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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는 퍼팅

golf-594199_1280골프에서는 드라이버는 show이고, 퍼팅은 money라는 말을 자주 한다. 아주 멀리 날리는 드라이버는 그냥 남들한테 자랑하고 보여주기 위한 샷이지만, 실제로 우승하고 돈을 벌기 위한 – 상금이든 내기든 – 샷은 그린에서 결정되는 퍼팅이라는 의미이다. 드라이버를 300야드 치고, 아이언 샷을 아무리 칼같이 잘 쳐도, 결국 그린 위에서 퍼팅을 잘 못 하면 점수는 좋지 않기 때문에 많은 프로한테 물어보면 결국엔 골프의 마무리는 퍼팅이기 때문에, 퍼팅이 실제로 제일 중요한 샷이라고 한다.

파 5에서 300야드 드라이버치고, 멋진 아이언이나 우드 샷으로 그린에 투온했는데, 퍼팅이 안 돼서 4 퍼트를 하면 보기플레이를 한다. 이와 반대로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샷 모두 제대로 맞지 않아서 그린에 4 온을 했지만, 원 퍼트로 마무리하면 파 플레이를 하는데, 나는 무조건 후자의 플레이를 선택하겠다. 시원시원한 샷을 못 해서 기분은 좋지 않겠지만, 골프는 결국 최소한의 샷으로 공을 구멍에 넣어서 끝내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게 진정한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에도 비슷한 맥락을 적용해 볼 수 있다. 비즈니스의 마무리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이 제품을 사랑하는 고객을 확보하고, 결국 돈을 버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많은 창업가가 이 마무리를 잘 못 하고 있다. 수백억 원의 펀딩을 받고, 아기 유니콘으로 선정되고, 유니콘이 되고, 정부에서 지정한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뽑히고, 수많은 언론에 노출되는 건 회사나 창업가한테는 너무나 좋은 일이고 큰 영광이다. 마치 300야드 드라이버 친 것처럼 기분이 너무 좋고,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질 것이다. 그런데 좋은 제품을 못 만들어서 우리 브랜드를 사랑하는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고, 결국 돈을 벌지 못하는 사업으로 마무리가 되면, 결과는 실패다.

투자 못 받아도 괜찮다. 정부한테 인정 못 받아도 괜찮다. 아기유니콘 선정? 다 필요 없다. 언론 노출? 이건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된다. 결국 이런 거 다 못해도, 좋은 제품을 만들고 좋은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면, 고객들이 생길 것이고, 결국 돈 버는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

전에 내가 박인비 선수에 대한 을 하나 쓴 적이 있는데, 이 글과 일맥상통한 내용이다. 사업하다 보면 수많은 잡음이 나를 방해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비즈니스의 핵심과 본질을 잘 파악해야 한다. 결국 골프의 마무리는 퍼팅이고, 비즈니스의 마무리는 고객과 질 좋은 매출이다. 그 외에는 다 부수적인 것들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재미있게 일하기

한때 천재 골퍼라고 불렀던 조던 스피스의 인터뷰를 얼마 전에 봤다. 아직 30세가 안 된 젊은 친구의 짤막한 인터뷰 내용이지만, 듣자마자 느끼는 게 많았던 내용이고, “아 맞다. 저거야.”라는 말을 스스로 했다.

참고로, 스피스는 전미 아마추어 대회를 우승하고, 2012년도에 프로 데뷔를 했다. 엄청난 기대를 받으면서 프로 진출하자마자, 각종 대회를 우승하면서 차기 타이거우즈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이 후 부상때문에도 고생하고 슬럼프가 와서 최근 거의 3년 동안 우승을 못 하다가 얼마 전에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다시 한번 컴백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대회가 끝난 후 한 인터뷰 같은데, 인터뷰어가 스피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지금 골프에 대해서 아는 사실 중, 예전에 (긴 슬럼프 기간) 알았다면 좋았을텐데라고 생각하는 게 어떤 게 있나요?”

