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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된 경험

1589795230991영화 Trolls의 후속편 Trolls World Tour가 개봉 3주 만에 1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한다. 3주 동안 발생한 매출이 전편인 Troll의 5개월 매출보다 많다고 하니, 이는 상당히 놀라운 실적이긴 하다. 그 이유를 자세히 보니, 주로 신작은 극장에서 먼저 개봉하고, 한 8주 후에 넷플릭스나 다른 VOD 서비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가는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대부분의 극장이 문을 닫은 관계로, 이번 후속편은 바로 온디맨드 스트리밍으로 출시했는데, 이 전략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실은 대부분의 영화제작사 관계자한테 물어보면, 신작을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동시에 개봉하고 싶지만, 전통적으로 이 시장에서 극장이 행사하는 영향력이 워낙 커서, 눈치 보느라 항상 극장 먼저 개봉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온디맨드 스트리밍으로만 개봉을 먼저 했는데, 이게 아주 결과가 좋았던 것이다. Trolls World Tour의 제작사인 NBCUniversal은 이걸 계기로 앞으로 모든 영화는 극장과 스트리밍에서 동시에 개봉하겠다고 선언까지 한 상황이고, 아마도 많은 제작사가 비슷한 전략을 택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극장 상영의 경우, 영화제작사가 수익의 50%를 가져가지만, 디지털 스트리밍의 경우 제작사가 80%를 가져가니, 수익구조면으로만 봐도 스트리밍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이 내용을 내가 전에 페이스북에 올리니까, 페친들로부터 재미있는 반응이 있었고,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댓글이 달렸다.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개봉날 스트리밍 해 봤거든요. 네플릭스가 리드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폭발적 성장으로 앞으로 극장들이 어떻게 헤쳐나갈지 궁금해 지더라고요. 학생들과 AMC 에 대해서 잠시 토론해본 적이 있는데, 그래도 팝콘 냄새 가득한 극장이 좋다는 밀레니얼들이 아직은 대부분인 것 같긴 합니다.”

“영화관 비즈니스모델은, 영화는 미끼 상품이고 이익의 대부분은 컨세션 즉 팝콘, 음료 등의 매출에서 나오는데… 이번 “실험”을 계기로 영화사 입장에서는 영화관이 없어도 별 상관없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라고 하겠습니다.”

나도 이 분들 말에 100% 동의한다. “It’s the popcorn, not the movie, stupid.”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극장의 비즈니스모델은 영화가 아니라 팝콘과 음료에서 나온다고 하고, 이렇게 돈을 벌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극장으로 발길을 옮겨야한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이후에도 과연 인구밀도가 높은 극장으로 사람들이 전과 같이 갈까에 대해서는 큰 의문이 있다.

실은, 영화관 산업은 이미 수 년 전부터 내림세긴 했다. 집에 아무리 큰 TV가 있어도, 대형화면과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영화관 비즈니스는 항상 잘 될 거라는 이 산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의 믿음과 예측과는 달리, 밀레니얼은 더는 집 밖에서 뭔가를 하는걸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은 거창한 것보단 실용적인 편리함을 추구하는 세대이고, 이는 인터넷 쇼핑, 유튜브 시청, 음식배달에만 국한되지 않고 영화시청에도 적용된다. 그냥 소파에 누워서 손가락 몇 번 클릭해서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는데, 더 비싼 돈을 내고 그 복잡한 극장에 가서 영화 보는걸 이해하지 못하는 세대이며, 앞으로 이런 트렌드는 더욱더 두드러지리라 생각한다.

