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난 전문직 – 교수, 의사, 변호사, 연예인 등 – 파트타임 창업가들은 잘 알 텐데, 나는 이런 분들한테 투자하지 않는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이런 회사들을 몇 개 만났는데, 아직도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완벽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에 좀 놀랐다.

창업이 과거에 비해 더 쉬워졌고, 더 저렴해졌고, 요샌 일부 일을 AI가 대신해 주지만, 일단 스타트업은 남들보다 더 짧은 시간에 저 많은 성장을 압축해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더 많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리고 집착해야 한다. 제품에 집착해야 하고, 고객에게 집착해야 하고, 펀드레이징에 집착해야 하고, 좋은 사람을 회사에 채용하는 것에 집착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집착은 기본적으로 사업에 올인하지 않으면 생길 수가 없다. 취미생활로 스타트업을 하는 분들에게 집착은 생길 수가 없다.

풀타임으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했다면, 그리고 이분들이 대표이사라도, 이분들에겐 여전히 교직생활이 풀타임 업무이다. 스타트업은 그냥 투잡 중 하나의 부업이자 취미생활이다. 왜냐하면, 이분의 우선순위는 항상 학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에 소속되어 있고, 여기서 주 수입이 나오기 때문에, 회사 일을 하다 가도 갑자기 학교에서 부르면 그쪽으로 뛰어가야 한다.
풀타임으로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가 스타트업을 창업했다면, 이분에게도 의사가 풀타임 업무이고 스타트업은 부업이자 취미생활이다.
풀타임으로 방송 생활을 하거나 연기를 하는 연예인이 스타트업을 창업했다면, 이분에게도 연예인이 풀타임 업무이고 스타트업은 부업이자 취미생활이다.

나의 이 발언을 보고 발끈하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실제 대면 미팅에서도 내가 “그럼 사업은 누가 하나요?”라고 물어보면 흥분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대부분 돌아오는 답변은 거의 비슷하다. 교수님들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이 별로 없어서 나머지 시간은 전부 다 회사에서 보낸다고 하고, 의사들은 병원이 본인 없어도 잘 돌아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은 스타트업하는 데 보낸다고 하고, 연예인들은 연예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회사 일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누구도 이 사업에 언젠가는 완전히 올인 하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지 않다. 계속 본인들은 파트타임이고, 대표이사 또는 공동창업가라서 회사의 큰 결정에 관여할 것이지만, 결국 실제 사업은 다른 코파운더나 다른 직원들이 할 것이라고 한다. 실은, 그렇게 말하진 않지만, 결국 말을 들어보면 이런 의미라고 나는 해석한다.

이런 분들이 운영하는 회사는 좋은 성과를 못 만드나? 꼭 그런 건 아니다. 우리 주변에 교수, 의사, 연예인, 변호사가 창업한 회사가 잘 되는 경우를 찾아보면 그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회사들이 유니콘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왜냐하면 유니콘을 만들기 위해선 사업에 집착해야 하고, 집착이란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사업에 대해서만 생각해야지만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LA에 본사를 둔 The Honest Company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이 회사의 공동창업가는 배우 제시카 알바인데, 연예인들이 이분 같이 사업에 집착할 수 있다면 어쩌면 유니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우리 포트폴리오사와의 협력 때문에 알바씨를 두 번 직접 만나본 적이 있다. 내가 듣기론 이분은 회사를 하기 위해서 모든 연기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했고, 다른 직원분들에게 물어보니 매일 회사에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일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회사의 모든 미팅에 참석하고, 모든 투자자 미팅에도 참석했다. 우리가 했던 미팅에도 전부 다 들어왔고, 준비를 잘하고 들어와서 좋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가능하다.

회사에 매일 출근하지 않고, 회사의 모든 미팅에 참석하지 않고, 회사에 대해서 매일 24시간 고민하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집착이 생길 수 없고, 집착하지 않으면 유니콘은 만들 수가 없다. 현재 풀타임 직업/직책의 유명세, 지위, 네트워크가 어려운 미팅을 몇 번 성사시킬 순 있지만, 유니콘을 만드는 것은 유명세나 지위가 아니라 집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