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한번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내가 봤을 때 지금이 시의적절한 타이밍이라서 다시 한번 내 생각을 포스팅해 본다.
2022년 후반부터 시작된 벤처 겨울은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이제 최악의 추위로부터 우린 조금씩 멀어지고 있지 않나 싶다. AI 투자 덕분에 외형적으론 글로벌 벤처 투자는 2024년 Q3($57B)부터 2025년 Q1($121B) 까지 연속 3사분기 상승 중이다. 실은 벤처투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건 VC들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LP들도 더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좋은 시그널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돈이 극소수의 AI 회사에 투입되고 있다는 건 – 예를 들면, 2025년 Q1 전체 글로벌 벤처 투자금 $121B 중 거의 3분의 1인 $40B이 OpenAI 단 한 개의 회사에 투입됐다 – 아직도 뭔가 불안하고 찜찜하지만, 어쨌든 부정적인 것보단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
한국도 여기저기서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온다. 새로운 정부가 AI에 10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벤처 투자 생태계에도 40조 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 돈을 어디서 어떻게 조달할진 잘 모르겠지만, 긍정적인 소식이며, 하반기에는 유동성이 조금씩 풀리지 않을까 기대한다. 정부가 벤처 투자를 리딩하는 건 장기적으론 부정적인 면도 많지만, 반면에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가 이렇게 시원하게 쏘는 것만큼 단기적으론 좋은 방법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그널이 보이는 분위기에서 요새 나는 우리 창업가분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하고 있다.
첫째, 2022년 후반부터 성장보단 생존과 수익성에 집중하고 있는 회사 중, 아직도 비용을 못 줄여서 매달 마이너스가 나고, 명확하게 공식화할 수 없는 PMF와 비즈니스 모델을 못 찾은 분들에겐 계속하던 대로 성장보단 생존에 집중하라고 한다. 이런 회사들은 아직도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 곳들이 많아서 계속 비용 절감과 비즈니스 모델 확립에 집중해야 한다. 운전에 비유하자면, 고속도로보단 계속 국도로 달리는 것이다. 국도에서 가속하지 말고, 정속 주행을 통해서 기름을 아끼는 전략이다. 하지만, 조금씩 천천히 앞으로 가곤 있다.
둘째, 2022년 후반부터 성장보단 생존과 수익성에 집중하면서 지난 3년 동안 비용 절감에 성공해서 흑자 전환을 했고, 어떻게 하면 확실하게 돈을 벌 수 있는지 공식화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과 PMF를 찾았다면, 이제 다시 서서히 성장에 대해 고민해 보라고 한다. 운전에 비유하자면, 이제 국도를 서서히 벗어나면서 다시 고속도로에 진입해서 악셀러레이터를 힘차게 밟아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책 없이 돈을 써서 마이너스를 내면서 성장하라는 조언은 아니다.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돈을 버는 프레임 안에서 더 가속하라는 조언이다.
이렇게 국도에서 다시 고속도로로 진입하려면 돈도 더 필요하고, 어쩌면 사람도 더 필요한데,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창업가의 마인드와 태도의 180도 변화이다. 너무 오랫동안 국도만 달렸기 때문에 다시 고속도로로 진입해서 그동안 시속 50km를 넘지 않았던 악셀러레이터를 더 밟아서 80km 이상으로 달려야 하는데, 다시 성장 모드로 마인드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 회사의 전략과 방향을 180도 다르게 설정하는 데에도 switching cost가 발생하지만, 실은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건 창업가의 두려움이다. 이미 지난 3년 동안 돈이 없으면 얼마나 사업이 힘들어지는지 뼈저리게 경험하고 배웠기 때문에 다시 성장에 집중하는 게 너무 공포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성장에 집중하려면, 펀드레이징도 다시 해야 하고,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는데, 혹시라도 이렇게 하는 과정에서 돈을 다 써서 다시 힘든 시점이 오면, 그땐 다시 한번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이 남아 있을지,,,그 생각만 해도 공황장애가 오기 때문이다.
아직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을 못 찾았다면, 계속 비용 절감하면서 생존에 집중해라. 이런 사업이면 어차피 고속도로에 진입해도 속력도 못 내고 금세 연료가 떨어져서 멈출 것이다. 하지만, 이제 돈을 확실하게 벌 수 있는 사업을 만들었다면 위에서 말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과감하게 고속도로에 진입해라. 그리고 다시 쌩쌩 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차피 스타트업이란 어느 시점엔 성장을 해야 하는데, 이미 3년이라는 시간을 까먹었기 때문에 따라잡아야 하는 거리가 상당히 많이 남았을 것이다.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보자.
느린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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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적절하게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다시 고속도로로 차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 괜히 더 반갑습니다.
파이팅입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고 있는시점에 이런 글을 읽으니 용기가 납니다 다시 신발끈 조여매고 출발해야겠습니다! 모든 스타트업 대표님들 화이팅!!
Good 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