그러면 이제 CGV나 메가박스와 같은 영화관은 망할 것인가? 큰 변화와 시도를 하지 않으면, 망하겠지만 그렇다고 극장의 장래가 어둡기만 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극장이 살아남기 위한 포인트는 바로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집에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절대로 제공해주지 못 하는 차별화 되고 고급진 경험을 제공하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플레이를 잘 하고 있는 곳이 CGV 청담씨네시티라고 생각한다. 여긴 다른 극장보다 조금 더 일찌감치 고급화 전략을 구사했는데, 다른 극장에서는 한 두 관 정도만 있는 특별관과 프리미엄관을 모든 상영관에 적용했다. 극장의 좌석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간격을 극대화했고, 다른 극장보다 훨씬 더 편안하게 설계를 했고, 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푹신한 대형 가죽 소파가 설치된 상영관도 있다. 극장에 자주 가 본 분들이라면, 이 푹신한 가죽 의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상영관마다 테마를 조금씩 차별화해서, 사운드에 따라서 의자가 움직이고 반응하는 음향 시스템을 적용한 관도 있고, 소규모 파티를 위한 프라이빗 극장 대관 또한 가능한 상영관도 있다. 나도 웬만하면 집에서 온디맨드로 영화를 보긴 하는데, 그래도 신작 또는 대작을 보기 위해서는 극장을 선호하고 무조건 이 곳과 같은 high end 극장을 찾게 된다. 영화도 영화지만, 영화를 최대한 편안하게, 오감을 다 살리면서 볼 수 있는 그 경험을 위해서 찾게 된다. 기아가동차나 BMW와 같은 고급 브랜드의 협찬을 받아서 상영관을 운영하기도 하는데, 이런 시도는 꽤 참신하다고 생각한다.

가격은 좀 비싸다. 일반 극장보단 한 3,000원 정도 비싸고, 4D 상영관은 2만 원이 넘긴 하지만, 관람객은 집에서는 도저히 체험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 기꺼이 이 돈을 낸다. 극장의 입장에서도 인당 매출이 더 높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성은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이런 차별화된 경험을 고객에게 지속해서 제공할 수 있다면, 넷플릭스나 왓챠와 같은 온디맨드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계속 극장만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비즈니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프라인 상권이 무너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다른 소매업들도 어떻게 하면 온라인이 제공하지 못하는 경험을 오프라인에서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하고, 고급화 되고 있는 극장을 참고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타래

밀레니얼 여성을 위한 콘텐츠 플랫폼을 만드는 우리 투자사 더핀치에서 최근에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다. 여성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타래‘인데, 누구나 다 쉽게 작가가 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니, 평소에 글을 쓰고 싶었던 여성분이라면 한 번 시도해보면 좋을 거 같다.

타래의 글로벌 벤치마크가 됐던 제품은 전 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블로깅 플랫폼 Medium인데, 모바일에서 누구나 다 쉽게, 본인이 원하는 주제에 대해서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게 다양한 창작 기능과 공유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글을 발행한 후에는 크리에이터가 본인의 글에 대한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대시보드가 제공되고, 이 창작물과 창작자를 누가 응원하고 있는지, 그리고 누가 내 팬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일부는 무료로 읽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더핀치는 돈을 내야지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유료 플랫폼이었고, 유료였기 때문에 작가로 활동하는 분들의 수가 제한적이었는데, 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배운 건, 작가라는 타이틀이 없는 일반인 중에도 아주 훌륭한 글을 쓰는 창작자들이 한국에는 너무 많은데, 이들이 조금은 더 가볍게 모바일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은 제한적이라는 것이었다. 실은 글을 쓴다는 개념 자체가 가벼운 게 아니다. 나만 해도, 블로그에 포스팅을 올릴 때는 책상에 앉아서, 노트북을 켜고, 그 앞에서 뭔가 새로운 각오로 콘텐츠를 만드는데, 이런 게 부담스럽긴 하다. 요샌 그냥 가볍게 손가락으로 폰을 켜서, 본인의 생각을 그때그때 기록하면서 덜 심각하게 창작 활동을 하는 세대가 등장했고, 이런 캐주얼 창작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시장이 있다.

타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쉽게 모바일로 글을 쓰고, 본인의 창작물을 발행하고 공유하고, 그리고 편안하게 다른 여성분들의 글을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평소 가벼운 창작 활동을 하고 싶었다면 여기에서 시작하면 된다. 많은 분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어쩌면 작가가 될지도 모른다.

