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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a startup?

이 블로그 Startup Bible에 아주 잘 어울리는 동영상을 하나 공유한다. beLaunch 2014를 위해서 비석세스 팀에서 창업가들과 투자자들의 “What is a startup?”이란 질문에 대한 의견과 생각을 취합해서 정리한 2분짜리 동영상인데 (나도 잠깐 출연), 각자 스타트업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재미있고 신선하다.

개인적으로 Flitto 이정수 대표의 말이 제일 찰지다 (1분 26초):

Startup is where you find a bunch of idiots. Idiots – they don’t give a shit about failure. They just enjoy their way(병신들이미친놈들이 무더기로 모여있는 곳이 스타트업입니다. 이 병신미친놈들은 실패라는 걸 모르고 상관도 하지 않죠. 그냥 지들이 하는 걸 즐길뿐입니다).

모두 다 병신이 되어미쳐서 인생을 즐기자.

beLAUNCH 2014 @DDP

올해로 우리 투자사 beSuccess가 주최하는 beLAUNCH 컨퍼런스가 3살이 되었다. 행사 준비와 실행은 비석세스 정현욱 대표와 그의 team이 전적으로 추진하지만 John과 나도 계속 사이드에서 지원을 해주고 있다. 해마다 느끼는거지만 이 정도 규모의 컨퍼런스를 소수의 인력이 준비를 하고 실행 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는걸 보면서 beSuccess 팀한테 많은 걸 배우고 느낀다.

올해도 상당히 기대가 되는 beLAUNCH 행사이다. 일단 규모면에서는 2,000명 이상의 참석자가 예상되며 스피커, 내용 그리고 스폰서들 모두 작년 대비 업그레이드 되었기 때문이다. 장소도 강남의 COEX를 탈피해서 세계적인 건축가 Zaha Hadid가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인데 나는 아직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이미 가본 분들에 의하면 매우 멋진 공간인거 같다.

한국에서도 이제 스타트업 관련 많은 유/무료 행사들이 열리지만, beLAUNCH 2014에 오셔서 멋진 경험을 하고 가시길. Let the craziness and party begin!

-When: 2014년 5월 14일(수) ~ 15일(목)
-Where: 동대문디자인플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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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beLAUNCH summary
-소개 동영상: beLAUNCH http://youtu.be/LsHriNljnXo | beGLOBAL http://youtu.be/iKH_0U1WHR4
-참석자 수: 1,300+ (2012), 1,700+ (2013), 2,000+ 예상 (2014)
-스타트업 전시 부스 수: 50 (2012), 100 (2013), 200+ 예상 (2014)
-과거 연사들: Phil Libin (Evernote CEO), David Lee (SV Angel), 정몽준 (현대그룹 회장) Aydin Senkut (Felicis), Bill Draper, Tim Draper, Adam Draper (Boost), Sarah Lacy (Pando Media), Jeff Clavier (SoftTech VC), Ben Huh (Cheezburger), 이석우 (카카오 대표), 김범석 (쿠팡 대표) 등
-과거 스폰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네이버, 다음, 미래창조부, KISA 등

더블 다운 하기

블랙잭 게임에서 오리지널 베트의 금액만큼 베트를 증가시켜 카드 한 장을 받는 걸 doubling down이라고 하는데 요새 나는 이 더블 다운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블랙잭에 취미를 붙인 건 아니고, 투자 관련 더블 다운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도 이제 투자한 포트폴리오 사들의 수가 꽤 늘어났다. 현재 15개 회사에 투자했는데 이 중 어떤 회사들은 예상보다 잘하고 있고 또 이와는 반대로 어떤 회사들은 생각했던 거 보다 고전하고 있다. 그리고 잘하는 회사들과 그렇지 못한 회사들 사이의 gap이 커질수록 나는 고민하게 된다. 나한테 가장 소중한 자산은 시간인데 이 시간이라는 건 한정되어 있고, 이 소중한 시간을 어느 회사들과 같이 보내는 게 가장 효율적일까? 돈을 집어넣고 회수율만을 생각하는 순수 financial 투자자의 처지에서 봤을 때는 가능성이 작아 보이는 건 과감하게 포기하고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회사들에 시간과 돈을 더블 다운하는 게 스스로나 그 투자자한테 투자한 투자자들을 위해서는 그나마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일 것이다. 그렇지만, 단순한 투자자가 아닌 회사를 같이 만들어가는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더블 다운 전략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항상 고민하는 점이다.

