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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스트롱은 투자 보도 자료를 별도로 내진 않는다. 어떤 VC는 투자 마무리한 후, 각 투자 건에 대한 보도자료를 직접 배포하는데, 우린 투자를 너무 많이 하기도 하고, 내부 PR 담당자도 없어서 별도로 보도자료를 만들어서 배포하지 않는다. 또 다른 이유는 그냥 회사가 조용히 사업하는 게 중요하지, 굳이 투자 받았다고 공개하는 건 좋은 점도 있지만, 반대로 회사가 더 귀찮아지고, 사업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단점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가 투자한 회사 보도자료가 많이 보이긴 하는데, 이건 우리가 배포한 게 아니라 우리 투자사에서 만들어서 배포한 기사다.

투자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런 기사를 보도하는 게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단 좋은 사람들을 채용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투자 유치 소식이 발표되면, 전국/전 세계에서 이 회사를 전혀 몰랐던 다양한 분들이 기사를 읽게 되고, 운 좋으면 이 중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좋은 개발자, 마케팅 인력, 영업 담당자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더 많은 잠재 구직자들에게 회사가 노출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 하나는, 워낙 많은 스타트업이 생겼다가 망하는걸 반복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고용안정을 원하는 구직자들에게는 이 회사가 최근에 투자를 받았다는 건, 최소한 앞으로 12개월은 매출이 없어도 월급은 보장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투자 유치를 받았다는 보도자료는 여러모로 채용에 도움이 된다. 또한, 후속 투자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도 투자사들이 투자유치 자료를 낸 후에, 다양한 VC한테 연락 오는걸 목격했고, 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 후속 투자를 잘 받은 사례가 많이 있다.

주로 이런 보도자료는 회사에서 초안을 만들어서 기자들에게 배포하면, 기자들이 여기에 살을 더 붙이고, 필요하다면 회사와 인터뷰를 한 후에, 최종 보도자료가 완성되면, 서로 합의한 날짜와 시간에 공개 배포한다. 나는 한국과 미국의 여러 매체를 읽는데, 한국 매체의 이런 기사를 보면 항상 아쉬운 점이 많다. 기사의 내용이나 완성도 면에서 한국 기사는 비슷한 미국 매체의 기사와 비교해보면 너무나 빈약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회사가 만든 초안을 기자들이 수정하거나, 여기에 본인들의 생각을 추가하는 과정 자체가 아예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회사에서 자료를 보내주면, 이걸 그냥 대부분의 매체에서 그대로 발행하기 때문에 초안 자체를 최종본과 비슷하게 아주 높은 완성도로 작성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특정 스타트업이 투자받은 기사를 자세히 보면, 놀라울 정도로 세세하고, 기자들의 통찰력까지 가미된 내용이 자주 눈에 보인다. 얼마 투자를 받았는지, 밸류에이션이 주로 비공개인데 과거 펀딩 이력이나 비슷한 회사의 현황을 기반으로 산정한 추정 밸류에이션, 그리고 이 외 회사와 창업가에 대한 자세한 내용까지 다 들어간다. 그냥 단순히 “이런 회사가 있는데, 최근에 누구한테 얼마 투자를 받았다” 수준의 1차원적인 기사가 아닌, 굉장히 포괄적인 다차원적인 기사를 자주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 투자사에서 투자유치 자료를 배포한다고 하면, 나는 다음의 가이드라인을 주로 주고 있다:
1/ 이왕 자료를 만들 거면, 아주 길게, 아주 자세히, 그리고 자랑질을 아주 많이 해라.
2/ 흐지부지하게 대충 보도자료를 작성할 거면, 아예 만들지 않는 게 더 좋다.
3/ 단순히 누구한테 투자받았다가 아닌, 어떤 VC가 이번 라운드를 리드했고, 새로 참여한 VC는 누구이며, 기존 VC 중 재참여는 누가 했는지 자세히 설명.
4/ 회사는 어떤 회사이고, 제품은 어떤 제품인지, 아주 자세히 설명.
5/ 지금까지 달성한 핵심 지표도 공개.
6/ 창업팀은 어떤 팀인지, 창업가들은 어떤 백그라운드가 있고, 수많은 서비스 중 왜 이 서비스를 시작했는지 설명.
7/ 경쟁사가 있다면, 경쟁사에 대한 설명도 포함.
8/ 해외에서 유사 서비스를 잘 하는 회사가 있다면, 이 회사에 대한 설명도 포함.
9/ 리드 투자자의 의견과 멘트. “너무 좋은 회사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와 같은 의미 없는 멘트 말고, 진지하고 제대로 된 멘트는 필수(실은 투자자의 멘트 또한 회사에서 작성하는데, 나는 이런 접근은 반대다. 이 부분은 투자자가 직접 작성을 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실은 이렇게 정성스럽게 쓴 초안을 기자가 다시 수정하고, 직접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느낀 좋은 점과 불편한 점도 설명하고, 필요하면 본인이 회사와 다시 인터뷰하고, 여기에 기자의 통찰력도 더해지면 정말 파워풀 한 기사가 완성되긴 하는데, 아직 한국은 이렇게 하는 미디어가 거의 없을뿐더러, 이 정도의 인사이트를 가진 기자도 내가 보기엔 없다. 그래서 회사에서 초안을 작성할 때 신경 써서 아주 잘 작성하는 걸 나는 항상 강조한다.