현실 직면하기

세상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이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에서는 세 가지 부류가 있는 것 같다. 문제로부터 멀리 도망가는 사람,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사람, 그리고 문제를 향해서 달려가는 사람, 이렇게 세 부류가 있다. 실은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그냥 어떻게 되거나, 누군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해결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문제를 방치하는 동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내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데, 그 이유는 그냥 전 세계 대부분 사람이 여기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골치 아프고, 남한테 싫은 소리 해야 하고, 남한테 싫은 소리 들어야 하고, 고장 난 걸 내 손으로 고치려고 시도하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니라, 웬만한 사람은 그냥 이런 상황을 무조건 피하려고 한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냥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고, 혼자 뭉개고 앉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다가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걸 여러 번 경험했다. 아예 문제에서 등을 돌리고, 그냥 나 몰라라 하고 도망가는구나잠수 타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은데, 어쨌든 둘 다 사회나 집에서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극소수지만, 문제가 아무리 복잡하고 커도, 절대로 도망가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서 해결하려고 하는 go-getter형의 problem solver들도 가끔 만나는데, 이런 사람들이 집이나 직장에서 성공할 확률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 실은, 그렇다고 이런 분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니다. 대부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래도 본인들이 실수한 걸 인정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남한테 하기 싫은 소리도 많이 하고, 필요 이상으로 욕도 먹고, 정말로 몸과 마음이 불편한 행동과 말을 해야 하기도 하다.

나도 굳이 어떤 사람인지 분류를 하자면, 그래도 문제로부터 도망가기보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돌진하는 스타일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말만큼 쉽진 않다. 가끔은, 별거 아니지만,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서 남한테 전화 한 통 거는 것조차 너무 하기 싫고, 전화가 오면 정말로 받기 싫고, 진짜로 만나기 싫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래도 내 과거 경험에 의하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게 그냥 가만히 있거나 도망가는 것보단 좋은 결과를 만든다. 당장은 힘들지만, 장기적으로 정신과 육체 건강에 훨씬 좋다.

며칠 전에 소프트뱅크가 실적 발표를 했는데, 14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영업손실을 냈다. 자그마치 7조 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했는데, 비전펀드에서 투자한 위워크 같은 회사의 밸류에이션 폭락이 주원인이라고 한다. 적자가 발생한 거야 놀랍진 않지만, 나는 손정의 회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현실을 아주 객관적으로, 그리고 똑바로 직시하고, 아주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는 자세에 감명받았다. “내 판단에 문제가 있었고, 이건 제가 정말 심각하게 반성해야 합니다.” , “변명 없이, 있는 그대로 실적을 설명하겠습니다” , “이만큼 적자를 낸 것은 창업 이래 처음입니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등과 같은, 어떻게 보면 이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잘 하지 않는, 그런 발언과 행동은 나한테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나도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에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문제가 있으면 도망치지 말고, 포장하지도 말고, 그냥 그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라고 자주 조언한다. 실은 스타트업 하는 분들은 대부분 problem solver지만, 간혹 현실로부터 도망가려는 분들도 있다. 이분들의 특징은, 회사의 실적을 자세히 보여주지 않고, 변명이 많고, 이런저런 관련 없는 수치들을 대충 섞어서 얼버무리는 건데, 이러면 그 순간은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결국엔 이게 훨씬 더 큰 문제가 돼서 돌아오고, 그땐 정말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도 상황이 매우 어려워질 수가 있다.

현실을 직면하지 않으면, 현실이 내 뒤통수를 친다. 그것도 아주 세게.

