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바뀌고, 세월이 바뀌고, 산업이 바뀌어도, 내가 굳게 믿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결국엔 사람이 사람과 같이 일을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투자를 좀 해 본 분들은 전반적으로 이런 내 생각에 동의하실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나쁜 팀이 하면 잘 안되고, 아무리 나쁜 아이템이라도 좋은 팀이 하면 잘 되는 걸 나는 정말 많이 봤다. 그리고 같은 시장에서 같은 아이템으로 사업을 해도 어떤 회사는 잘 되고, 어떤 회사는 망하는데, 이 둘의 궁극적인 차이점은 결국, 이걸 하는 사람이라는 게 내가 매번 내리는 결론이자, 매번 맞게 판명되는 결론이다.
그래서 우린 일인 창업가보단 팀에 열광한다. 요새 맥미니로 코파운더와 직원을 대체하는 AI 창업가들이 정말 많아졌지만, 나는 결국엔 사업은 사람과 사람이 하는 고차원적이고 미묘한 예술이라서 혼자 하면 명확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작은 일인 창업가가 AI 에이전트와 할 수 있지만, 결국엔 사람을 모아서 팀을 만들어야지 좋은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그리고 우린 그냥 팀보단 좋은 팀에 열광한다. 똑똑하고, 에너지 넘치고, 경쟁심에 불타고, 일주일에 100시간씩 일 할 수 있는 팀을 만나면 나도 에너지가 끓어오른다. 같이 일할 수만 있다면 VC로서 그 어떤 위험, 귀찮음, 그리고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을 갖게 만드는 그런 팀을 만나고, 이들에게 투자할 수 있는 건 VC의 가장 큰 특권이다. 내가 존경하는 VC 중 하나인 코슬라벤처스의 비노드 코슬라가 공개적으로 항상 이야기하는 “당신이 지금 힘들게 채용해서 만드는 팀이 바로 당신이 만들 회사 그 자체임을 잊지 말아라.”라는 말을 나는 굳게 믿는다.
그런데, 그럼 어떤 팀을 만들어야 하는가? 어떤 팀이 좋은 팀인가?
우리 업무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건 이런 팀을 만드는 창업가를 만나는 것이다. VC마다 생각하는 좋은 팀의 기준과 이미지는 다를 텐데, 나는 좋은 팀의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이들의 관계이다. 관계의 정의도 광범위한데, 이 중에서는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들이 어떻게 알게 됐는지, 그리고 얼마 동안 서로를 알고 지냈는지이다. 이건 그냥 단순한 예시인데 –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렇게 단순화하긴 어렵다 – 기숙사 생활을 하는 대학교에서 몇 년간 룸메이트를 했고, 이후 같이 창업했거나 같은 직장에서 수년 동안 동료로 근무한 팀은 나는 개인적으로 좋은 팀의 자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두 다 똑똑하고, 일 잘하고, 에너지 넘치는 건 기본이다.
이런 분들은 개인적으로, 그리고 업무적으로도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같이 보냈고, 서로에 대해 최고의 면과 최악의 면을 모두 봤고 경험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또 같이 창업해서 지지고 볶기를 10년 이상 하길 선택했다면, 이 팀워크는 잘 안 깨지고 오래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팀을 선호한다.
아니, “선호했다”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왜냐하면 요샌 내 기준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렇게 오랫동안 서로를 알고 같이 일하면서 호흡을 맞췄던 팀은 기본적으론 좋은 팀이라서 적극적으로 만나고 검토하는 내 기준에는 변화가 없다. 하지만, 이 팀이 이전에 같이 했던 사업 성공의 여부가 내 기준에 새로 추가됐다. 조 단위의 회사를 만들었든, IPO를 했든, 아주 작은 엑싯을 했든, 그 성공의 크기보단, 실제로 이 팀이 같이 개고생하면서 만든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서 팔아봤고, 그 결과로 매출을 만들었는지가 내가 말하는 성공의 기준이다. 만약에 이런 경험이 있고, 끊임없이 새로운 창업과 사업을 통해서 그 성공의 경험이 증폭되고, 돈을 벌겠다는 독사 같은 의지가 점점 더 강해지는 팀이라면 나는 이런 분들과 함께하고 싶다.
하지만, 오랫동안 일하면서 호흡을 맞췄지만, 그동안 한 번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고, 한 번도 돈을 벌어본 경험이 없는 팀이라면, 이젠 나는 이런 팀은 좋은 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이런 분들이 계속 뭔가 열심히 하다 보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이제 내 생각은, 이런 분들은 계속 같이 뭔가를 할 확률은 높지만, 여전히 돈을 버는 사업을 만드는 건 힘들 것이라는 방향으로 굳어가고 있다.
이런 팀은 인간적인 팀워크는 매우 좋다. 정말로 가족 같은 팀이다. 하지만, 비즈니스적으로 보면 꽝일 확률이 높다. 너무 오랫동안 서로를 알고 지냈고, 너무 오랫동안 같이 일을 했기 때문에 팀원들이 즐기는 건 돈을 버는 사업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같이 풀어가는 과정보단 그냥 서로 함께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숨 쉬면서 같이 일하는 것일 확률이 높다. 정말로 가족 같은 팀워크를 자랑하지만, 생각해 보면 가족은 돈을 벌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 아니다.
물론, 팀원분들이 서로 친한 건 중요하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서로 편해서 같이 일하는 것을 즐기는 것보단, 서로 좀 불편해도 돈을 버는 사업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그냥 팀원들과 함께하는 게 좋아서 오랫동안 같이 일하지만, 의미 있는 매출이나 사업을 한 번도 못 만들어 봤다면, 이건 내가 원하는 투자할 만한 좋은 팀, 또는 투자할 만한 좋은 팀워크가 아니다. 이런 분들은 오히려 매출의 압박이 없는 연구소를 같이 차리든지, 아니면 아예 가족이 되는 걸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