터 분석가들이 얼마 전에 암호화폐 가격과 시장에 대한 꽤 재미있는 분석을 했는데, 여기서 간략하게 공유할만한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The Crypto Price-Innovation Cycle“이라는 글인데, 2010년부터 2019년까지, 9년 동안 암호화폐를 대표하는 비트코인의 가격변화와 이와 관련된 크립토와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의 여러 가지 활동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내용이다.

모든 새로운 기술이 그렇듯이 크립토 또한 up and down의 주기를 반복하면서 발전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새로운 기술보다 이 up과 down의 골이 큰 게 특징이긴 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불장에서 크립토겨울까지의 주기가 3번 반복됐는데, 첫 번째 불장이 2011년, 두 번째가 2013년 그리고 2017년이 세 번째 불장이었다고 한다. 실은, 나도 이 up and down 사이클을 2011년, 2013년, 2017년에 직접 경험했고 – 2011년에 나는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진 않았지만, 이때 실리콘밸리에서 비트코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걸 처음 들었다 – 주변의 많은 창업가들이 “2013년, 2017년에 크립토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됐는데, 처음에는 그냥 돈 벌기 위해서 코인 투기 시작했다가 점점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 알게 됐고, 그 이후로는 이 분야에서만 계속 활동하고 있다.”라는 말을 많이 듣긴 했다.

그래서 경험적으로는 이런 주기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이번에 a16z 데이터 분석가들이 지난 10년 동안의 레딧 코멘트와 Github커밋, 그리고 Pitchbook 펀딩 데이터를 정량적으로 분석해보니, 이 그림이 조금 더 명확하게 보였다. 이 분석에 의하면 크립토 주기는 다음과 같은 5가지 과정을 거쳐 형성되고 발전한다:
1/ 비트코인과 다른 코인의 가격이 올라간다.
2/ 가격이 올라가면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기고, 소셜미디어에서 많이 언급된다.
3/ 관심이 올라가면서 더욱더 많은 사람이 크립토 분야로 진출한다. 특히 개발자 네트워크가 확장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새로운 코드가 만들어진다.
4/ 새로운 아이디어와 코드는 새로운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서 관련 스타트업이 창업된다.
5/ 프로젝트와 아이디어는 창업을 통해서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더 많은 개발자가 투입되고, 더 많은 투자가 되면서 새로운 주기가 만들어진다.

뭐, 대충 이런 과정을 통해서 크립토의 up and down이 앞으로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a16z는 확신을 하는데, 2010년 10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있었던 이 3개의 주기를 한 번에 보여주는 차트다.

crypto price innovation cycle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그래프를 보면 계속 비슷한 현상이 반복되는걸 볼 수 있다. 일단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크립토/블록체인 관련 개발자 활동 또한 활발해지고, 소셜미디어에서 이런 현상이 더욱더 많이 이슈화되면서 관련 스타트업과 프로젝트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비례하면서 많아진다. 대부분의 수치가 거의 10배 정도 상승하고, 최고점을 치면서 다시 모든 게 내려오면서 한 주기가 끝나는데, 이후에 다시 새로운 주기가 시작된다. 재미있는 건, 한 주기가 끝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나 다른 관련 활동이 이전 수준으로 그대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하락하긴 하지만 그 다음의 주기가 시작될 때까지 어느 정도 유지된다는 점이다.

Up과 down이 너무 심해서 눈에 잘 보이진 않지만, 이 10년 기간 동안 연평균성장률은 상당하다. 비트코인 가격 196.4%; 소셜미디어 활동 207.5%; 개발자 활동 74.4%; 스타트업창업 53.9%이다.

한 주기의 기간이 3~4년 정도라고 하면, 우리는 현재 4번째 크립토 주기의 시작점에 있다. 이번 주기의 고점은 어떻게 될지, 그리고 어떤 프로젝트와 회사가 탄생할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이미지 출처 = ANDREESSEN HOROWITZ>

The Startup Bible – 2019 정리

1577276678349해마다 12월 마지막 주에는 한 해 동안 쓴 글들에 대해 정리를 하는 포스팅을 올리는데, 마침 내일이 2019년 마지막 날이라서 올해 정리를 하루 일찍 해본다.

2019년에 난 102개의 글을 올렸는데, 이는 3.6일에 한 번씩 블로깅을 한 셈이다. 매주 월요일, 그리고 목요일 포스팅을 하니까, 이 수치는 항상 동일하다. 102개의 포스팅을 읽기 위해서 The Startup Bible 블로그를 방문한 분은 총 147,895명이다. 월평균 12,324명, 일평균 410명이 방문한 셈이다.

2019년도에 가장 많이 읽힌 Top 10 글은 다음과 같다:

1/ 팀이 회사 그 자체다
2월에 쓴 글인데, 벤처 업계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할만한 내용이라서 그런지, 많이 읽혔고, 읽은 후에 나한테 좋은 글 써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랑 이메일 보낸 분들도 꽤 있었다. 시장에서의 좋은 사람에 대한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잘 보여주는 현상이다.
참고로, 2018년도에 가장 많이 읽혔던 글은 ICO(Initial Coin Offering)와 코인경제이다. 시장이 참으로 급격하게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도 급격하게 변하는 것 같다.

