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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 바이블

아마존 책 분야에서 ‘Warren Buffett’으로 검색해보면 1,000권 이상의 결과가 나온다. 이만큼 워렌버핏은 많은 분께 연구대상이자 배울 점이 많은 비즈니스맨이다. 나도 버핏의 팬이고, 워렌버핏 관련 책을 꽤 많이 읽었다. 이번 설 연휴에 ‘워렌버핏 바이블(Warren Buffett on Business)’을 읽었는데, 그동안 내가 알던 내용을 다시 복습할 수 있었고, 새로운 내용을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나는 이 블로그에 서평을 거의 안 쓰지만, 책 내용이 좋아서 몇 자 적어본다. 마지막으로 읽은 버핏 관련 책이 ‘워렌버핏의 주주서한’인데, 이 책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워렌버핏 바이블은 워렌버핏의 주주서한이 출간 된 이후의 주주서한이 정리되어 있고, 해마다 오마하에서 열리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현장에서 버핏과 파트너 찰리 멍거에게 던진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을 정리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더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부분은 “7장 | 버크셔의 기업 문화”와 “14장 | 학습과 삶의 지혜”인데 개인적으로 봤을 때 여기서 버핏의 명언들이 가장 많이 나온다. 버핏에 대한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일을 하는 방법과 일을 대하는 태도의 정석을 배울 수 있는 비즈니스 교과서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읽을수록 일 보다 오히려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인생 바이블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두 부분에서 나오는, 누가 봐도 너무 당연하지만, 대부분 실천하지 못 하는, 그래서 너무나 좋아하는 문구들이다:

1/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는 원칙’이 아니라 ‘원칙에 잘 어울리는 사람들’입니다.
2/ ‘우리가 어떤 사업을 하는가?’는 중요하지만, ‘우리가 어떤 사업을 거절하는가?’는 더 중요합니다.
3/ 우리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완벽해지려고 노력할 수는 있습니다.
4/ 우리가 돈을 잃을 수는 있습니다. 심지어 많은 돈을 잃어도 됩니다. 그러나 평판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단 한치도 잃어서는 안 됩니다.
5/ “남들도 다 그렇게 해.” 이 말이 도덕적 판단을 평가할 때 나온 말이라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6/ 정당성이나 적법성 때문에 주저하는 일이 있으면 내게 전화해주세요. 그러나 그렇게 주저할 정도라면 경계선에 매우 근접했다는 뜻이므로 포기해야 합니다. 이럴 경우 그냥 경계선을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리세요.

버크셔해서웨이라는 기업은 너무나도 멋있고, 지금까지의 눈부신 실적이 이를 증명해준다.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부러워할 만한 요소를 너무 많이 갖고 있는 회사다. 하지만, 버크셔해서웨이보다 훨씬 멋있는 건 이 회사의 문화를 만든 워렌버핏과 그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인생에 대한 철학이다. 경영인이든 비경영인이든 모든 사람이 배울 점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어떤 주주가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고 한다.
“버크셔해서웨이는 필요 이상의 자금을 보유 중이고, 주주들은 버핏 같은 억만장자가 아니므로, 이사회는 매년 상당액의 배당 지급을 검토한다.”

그래서 이 제안에 대해서 버크셔해서웨이 A주와 B주 주주들을 대상으로 투표가 진행됐는데, 투표의 98%가 이를 반대했단다. 즉, 본인들에게 배당 지급하지 말고, 그냥 모두 좋은 기업에 재투자하라는 의미다. 도대체 이 세상 어디에 이런 주주들이 또 있을까? 버크셔해서웨이이기에, 그리고 워렌 버핏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워렌버핏이 항상 옳진 않았다. 기술회사와 기술주를 철저히 무시하고 배제하던 버핏도 아마존과 구글을 완전히 놓친 점을 공개적으로 후회했는데, 최근 들어 기술주를 보는 시각을 바꿨고, 작년에 아마존 주식을 꽤 많이 구매했다. 또한, 우리 같은 초기 벤처 투자자는 돈 잃을 위험을 감수하는 게 일상생활의 일부지만, 버핏은 돈을 벌려고 돈 잃을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는 말을 자주 강조한다. VC 투자랑 버핏 투자는 많이 다르긴 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철학과 태도는 배울 점이 너무 많아서, 이 책은 모든 분들에게 강추한다.

