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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3%

요새 우리가 투자 검토하고 있는 회사의 대표와 얼마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차별점이라는 주제가 튀어나와서, 내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실은, 정답도 없고, 어떻게 보면 참 멍청한 질문이라서, 내가 잘 하지 않는 질문이긴 하지만, 답을 떠나서 이분의 생각과 답변이 좀 궁금했다. 또한, 대부분의 투자자가 습관처럼 물어보는 질문이긴 하다. 이 회사의 기술, 제품, 서비스,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이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특별하지 않고, 실은 누구나 다 마음먹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우리가 남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냐고 물어봤다.

이분의 대답은 내가 기대하던 답변이고, 대표가 시장을 이렇게 보고 있다는 건 나한테는 상당히 긍정적인 시그널이었다. 본인도 항상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고, 내가 한 말에 100% 공감한다고 하면서, 창업팀이 하고 있는 게 실은 어느 정도의 기술장벽도 있고, 서비스 장벽도 있고, 비즈니스모델 장벽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로 남들이 못 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대기업에서 돈과 사람을 대거 투입하면, 본인이 2년 이상 했던 이 비즈니스와 비슷한 걸 훨씬 짧은 시간 안에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남들이 할 수 있는 건 자신의 비즈니스와 “똑같은”게 아니라 “비슷한”걸 만들 수 있다는 점인데, 실은 비즈니스의 핵심은 비슷하다와 똑같다 사이에 존재하는 10%라고 하면서, 이 10%를 따라 하는 건 정말 쉽지 않고, 아주 오랜 경험과 굉장히 특별한 능력과 팀워크가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이분도 100% 완벽한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90%에서 100%까지 비즈니스를 완성하는 게 이 팀의 미션이고, 이건 돈이나 사람의 수라는 정량적인 자원보다는,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눈에 보이지 않는 경험과 디테일을 몸으로 직접 배웠냐는 정성적인 부분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이걸 세상에서 가장 잘하는 팀이 이 회사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 말에 나는 매우 동의한다. 나도 실은 우리 투자사 대표들에게 항상 비슷한 말을 하는데, 겉으로 보면 같아 보이는 두 개의 비슷한 서비스 중, 하나는 사용자들이 좋아하지만, 다른 하나는 사용자들이 사랑하는 이유는 눈에 잘 안 보이는 작은 차이 때문이고, 이 작은 차이는 위에서 강조하는 디테일에서 나온다는 말을 자주 한다.

솔직히 우리가 자주 접하고 사용하는 배달앱, 쇼핑앱, 맛집앱, 중고거래앱, 음악 서비스, 자산관리서비스만 보더라도 비슷한 제품이 각각 최소 5개는 있지만, 대부분 이 중 하나만 사용한다. 처음엔,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하지만, 결국 그중 나한테 가장 유용한 한 개의 서비스를 선택하고, 이후에는 그 제품만 사용하게 된다. 그 이유는 결국엔 완벽을 추구하면서 더 견고해지는 디테일에 있는 거 같다. 눈으로 봤을 때는 잘 모르지만, 깊게 사용하다 보면 느낄 수 있는 그런 세심한 디테일 말이다. 누구나 다 90%까지는 상당히 빨리 만들 수 있지만, 매출의 99%를 만드는 건 마지막 10%이고, 이 10%를 완성하는 데에는 평생이 걸릴지도 모른다. 이 마지막 10%를 완성하는 게 팀의 경험과 열정, 그리고 수많은 반복과 시행착오인데, 이걸 잘하는 팀이 결국엔 성공하는 것 같다.

얼마 전에 본 다큐멘터리에서 인류는 대형 유인원과 97% 이상 유전자를 공유하지만, 다른 3%가 인간을 유인원과 99.99% 다르게 만든다는 내용이 있었다. 겉으로 보면 모두 다 비슷한 제품 같지만, 이기는 제품과 지는 제품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논리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모든 건 마지막 3%에 달려있다.

