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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1587680513060내일은 어버이날이다. 솔직히 나는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이나, 별로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엔 어린이에게는 매일매일이 어린이날이고, 부모님에게도 매일매일이 어버이날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아예 Father’s Day랑 Mother’s Day를 구분해 놓은 거 보면, 부모님에게 감사하게 생각하라는 의미 전에 오히려 상업적인 의미가 더 큰 날이 아니냐는 생각까지 든다.

그래도 이런 날을 만들어야지 자식들이 부모님들에게 감사의 표현을 하는 것 같다.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모든 자식들은 부모들에게 당연히 감사해야 하고, 나도 표현은 잘 안 하지만,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항상 있지만, 우리는 자라면서 부모님들의 영향을 받는다. 대부분의 자식들이 부모님들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불행한 사람들도 있다.

나는 다행히도 우리 부모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살면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법을 어기지 않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고 있는데, 이런 근간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내가 인생을 어떻게 살았냐도 큰 영향을 미쳤지만, 부모님으로부터 어떤 점을 배웠냐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내 유전자 자체를 부모님에게 물려받았으니, 실은 내 모든 것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래도 어버이날이니 내가 45년 넘게 살면서 부모님에게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에 대해서 표현해보고 싶다. 첫 번째는 자율적 사고를 항상 강조하신 점이다. 우리 부모님은 나한테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거니까, 웬만하면 어떻게 살아도 간섭을 하지 않을 텐데, 그런 만큼 그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내가 지는 거라는 컨셉을 어릴 적부터 나한테 주입해주셨다. 한국 부모님치곤 당시에는 꽤 파격적인 태도였다. 솔직히 나는 모든 부모가 다 그런 줄 알았는데, 크면서 보니까 이런 한국 부모가 별로 없다는걸 깨달았다. 뭐, 그렇다고 경제적 지원 같은걸 전혀 안 해주신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긴 하지만, 어쨌든 모든 결정은 내가 하고, 부모는 웬만하면 간섭하지 않는다는 스탠스는 확실하게 지켜주셨다. 내 친구들이 경악했던 일이 하나 있었는데, 학교에서 집으로 성적표를 우편으로 발송하면, 우리 어머님은 본인이 절대로 성적표를 개봉하지 않고, 그걸 그냥 내 책상 위에 올려놓으셨다. 내 성적표니까, 내 우편물이고, 공부를 잘 하든 못 하든 그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신 거다. 그리고 성적표를 내가 열어서 본 후에, 부모님에게 안 보여줘도 별로 상관하지 않으셨다. 내가 대학 진학을 안 하고, 그냥 자동차 정비 기술을 배워서 나중에 정비소 사장이 되고 싶다고 진지하게 이야기했을 때도, 우리 부모님은 그것도 좋은 생각이고 사람이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오히려 나를 아주 진지하게 장려해주셨다(결국 대학은 갔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내가 무슨 결정을 하더라도 우리 부모님은 항상 “네가 고민 많이 했을 테고, 네 인생이니까,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해라”라는 자세였다. 어쩌면 이런 자율적 사고를 중시하는 태도 덕분에 나도 이런 태도와 생각이 매우 중요한 이 스타트업 분야에서 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우리 부모님에게 가장 감사하는 두번째는 바로 교육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신 점이다. 여기서 분명히 하고 싶은 건, 학벌을 중요하게 생각하신 게 아니라, 뭔가를 배우는 교육과 배움 그 자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어쨌든 사람은 죽는 그 날까지 배워야 하고, 새로운걸 배우지 않으면 시체와도 다름없다고 생각하셨다. 우리 아버지는 80세가 되신 지금도 뭔가를 계속 공부하고, 인터넷에서 열심히 찾아서 읽고, 내 블로그도 엄청 열심히 읽으면서 배우시고 있다. 얼마 전에 내가 구글의 식당에 관해서 쓴 글을 읽고, 구글에 대해서 이것저것 또 검색하고, 공부하시기도 했다.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이런 태도를 나는 어릴 적부터 보고 배웠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됐고, 항상 몸으로 실천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다행히 아직 두 분의 건강은 쓸만하시다. 그리고 당분간 그랬으면 좋겠다.