2/ 스트레스 테스트
스타트업을 초반에 빨리 성장시키려면, 투자를 받아서 마케팅에 돈을 많이 써야 한다고 믿는 창업가들이 많다. 이 맥락에서 쓴 글인데, 꽤 많은 창업가가 공감한 것 같다.
2018년도에 두 번째로 많이 읽힌 글은 한국인들의 7가지 실수이다. 이 글은 꾸준한 all-time 베스트/스테디 글이었는데, 올해는 20위 권 밖으로 밀렸다.

3/ 창업가의 자질
올해 우리가 투자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을 글로 정리했는데, 역시 스트롱뿐만 아니라 많은 투자자가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좋은 창업가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펀드레이징을 잘하고, 그리고 좋은 사람을 잘 채용한다.

4/ 클럽딜에 대한 내 생각
실은 별 생각 없이 쓴 글인데, 몇몇 다른 투자자들한테 욕을 먹은 내용이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5/ 공동창업자 구하기
1인 sole founder들이 나한테 공동창업자는 어디서,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많이 물어보는데, YC 파트너인 Kat Manalac 이 관련해서 좋은 동영상을 올려서, 이걸 보고 몇 자 적은 글이다.

6/ 스톡옵션 가격
이 내용도 많은 창업가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분들이 즐겨 읽었다. 스톡옵션의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많은 분이 궁금해하는데, 이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7/ 마지막 3%
인생은 디테일의 싸움이고,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제품을 만들 때에는 3%의 디테일이 모든 걸 결정한다. 인류는 대형 유인원과 97% 이상 유전자를 공유하지만, 다른 3%가 인간을 유인원과 99.99% 다르게 만든다.

8/ 글로벌 유니콘 지도
CB Insights의 내용을 편집해봤다.

9/ 스톡옵션 개론
스톡옵션에 대한 개념이 이제 한국에서는 정착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실은, 이 글은 2014년 10월에 쓴 내용인데, 이 글과 더불어 스톡옵션 관련된 여러 가지 내용이 올해 많이 읽혔다.

10/ 팀의 몸값이 회사의 밸류에이션이다
처음 창업하는 파운더들이 만드는 회사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이상 2019년에 가장 많이 읽힌 글 10개였다. 굳이 이렇게 통계를 내야 하는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데이터를 조금 보면, 어떤 글들이 인기가 있었고, 내가 계속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작년에는 탑 10에 두 개나 있던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글이 올해는 전혀 인기가 없었다는 건 싸늘해진 시장의 분위기와 일맥상통하고, 스톡옵션 관련 글이 인기가 많았다는 점도 시장의 분위기와 앞으로의 트렌드를 잘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Happy New Year!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고팍스

우리는 2013년도에 한국 최초의 암호화폐거래소 코빗에 첫 투자를 했다. 스트롱과 비트코인/암호화폐 하면,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한국에서 최초로 비트코인 거래소에 투자한 VC”인데, 우리가 코빗에 투자할 때는 약간 이상하고 정신 나간 투자자 취급을 받았지만, 이후 시장이 생기고, 미친 듯이 과열되고, 그리고 4년 뒤에 넥슨이 코빗을 인수하면서, 이 분야를 잘 아는 VC로 인식이 바뀐 거 같다. 우린 비트코인이 잘되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코빗 팀이 좋아서 투자했고, 이후에는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다. 타이밍도 당연히 좋았다.

내가 버릇처럼 말하지만, 암호화폐를 나한테 소개해줬고, 이 분야에 대한 내 시각을 넓혀준 코빗에 나는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코빗에 투자하면서 나는 이 분야에 대해서 계속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고, 그동안 이상한 ICO들이 너무 많이 생기면서 시장이 과열되기도 해서, 관심의 수준은 조금 떨어진 적도 있었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허상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리고 나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플레이어 중 하나가 제대로 된 거래소라고 생각한다. 이 시장의 게이트웨이이자 문고리 역할을 하는 게 거래소이기 때문에, 최신 소식을 접하려면 거래소와 항상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게 중요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우리는 코빗을 완전히 엑싯한 후에, 다른 거래소에 투자하고 싶었다. 위에서 말한 대로 거래소야말로 이 시장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모이는 교차로이며, 스트롱도 계속 블록체인/암호화폐 쪽에 투자하려면, 거래소에 발을 담그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한국에는 아직도 200개가 넘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존재한다고 한다. 이 중 우리랑 철학과 결이 가장 잘 맞는 팀에 투자하고 싶었는데,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가 가장 맘에 들었다. 실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게 아니라, 투자하고 싶었던 유일한 거래소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거 같다. 이 시장에 대한 믿음이 있고, 거래소에 투자를 해야겠다면, 다른 곳은 고려할 필요도 없고 고팍스에 투자하자는 믿음은 존이랑 나랑 아주 일치했다.

얼마 전에 고팍스 투자 소식이 기사화됐다. 항상 강조하지만, 투자 받았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하지만, 거래소에 대한 믿음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이 시점에, 국내외의 좋은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은 상당히 긍정적인 의미라고 생각한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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