클래스101

전에 클래스101과 스트롱의 히스토리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얼마 전에 플래텀을 통해 클래스101의 최신 수치가 공개됐다. 매달 정기적으로 회사의 성장과 수치를 보고 있지만, 이렇게 누적 수치를 보니까 클래스101 팀도 대단하고, 이런 팀과 처음부터 같이 할 수 있었던 우리도 참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클래스101은 2018년 3월 정식 출시했고, 지금까지 1년 8개월 동안 거의 400개의 클래스를 만들어서 판매 중이며, 8,000명 이상의 크리에이터들이 애용하고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700만 명 이상이 클래스101을 방문했는데, 클래스를 구매한 고객이 약 90,000개의 후기를 남길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온라인 취미/클래스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또한, 크리에이터들에게 나눠준 정산액은 누적 100억 원을 돌파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보잘것없는 제품으로 시작한 작은 회사가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대단한 성장을 하는 걸 옆에서 가깝게 지켜보는 건 정말로 재미있다. 나는 항상 이런 경험을 “신박하다”라고 표현하는데, 정말 신박하다 외에는 설명할 말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없는 자원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그 시장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시장을 압도적으로 장악하면서, 작은 시장이라면 이 작은 시장을 오히려 크게 만드는 건, 정말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대단히 매력적이고 신비한 일이다. 특히, 그 성장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고, 수많은 굴곡과 시련이 반복되고, 합쳐지면서 만들어지는 거라서 더욱더 신박한거 같다.

이런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또 다른 매력과 보람은, 회사의 수치가 성장하는 만큼 창업팀의 수준과 레벨도 같이 성장하고, 결국엔 단순한 숫자의 성장을 넘어 진정한 사업가로 숙성되는 사람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특권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클래스101에 우리가 처음 투자할 때, 창업팀은 아주 똑똑하고 의지가 넘쳤지만, 비즈니스에 대한 경험은 정말 없었다. 하지만, 4년이라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이 팀은 웬만한 대기업에서의 50년 경험보다 깊고, 순수하고, 통찰력이 넘치는 배움을 흡수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밸류에이션이 뭔지 조차 잘 모르던 분들이, 이제는 조직을 어떻게 관리하고, 기업의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신박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극소수에게 제공되는 특권이라는 생각을 요새 매일 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경험을 자주 할 수 있길 바란다.

스타트업 바이블: 선배 창업자가 말하는 스타트업 생존 전략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의 박소령 대표님을 나는 약 4년 전에 제주도의 한 행사에서 처음 만났다. 지금도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유료 콘텐츠 시장이 활짝 열리지 않았지만, 당시에는 퍼블리 같은 비즈니스가 한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시장이 척박하긴 했는데, 그래도 본인이 사랑하고, 믿고, 즐기는 일을 추구하는 게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고맙게도 이젠 정말 오래된 내 책들 스타트업바이블 1, 2권을 잘 읽었고, 내 블로그 내용이 사업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씀까지 해주셨다.

그 첫 만남 이후, 4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퍼블리는 내 예상보다 빠르게 유료 콘텐츠 시장에서 꽤 묵직한 포지셔닝을 잘 잡고 있고, 내 주위 분들이 돈 내고 보는 몇 안 되는 한국의 멤버십 콘텐츠 플랫폼으로 잘 성장하고 있다. 그런 퍼블리에서 얼마 전에 연락이 왔다. 퍼블리 멤버십 독자들에게 스타트업바이블의 유용한 내용을 발췌해서 큐레이션하고, 모바일에서 가장 읽기 쉬운 모양으로 재편집해서 발행하고 싶다는 제안이 왔다. 실은, 책도 오래됐고, 요샌 스타트업 관련해서 워낙 좋은 최신 콘텐츠가 많이 나와서 좀 망설였다. 그래도 퍼블리가 타겟하고 있는 독자들이 이제 창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스타트업에 종사한 지 3년이 안 된 분들이고, 이들에게 줄 수 있는 실질적인 팁 중심으로 내용을 발췌하여 재구성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분들에게는 아직도 스타트업바이블 내용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진행해보기로 했다.

제목은 “스타트업 바이블: 선배 창업자가 말하는 스타트업 생존 전략“으로 정했고, 이제 준비가 돼서 여기서 읽을 수 있다.