콘택트와 언택트

untact코로나바이러스가 가져온 많은 변화 중, 사회와 경제의 ‘언택트화’ 라는 큰 변화가 있다. 원래 사전에 존재하던 단어는 아니고, 반대를 의미하는 ‘UN’과 접촉을 의미하는 ‘CONTACT’를 합성한 단어인데, 말 그대로 비접촉이라는 의미다. 기성세대와는 달리 밀레니얼들은 식당보단 집에서 음식을 배달 시켜 먹고, 매장보단 집에서 온라인 쇼핑하고, 극장보단 집에서 영화를 보는 특성 때문에, 이들의 급부상과 함께 언택트 비즈니스도 같이 성장했지만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이 언택트가 밀레니얼뿐만 아니라 기성세대 쪽으로도 넘어오는 스필오버 현상이 발생했다. 그리고 우리가 눈치채기도 전에 이제는 언택트가 대세가 되어버렸고, 아마도 백신이 나와도 이 편한 언택트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 지속해서 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편리함을 한 번 경험한 소비자들이 다시 불편함으로 넘어가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모두가 다 언택트만 외치고 있는 것 같다. 요새 내가 본 많은 회사 소개자료에는 ‘언택트’라는 말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마치 몇 년 전에 코인과 블록체인이 유행했을 때, 대부분의 자료에 “우리는 블록체인 기반의…”라는 내용이 들어갔듯이, 모두 다 언택트를 지향하고 있다. 투자자들도 비슷하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대면하거나 접촉하는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투자검토를 꺼리거나,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을 낮게 주는 것 같고, 이와 반대로 100% 비대면 서비스를 하는 비즈니스에는 상대적으로 후한 밸류에이션을 주고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아마도 추세가 이렇다 보니, 더욱더 창업가들이 비대면과 언택트쪽으로만 보고, 이 분야에서 창업하고 있다.