과거 워렌버핏 관련 포스팅:
버핏의 기업지배구조
워렌 버핏처럼 하라
워렌 버핏의 조언과 스타트업

셀미트

지난 주에 미국의 Memphis Meats가 1,900억 원 정도의 투자를 받았다는 기사가 발표됐다. 빌게이츠와 리처드 브랜슨과 같은 유명한 개인들도 투자한 이 회사는 2015년도에 창업된 회사인데, 배양육을 개발하고 만드는 최첨단 기술의 스타트업이다.

지구에는 약 80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고, 이들이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서 1년에 소비하는 가공 육류는 – 소, 돼지, 닭만 – 3억 톤 이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해마다 700억 마리의 가축이 도살되고 있다. 앞으로 늘어나는 육류 소비량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더욱더 많은 가축을 사육해야 하고, 죽여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가축사육 시스템으로는 늘어나는 육류 소비량을 막대한 경제적, 환경적, 윤리적 파괴가 없이는 만족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새로 개발해야 한다.

여기서 대체육이 등장한다. 지금까지 우리한테 익숙한 대체육은 요새 고공비행하고 있는 Beyond Meat나 Impossible Foods가 만드는 식물성 단백질 기반의 ‘가짜’ 고기다. 나는 둘 다 먹어봤고, 비욘드 미트의 초기 제품부터 먹어봤는데, 그렇게 맛이 없던 가짜고기를 현재 수준까지 끌어 올린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 쪽으로는, 과연 과학의 힘으로만 진짜 고기의 맛과 질감을 식물성 단백질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항상 갖고 있다.

환경, 경제, 윤리적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도 동물성 단백질의 맛과 질감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게 바로 Memphis Meats와 같은 회사가 풀려고 하는 숙제이다. 바로 배양육(cultured meat)이라는 분야인데, 가축을 죽이지 않고 실험실에서 동물성 단백질을 만드는 분야이다. 즉, 실험실에서 진짜 고기를 만드는 기술이다. 나는 식물성 단백질 보단, 오히려 배양육 기술을 통해서 실험실에서 완벽한 동물성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면, 이게 진짜 고기의 맛과 질감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런 최첨단 기술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에서 오래전부터 연구되었고, 관련 스타트업도 몇 년 전부터 해외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국은 대체 단백질 경주에 늦게 뛰어들었다. 시장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기술력, 자본력, 인력 면에서 아직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따라잡아야할게 많을 것이다. 우린 작년에 전라도 광주에 있는 배양육 스타트업 셀미트에 투자했다. 한국에도 이 정도 배양육 기술력을 가진 팀이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고, 우리에게 이런 좋은 팀에 가장 먼저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게 매우 감사했다.

실은, 이런 기술이 상용화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긴 하다. 크게 보면 두 개의 큰 산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실험실에서 고기를 만드는 건 지금도 가능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많은 사람이 구매해서 먹게 하려면 대량생산체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건 큰 자본과 생산 노하우가 필요한 어려운 일이다. 또한, 이론적으로 보면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가 도축한 고기보다 안전하고 맛있지만, 이걸 대중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의 승인이 필요한데, 분명히 축산업계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정부에서는 규제하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양육이 대중화가 된다면, 이건 정말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크게 바꿀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나는 셀미트와 배양육 시장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콜드콜하기

이제 한국에서도 제대로 된 B2B SaaS 스타트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작년부터 조금씩 했었는데, 그래도 B2C 시장만큼 자리를 잡기까진 몇 년이 걸릴 것이다. B2B 비즈니스의 핵심은 기업고객한테 우리가 만드는, 업무에 도움이 되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해야하는건데, 갓 시작한 회사의 제품을 기업이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초반에는 적극적으로 팔아야 한다. 즉, 영업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많은 B2B SaaS 비즈니스가 API 비즈니스를 하기도 하고, API의 가장 큰 장점은 API 자체가 영업사원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점이지만, 그래도 처음에는 누구도 우리가 만드는 제품을 모르니까, 영업은 필수인 것 같다.