10개의 짧은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각 챕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스타트업, 세상을 뒤엎을 쓰나미를 일으켜라!
2/ 스타트업의 3요소 (1): 아이디어
3/ 스타트업의 3요소 (2): 돈
4/ 불경기에 투자받는 효과적인 방법
5/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과 투자 유치
6/ 스타트업의 3요소 (3): 사람
7/ 스타트업 인재는 어떻게 다루는가?
8/ 돈 버는 스타트업의 핵심: 고객 중심
9/ 스타트업 창업자, 좋은 의사결정을 하려면?
10/ 스타트업은 실패도 ‘잘’ 해야 한다

Enjoy!

(잘 큐레이션 해 주신 퍼블리에게 special thanks)

성장과 배움의 기울기

board-1044088_640전에 내가 이런 내용을 쓴 적이 있다. 초기 스타트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KPI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그 KPI를 매주 5%씩 성장할 수 있다면, 매달 20% 성장할 수 있고, 1년 동안 9배 성장할 수 있고, 이걸 해마다 반복할 수 있다면 투자자들이 제발 투자하게 해달라고 애걸할 것이라고.

많은 유니콘 회사들이 이렇게 성장한다. 이렇게 창업 초기 3년~5년 안에 말도 안 되는 미친 성장을 하는 회사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조금은 걱정되기도 한다. 너무 높이 날면, 언젠가는 내려올 수밖에 없고, 요새 이 동네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위워크와 같은 유니콘들의 기업가치가 인정사정없이 깎이는걸 보면 – 그 원인은 다양하지만 – 꼭 미친 성장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성장’ 자체는 스타트업의 존재 이유이자, 투자를 받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점도 절대로 간과할 수 없다.

그럼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 나도 이 질문을 자주 받는데, 우리 투자사 중 다른 회사들보다 비즈니스를 잘하는 대표들을 보면, 그 방법이나 형태는 모두 조금씩 다르지만, “기울기가 일정한 의도된 성장”을 하는 분들이 있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3개월 동안 300% 성장하기보단, 이걸 의도적으로 12개월 동안 300% 성장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진 않다. 일단 무조건 성장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걱정하자가 대부분 창업가가 가진 태도이고, 굳이 3개월에 300% 성장할 수 있는 걸, 왜 일부로 제한을 하느냐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실은 일차원적으로 보면, 이게 맞다. 나도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할 때 성장을 의도적으로 컨트롤 하자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물 들어올 때 노 젓고, 무조건 성장할 수 있을 때 성장하자는 전략이었다(그래도 별로 성장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 보면, 나중에 항상 문제가 생기는 걸 자주 경험했다. 일단 단기간 내에 너무 빨리 성장을 하면, 창업자도 왜 회사가 그렇게 많이 성장했는지 원인 파악을 하기가 힘들다. 그럴 시간도 없고, 원인 파악을 하는 동안에도 계속 성장을 하니까,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행위에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게 행복한 고민이긴 한데, 나중에 성장이 멈춘 후에, 과거의 성장을 반복해야 할 텐데, 왜 그렇게 성장했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다시 이런 성장 사이클을 반복하지 못하는걸 여러 번 봤다. 그리고 적절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그때마다 적절한 인력이 보강되어야 하는데, 너무 빨리 성장을 하면, 너무 빨리, 그리고 신중하지 못하게 사람을 뽑는데, 이게 항상 나중에 문제가 되는 걸 봤다. 어떤 성장을 할 때,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를 정확하게 알아야지만, 미래에도 계속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데, 이걸 생각할 시간도 없고, 고민할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성장의 기울기와 배움의 기울기가 일치해야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시스템을 회사 내부에 만들 수 있다. 성장의 기울기가 너무 가파르면, 배움이 그 기울기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항상 배움의 기울기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만큼만 성장의 기울기를 조정해보라고 권장한다. 물론,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여기서 또 하나 나오는 게 성장의 공식이다. 어떤 방식으로든지, 회사의 성장을 공식화할 수만 있다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성장을 제한하거나, 또는 더 가속할 수 있는 거 같다. 우리 투자사, 또는 주위에 내가 아는 회사 중, 정말 비즈니스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스타트업은 모두 이런 성장의 공식을 어느 정도 내재화하고 있다. 그래서 목표와 계획보다 성장이 더디면, 이 중 몇 개의 변수를 조정해서 성장을 조금 더 촉진한다. 이와 반대로, 회사 내부 배움의 기울기보다 성장이 너무 가파르다 싶으면, 또 변수를 조정해서 성장을 조금 더 늦춘다. 나는 이런 걸 실제로 봤기 때문에, 가능하면 모든 창업가에게 이런 성장의 공식을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물론, 이런 성장과 배움의 기울기는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내가 아는 많은 VC는 초기에는 무조건 미친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달 업다운이 심하더라도 일단은 성장할 수 있는 만큼 무조건 성장해야 하고,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유니콘 회사는 없다고 한다. 이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일단 투자자 돈으로 유니콘 되고, 어떻게 돈 벌고, 어떻게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들지는 그 이후에 고민해보자는 식의 생각과 태도는 요새 참 위험천만하다고 매일 느끼고 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현실 직면하기

