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y

변동성

나는 상장 주식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주식 투자를 많이 하진 않는다. 그나마 가진 주식은 그냥 내가 좋아하는 회사 주식인데, 나이키와 언더아머 브랜드를 워낙 좋아해서 이 두 회사 주식은 거의 15년 전부터 조금씩 구매하고 있다.

이건 나이키의 최근 3개월 주가다.

사진 2020. 5. 11. 오후 3 45 53

코로나바이러스의 타격을 받기 전에 100달러 선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그 이후에 60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최근에 다시 90달러 선까지 회복했다. 실은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모른다. 시장 상황이 안 좋아져서 더 떨어질 수도 있지만, 일단 현재 숫자를 보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서 바닥을 쳤을 때 주가가 40% 하락했고, 이제 거의 100달러로 다시 회복했다.

이건 언더아머의 최근 3개월 주가다.

사진 2020. 5. 11. 오후 3 46 48

코로나바이러스의 타격을 받기 전에 15달러 선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그 이후에 6달러까지 떨어졌다가 한 9달러로 회복했다. 60%까지 하락했다가 조금 올라왔지만, 아직도 40% 하락한 가격이다.

같은 산업에 있는 아디다스의 최근 3개월 주가를 보자.

사진 2020. 5. 11. 오후 3 47 09

코로나바이러스의 타격을 받기 전에 160달러 선에 있다가, 그 이후에 90달러까지 떨어졌다. 43% 정도 하락했다가, 현재 11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아직 코로나바이러스 이전 대비 30% 정도 하락한 가격이다.

나는 주식 시장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는 아니지만 나이키, 언더아머, 아디다스가 속한 소비재/운동용품 분야, 그리고 다른 분야의 종목을 그냥 대충 봤을 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서 일시적으로 30%~40% 정도 주가가 하락한 회사는, 이건 이 회사가 뭘 못 한 거라기보단 전반적인 시장의 분위기가 반영된 감소폭이기 때문에 3개월~6개월 안에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80% 이상 하락했다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시장의 믿음이 흔들리면 이런 위기가 올 수 있고, 회복이 힘들거나 회복을 해도 훨씬 더 오래 걸릴 수 있을 것 같다. 즉, 이런 비즈니스는 통제가 힘든 변동성이 내재되어 있어서, 예상치 못한 위기가 오면 지속할 수 있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 투자사들도 보면, 약간 비슷한 비교를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2월, 3월 실적이 갑자기 30%~40% 정도 감소한 회사들은 4월에 다시 실적이 서서히 회복하고 있고, 어떤 회사는 5월 실적이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 이전 실적보다 더 좋아질 기미가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80% 이상 타격을 받은 회사는 4월, 5월에도 회복의 기미가 잘 안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지속 가능하지 못 한 비즈니스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위기가 오면 – 그리고 앞으로 이런 위기가 더 많이 올 수 있을 것 같다 – 그 타격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질 수도 있으니, 다양한 방법으로 방어막과 해자를 만들어서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마켓플레이스 수수료

우리는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고 매칭해주는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에 많은 투자를 했고, 아직도 계속 이 분야의 회사를 많이 만나고 있다. 과거에 나는 마켓플레이스에 대한 글을 여러 번 쓴 적이 있는데, 이미 시장에 존재하고 있는 수요와 공급, 그리고 둘 사이에 존재하는 비효율성을 기술로 해결하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잘하면 확장성에 있어서는 그 어떤 비즈니스도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마켓플레이스야말로 인터넷에 가장 최적화됐고, 인터넷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오프라인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수요와 공급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건데, 인터넷만큼 이 비효율성을 잘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와 기술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수요와 공급은 거의 대부분 사람과 사람이고, 마켓플레이스는 오히려 인터넷을 이용해서 더 많은 사람을 플랫폼으로 흡입시키기 때문에, 사람을 기계로 대체하는 다른 인터넷 기반 비즈니스보단, 시장의 저항을 덜 받는 좋은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회사가 돈을 버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수수료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다. 수요와 공급이 매칭돼서 거래가 일어나면, 거래되는 비용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가져가는 게 가장 일반적인 수익모델이다. 우리 투자사 숨고와 같은 마켓플레이스는 거래 금액 기반의 수수료가 아니고, 공급자가 수요자와 매칭되기 위해서 보내는 견적당 과금을 하는, 소위 말하는 lead generation 수익 모델을 사용하고 있는데, 요샌 또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마켓플레이스들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고, 수수료와 lead gen 두 가지 방식을 적절히 혼합해서 돈을 버는 스타트업도 많다.