나도 2000년대 초반에 자이오넥스라는 한국의 B2B 스타트업에서 영업을 3년 정도 했다. 제조업체가 생산계획을 잘 수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급망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였는데, 우리 제품은 제조업체의 대표, 전산담당자, 그리고 생산관리자 모두가 다 승인을 해야지만 계약할 수 있는 꽤 “무거운” 제품이라서, 계약을 따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 당시에는 SaaS라는 말 조차 없었고, 우리 소프트웨어는 웹기반이 아니라 회사 서버에 직접 설치를 해야 하는 Client-Server 구조였기 때문에 – 당시에는 모든 B2B 소프트웨어가 이렇게 돌아갔다. Salesforce는 1999년에 창업됐고, 아직 ‘웹기반 기업용 소프트웨어’라는 말 자체가 당시에는 너무 생소할때였다 – 판매를 하려면, 무조건 영업사원이 고객사를 방문해서, 데모를 하고, 우리 제품을 사용하면 회사가 어떻게 좋아지는지 컨설팅과 POC까지 다 해야 했다. 그리고, 그때는 대부분 무료로 했다.

나는 그때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직장 경험을 2년 한, 아무것도 모르는 사회초년생이었는데, 이 어렵고, 기업의 핵심 영역을 크게 건드리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해야했다. 정말 막막했다. 그렇다고 큰 조직도 아니고, 10명이 안 되는 작은 회사여서, 누구한테 영업을 배울 수 있는 입장도 아녔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자유는 많았지만, 주어진 판매량과 달성해야 할 실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감 또한 막중했다. 그래서 누구나 하듯이, 일단 영업 관련된 여러 가지 책을 읽기 시작했고, 주변에 영업 잘하는 지인이나 친구들한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역시 인생에서는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B2B 소프트웨어 영업 또한 책으로는 배우기가 힘들었다. 우리 제품을 구매할 만한 한국의 중소기업 중 제조를 하는 회사 리스트를 만들어서, 일단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전화를 받으면, 우리가 뭘 하는 회사고, 어떤 제품을 만드는지 설명하고, 담당자와 통화할 수 있는지 공손하게 물어봤다. 이렇게 하면 대부분 잡상인 취급 받기 때문에, 10번 전화하면 9번은 거절을 당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통화를 시도하고, 담당자와 미팅이 성사되면, 안산 공단이든 창원이든 단숨에 달려가서 (성공하면)평균 6개월이 걸리는 영업을 시작했다.

내 인생 첫 번째 계약은 4억 원 짜리였다. 첫 계약치곤 나쁘지 않았다. 중소 가구 제조업체의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처음으로 컨설팅하고 구현하는 거였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약간 억지로 영업을 했던 거 같다. 이 딜도 한 6개월 정도가 걸렸고, 전산팀, 경영혁신팀, 생산현업담당자, 그리고 결국엔 사장님까지 – 사장님 집 앞에서 잠복근무하다가 새벽에 출근할 때 기사 보다 먼저 재빨리 다가가서 렉서스 자가용 문까지 여러 번 열어드린 적도 있었다 – 모두 설득이 필요했는데, 생각해보면 사장 비서님도 다양한 정보를 주시면서 도와주셨고, 당시에는 공장 분들과 술도 엄청 많이 마시면서 인간적으로 많이 친해졌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계약한 후에 전산팀장님이 나한테 해주셨던 말이, “당시에 SAP랑 오라클 사람들도 우리한테 제품 팔려고 연락이 많이 왔었는데, 배기홍 팀장이 처음에 콜드콜로 전화했을 때 받았던 인상이랑 느낌이 좋아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 같네”였다. 누군가에게 담당자를 소개받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서, 나는 무조건 콜드콜로 시작을 했는데, 콜드콜은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 않고, 내 목소리로만 상대를 설득시켜야 하는 종합 예술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요새 B2B 소프트웨어 영업은 조금 다르겠지만, 그래도 초기에는 콜드콜은 필수라고 생각하는데, 얼마 전에 TechCrunch에서 콜드콜에 대한 기사The Essential Guide to Cold Calling이라는 가이드북까지 배포해서 읽어봤는데, 당시 생각이 나서 공유해본다.