Happy 어버이날!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살기위한 변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피트니스 클럽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고, 많은 헬스클럽이 문을 닫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피트니스 체인 중 하나인 24 Hour Fitness도 파산신청을 고려하고 있고, 아직 망하지 않은 헬스클럽은 PT 수업을 온라인으로 스트리밍하거나,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서 비대면 PT 수업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어떤 헬스클럽은 아예 운동기구를 대여하거나 판매해서 계속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Peloton이나 SoulCycle과 같은 사이클/스피닝 클래스가 인기가 많기 때문에, 사이클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피트니스 클럽은 자전거를 판매하거나 대여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참 살벌한 세상이다. 살기 위한 이런 처절한 몸부림을 보면, 안타깝고 불쌍하다. 하지만, 살기 위한 이 투쟁의 다른 면을 보면,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회사의 경영진이 그동안 생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고, 마지막 한 방울 창의력까지 머리에서 쥐어짜내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페이스북에서 많이 돌아다녀서 이걸 본 분들이 많을 텐데, 그렇게 digital transformation을 오랫동안 주장했지만, 수 십년 동안 그 누구도 이걸 못 했는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한 방에 digital transformation이 시작된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digital transformation

Digital Transformation Quiz (SUSANNE WOLK TWITTER)

특히 한국의 학교가 온라인 개학을 하고, 온라인 수업하는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이 동의하겠지만, 학교야말로 첨단 기술을 도입해서 학생들에게 미래를 보여줘야 하는데, 실은 내가 아는 한국의 학교는 기술적으로 가장 낙후됐고, 신기술 도입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대표적인 기관이다. 아직 갈 길이 멀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면 온라인 수업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보수적인 학교의 교무진과선생님들이 온라인 수업하는 걸 보면, 코로나바이러스의 위력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우리도 비슷한걸 느끼고 있다. 팀이 한국과 미국에 있고, 두 지역에 투자를 하니, 화상 미팅은 항상 자주 해왔었고, 나도 꼭 필요한 게 아니면, 직접 만나서 미팅하는걸 선호하진 않지만, 그래도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면 직접 얼굴 보고 만나는 미팅을 했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강제적으로 모든 미팅을 화상으로 진행했는데, 처음엔 좀 불편했지만, 이젠 오히려 이게 더 익숙해졌고, 왜 그동안 굳이 직접 만나서 미팅을 했을까 하는 의문까지 하는걸 보면, 나도 어떻게 보면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변화했고,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변화가 만들어진 거 같다.

이런 살아남기 위한 변화는 규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한국은 원격의료가 아직 합법화되지 않았는데, 어쩌면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강제적으로 합법화되거나, 아니면 합법화되어가는 과정이 더 빨리 진행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희망을 품어 본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연구개발, 그리고 임상시험 과정 또한 기존 신약 연구개발 및 임상 과정보단 더 빨리 진행되는 걸 보면, 이게 불가능하진 않을 것 같다. 그동안 이해하기 힘든 법과 규제 때문에 불법이었던, 집으로 찾아오는 이발/미용 서비스도 합법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의 진화과정을 보면, 처음에는 사용자들이 특정 제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 특정 장소를 직접 찾아갔다. 그 이후에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 주로 집 – 찾아왔다. 아마도 이 다음 단계는 사용자들이 비접촉 방식으로, 원격으로 이런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그런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리고 나는 이런 미래가 한 5년~10년 뒤에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바이러스는 한 방에 이런 미래를 더 우리에게 가깝게 오게 했다.

물론, 이 사태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코로나바이러스 이전 세상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그렇게 되진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안전하게 사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고, 그러기 위해서는 살기 위한 변화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When the Going Gets Tough, the Tough Get Going

요샌 사무실 출근도 안 하고 집에서 Zoom 화면만 보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회사에 주로 투자하고, 대략 직장에서 어떤 일이 돌아가는지는 우리 와이프도 알고 있지만, 요새 24시간 나랑 집에 있다 보니, 내가 우리 투자사들과 하는 대화를 많이 듣고, 어떤 회사가 잘하고 있고, 어떤 회사가 힘든지, 대략 파악하고 있다. 남편 하는 일이 겉으로 보면 아주 번드르르하고, (비록 남의 돈이지만)수 억 단위의 돈을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멋진 VC라고 알고 있었는데, 막상 온종일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돈 버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회사들 어렵고, 망하고 있고, 곧 망할 것 같은 회사 대표들과 정신과 상담하듯 이야기하는 내용밖에 없어서 굉장히 놀라고 신기해하는 거 같다.