투자를 오랫동안 해오신 업계 선배들은 ‘더블 다운’은 중요하다고 하신다. 어차피 냉정하고 치열한 바닥이고 이 업계도 강자만이 생존할 수 있으므로 이런 강자들을 일찌감치 발견한 후에 이 회사들에 최대한 집중 – 시간과 돈 모두 – 해야 한다고 하신다. 이성적으로는 이게 맞고 나도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으로 생각할수록 나는 현재 고생하고 고전하고 있는 회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 이들은 아직 정확한 product fit을 찾지 못했고, 고객을 정확하게 정의하지 못했고 비즈니스 모델도 못 만들어서 지금 이 글을 쓰는 현재에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회사들이다. 물론, 나는 돈만 조금 보태준 제 3자라서 창업팀만큼 이 비즈니스나 시장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보다는 이 팀에 투자했기 때문에 나는 이 팀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이들이 하려고 하는 걸 계속 지원해주고 응원해주고 싶다.

그러다가 운 좋게 tipping point를 찾으면, 갑자기 이들도 ‘강자’가 될 수 있다. 만약 운이 없으면 그냥 망하고, 숫자로 보면 시간 낭비한 게 되겠지만, 단순히 돈을 대준 투자자보다는 상황이 좋을 때나 궂을 때나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과 끝까지 같이 한 ‘파트너’로 기억되면 좋겠다.

2MB 법칙

투자나 전반적인 피드백을 원하는 많은 창업가들이 Strong Ventures에 이메일을 보낸다. 대부분 회사/제품 소개 자료도 같이 보내는데 나는 이 중 일부는 읽고, 일부는 아예 열어보지도 않는다. 바빠서 그런게 아니다. 아무리 바빠도 왠만하면 모든 이메일과 자료는 읽는 편이다. 이메일 내용도 없고 첨부 자료가 더럽게 길고 용량이 큰 게 항상 문제가 된다.

그리고 항상 한국 분들이 문제다. 혹시나 나한테 자료를 보내고, 이걸 내가 읽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다음 사항들 참고하면 좋을 거 같다:

  • 2MB 이하 – 소개 자료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소개 자료다. 아주 구체적인 자료는 길어도 된다). 소개 자료가 너무 길면 그건 자신의 비즈니스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을 못한다는 의미이거나 비즈니스 자체가 너무 복잡하다는 뜻이다. 어떤 분들은 거의 50MB 짜리 자료를 다운받아 보라고 링크를 보내는데, 이렇게 큰 파일을 다운받을 시간도, 긴 자료를 읽을 시간도, 관심도 나는 없다. 왠만한 투자자들도 나랑 같은 생각일 것이다. 파일을 첨부하려면 무조건 2MB 이하로 만드는 걸 권장하고 PPT 보다는 PDF가 좋다.
  • 필요한 내용만 – 소개 자료에는 필요한 최소 내용만 있으면 된다. 더 궁금하면 투자자들이 다시 물어볼 것이다. 소개 자료에 제품 사진이나 스크린샷 또는 공장 사진 (제조업이라면)을 덕지덕지 붙여서 보내면 용량만 커지고 professional한 느낌이 많이 떨어진다. 만약에 굳이 사진을 많이 붙이려면 용량은 최소화해서 보내는게 읽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 What do you want? – 이메일을 보낼때 제발 뭘 원하는지 명확하게 표시해라. “현재 1억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특정 부분에 대해서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등등 구체적을 원하는걸 알려주면 좋겠다. 많은 한국분들이 “회사 자료 보내드립니다.” 하고 이메일이 오는데 이런건 읽어 보지도 않고 삭제한다.