집 밖은 위험해

bkk얼마 전에 이런 기사를 읽었다. 주로 밀레니얼이라고 하면, 구세대보단 훨씬 더 활동적이고, 뭔가 외부 활동을 많이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기사에 의하면 오히려 밀레니얼들이 가장 ‘방콕’을 선호한다고 한다. 여기에 의하면 18세~24세 미국 젊은이들이 평균 미국인 대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70% 더 많다고 한다. 그리고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지만,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하던 많은 활동이 온라인으로 옮겨서 갔고, 넷플릭스, 배달 등과 같이 집을 떠나지 않고, 더 저렴하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트렌드가 부상했고, 또는 외출해봤자 인생 별로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 등이 있다.

나도 이런 트렌드를 요새는 직접 체감하고 있는데, 강남 일대의 늘어나고 있는 빈 빌딩과 “임대” 사인을 보고 특히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고, 와이프랑 이런 현상에 대해서 종종 대화를 나누곤 한다. 일단 압구정동과 청담동 쪽으로 다니다 보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하는 대로변에 있는 건물 중 1층이 빈 곳이 상당히 많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걸 보면 요새 경기가 너무 안 좋다고 하는데, 나는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한다. 경기가 정말로 좋은지, 안 좋은지는 내가 경제학자가 아니라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젠 사람들이 과거와 같이 오프라인 매장이나 식당에 물리적으로 잘 안 오기 때문에, 오프라인에 들어올 만한 가게나 매장이 없는 게 조금 더 정확하다고 본다.

대로변 1층 매장에 옷가게가 들어와도 금방 망해서 빠지고, 식당이 들어와도 금방 망해서 또 빠지는데, 이 현상을 보고 경기가 좋지 않아서 사람들이 외식을 안 하고, 옷을 안 산다고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요샌 더 맛있는 음식을 더 많이 먹고, 더 많은 사람이 쇼핑을 하고, 더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본다. 내가 보기엔, 그 이유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 특히, 밀레니얼들 – 집에서 배달 시켜 먹고, 집에서 인터넷으로 옷을 구매하고, 집에서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기 때문이다. 이 글 처음에서 언급한 대로 과거에는 집 밖으로 나가서 물리적으로 어딘가를 가야 했지만, 이젠 집 안에서 손가락 몇 번 클릭해서 많은걸 할 수 있다.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지면서, 먹고 싶은걸 집에서 시켜 먹을 수 있고, 해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제품까지 집에서 주문할 수 있고, 극장에 가지 않고도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더 저렴하게 집에서 볼 수 있다.

이런 대세는 배달과 쇼핑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실은 은행/뱅킹 또한 이런 트렌드를 타고 있는 대표적인 서비스다. 나도 요새 웬만하면 은행에 직접 안 가는데, 꼭 가야 할 때만 간다. 꼭 가야 할 때만 가면, 은행에 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직접 은행 안가도 모바일 또는 인터넷으로 필요한 대부분의 업무를 볼 수 있는데, 굳이 은행에 가서, 번호표 뽑고, 모르는 은행 직원과 말을 섞는 게 싫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다. 역시 엄청나게 많은 오프라인 은행지점들이 폐업하고 있다.

기존의 많은 오프라인 서비스가 점점 더 모바일화, 온디맨드화(=O2O화), 그리고 개인화되고 있고, 우리가 이런 트렌드를 미리 파악하고 이 분야에 투자를 한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이런 분야에 꽤 많이 투자하게 됐다. 대표적인 회사가 온디맨드 세탁 서비스 세탁특공대와 최근에 투자한 온디맨드 피트니스 서비스 홈핏이다. 세탁특공대는 우리가 한 3년 전에 첫 투자를 했고, 당시에 내가 느꼈던 건, 이젠 가족의 규모와 의미가 바뀌면서 많은 집에서 세탁기를 구매하지 않고, 세탁기가 집에 있어도 바쁘고 귀찮아서 오히려 이런 쉽고 간단한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서 세탁을 외주하는 변화였다. 여기에다가 젊은 세대는 집 밖의 세탁소에 가서 세탁물을 맡기는걸 귀찮아 하고, 요샌 동네 세탁소 사장님이 집에 와서 세탁물을 수거하지만, 다른 사람과 대면하고 말을 섞는 것 조차 이들은 싫어하기 때문에, 이런 비대면 모바일 서비스는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