플랫폼 의존도

mobile-phone-1917737_1280전에 어느 기관에서 발행한 보고서를 보니까, 전 세계 VC 투자금의 40%가 페이스북과 구글에 그대로 흘러 들어간다는 내용이 있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VC들이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자하면,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서비스나 모바일앱을 마케팅하기 위해서 페이스북이나 구글에서 광고하는데, 이렇게 투자금이 고스란히 페이스북과 구글에 마케팅 예산으로 집행된다는 내용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너무 맞는 말이다. 우리 투자사들도 대부분 페이스북, 구글, 그리고 한국 회사는 네이버에서 마케팅하는데, 여기에 돈이 상당히 많이 집행된다.

이 글을 읽으면서, 페이스북과 구글이 정말로 엄청난 비즈니스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생각했고, 우리도 이런 회사에 언젠가는 투자할 수 있겠지라는, 기대를 했다. 반면에, 스타트업이 목숨을 걸고 만들고 있는 제품을 시장에 마케팅하기 위해서 소수의 대형 플랫폼에 전면 의지하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는 걱정도 했다.

실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는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작은 스타트업이 수만, 수십만, 또는 수백만의 잠재 고객에게 아주 빠르고 쉽게 마케팅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그래서 내가 아는 모든 회사는 – 어떤 걸 하든 상관없다. 모든 회사가. – 마케팅의 기본으로 페이스북 기업 페이지를 만들고, 여기서부터 마케팅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런 플랫폼에서 제대로, 그리고 정말로 내가 원하는 고객한테 우리 회사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상당히 돈을 많이 써야 한다. 페이스북과 같은 대형 소셜 미디어는 회사와 잠재 고객을 연결하는 데 있어서 복잡한 알고리즘을 사용하긴 하지만, 그 밑에는 간단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되고, 돈을 쓰지 않으면 공급 자체를 제한해버린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오가닉 도달(organic reach)은 우리 회사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라이크하고 팔로우하는 사람들에게 콘텐츠를 전달하는 능력인데, 페이스북은 이 오가닉리치를 평균 5% 이하로 제한한다. 즉, 우리 회사 페이스북 페이지를 팔로우하는 사람이 5,000명 이고, 24시간 한정 특별 할인 이벤트를 포스팅하면, 이 할인 이벤트 내용은 팔로워 250명의 타임라인에만 노출된다는 의미다. 이 이상의 팔로워에게 노출하려면 돈을 내야 하는데, 너무 많은 회사가 비슷한 고객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 경쟁하니까, 광고 단가가 계속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정말 작은 예산으로 마케팅을 하는데, 이런 회사에는 페이스북이 어쩌면 그렇게 좋은 마케팅 플랫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고 페이스북이 나쁜 마케팅 플랫폼이라는 말은 아니다. 비싸긴 하지만, 이렇게 많은 글로벌 잠재 고객들을 정교하게 타게팅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은 페이스북만 한 게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 회사의 마케팅 전략이 100% 페이스북이나 구글에 의존하고 있다면, 마케팅 방법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정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검색, 소셜미디어, 블로그, 이메일, 찌라시, 전화 등과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마케팅 채널을 분산 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내가 항상 강조하지만, 최고의 마케팅은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제품 자체가 마케팅 전략이 될 것이고, 여기에다가 조금만 돈을 쓰면, 상당히 좋은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홍보가 후진 제품을 살리지 않는다

내가 자주 강조하는 내용인데, 최근에 비슷한 이야기를 여러 창업가와 해서, 몇 자 또 적어본다. 홍보에 관한 이야기다. 너무 좋은 제품과 기능을 만들었는데, 아무도 이런 게 있다는 걸 잘 모르니 홍보를 해야 하는데, 본인도 개발자고 다른 팀원도 개발자라서 홍보나 마케팅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홍보 담당자를 풀타임으로 채용하거나, 아니면 외주업체에 돈을 주고 PR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대표를 몇 분 만났다.