언택트 비즈니스가 잘 되는 거를 부인할 수 없다. 우리의 많은 투자사들을 전체적으로 보면, 올해 상반기에 전반적으로 가장 잘한 회사들은 대부분 B2B SaaS(100% 소프트웨어), 온라인 교육, 디지털 콘텐츠 회사인데, 이 회사들의 비즈니스는 완전히 언택트이거나 대부분이 언택트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런데, 모두가 다 언택트 노래를 부르고 있는 동안에, 한가지 간과하기 쉬운 건, 그렇다고 기존의 콘택트 비즈니스 스타트업이 모두 망하거나, 또는 콘택트 비즈니스 영역이 금방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우린 워낙 다양한 분야를 보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에 수많은 언택트 창업가들과 이야기했지만, 콘택트 창업가들 또한 많이 만났고, 이 중 꽤 괜찮은 팀에 투자할 수 있었다. 실은, 우리도 처음에 이런 비즈니스를 접했을 때는, “저건 전형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고, 가까운 거리에서 접촉하고 교류해야 하는 성격의 비즈니스인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잘 안되거나 망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가장 먼저 하긴 했지만, 다행히도 그 시점에 검토를 중단하지 않고, 조금 더 자세히 비즈니스를 보고, 창업가를 더 깊게 이해했고, 쉽진 않았지만, 이 중 몇 개에는 투자를 했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현명하고 유연하게 잘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냥 잘하는 회사는 언택트 비즈니스를 하든, 콘택트 비즈니스를 하든, 무조건 잘한다. 이건 내가 얼마 전에 썼던 처럼, 무엇을 하나보단 누가 이 비즈니스를 하냐의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오히려, 대부분의 창업가가 언택트 쪽에서 창업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콘택트 분야에서는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 구멍은 창업가들에게는 매우 큰 기회로 다가온다. 이 어려운 시기에 콘택트 분야에서 좋은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창업가들이 몇 년 후에는 엄청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다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언택트냐 콘택트냐의 문제는 아니다. 그냥 잘하면 된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내 탓입니다

Quibi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창업하자마자 미디어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회사인데, 두 명의 공동창업가는 미디어 업계의 대가인 Jeffrey Katzenberg와 전 이베이와 HP의 사장이었던 Meg Whitman이다. 워낙 유명한 거물들이 창업한 회사라서 그런지 시작하자마자 디즈니, 소니, 워너와 같은 할리우드의 유명한 스튜디오 등의 투자자들로부터 거의 2조 원의 투자를 받았다. 짤막한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을 만드는 스타트업이었는데, 엄청난 투자를 받고, 엄청난 관심을 받고, 넷플릭스나 유튜브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소문만 무성한 후, 막상 1년 8개월 이후에 출시된 제품은 시장의 호응을 전혀 못 받는 허접 그 자체였다.

실은, Quibi같이 출시하기도 전에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무지막지한 펀딩을 받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허접한 제품을 출시한 회사는 생각보다 많다. 뭐, 상관없다. 어차피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한 회사를 이기는 건 쉽지 않고, 아무리 투자를 많이 받았고, 경험많은 노련한 창업가라도, 이 바닥에서는 모두 이제 시작하는 초짜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이렇게 별로인 제품을 출시했냐는 질문에 대한 대표의 답변은 정말 허접하기 짝이없다.

관련 기사들을 읽으면서 참 아쉬움이 많았다. 일단 모바일 앱 데이터를 분석하는 Sensor Tower의 Quibi 관련 데이터가 본인들이 회사 내부에서 관리하는 데이터랑 다르다고 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을 하고 있고(어차피 그 수치나 이 수치나 다 낮다), 맥 위트먼 대표는 출시 이후 앱 스토어 랭킹이 많이 떨어진 이유는 코비드19와 인종차별문제와 같은 최근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프로모션이나 마케팅을 중단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카첸버그 의장도 비슷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콘텐츠가 매우 중요한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새로운 콘텐츠를 현재 못 만들고 있고, 젊은 친구들이 밖에서 친구들을 기다리면서 짤막한 동영상을 많이 봐야하는데 외출을 못 하니까 이런 사용도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정리하자면 본인들은 잘못 한게 하나도 없고, 퀴비가 잘 안되는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남의 탓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솔직히 팬데믹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퀴비같은 서비스는 팬데믹 때문에 더 잘 돼야 하는데, 제품의 콘텐츠가 별로이고, 회사의 전략 자체가 틀렸기 때문에 잘 안 되는 게 맞을 거 같다. 물론, 팬데믹이나 BLM과 같은 사회적 문제도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것보단 퀴비 내부에서 문제를 찾아야한다. 현실을 자각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지만 문제를 찾고, 변할 수 있고, 그래야지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데, 퀴비의 공동창업가들의 말에서는 이런 태도가 전혀 안 보인다.

젊은 사용자들이 동영상을 소비하는 습관을 완전히 혁신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그 똑같은 자신감과 패기로 초반에는 크게 실패했다고 인정하고, 남 탓하지 말고 스스로 탓하는 그런 태도가 많이 아쉽다. 실은, 이건 잘 안되는 회사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잘되면 과하게 스스로 잘했다고 과대포장하고, 잘 안되면 무조건 코로나바이러스, 경기, 경쟁사 등과 같이 남을 탓한다.