세상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이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에서는 세 가지 부류가 있는 것 같다. 문제로부터 멀리 도망가는 사람,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사람, 그리고 문제를 향해서 달려가는 사람, 이렇게 세 부류가 있다. 실은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그냥 어떻게 되거나, 누군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해결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문제를 방치하는 동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내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데, 그 이유는 그냥 전 세계 대부분 사람이 여기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골치 아프고, 남한테 싫은 소리 해야 하고, 남한테 싫은 소리 들어야 하고, 고장 난 걸 내 손으로 고치려고 시도하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니라, 웬만한 사람은 그냥 이런 상황을 무조건 피하려고 한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냥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고, 혼자 뭉개고 앉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다가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걸 여러 번 경험했다. 아예 문제에서 등을 돌리고, 그냥 나 몰라라 하고 도망가는구나잠수 타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은데, 어쨌든 둘 다 사회나 집에서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극소수지만, 문제가 아무리 복잡하고 커도, 절대로 도망가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서 해결하려고 하는 go-getter형의 problem solver들도 가끔 만나는데, 이런 사람들이 집이나 직장에서 성공할 확률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 실은, 그렇다고 이런 분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니다. 대부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래도 본인들이 실수한 걸 인정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남한테 하기 싫은 소리도 많이 하고, 필요 이상으로 욕도 먹고, 정말로 몸과 마음이 불편한 행동과 말을 해야 하기도 하다.

나도 굳이 어떤 사람인지 분류를 하자면, 그래도 문제로부터 도망가기보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돌진하는 스타일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말만큼 쉽진 않다. 가끔은, 별거 아니지만,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서 남한테 전화 한 통 거는 것조차 너무 하기 싫고, 전화가 오면 정말로 받기 싫고, 진짜로 만나기 싫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래도 내 과거 경험에 의하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게 그냥 가만히 있거나 도망가는 것보단 좋은 결과를 만든다. 당장은 힘들지만, 장기적으로 정신과 육체 건강에 훨씬 좋다.

며칠 전에 소프트뱅크가 실적 발표를 했는데, 14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영업손실을 냈다. 자그마치 7조 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했는데, 비전펀드에서 투자한 위워크 같은 회사의 밸류에이션 폭락이 주원인이라고 한다. 적자가 발생한 거야 놀랍진 않지만, 나는 손정의 회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현실을 아주 객관적으로, 그리고 똑바로 직시하고, 아주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는 자세에 감명받았다. “내 판단에 문제가 있었고, 이건 제가 정말 심각하게 반성해야 합니다.” , “변명 없이, 있는 그대로 실적을 설명하겠습니다” , “이만큼 적자를 낸 것은 창업 이래 처음입니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등과 같은, 어떻게 보면 이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잘 하지 않는, 그런 발언과 행동은 나한테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나도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에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문제가 있으면 도망치지 말고, 포장하지도 말고, 그냥 그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라고 자주 조언한다. 실은 스타트업 하는 분들은 대부분 problem solver지만, 간혹 현실로부터 도망가려는 분들도 있다. 이분들의 특징은, 회사의 실적을 자세히 보여주지 않고, 변명이 많고, 이런저런 관련 없는 수치들을 대충 섞어서 얼버무리는 건데, 이러면 그 순간은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결국엔 이게 훨씬 더 큰 문제가 돼서 돌아오고, 그땐 정말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도 상황이 매우 어려워질 수가 있다.

현실을 직면하지 않으면, 현실이 내 뒤통수를 친다. 그것도 아주 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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