한참 생각하더니,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그동안 골프를 너무 진지하고 심각하게 생각했고, 우승만 생각하면서 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골프를 즐기면서 재미있게 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어릴 적 골프 칠 때는 참 즐거웠는데, 나이 들수록 성적과 경쟁을 생각하면서 골프를 재미있는 게임이 아니라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게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렇게 심각하게 쳤을 때 성적이 가장 안 좋았다고 한다. 그냥 골프 자체를 즐기면서 왜 이 게임을 본인이 사랑하는지 음미하면서 쳐야하는데, 이 사실을 예전에 알았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답변이었다. 어린 친구지만 정말로 공감 가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하는 일, 우리가 투자하는 회사의 대표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실은 그동안 나도 조던 스피스가 말했던 그런 심각한 멘탈에 입각해서 일을 했던 것 같다. 일은 원래 재미없는 거고, 무조건 남들과 경쟁해서 잘 해야 하는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에 내가 일을 한 5년하고 그만 할 거라면 이런 마인드는 상관없지만, 평생 할 거라면 일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하는 규모의 펀드를 못 만들거나, 투자하고 싶은 회사에 투자를 못 하거나, 투자한 회사가 줄줄이 망할 때와 같이, 절망적인 순간들이 우리한테도 여러 번 왔고, 앞으로도 계속 올 것이다. 남의 돈을 모아서 – 그것도 아주 많이 – 투자하는 VC가 우리의 평판만을 믿고 우리를 믿어준 투자자의 돈을 날리면 안된다. VC 업은 정말 심각하고 어떻게 보면 딱딱한 비즈니스다. 하지만, 그래도 이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 재미있게 일 해야 하는 점도 항상 명심하고 있다.

항상 이기고, 투자한 회사마다 대박 나고, 절대로 돈을 잃으면 안된다는 마인드로만 일하면 오히려 더 경직되고, 더 스트레스받고, 그리고 결과는 더 안 좋게 나온다. 그냥 열심히 일하는 똑똑한 창업가들 만나는 거 자체를 즐기고, 결과는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초심을 항상 유지하되, 항상 느긋한 마음을 갖고, 투자 자체를 즐기면서 왜 스타트업이라는 게임을 내가 좋아하는지를 음미하면서 일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재미있게 일하자. 어쩌면 이게 성공의 핵심일 수도 있다.

변동성

나는 상장 주식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주식 투자를 많이 하진 않는다. 그나마 가진 주식은 그냥 내가 좋아하는 회사 주식인데, 나이키와 언더아머 브랜드를 워낙 좋아해서 이 두 회사 주식은 거의 15년 전부터 조금씩 구매하고 있다.

이건 나이키의 최근 3개월 주가다.

사진 2020. 5. 11. 오후 3 45 53

코로나바이러스의 타격을 받기 전에 100달러 선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그 이후에 60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최근에 다시 90달러 선까지 회복했다. 실은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모른다. 시장 상황이 안 좋아져서 더 떨어질 수도 있지만, 일단 현재 숫자를 보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서 바닥을 쳤을 때 주가가 40% 하락했고, 이제 거의 100달러로 다시 회복했다.

이건 언더아머의 최근 3개월 주가다.

사진 2020. 5. 11. 오후 3 46 48

코로나바이러스의 타격을 받기 전에 15달러 선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그 이후에 6달러까지 떨어졌다가 한 9달러로 회복했다. 60%까지 하락했다가 조금 올라왔지만, 아직도 40% 하락한 가격이다.

같은 산업에 있는 아디다스의 최근 3개월 주가를 보자.

사진 2020. 5. 11. 오후 3 47 09

코로나바이러스의 타격을 받기 전에 160달러 선에 있다가, 그 이후에 90달러까지 떨어졌다. 43% 정도 하락했다가, 현재 11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아직 코로나바이러스 이전 대비 30% 정도 하락한 가격이다.