내가 아는 마켓플레이스의 80% 이상이 거래 수수료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고 있는데, 여기서 많은 창업가들이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마켓플레이스나 수요와 공급이 모두 원활하진 않다. 어떤 비즈니스는 공급이 훨씬 더 풍부하고, 어떤 비즈니스는 수요가 더 풍부하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성공적인 마켓플레이스는 수요와 공급 중 더 어려운 부분을 확보하는 나름의 공식이 있고, 이 공식을 계속 정교하게 만들면서,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를 잘 맞춘다. 그리고, 모두 다르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마켓플레이스는 수요보단 공급을 확보하는 게 훨씬 더 쉬운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이건 말이 되는 게, 마켓플레이스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기 보단, 이미 존재하는 산업에서 효율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는 택시기사, 택배기사, 가사도우미, 부동산중개업자와 같은 공급자들을 플랫폼에 탑재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공급자 분들에게는, 이 마켓플레이스는 더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채널 중 하나이기 때문에, “why not?” 이라는 생각으로 흔쾌히 온보딩을 한다. 하지만, 모든 마켓플레이스가 공급이 쉬운 건 아니다. 펫시터 중개 플랫폼인 우리 투자사 도그메이트의 경우, 수요는 많지만, 오히려 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공급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펫시터라는 산업 자체가 새롭고,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제대로 교육을 받은 펫시터(=공급자)를 확보하는 게 엄청 어렵기 때문이다.

창업가들은 본인이 운영하는 마켓플레이스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잘 이해해야하며, 더 확보하기 어려운 부분을 어떻게 하면 잘 확보하고, 이들이 우리 플랫폼에서 이탈하지 않게 하려면, 뭘 더 해야 하는지 항상 고민해야 하는데, 내가 아는 많은 분들이 수수료 체계부터 틀리게 잡고 있다. 대부분 그냥 전체 거래금액의 20% ~ 30%를 공급자 또는 사용자한테 일방적으로 과금하거나, 아니면 양쪽에 반반씩 과금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건 우리 마켓플레이스의 수요와 공급의 특성에 따라서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급자를 확보하는 게 더 어려운 비즈니스라면, 공급자에게는 수수료를 아주 적게 과금하고, 확보하기 쉬운 수요자에게 수수료 대부분을 과금해야 한다. 반대로, 사용자를 확보하는 게 더 어려운 비즈니스라면, 사용자에게는 수수료를 적게 과금하고 확보하기 쉬운 공급자에게 수수료 대부분을 과금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논리인데,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의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우리가 비즈니스를 하는 시장에 공급자는 100명 밖에 없고, 사용자(=수요)가 1억 명 있는데, 거래금액의 20%를 공급자에게만 과금하면, 공급자의 이탈은 계속 발생할 것이고, 스케일을 절대로 만들지 못할 것이다. 이런 비즈니스는 공급자에게는 수수료를 아예 받지 말고, 오히려 사용자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지불하게 해야 한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마켓플레이스는 에어비앤비인데, 이 회사도 이런 수수료 정책을 잘 만들었다. 에어비앤비 플랫폼을 보면, 공급(=리스팅된 집)은 500만 정도이고, 수요(=게스트)는 1.5억 명 정도이다. 즉, 수요가 공급보다 압도적으로 더 많고, 에어비앤비의 사장 브라이언 체스키의 말을 들어보면 에어비앤비의 병목은 공급이라고 항상 강조한다. 공급이 부족한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수요자보단 공급자들에게 더 유리한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야지만 공급자들이 떠나지 않고 계속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에 남아 있을 수 있고, 이 회사의 과금 정책에는 이게 매우 잘 반영되어 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숙소를 예약하면, 사용자는 전체 숙박 비용의 6-12%를 서비스 이용료로 지급해야 한다. 즉, 1박에 $100인 숙소를 10일 예약하면, 숙박비 $1,000 + 서비스 이용료 $60-$120이 수요자에게 과금된다. 하지만, 집주인인 공급자에게는 전체 숙박비 $1,000의 3%인 $30만 수수료로 과금이 된다. 이렇게 공급자에게 저렴한 수수료를 과금해야지만 항상 부족한 공급자들이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을 떠나지 않는다. 손님들은 이 수수료가 너무 과하다 싶어서 플랫폼을 떠나더라도 새로운 수요를 획득하는 건 어렵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대부분의 수수료를 부담하게 하는 거다.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창업가라면, 본인의 비즈니스를 잘 분석하고,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잘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과금체계에 이걸 잘 반영해야 한다. 안 그러면, 항상 한 쪽이 부족해서 돈을 벌지 못 하는 비즈니스를 운영하게 될 것이다.