“오빠 투자해서 돈 버는 사람 아니었어? 무슨 119 소방대원 같은데?”라는 말을 할 정도로 요새 코로나바이러스가 몇몇 우리 투자사들에 주는 충격은 상당하다. 그리고, 이미 전에 내가 여러 번 말했듯이, 이걸 내가 어떻게 해줄 순 없다. 그 누구도 예상 못 했던 팬데믹이 왔고, 투자자나 창업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냥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다. 내가 그나마 해줄 수 있는 건, 그냥 옆에서 정신적 말동무가 되어 주는 건데, 모든 회사가 다르고 모든 창업가의 스토리가 다르지만, 정말 안타까운 일들이 많다.

어떤 대표는 그동안 같이 고생하고 모든 걸 함께 했던 팀원의 절반을 해고했고, 어떤 대표는 사업의 방향을 크게 피봇했고, 어떤 대표는 원래 없는 살림으로 사업했지만,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분들과 통화나 줌 미팅이 끝나면 나도 온갖 생각으로 먹먹해진다. 나도 이 정도인데, 대표님들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오갈지, 그리고 잠은 제대로 자고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 솔직히 우리 투자금도 걱정이 되긴 한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걱정되는 건, 인생을 바쳐서 힘겹게 쌓아놓은 탑이, 내가 통제하지 못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바이러스와 이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걸 보는 이 들의 정신건강이다.

그래도 이 암울한 현실에서도 나는 매일 빛을 보고 있다. 우리 투자사 대표들은 모두 내가 존경하고, 잘하시는 분이라는 걸 알고 있고, 이 때문에 투자를 했는데, 이 위기는 이분들을 내가 다시 보게 되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대단한 분들이라는 확신을 하게 해줬다. 주도적으로 직원을 – 많게는 절반 이상 – 해고하는 건 말만큼 쉽지 않고, 진정한 리더는 해고를 할 수 있는 용감한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이걸 바로 하는 결단력과 용기에 일단 한번 놀랐다. 또한, 당황하거나 우왕좌왕 하지 않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하는 탄성과 회복력에 다시 한번 놀랐다. 말이 유연한 대처지, 어떤 대표는 그동안 하던 비즈니스를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방향을 찾기도 했다. 대기업이라면 절대로 못 했을 것이고, 하더라도 수개월이 걸릴 일을, 이분들은 하루 만에 한 것이다.

이런 대표들에게 내가 헌사 하고 싶은 노래가 하나 있다. Billy Ocean의 “When the Going Gets Tough, the Tough Get Going”이다. 노래 제목을 그대로 번역하면, “상황이 힘들어지면, 강인한 사람들은 더 강인해진다.”이다. 좀 오래된 곡이지만, you will enjoy it.

통제 못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통제 할 수 있는 거에만 집중하자. 그러다가 망할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시원하게 한 번 싸워보자. 사업가답게, 대표답게, 용감하고 떳떳하게 온몸으로 부딪쳐보자. 결과와는 상관없이 모두가 다 나중에 술잔을 기울이면서 웃을 수 있도록.

명함

Business man giving business card나는 그동안 한국과 미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한국과 미국, 또는 동양과 서양의 비즈니스 문화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고, 요새도 그동안 내가 몰랐던 사실을 하나씩 발견하면서 놀라기도 하고 신기해하기도 한다. 예전에 이에 관해서 쓴 이 있는데, 당시엔 잘 몰랐는데 요새 또 한 가지 느끼는 점이 바로 명함에 대한 부분이다.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 또는, 일을 안 하는 사람도 – 대부분 명함이 있다. 이 명함을 바라보는 한국과 서양의 태도와 시선은 너무 다르다. 일단 영어로 명함은 ‘business card’라고 한다.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비즈니스 할 때 사용하는 카드이고, 특정 회사 또는 개인의 ‘비즈니스’ 정보가 담긴 종이쪼가리다. 반면에 ‘명함(名銜)’의 한자는 이름과 직함을 품은, 또는 간직한 카드로 해석될 수 있다. 개인마다 느끼는 점이 다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서양에서는 ‘비즈니스’가 강조되고, 동양에서는 ‘이름’과 ‘직함’이 더 강조되는 것 같다.

