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전 포스팅에 이어 비슷한 맥락의 글을 또 써본다.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데도 두려움과 매너리즘 때문에 국도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하지 못하는 많은 회사들은 언젠가는 망할 확률이 높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서 돈을 버는 사업 구조를 만들긴 했지만, 이 상황에서는 수익성이 엄청나게 좋진 않을 것이고, 이런 사업은 너무나 다양한 내, 외부 요소의 변화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갑자기 돈이 많은 경쟁사가 시장에 나타나서 시장점유율을 뺐을 수도 있고, 직원들이 대거 퇴사하면서 막대한 퇴직금으로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고, 의존하던 유통 채널에 큰 변화가 생길 수도 있고, 그냥 너무 성장이 없어서 직원들이 하나둘씩 떠나면서 사업의 규모가 쪼그라들 수도 있다.

또한, 이런 비즈니스는 위에서 말한 대로 면역력이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에, 매번, 매달, 매년 흑자를 내진 못할 것이다. 어떤 달은 살짝 적자가 날 수도 있고, 어떤 달은 일회성 비용이 확 증가할 수도 있다. 또한, 현금 보유량은 계속 유지되거나, 조금씩 증가할 수도 있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임직원들의 연봉도 같이 올라야 하는데, 성장 없이 현 상태에서 이것저것 맞추다 보면 서서히 비즈니스는 줄어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새로운 경쟁사가 출현하거나, 대기업이 이 시장으로 진입하면,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단순 감기 탓에 사망할 수 있듯이, 이 사업은 한 방에 망할 수 있다.

즉, 계속 국도로만 가다 보면, 영어로 말하는 slow death를 맞이할 확률이 매우 높다. 그 속도가 너무 느려서 잘 못 느낄 뿐이지, 시간이 갈수록 이 사업은 천천히 침몰하는 배와 같이 천천히 속력이 줄어서 멈출 것이다. 우리 사업도 현재 느리게 죽고 있다면, 대표들은 아주 과감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 즉, 빨리 고속도로로 진입해야 한다.

과감한 결정을 했는데 그 방향이 잘못됐다면, 빨리 죽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이게 느린 죽음보다 더 나을 수 있다. 바로 죽든, 느리게 죽든, 어차피 결론은 똑같이 망하는 것이라면, 그냥 지금 당장 망해서 대표와 임직원들이 하루라도 젊었을 때 다른 곳에 취직하거나, 다른 시도를 하는 게 모두에게 더 좋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다시 읽어보니, 조금 극단적이긴 하다. 어쨌든 우리 사업이 이렇게 천천히 죽어가는 건 아닌지, 대표들은 냉정하게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