수익 vs. 성장

스타트업에서 정답이 존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이 주제는 더욱더 그렇다. 항상 생각이 바뀌고, 상황에 따라서 의견이 바뀌는 게 이 주제인 거 같다. 성장과 수익의 주제이고, 또 다르게 표현하자면 외형과 내실의 주제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수익은 신경 쓰지 말고, 무조건 매출이나 거래량을 늘려서 고속 성장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외형은 작아도 돈을 남기면서 수익에 신경을 쓰면서 비즈니스를 운영해야하는가? 실은 이건 시장과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창업가들이 고민하는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 같은 투자자들도 항상 의견이 엇갈리고 매일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나도 이에 대한 답은 없고, 이게 맞고 저게 틀렸다는 흑백 논리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내 생각을 좀 캐주얼하게 여기서 써가면서 공유하고 싶다. 일단 이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최근에 테크크런치에서 읽은 침구류 D2C 회사 Brooklinen에 대한 기사를 공유한다. D2C/DTC라는 말을 요새 많이 하는데, Direct to Customer의 약자이고, 정확한 해석은 제조자가 물건을 소비자에게 중간상인이나 중간단계 없이 직접 판매한다는 뜻이다. 실은 직접 판매한다는 게 인터넷을 통한 이커머스라서, 새로운 개념은 전혀 아니지만, 뭔가 계속 세련되고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야하는게 또 이 바닥의 생리라서, 이렇게 계속 말을 만드는 거 같다. 요샌 D2C라는 말이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회사가 자기 브랜드로 물건을 만들어서, 고객에게 판매하는걸 의미한다. 채널은 인터넷이 메인이지만, 많은 경우 중간 상인을 끼고 판매하는 경우도 있어서, ‘direct’라는 말이 좀 무색해지긴 했다.

이런 D2C 회사들은 100% 소프트웨어 회사보다, 물리적인 물건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항상 제품 원가가 발생한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같이 그냥 한계비용 0으로 찍어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미 존재하고 있는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한 제품을 판매하는거라서, 마케팅 비용 또한 초반에는 상당히 많이 태워야 한다. 결론은, 초기에는 항상 마이너스가 나고, 많은 경우, 제품 하나 팔 때마다 회사에 마이너스가 발생하는 마이너스매출총이익 구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겉으로 보면 이 회사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케팅 비용을 엄청 태우니까, 매출이나 거래액은 꾸준히 올라가기 때문이다.

매트리스를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는 D2C 회사 Casper도 유니콘 밸류에이션을 만들고, 이를 유지하고, 다음 라운드에서는 더 큰 밸류에이션을 정당화 하기 위해서, 매트리스 하나 판매할 때마다 회사에 막대한 손실이 나는 비즈니스 모델을 VC 투자금으로 메꾸고 있었는데, IPO 이후에 public market에서 기업가치가 반토막 났다. 그 의미는, 이렇게 회사의 수익성을 희생하면서 외형과 성장에만 집중하는 비즈니스는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는 뜻인 거 같다. 똑같은 이유는 아니지만, 또 다른 D2C 회사인 Brandless도 투자금을 엄청 태운 후에, 갑자기 문을 닫았는데, 소프트뱅크의 투자도 연관되어 있는 것 같지만,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무조건 성장하자는 전략도 회사가 망하는데 한 몫 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테크크런치 기사에 언급된 Brooklinen이라는 회사도 경쟁이 치열한 침구류 시장에서 뻔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만, 이미 회사는 수익이 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투자받은 600억 원은 외형만을 키우기 위해 발생하는 손실을 메꾸기 위한 투자금은 아니다. 이 회사는 D2C 비즈니스의 약점을 그대로 갖고 있지만, 어떻게 이렇게 잘 운영될 수 있었을까? 대단한 비법은 아니다. 실은, 굉장히 단순하다.