“잘못했습니다. 내 탓입니다.”라고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차별화된 경험

1589795230991영화 Trolls의 후속편 Trolls World Tour가 개봉 3주 만에 1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한다. 3주 동안 발생한 매출이 전편인 Troll의 5개월 매출보다 많다고 하니, 이는 상당히 놀라운 실적이긴 하다. 그 이유를 자세히 보니, 주로 신작은 극장에서 먼저 개봉하고, 한 8주 후에 넷플릭스나 다른 VOD 서비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가는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대부분의 극장이 문을 닫은 관계로, 이번 후속편은 바로 온디맨드 스트리밍으로 출시했는데, 이 전략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실은 대부분의 영화제작사 관계자한테 물어보면, 신작을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동시에 개봉하고 싶지만, 전통적으로 이 시장에서 극장이 행사하는 영향력이 워낙 커서, 눈치 보느라 항상 극장 먼저 개봉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온디맨드 스트리밍으로만 개봉을 먼저 했는데, 이게 아주 결과가 좋았던 것이다. Trolls World Tour의 제작사인 NBCUniversal은 이걸 계기로 앞으로 모든 영화는 극장과 스트리밍에서 동시에 개봉하겠다고 선언까지 한 상황이고, 아마도 많은 제작사가 비슷한 전략을 택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극장 상영의 경우, 영화제작사가 수익의 50%를 가져가지만, 디지털 스트리밍의 경우 제작사가 80%를 가져가니, 수익구조면으로만 봐도 스트리밍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이 내용을 내가 전에 페이스북에 올리니까, 페친들로부터 재미있는 반응이 있었고,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댓글이 달렸다.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개봉날 스트리밍 해 봤거든요. 네플릭스가 리드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폭발적 성장으로 앞으로 극장들이 어떻게 헤쳐나갈지 궁금해 지더라고요. 학생들과 AMC 에 대해서 잠시 토론해본 적이 있는데, 그래도 팝콘 냄새 가득한 극장이 좋다는 밀레니얼들이 아직은 대부분인 것 같긴 합니다.”

“영화관 비즈니스모델은, 영화는 미끼 상품이고 이익의 대부분은 컨세션 즉 팝콘, 음료 등의 매출에서 나오는데… 이번 “실험”을 계기로 영화사 입장에서는 영화관이 없어도 별 상관없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라고 하겠습니다.”

나도 이 분들 말에 100% 동의한다. “It’s the popcorn, not the movie, stupid.”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극장의 비즈니스모델은 영화가 아니라 팝콘과 음료에서 나온다고 하고, 이렇게 돈을 벌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극장으로 발길을 옮겨야한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이후에도 과연 인구밀도가 높은 극장으로 사람들이 전과 같이 갈까에 대해서는 큰 의문이 있다.

실은, 영화관 산업은 이미 수 년 전부터 내림세긴 했다. 집에 아무리 큰 TV가 있어도, 대형화면과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영화관 비즈니스는 항상 잘 될 거라는 이 산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의 믿음과 예측과는 달리, 밀레니얼은 더는 집 밖에서 뭔가를 하는걸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은 거창한 것보단 실용적인 편리함을 추구하는 세대이고, 이는 인터넷 쇼핑, 유튜브 시청, 음식배달에만 국한되지 않고 영화시청에도 적용된다. 그냥 소파에 누워서 손가락 몇 번 클릭해서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는데, 더 비싼 돈을 내고 그 복잡한 극장에 가서 영화 보는걸 이해하지 못하는 세대이며, 앞으로 이런 트렌드는 더욱더 두드러지리라 생각한다.