이러다 보니, 명함을 사용하는 방식과 용도 자체가 아주 다르다. 미국은 – 특히 벤처비즈니스가 발달한 곳 – 몇 년 전부터 명함을 잘 사용하지 않는 추세다. 그냥 사람 만나면 악수하고 인사만 하지, 한국같이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바로 명함을 주는 건 요새 잘 못 본다. 굳이 명함을 달라고 하면 주긴 하지만, 많은 미국 명함에는 한국같이 깨알같이 자세한 정보가 없다. 그냥 이름이랑 이메일 주소만 적혀있고, 전화번호가 안 적힌 명함도 상당히 많다. 그냥 비즈니스 하기 위해서 가지고 다니는 거고,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이메일로 하므로, 별로 신경을 많이 안 쓰는 것 같다.

한국은 조금 다르다. 명함을 보면 아주 깨알 같은 정보가 들어가 있고, 처음 만나자마자 아주 공손하게 명함을 전달한다. 그러면, 이걸 또 받는 사람은 갑자기 정자세를 취하고, 두 손으로 공손하게 명함을 받는다. 여러사람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그 명함들을 아주 가지런하게 정렬해서 마치 신줏단지 모시듯이 명함을 관리하는걸 자주 본다. 전에 내가 아는 한국의 사장님이 미국 스타트업 대표를 만났는데, 이분이 준 명함을 앞뒤로 계속 보면서, “뭐 이런 명함이 다 있지. 전화번호도 없고.”라면서 불평한 적이 있는데, 그냥 그 미국인한테 “넌 왜 명함에 전화번호가 없니?”라고는 물어보지 않았다.

위에서 말했듯이 business card는 그냥 일 할 때 사용하는 하나의 도구인데, 한국은 내 소중한 이름이 적힌 명함이기 때문에, 명함은 그냥 비즈니스 할 때 사용하는 도구를 넘어, 내 아이덴티티와 동일한, 즉,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상당히 중요한 무기라고 인식되는 것 같다. 여기에 또 한 몫 더해주는 건, 많은 한국인이 직장과 직함이 내 인격과 사람됨됨이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내가 전에 “내 명함이 없어도 사람들이 나를 찾을까”글에서도 한번 짜증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이렇다 보니, 한국은 명함을 너무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해외에서 골프 칠 때 모르는 한국 분들과 한팀이 된 적이 있다. 나는 원래 모르는 분들과 말 섞는걸 매우 싫어해서 입 닥치고 있었지만, 결국 인사를 하게 됐는데, 역시나 나는 그냥 이름만 말했는데, 이 분은 바로 자기 명함을 나한테 줬다. 누가 봐도 알만한 좋은 회사의 부장급인 분이었다. 비즈니스 하는 것도 아니고, 두 번 다시 볼 사이도 아닐 텐데, 굳이 외국 골프장에서 만난 사람한테 자기 명함을 주는 이유는 뭘까? 아무리 생각해도, 본인이 좋은 회사에 다니고,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걸 상대방에서 보여주고, 본인이 믿을만한 사람임을 강조하고싶었던거 같다. 다 좋은데, 굳이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아빠 학부모가 애들 학교 선생님과 인사할 때도 명함을 주는 걸 나는 전에 목격한 적이 있었다. 그냥 누구 아빠라고 하면 될 걸, 다니고 있는 회사, 그리고 그 회사에서의 위치가 적힌 명함을 학교 선생님에게 굳이 줄 필요가 있을까? 잘 모르겠지만, 나 좋은 회사 다니는 높은 사람이니, 우리 애한테 잘해주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려는 의도인 거 같다. 회사와 직함을 나의 인격과 사람됨됨이와 동일하게 생각하는 문화에서 생긴 습관인 것 같다.