나는 주식 시장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는 아니지만 나이키, 언더아머, 아디다스가 속한 소비재/운동용품 분야, 그리고 다른 분야의 종목을 그냥 대충 봤을 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서 일시적으로 30%~40% 정도 주가가 하락한 회사는, 이건 이 회사가 뭘 못 한 거라기보단 전반적인 시장의 분위기가 반영된 감소폭이기 때문에 3개월~6개월 안에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80% 이상 하락했다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시장의 믿음이 흔들리면 이런 위기가 올 수 있고, 회복이 힘들거나 회복을 해도 훨씬 더 오래 걸릴 수 있을 것 같다. 즉, 이런 비즈니스는 통제가 힘든 변동성이 내재되어 있어서, 예상치 못한 위기가 오면 지속할 수 있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 투자사들도 보면, 약간 비슷한 비교를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2월, 3월 실적이 갑자기 30%~40% 정도 감소한 회사들은 4월에 다시 실적이 서서히 회복하고 있고, 어떤 회사는 5월 실적이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 이전 실적보다 더 좋아질 기미가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80% 이상 타격을 받은 회사는 4월, 5월에도 회복의 기미가 잘 안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지속 가능하지 못 한 비즈니스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위기가 오면 – 그리고 앞으로 이런 위기가 더 많이 올 수 있을 것 같다 – 그 타격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질 수도 있으니, 다양한 방법으로 방어막과 해자를 만들어서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목표

1588117233179코비드19 때문에 우리 아파트 지하 헬스클럽 문을 닫아서 집에서 운동한 지가 8주가 넘어가고 있다. 그전에도 바쁘면 집에서 나름의 루틴을 만들어서 운동하곤 했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 집에서만 운동한 적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홈트레이닝 용 기구를 몇 개 장만해봤다. 일단, 언제, 어디서나 엎드리거나 누울 수 있도록 마루를 요가 매트로 도배했다(실은 우리 개 관절 보호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푸쉬업을 위해 Power Press도 장만해서, 매일 100개 이상의 다양한 푸쉬업을 하고 있다. 파워프레스 구매하니까, Smith Shaper라는 기구가 사은품으로 왔는데, 이 장비 또한 다양한 스쿼트 하기에 좋아서, 거북이 같이 등에 매고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그래도 매일 좁은 공간에서 같은 동작만 반복하는 건 상당히 지루해서, 지난 부부터 우리 아파트 1층에서 꼭대기 35층까지 계단오르기를 시작했는데, 이게 강도도 세고, 전신운동이 돼서 요새 아침마다 계단을 오르고 있다. 중력으로부터 관절을 보호하기 위해서 35층 까지 걷고, 35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오고, 다시 계단오르기를 반복한다. 1층에서 35층까지 624개의 계단이 있고, 이걸 매일 3번 반복하니, 총 105층/1,872개의 계단을 매일 오르고 있다.

비상구가 좀 어둡고, 답답하고, 무작정 계단을 오르다 보면, 내가 얼마큼 올라왔고, 지금 있는 곳은 어디고, 그리고 목표 35층 까지는 얼마큼 남았는지가 궁금한데, 다행히도 전 층과 다음층이 표시되어 있어서, 계속 현재 위치를 파악하면서, 목표 대비 몇 퍼센트 와 있는지 계산하면서 오를 수 있다. 이렇게 나의 현재 위치와, 내가 가야 할 곳이 구체적으로 숫자로 표시되지 않으면, 나는 그냥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언제 끝날지 기약 없는 계단을 오르면서, 목표없는 운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몇 층을 올라왔고, 앞으로 몇 층을 더 올라가면,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서 1층부터 시작해야할지에 대한 계획을 전혀 세울 수가 없다.