10년이면, 새로운 기술이 계속 나오는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한평생이고, 이 기간 동안 세상이 바뀐다. 그래서 내가 10년 전 이야기를 하는 건 정말 의미 없고, 어떻게 보면 꼰대스럽지만, 그래도 나는 본질이라는 건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10년 전 미국에서 뮤직쉐이크 할 때 이야기를 좀 해보겠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초기 뮤직쉐이크 제품은 PC 기반의 설치형 애플리케이션이었다. 그 이후에 플래시 기반의 웹 앱을 출시하고 – 당시 플래시 기술이 우리가 추구하는 기능을 다 지원하지 않아서 정말 애먹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폰이 나온 후에는 모바일 앱까지 출시했다. 모바일 앱은 단순히 음악을 쉽게 만드는 툴을 넘어서, 기존 유명곡을 재미있게 리믹스 할 수 있었는데, 음악에는 저작권이라는 골치 아픈 권리가 있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이야기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오래된 명곡 Jackson 5의 “ABC” 리믹스 앱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위에서 말한 각 마일스톤을 도달할 때마다 우리 팀의 분위기는 흥분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참신한 도전이었고, 시장에 소문만 나기 시작하면, 이제 우린 떼돈 벌고 대박 터질 거라는 생각에 잠도 잘 못 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우리 예상과는 달리, 출시하고 시간이 한참 지나도 시장에서는 별 반응이 없었다. 플래시 앱도 그랬고, 모바일 앱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내렸던 결론은, 너무 잘 만든 제품이지만 우리의 약한 홍보력으로 인해 시장이 아직 모르기 때문에 포텐이 터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기의 대부분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홍보나 PR을 해주는 담당자가 없어서 외부 PR 회사와 계약하고 홍보와 PR을 아웃소싱하기 시작했다. 우리 담당 홍보 컨설턴트까지 배정이 됐다. LA 쪽에서는 신생 회사였지만, 꽤 잘하기로 소문났었기 때문에 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홍보만 잘하면 대박 날 거라서 이 정도 비용은 충분히 지불할만하다고 판단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모든 미디어에 뮤직쉐이크 관련 PR 활동을 했지만, 트래픽이나 매출에는 변화가 없었다. 몇 개월 동안 “이렇게 하면 되겠지” , “조금만 더 알려지면 될 거야” 등의 생각을 하면서 참 많은 시도를 했는데, 그럴 때마다 잘 안 됐다. 그리고 서서히 현실을 인지하게 됐다. 제품이 완벽하지 않으면 아무리 홍보를 많이 해도, 절대로 시장에서 오래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렇다고 우리가 후진 제품을 만든 건 아니다. 정말 참신하고 재미있었지만, 시장에서 제품을 보는 시선과 우리가 내부에서 봤던 시선에는 차이가 있었는데, 우리는 이걸 지속적인 제품 개발과 개선으로 풀어야 했는데, 홍보에서 찾으려고 하는 실수를 범했던 것이다.

최근에 만난 많은 대표가 뮤직쉐이크 시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뭔가 잘 만든 거 같은데, 시장에서 반응이 없으니, 홍보로 해결하려고 하고, 내부에 홍보력이 없으니까 외부 마케팅/PR 에이전시에 비싼 돈 주면서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이건 홍보의 문제가 아니라, 제품과 product-market fit의 문제이다. 고객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제품은 수백억 원을 써서 TV나 지하철 광고를 해도 말짱 헛거다. 일시적인 상승효과는 경험할 수 있겠지만, 돈을 쓰는 홍보를 멈추는 그 순간 트래픽과 매출은 곤두박질칠 것이다.

제품이 완벽해지기 전까지는 홍보와 마케팅에 너무 돈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된다. 제품이 좋으면, 알아서 고객이 알게 되고, 알아서 사용하게 된다. 요샌 모두가 바쁘고, 비슷한 제품도 너무 많아서, 홍보를 해야 한다고 하기도 하지만 – 그리고, 이건 과거에 비해서 일부 맞다고 생각한다 – 시대를 초월하는 절대불변의 본질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맛있는 식당은 안 알려도 사람들이 찾아와서 줄을 서고, 좋은 제품은 안 알려도 사용자들이 찾아서 사용하고, 돈을 쓰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