“실은 굉장히 기본적인 건데요, 마진에 집중했습니다.(It’s honestly basic stuff. We focused on margins)”

Brooklinen 대표의 말 그대로, 실은 굉장히 간단하긴 하지만, 어쩌면 너무나 많은 창업가, 그리고 투자자들이 외형만을 중요시하고 있는 시장 분위기 때문에 가끔 잊어버리고 있는 중요한 생각인 거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익성에만 집중해서, 성장과 외형을 완전히 간과해도 결과는 좋지 않은 경우도 너무 많다. 우리는 두 가지 모두 경험이 좀 있다. 어떤 회사는 단시간 안에 너무나 외형과 성장만을 중요시하다, 정신 차리고 보니까 수익성이 아예 없는 회사가 됐고, 그 과정에서 회사의 경영진들이 배운 점이라곤 남들보다 더 싸게 팔면서 물건 하나 팔 때마다 마이너스가 나는 비즈니스였다. 이러다 보니, 회사의 체질을 바꾸지 않고서는 회복할 수 없었다. 다른 회사는 너무나 조심스럽게, 절대로 마이너스가 나지 않겠다는 컨셉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수익은 나지만, 성장이 너무 더디어서, 결국 더 좋은 사람을 채용하기 위한 투자유치에 실패했고, 다른 경쟁사들이 급성장 하는 바람에 완전히 시장에서 묻혀버렸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수익성과 성장을 잘 밸런싱 하면서 사업을 해야 하고, 대표는 항상 이 밸런스를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해서 고민해야한다.

이 글을 읽으면 이커머스나 D2C 비즈니스에는 단점만 존재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그건 아니다. 오랜 개발 시간을 거쳐야지만 론칭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제품보단, 이런 비즈니스는 눈에 보이고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창업 첫날부터 매출이 발생하는 아주 유리한 점이 있다. 그리고 원가와 비용을 아주 타이트하게 관리하면, 꽤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컨트롤 할 수 있는 비즈니스로 만들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올린 글에서처럼,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처럼 당장 개발력이 없어도 시작이 가능하다.

전에 “D2C 회사의 밸류에이션“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 내용도 같이 읽으면서 생각해보면 더 좋을듯 싶다.

에어비앤비 스토리

얼마 전 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리 갤러거의 “에어비앤비 스토리(The Airbnb Story)”를 읽었다. 이 책은 오래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는데, 지난 몇 개월 동안 나는 일부러 창업이나 비즈니스 관련 책 보단 일반 소설을 읽는데 시간을 할애해서 인제야 읽게 됐는데, 비행 내내 밥 먹는 시간 빼곤 한 번도 책을 손에서 떼지 않고 단숨에 다 읽었다. 실은, 우리가 아는 현재 거대한 비즈니스가 된 스타트업들의 창업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재미있는데, 에어비앤비의 창업과 성장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전에 포스팅했던 넥슨 창업 이야기 플레이만큼 흥미진진했고, 영감과 감동으로 가득 찼던, 마치 한 편의 대하소설과 같았다.