그러면 이제 CGV나 메가박스와 같은 영화관은 망할 것인가? 큰 변화와 시도를 하지 않으면, 망하겠지만 그렇다고 극장의 장래가 어둡기만 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극장이 살아남기 위한 포인트는 바로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집에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절대로 제공해주지 못 하는 차별화 되고 고급진 경험을 제공하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플레이를 잘 하고 있는 곳이 CGV 청담씨네시티라고 생각한다. 여긴 다른 극장보다 조금 더 일찌감치 고급화 전략을 구사했는데, 다른 극장에서는 한 두 관 정도만 있는 특별관과 프리미엄관을 모든 상영관에 적용했다. 극장의 좌석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간격을 극대화했고, 다른 극장보다 훨씬 더 편안하게 설계를 했고, 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푹신한 대형 가죽 소파가 설치된 상영관도 있다. 극장에 자주 가 본 분들이라면, 이 푹신한 가죽 의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상영관마다 테마를 조금씩 차별화해서, 사운드에 따라서 의자가 움직이고 반응하는 음향 시스템을 적용한 관도 있고, 소규모 파티를 위한 프라이빗 극장 대관 또한 가능한 상영관도 있다. 나도 웬만하면 집에서 온디맨드로 영화를 보긴 하는데, 그래도 신작 또는 대작을 보기 위해서는 극장을 선호하고 무조건 이 곳과 같은 high end 극장을 찾게 된다. 영화도 영화지만, 영화를 최대한 편안하게, 오감을 다 살리면서 볼 수 있는 그 경험을 위해서 찾게 된다. 기아가동차나 BMW와 같은 고급 브랜드의 협찬을 받아서 상영관을 운영하기도 하는데, 이런 시도는 꽤 참신하다고 생각한다.

가격은 좀 비싸다. 일반 극장보단 한 3,000원 정도 비싸고, 4D 상영관은 2만 원이 넘긴 하지만, 관람객은 집에서는 도저히 체험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 기꺼이 이 돈을 낸다. 극장의 입장에서도 인당 매출이 더 높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성은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이런 차별화된 경험을 고객에게 지속해서 제공할 수 있다면, 넷플릭스나 왓챠와 같은 온디맨드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계속 극장만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비즈니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프라인 상권이 무너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다른 소매업들도 어떻게 하면 온라인이 제공하지 못하는 경험을 오프라인에서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하고, 고급화 되고 있는 극장을 참고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타래

밀레니얼 여성을 위한 콘텐츠 플랫폼을 만드는 우리 투자사 더핀치에서 최근에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다. 여성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타래‘인데, 누구나 다 쉽게 작가가 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니, 평소에 글을 쓰고 싶었던 여성분이라면 한 번 시도해보면 좋을 거 같다.

타래의 글로벌 벤치마크가 됐던 제품은 전 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블로깅 플랫폼 Medium인데, 모바일에서 누구나 다 쉽게, 본인이 원하는 주제에 대해서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게 다양한 창작 기능과 공유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글을 발행한 후에는 크리에이터가 본인의 글에 대한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대시보드가 제공되고, 이 창작물과 창작자를 누가 응원하고 있는지, 그리고 누가 내 팬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일부는 무료로 읽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더핀치는 돈을 내야지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유료 플랫폼이었고, 유료였기 때문에 작가로 활동하는 분들의 수가 제한적이었는데, 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배운 건, 작가라는 타이틀이 없는 일반인 중에도 아주 훌륭한 글을 쓰는 창작자들이 한국에는 너무 많은데, 이들이 조금은 더 가볍게 모바일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은 제한적이라는 것이었다. 실은 글을 쓴다는 개념 자체가 가벼운 게 아니다. 나만 해도, 블로그에 포스팅을 올릴 때는 책상에 앉아서, 노트북을 켜고, 그 앞에서 뭔가 새로운 각오로 콘텐츠를 만드는데, 이런 게 부담스럽긴 하다. 요샌 그냥 가볍게 손가락으로 폰을 켜서, 본인의 생각을 그때그때 기록하면서 덜 심각하게 창작 활동을 하는 세대가 등장했고, 이런 캐주얼 창작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시장이 있다.

타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쉽게 모바일로 글을 쓰고, 본인의 창작물을 발행하고 공유하고, 그리고 편안하게 다른 여성분들의 글을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평소 가벼운 창작 활동을 하고 싶었다면 여기에서 시작하면 된다. 많은 분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어쩌면 작가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