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학생 창업가를 좋아하고, 이들이 창업하는 걸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응원한다. 우리가 학생 창업가에게만 전문적으로 투자하거나 이들에게만 투자하는 펀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스트롱은 지금까지 꾸준히 대학생 창업팀에 투자하고 있고 이들이 하는 몇 개의 이벤트를 후원하고 있다. 그리고 우린 모두 다 바빠서 외부 강연이나 발표는 거의 안, 못 하고 있는데, 학생들 대상의 강연이나 발표, 또는 해커톤 심사는 웬만하면 시간을 만들어서 참석하고 있다. 창업가들의 나이는 점점 더 낮아지고 있는데, 우리가 지향하는 첫 번째 기관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제는 학생들에게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학생들은 스트롱의 미래의 고객이기 때문에 우리가 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모든 활동은 잠재 고객에 대한 영업/마케팅 활동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이 지금 또는 나중에 창업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VC가 스트롱벤처스가 되는 게 우리의 목표다.
내가 스트롱을 시작한 2012년만 해도 학생들은 창업을 거의 하지 않았다. 창업이 뭔지도 몰랐고,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고, 이들에게 투자해 주는 VC도 없었다. 창업은 취업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마지막 옵션이었기 때문에 내가 당시에 만났던 학생 창업가들은 준비도 안 됐고, 실력도 없었다. 실은, 아직도 대부분의 학부생이나 대학원생들은 취업을 선호하긴 하지만, 요샌 창업을 1순위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요새도 우린 더 많은 학생 창업가를 만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데, 혹시 이 글을 읽는 학생분들 중 좋은 방법이 있다면 언제든지 제안해 주시면 좋겠다.
이미 창업했거나, 창업을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내가 몇 가지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 꼭 이렇게 하라는 건 아니지만, 창업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해 봐야 하는 주제들이고, 몇 개는 나중에 회사가 켜졌을 때 이 회사를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가장 첫 번째 조언은, 사업은 학교 과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만나는 많은 학생 창업가는 실은 학생 창업가가 아니라 그냥 창업 과제를 하는 학생이다. 이들은 사업할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고, 그냥 학업 외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고, 멀리서 다른 창업가를 보니까 본인들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법인설립하고 대표이사 명함 만들고, 코파운더 명함 만들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수준의 활동을 하고 있다. 어떤 분은 소위 말하는 스타트업 대표이사 놀이에 빠져있고,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목적인데, 이력서에 “ABC 창업 경험” 한 줄 달기 위해서 창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하다 보니, 당연히 사업을 풀타임으로 안 한다. 학업을 하면서 사업을 병행하는데, 이렇게 대충대충, 건성건성 해서 제대로 된 사업을 만들 수 있다면, 우리가 14년 동안 투자한 290개의 회사는 모두 다 유니콘이 돼야 했다.
그래서 내가 학생 창업가에게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조언은, 정말로 제대로 사업을 하려면 일단 그 마음가짐부터 제대로 가지고, 이를 실제로 행동에 옮기려면 학업을 휴학하거나, 아니면 자퇴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제대로 사업을 할 수가 없다. 너무 이진법적인 생각 같지만, 창업은 all in or nothing이다.
두 번째 조언은, 교수님의 말을 맹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되도록 창업하는 회사의 주주명부에서 교수님은 빼거나, 아니면 이들의 지분을 2% 이하로 낮추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다.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학생 창업 스타트업은, 그리고 특히 지도교수가 있는 대학원생이 창업한 스타트업의 창업팀에는 지도교수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들은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게 왜 틀렸는지는 내가 전에 이 글에서 대략 설명했는데, 다시 한번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스타트업의 코파운더는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이 사업 생각만 해야 하고, 이 사업에 그 무엇보다 높은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교수들은 이게 구조적으로 안 된다. 왜냐하면 학교가 이들의 직장이라서 항상 학교가 이들의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나는 회사가 잘 되면 가장 고생하고 기여를 많이 한 사람들이 가장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분이 이걸 결정한다. 회사가 안 되면 역시 지분이 가장 많은 분들이 모든 책임과 비난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회사에 all in 하지 않고, 시간이 날 때마다 와서 파트타임으로 조언과 훈수를 하는 교수들이 지분을 이렇게 많이 보유하는 건 확실히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교수들은 학교에서 가르치고, 본인이 창업한 회사가 있고, 지도하는 학생들이 창업한 3~4개 회사의 높은 지분을 보유한 C 레벨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런 구조로 회사가 나중에 투자받고, 좋은 사람을 채용하고, 잘 되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되도록 교수는 창업팀에서 빼라. 꼭 이들의 조언이나 도움이 필요하다면 스톡옵션을 0.5% 이하로 주고 고문으로 모시는 걸 권장한다. 전에 어떤 학생 대표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굉장히 곤란해하면서 나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본인도 졸업해야 하는데, 지도교수님이 승인하지 않으면 졸업을 못 하므로 이런 껄끄러운 대화를 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그래서 내가 위에서 말한 대로 진짜로 사업을 하려면 그냥 학업을 중단하는 게 이런 졸업의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니면, 교수님과 이 힘든 대화를 해서 쇼부를 봐야 한다. 사업하면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대화를 많이 해야 하고 훨씬 더 힘든 결정을 많이 해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막힌다면 사업 못 한다.