솔직히,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다. 그냥 문화의 차이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냥 명함은 비즈니스할때 사용하는 게 더 좋다. Strong Ventures의 배기홍 대표랑 내 개인 삶에서의 배기홍이랑은 완전히 다른 사람인게 훨씬 더 좋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AI 검토 체크리스트

1586734159905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핫해지고,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받는 분야는 AI다. 앞으로 더 커질 것이고, AI는 모든 비즈니스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가 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너무 멀다. 대부분의 AI 회사가 제시하는 장밋빛 그림은 비현실적이고, 가끔 나는 AI 회사가 피칭하는걸 듣고 있다 보면 저 창업가 분들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나, 미래에서 왔을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황당했던 적이 몇 번 있다. 하지만,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라서, 나도 이 기술, 이 비즈니스, 이 회사가 약속하는 미래가 정말로 실현 가능한지가 제대로 판단되지 않을 때가 많고, 이럴 경우 주변의 다양한 분들한테 조언을 구하지만, 그래도 이런 회사를 검토하는 건 항상 어렵다.

완벽하진 않지만, Zest AI라는 회사의 CTO가 최근에 테크크런치에 기고한 을 한번 읽어보면, AI 회사나 기술을 검토할 때, 투자자, 고객, 또는 협력업체 입장에서 확인해봐야 하는 6가지 사항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이 AI 회사가 정말로 뭔가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AI로 겉만 번드르르하게 포장되어 있는 건지를 판단할 때 꽤 유용한 거 같아서 간략하게 소개해본다.

1/ AI 훈련에 어떤 데이터를 사용하나?
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말이 있다. AI가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데이터로 훈련을 시켜야 한다. 제대로 된 AI 회사라면 정확하게 어떤 데이터를 사용해서, 어떤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2/ 사람이 하는 일을 AI가 어느 정도 대체하는가?
AI가 구현되면 사람이 전혀 필요 없다든지, 또는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의 사람을 즉시 대체할 수 있다고 하는 회사는 의심해봐야한다. 아직 AI는 그 수준까지 오지 못했다. AI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정확하게 지적할 수 있고, 아직 사람이 필요한 프로세스에 AI가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3/ 실제 사례가 있는가?
이 AI 기술이 실제로 구현된 사례가 있는지, 그리고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데, 어떻게 AI가 해결을 했고, 그 결과를 정량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었는지를 물어봐야한다. 연구실에서 테스팅해봤다고 현실에서도 AI가 작동하진 않는다. 한 연구에 의하면 연구실에서 만들어진 AI 중 20%만 현실에서 돌아간다고 하듯이, 실생활에서는 실험에 사용한 가정이나 제약조건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고객이 실제로 사용했고, 정확히 어떤 결과가 발생했는지 확인해봐야한다.

4/ AI를 구축하는데 얼만큼의 노력, 시간, 그리고 자원이 투입됐는가?
수십 명의 데이터과학자와 공학박사들이 AI 모델링을 하고, 수 년 동안 연구실에서 알고리즘을 개발한 건 대단하지만, 그렇다고 실제로 현실에 적용했을 때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는걸 보장할 순 없다. 위 3번과 같이 확인해봐야한다.

5/ AI의 결정과 추천사항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
단순히 좋아할 만한 기사나 옷을 추천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앞으로 AI가 해야 할 일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점점 더 규제를 받게 될 것이다. AI 기반의 대출 결정을 하거나, 또는 자율주행 결정을 할 때는, 왜 AI가 그런 결정을 했고, 왜 그런 추천을 했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규제가 까다로운 분야라면, 더욱더 그렇다.

6/ AI의 의사결정에 공정성이 있는가? 편견은 없는가?
AI를 훈련하는 데이터에는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의 바이어스가 들어가 있다. 가장 이슈가 많이 되는 게 인종과 성차별에 대한 바이어스인데, AI를 연구하는 인력 대부분이 백인남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도하지 않게 이런 부분이 원데이터에 반영되고, 이게 AI를 통해서 처리되면, 공정성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윤리적인 부분도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나도 이 기사를 접한 후에 AI 관련 회사를 만나면, 위 6가지 질문을 기본적인 프레임으로 삼으면서 비즈니스를 검토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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