에어비앤비 관련 단편 일화들은 이 분야에서 일하면 누구나 다 한두 번은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가난한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디자인 관련 행사 참석자들에게 자신들의 침대를 돈 받고 빌려주면서 시작한 일화, 한때는 회사 서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전당대회가 열리는 곳에서 두 대통령 후보를 주제로 한 시리얼을 판매했던 일화, Y 컴비네이터에 거의 떨어질 뻔했다가 턱걸이로 들어갔던 일화, USV의 Fred Wilson이 에어비앤비 투자하지 않았던 걸 후회한 일화 등은 아마도 누구나 다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나도 이런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듣고 읽어서 대략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 조금 더 깊고 구체적인 내용을 알게 되니, 모두가 비웃던 아이디어를 가진 세 명의 젊은 창업가들이 회사를 일으키기 위해 직면해야 했던 도전들, 이들이 구축한 제품과 문화, 그리고 세계 최고기업으로 단시간 만에 성장시킨 이야기는 실리콘밸리 다른 회사의 성장 스토리랑 비교해봐도 매우 인상 깊고 이단적이기까지 하다.

세 명의 창업가가 단기간에 수십조 원의 가치를 가진 에어비앤비라는 회사를 만든 과정을 책으로 보면서, 이 바쁘고, 정신없고, 잡음 많은 세상을 살면서, 쉽게 잊어버리지만, 투자자한테는 생명과도 같은 다음 세 가지를 계속 스스로 상기시켰다:
1/ 황당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실행했을 때, 뭔가 항상 나오고, 그게 나오면 대박 성공 확률이 가장 높다.
2/ 지적인 강인함을 가진 창업가가 어려운 시기에도 성공할 수 있다.
3/ 학벌, 능력보단 의지. 특히, 배움에 대한 의지는 성공의 필수 조건이다.
4/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고 계속 황당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실행하는 바퀴벌레 근성은 정말 중요하다.

에어비앤비 공동창업가이자, 현재 대표이사인 브라이언 체스키는 1년 365일 배움의 의지를 가진 사람인데, 독서광이기도 하다. 그가 가장 좋아하고 자주 인용하는 두 개의 명언이다: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환경에 적응시킨다. 비이성적인 사람은 환경을 자신에게 적응시킨다. 고로 모든 변화와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에게 달려있다.”
-조지 버나드 쇼

“처음에 그들은 당신을 무시하다가 당신을 비웃고, 그다음에는 당신에게 싸움을 걸어온다. 그러면 결국 당신이 이긴다.”
-마하트마 간디

에어비앤비의 탄생과 성장 자체를 바로 이 두 명언으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작은 남한테 인정받지 못하고, 욕먹고, 비웃음당했다.

“낯선 사람을 낯선 사람의 집에서 재운다.”

그 누가 봐도 정말 미친 아이디어였고, 아무리 생각해도 에어비앤비는 절대로 생겨날 수 없는 회사였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기업가치가 높은 회사가 됐다.

대담한 아이디어를 가졌지만, 매번 무시당하고 조롱받았던 사람들. 하지만 결국 승리한 사람들.

이 책은 바로 그들의 이야기이다.

FAQ

search-1756278_640나는 전화 통화하는 걸 정말 싫어한다. 특히 남이 나한테 전화하는 게 정말 싫다. 그리고 나도 누구한테 전화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런데, 문자나 이메일보다 전화하는 걸 가장 선호하는 상황이 딱 하나 있는데, 바로 뭔가를 사용하다가 잘 안 되거나 문제가 발생해서, 급하게 당장 도움이 필요할 때이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전화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데,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궁금한 게 있거나, 아니면 뭐가 잘 작동하지 않더라도, 전화를 걸어서 물어볼 수 있는 고객 응대용 전화번호가 아예 제공되지 않거나 찾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냥 바로 전화를 거는 습관이 생겼다. 웬만한 서비스는 고객 응대 전화번호를 제공하고, 회사 웹사이트 하단에 보면 고객이 전화할 수 있는 번호가 항상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무리 전화통화하는게 싫어도, 내가 아쉽고 답답하고, 이메일이나 카톡으로 문의하면 답변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서 그냥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곤 한다. 어떤 회사는 기계 ARS를 몇 단계 거쳐야 하지만, 그래도 미국에 비하면 비교적 쉽게 실제 사람과 연결이 돼서 불만을 토론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편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이게 악몽이다. 한두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면 상관없지만, 하루에 수천 명, 수 만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라면, 수백 통의 전화가 걸려 올 수도 있고, 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회사의 비용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리고 직접 당해보거나, 아니면 직접 해보셔서 아시겠지만, 이런 고객서비스 관련 통화는 서로에게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상당히 피곤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고객서비스를 하는 인력의 이탈과 교체가 잦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 또한 무시할 수가 없다. 내가 아는 어떤 작은 스타트업은 대표이사부터 디자이너까지, 고객의 – 또는, 고객이 아닌 사람들 – 전화응대를 하는 데 업무시간의 절반을 쓰는데, 정말 힘들어한다.