홈핏은 온디맨드로 트레이너를 내가 있는 곳으로 – 주로 집 – 불러서, 헬스장에 안 가고 집에서 PT를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다. 나도 운동을 즐기고, 일주일에 3~4번 아파트 헬스장에서 운동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헬스장에서 점점 더 여성분이나 젊은 분들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나 같은 아저씨, 또는 나이 많은 시니어 분들이 주로 헬스장에 보이는데,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이런 사람들과 같은 장소에서 익숙하지 않은 기구로 운동하는 거 자체를 밀레니얼들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가 몸매에 관심이 없거나, 운동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러면, 이들은 분명히 집으로 헬스장을 옮기고싶어할텐데, 이에 대한 해답을 홈핏이 어느 정도 제공해준다고 생각했다.

이런 트렌드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돈 보다 시간, 그리고 편리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밀레니얼들의 사고방식이다. 이렇게 집에서 뭔가를 하고, 누군가를 부르는 건, 내가 직접 가는 것 보다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그렇게 해서 내가 더 편하고, 시간을 조금 아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는 게 요새 젊은 친구들의 생활방식인 거 같다. 앞으로 많은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이런 트렌드를 타면서, 파괴되고 변화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뒤돌아 보지 않기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이 시간에 모든 걸 걸고,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우린 자주 듣는다. 머리로 생각하면 너무 맞는 말인데, 이 말을 지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린 과거에 집착한다. 내가 왜 그랬을까, 그때 그 말을 안 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때 다른 길을 갈 걸 등등…아무리 걱정하고, 아무리 상상하고,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해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과거의 일을 되돌리는 건 불가능한걸 모두 잘 알지만, 그래도 계속 후회하고 과거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면서 정말로 소중한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값비싼 대가를 치른다. 바로, 이 현실이 과거가 됐을 때, 미래의 어느 시점에 그 과거에 대한 또 다른 후회이다.

나도 이 사실을 뻔히 알고 있지만, 과거에 집착하고 후회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다. 특히 일하다 보면, 투자에 대해서 이런 후회 할 때가 종종 있다. 우리는 투자하지 않았는데, 회사가 엄청 잘 되면, 그때 투자할 걸 왜 안 했을까라는 후회를 하고, 투자했는데, 회사가 잘 안 되면, 투자하지 말 걸 왜 했을까라는 후회도 하고, 뭐 그렇다. 아무 소용없고, 실은 정신적으로 굉장히 좋지 않기 때문에, 빨리 털고, 잊고, 현재/미래 지향적인 사고를 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요샌 내가 이런 과거에 대한 생각을 할 때마다, 반강제적으로 잊어버리고, 정리하고 현재에 집중하려고 자신을 하드 트레이닝 하고 있다.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라서 그런지, 이런 과거에 집착하는 습관을 바꾸는 게 쉽지 않지만, 일단 한번 훈련하기 시작하니까, 또 몸과 마음과 정신이 금세 적응되기도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후회할만한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이지만, 이런 완벽한 삶을 살기는 힘들다. 그러면 차선책은, 후회할만한 선택을 하더라도, 일어난 일이라면 그냥 깨끗하게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인데, 몸과 마음이 이렇게 하도록 훈련을 통해서 기계적 마인드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작년에 여러 가지 마음챙김 앱을 사용해봤는데, 마음챙김 명상이 이렇게 과거를 뒤돌아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현재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꽤 많이 되는 거 같다.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전진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이게 어렵다는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전진은 못 하더라도, 후퇴는 하지 말고, 너무 많이, 너무 오랫동안 뒤돌아 보지 않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과거는 잊어버리고 – 또는 너무 자주 꺼내 보지 않고 – 계속 새로운 문을 열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노력을 항상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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