사업도 비슷한 것 같다. 목표가 없다면,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못 하고 있는 건지를 측정할 수가 없다. 월 매출 100억 원이면, 많은 것 같지만, 목표가 1,000억 원이라면, 10% 밖에 달성하지 못해서 형편없는 실적이다. 하지만, 목표가 100만 원인데, 월 매출 80만 원 했으면, 80% 달성했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 목표를 설정하고, 모든 팀원이 항상 이 목표를 확인할 수 있어야지만, 현재 비즈니스 상황을 파악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실은 이런 목표를 세우고,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측정하면, 포기할 확률도 낮아진다. 얼마큼 왔는지 정확하게 알고, 앞으로 가야 할 곳이 정해졌다면, 정확한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과 시간이 계산되고, 이 정도로 구체적으로 계산이 되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조금씩 그 목표에 가까이 가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조금만 더”를 외치면서 계속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계단을 오르다 보면, 너무 숨이 차고 다리가 풀려서, 그냥 여기서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다가도, 고개를 들어서 몇 층인지 봤을 때, 29층이라면, 6층만 더 올라가면 끝이기 때문에, 젖먹던 힘까지 내서 목표를 완수하려고 한다. 목표가 안 보이면, 그냥 힘들면 중간에 포기할 확률과 유혹이 너무 많다.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대비 내 위치를 지속해서 측정하는 건 매우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목표를 너무 낮게 설정하면 성취감이 부족해서 지속해서 사업이나 운동하는 게 어렵다. 35층이 아니라 5층 계단을 반복하면 나도 동기가 부족할 것이다. 반면에, 목표를 또 너무 높게 잡으면 넘사벽이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포기하기 쉽다. 우리 아파트가 200층이라면, 계단 오르기를 그냥 처음부터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달성할 수 있을 정도보다 약간 높은 목표, 그리고 중간마다 달성률을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이면 딱 좋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살기위한 변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피트니스 클럽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고, 많은 헬스클럽이 문을 닫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피트니스 체인 중 하나인 24 Hour Fitness도 파산신청을 고려하고 있고, 아직 망하지 않은 헬스클럽은 PT 수업을 온라인으로 스트리밍하거나,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서 비대면 PT 수업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어떤 헬스클럽은 아예 운동기구를 대여하거나 판매해서 계속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Peloton이나 SoulCycle과 같은 사이클/스피닝 클래스가 인기가 많기 때문에, 사이클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피트니스 클럽은 자전거를 판매하거나 대여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참 살벌한 세상이다. 살기 위한 이런 처절한 몸부림을 보면, 안타깝고 불쌍하다. 하지만, 살기 위한 이 투쟁의 다른 면을 보면,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회사의 경영진이 그동안 생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고, 마지막 한 방울 창의력까지 머리에서 쥐어짜내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페이스북에서 많이 돌아다녀서 이걸 본 분들이 많을 텐데, 그렇게 digital transformation을 오랫동안 주장했지만, 수 십년 동안 그 누구도 이걸 못 했는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한 방에 digital transformation이 시작된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digital transformation

Digital Transformation Quiz (SUSANNE WOLK TWITTER)

특히 한국의 학교가 온라인 개학을 하고, 온라인 수업하는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이 동의하겠지만, 학교야말로 첨단 기술을 도입해서 학생들에게 미래를 보여줘야 하는데, 실은 내가 아는 한국의 학교는 기술적으로 가장 낙후됐고, 신기술 도입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대표적인 기관이다. 아직 갈 길이 멀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면 온라인 수업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보수적인 학교의 교무진과선생님들이 온라인 수업하는 걸 보면, 코로나바이러스의 위력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우리도 비슷한걸 느끼고 있다. 팀이 한국과 미국에 있고, 두 지역에 투자를 하니, 화상 미팅은 항상 자주 해왔었고, 나도 꼭 필요한 게 아니면, 직접 만나서 미팅하는걸 선호하진 않지만, 그래도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면 직접 얼굴 보고 만나는 미팅을 했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강제적으로 모든 미팅을 화상으로 진행했는데, 처음엔 좀 불편했지만, 이젠 오히려 이게 더 익숙해졌고, 왜 그동안 굳이 직접 만나서 미팅을 했을까 하는 의문까지 하는걸 보면, 나도 어떻게 보면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변화했고,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변화가 만들어진 거 같다.

이런 살아남기 위한 변화는 규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한국은 원격의료가 아직 합법화되지 않았는데, 어쩌면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강제적으로 합법화되거나, 아니면 합법화되어가는 과정이 더 빨리 진행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희망을 품어 본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연구개발, 그리고 임상시험 과정 또한 기존 신약 연구개발 및 임상 과정보단 더 빨리 진행되는 걸 보면, 이게 불가능하진 않을 것 같다. 그동안 이해하기 힘든 법과 규제 때문에 불법이었던, 집으로 찾아오는 이발/미용 서비스도 합법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의 진화과정을 보면, 처음에는 사용자들이 특정 제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 특정 장소를 직접 찾아갔다. 그 이후에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 주로 집 – 찾아왔다. 아마도 이 다음 단계는 사용자들이 비접촉 방식으로, 원격으로 이런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그런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리고 나는 이런 미래가 한 5년~10년 뒤에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바이러스는 한 방에 이런 미래를 더 우리에게 가깝게 오게 했다.

물론, 이 사태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코로나바이러스 이전 세상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그렇게 되진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안전하게 사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고, 그러기 위해서는 살기 위한 변화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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