그냥 CS 전화번호를 제공하지 말고, 미국 회사들처럼 이메일로만 문의하게 하거나, 아니면 굉장히 자세하고 잘 만들어진 FAQ(Frequently Asked Questions: 자주묻는질문)를 제공해보라고 하면, 항상 듣는 말이 있다. “대표님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한국 사람들은 성질이 급해서 전화번호 없으면 엄청 화내요.” , “한국 사람들은 이메일을 안 해요.” , 뭐 이런 말들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별로 근거 없는 말들이고, 회사에 오히려 해가 되는 고정관념인 거 같다. 한국 사람들만 급한 게 아니고, 화가 많이 나서 당장 뭔가 필요한 고객은 누구나 다 성질이 급하기 때문에 이건 한국뿐만이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회사에 전화하라고 전화번호를 이들에게 제공해주면 회사 차원에서는 – 특히, 자원이 부족한 작은 스타트업 – 정말 많은 준비를 하고,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게 있을 때마다 전화를 걸어서 반대편에 있는 실제 사람과 통화를 해서 본인이 원하는 걸 즉각적으로 물어보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한번 익숙해지면, 이보다 더 불편한 카톡이나 이메일이나 FAQ를 통한 문제해결 방법을 대안으로 제안받으면 당연히 싫어하고 욕할 것이다.

미국 스타트업은 아주 잘 만든 FAQ를 제공해주고, 사용자들도 이 방법에 꽤 익숙해져 있는데, 정말 잘 만든 FAQ는 전화를 걸어서 누구랑 통화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걸 나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워낙 많은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내가 최근에 FAQ를 가장 잘 사용했던 제품/서비스는 미국의 Coinbase이다. 돈과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라서 실은 문제도 많이 발생하고, 궁금한 점도 정말 많지만, 코인베이스는 그동안 쌓인 노하우와 고객의 질문을 잘 취합해서 상당히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FAQ를 통해서 내가 원하는 해결책을 즉각 즉각 구할 수 있었다. FAQ에 내가 원하는 답이 없으면 support 이메일을 통해서 문의하면, 주로 48시간 내로 답이 온다. 한국 사람은 급해서 48시간 못 기다린다고 많은 대표들이 나한테 말을 하지만, 정말로 급하다면, 48시간 정도는 기다릴 수 있다. 이건 고객을 우리가 어떻게 처음부터 훈련하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제 서비스를 시작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처음부터 고객이 회사에 직접 전화할 수 있는 채널 자체를 원천 봉쇄하고, 대신에 아주 포괄적이고 잘 정리된 FAQ를 제공하라고 나는 조언한다. 카톡을 통한 문의도 가급적이면 업무에 방해가 되니까 초반에는 아예 제공하지 않는 게 좋다. FAQ와 고객지원 이메일 정도만 제공하는 게 가장 좋다. 이미 070 번호나 1688 번호를 통해서 고객이 회사와 직접 통화할 방법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서서히 또는 즉각 이 번호를 없애고 FAQ를 잘 만들어서 제공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처음에는 고객 불만이 발생하겠지만, 금방 잊히고 고객들도 익숙해진다. 실제로 우리 투자사 중 이렇게 아예 고객 응대 전화번호를 없앤 회사들이 있는데, 회사의 실적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실은, 더 좋아진다. 대신, FAQ를 제공하기로 결정했으면, 정말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허접한 FAQ를 제공할 바에는 그냥 전화번호를 제공해서 몸으로 때우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다.

물론, 나중에 회사가 엄청나게 커지면 별도의 CS 조직을 내부 또는 외부에 두면 된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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