내가 왜 이렇게 까칠하게 구냐고? 사람을 많이 만나고 이메일 communication을 워낙 많이 하다보니 이젠 이메일만 봐도 이 사람이 professional한지 아닌지를 금방 알 수 있게 된 거 같다. 한 줄의 이메일과 2장짜리 소개 자료가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장문의 이메일과 20MB 짜리 자료가 읽히지도 않고 바로 휴지통으로 가는 경우가 많으니 위 부분은 항상 명심하면 좋을 거 같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성향이다.

경험과 지식이 얼만큼 중요한가?

몇 일 전에 peHUB의 “Tech start-ups show little imagination on board gender diversity”  라는 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라인이 있었다.

“At Pinterest, the four-year-old online bulletin board service that is valued near $3.8 billion, some 70 percent of the users are female. But the company’s board of directors is 100 percent male. (38억 달러 기업가치의 4년 된 서비스인 핀터레스트의 사용자 중 70%가 여성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이사회는 100% 남성이다.)”

이 기사가 전달하는 내용은 실리콘 밸리에서 남녀평등을 계속 외치지만 막상 보면 대부분 스타트업의 이사회는 남성으로만 구성되어 있고 아직 IT 분야는 남성들이 지배한다는 거다. 기사의 본질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위 내용을 보고 나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봤다.

특정 서비스의 사용자들이 대부분 여성이면, 그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이 여성이어야 하는가? 습관적으로 생각하면 그럴거 같다. 남성과 여성들은 생리적으로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과 사물을 바라보는 각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여성 위주의 서비스를 만드려면 반드시 그 팀에는 여성이 있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는 거 같다. 마찬가지로 엄마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드려면 엄마(아줌마)들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그 서비스를 만드는게 성공 확률이 더 높고 게이나 레즈비언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드려면 그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이 게이나 레즈비언이면 타겟 시장과 고객을 더 잘 이해하기 때문에 좋은 서비스를 만들 확률이 더 높다. 이게 아마도 전통적으로 생각해보면 맞는거 같다.

하지만 내가 경험해보니 항상 맞는건 아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핀터레스트의 경우 공동 창업가 Evan Sharp와 Ben Silbermann은 둘 다 남자다. 물론, 처음부터 여성들을 타겟으로 핀터레스트를 만들진 않았을 것이지만 둘 다 남자였기 때문에 여성들도 잘 모르는 뭔가를 캣치했고, 이게 어필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 투자사 중 엄마들을 위한 쇼핑앱을 만드는 팀이 있다. 두 명의 남성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은 결혼해서 애기들이 있지만 다른 한 명은 결혼도 안 했다. 애기가 있는 분은 아빠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하지만, 결혼하지 않은 총각 공동 창업자도 상당히 insightful하고 재미있는 관점을 제품에 불어넣는다. 엄마들의 쇼핑 습관을 전혀 모르지만, 항상 다른 관점에서 이 시장을 볼 수 있는 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거 같다. 나도 결혼은 했지만 애는 없는데 이 앱에 대한 이런저런 의견이나 피드백을 가끔씩 준다. 엄마들이 봤을때는 항상 맞는 의견은 아니지만, 그래도 유용한 피드백일 경우가 있다.(그렇다고 애들이 있는 아빠와 엄마의 피드백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내가 아는 다른 스타트업은 애견관련 비즈니스를 한다. 그런데 창업팀 중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는 멤버가 한 명도 없었고 처음에는 “개나 고양이를 키워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오히려 훨씬 더 사업을 잘 하고 있다. 아마도 애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이 분야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완전히 새로운 시각과 의견을 가져오기 때문인 거 같다.

그래서 나는 이제 특정 분야의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들한테 그 분야의 과거 경험을 굳이 찾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사람들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변화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