마지막 조언은, 스타트업은 돈을 버는 사업을 만드는 곳이지,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기술을 개발하는 조직이 아니라는 점이다. 본인이 현재 개발하고 연구하는 분야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 이건 정말 대단하고 축하할만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게 세계 최고의 사업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아니, 그렇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 노벨상 받은 모든 이론과 기술이 유니콘 사업이 돼야 한다. 기술은 그냥 단지 기술일 뿐이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더 나아가서는 돈을 버는 사업으로 진화시키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다. 연구보다 사업이 더 어렵다는 말이 아니다. 그냥 완전히 다르다는 말이다.
우리 같은 VC는 기술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 기술로 만드는 돈을 버는 사업에 투자한다. 이걸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나는 젊고, 똑똑하고, 에너지 넘치는 학생 창업가를 정말 좋아한다. 이들이 맘먹고 사고 치면 유니콘이 아니라 데카콘 몇 마리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더 많은 학생이 창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위에서 말한 내용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해 본 학생 창업가들이라면 언제든지 스트롱에 연락해 주시길.
대표님 안녕하세요. 부산대학교에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김륜영이라고 합니다.
저는 20살에 휴학하고 서울에 올라가 당근, 모두싸인 등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작년에 창업을 꿈꾸며 다시 학교로 내려왔습니다. 지금은 학교에서 만난 정말 뛰어난 디자이너 친구 한명과 창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문제와 고객을 정의하고, 랜딩페이지와 데모로 컨텐츠 광고를 돌리며 전환률을 확인하고, 4년간 일하며 쌓았던 네트워크로 인터뷰도 진행하면서 PMF를 찾기 위해 열심히 달려나가고 있습니다.
글에서 말씀주신 것처럼 저도 창업은 all in or nothing임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임하고 있습니다.
작년 한해는 창업동아리 회장도 하고 다양한 교내외 대회에서 수상도 하며 기반을 닦았다면 올해부터는 휴학하고 정말 all-in 해보려고 합니다. 다행히 요즘은 학생과 청년에게 정말 많은 기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복학하기도 했구요… 특히 학교 창업지원단이 정말 많은 노력 기울여주시고 계십니다.
다만 학생들이 취업 외에는 너무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글에서 말씀 주신 것처럼 창업경진대회나 지원사업을 스펙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구요.. 이런 점은 같은 학생창업자로서 참 아쉽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정말 열정넘치고 실력 뛰어난 친구들도 참 많습니다. 특히 제가 있는 부울경 동남권에도 정말 뛰어난 친구들이 많으니 한번씩 관심 가져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 팀이 만들고 있는 제품 데모가 포함된 랜딩페이지 링크도 남깁니다.
(혹시 블로그 취지에 맞지 않거나, 실례가 된다면 알려주시면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https://gridi.ai/team
글에 남겨주신 것처럼 투자가 필요할 때 스트롱벤처스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습니다. 성장한 모습으로 (그리고 매력적인 회사가 되어서) 찾아뵐 수 있도록 열심히 달려나가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륜영님 안녕하세요.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 공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네, 그리디는 한 번 볼게요. 나중에 혹시 투자 필요하시면 꼭 연락주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직장인 창업가를 위한 조언도 써주시면 좋을것 같아요 ㅋㅋ
1. 직장을 다니며 ‘저 사람이 창업하면 나도 따라 나가겠다’ 싶은 분들을 찾으세요.
2. 그리고 내가 창업하면 그분들도 따라 나온다고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일하세요.
3. 좋아하는게 같으면 친구가 되고, 싫어하는게 같으면 공동 창업자가 된답니다.
“좋아하는게 같으면 친구가 되고, 싫어하는게 같으면 공동 창업자가 된답니다.”
-> 완전 명언이네요. 저도 써먹어야겠어요!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매번 작가님에 글을 읽고 많은 귀감을 하는 1인 입니다.창업에 관심 있는 사회초년생인 대학생들이
중진공에 재도전 창업가들의 재기지원을 위한 성실경영심층평가 항목 중 가장 첫번째 해야 하는 항목이 자가진단 테스트가 있듯이 절대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스스로 사업가 기질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테스트를 한번씩은 해 보는 것도 창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까 싶어 이번 쓰신 글에 댓글을 달았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맞는 말씀이네요. 좋은 input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