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19 때문에 우리 아파트 지하 헬스클럽 문을 닫아서 집에서 운동한 지가 8주가 넘어가고 있다. 그전에도 바쁘면 집에서 나름의 루틴을 만들어서 운동하곤 했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 집에서만 운동한 적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홈트레이닝 용 기구를 몇 개 장만해봤다. 일단, 언제, 어디서나 엎드리거나 누울 수 있도록 마루를 요가 매트로 도배했다(실은 우리 개 관절 보호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푸쉬업을 위해 Power Press도 장만해서, 매일 100개 이상의 다양한 푸쉬업을 하고 있다. 파워프레스 구매하니까, Smith Shaper라는 기구가 사은품으로 왔는데, 이 장비 또한 다양한 스쿼트 하기에 좋아서, 거북이 같이 등에 매고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그래도 매일 좁은 공간에서 같은 동작만 반복하는 건 상당히 지루해서, 지난 부부터 우리 아파트 1층에서 꼭대기 35층까지 계단오르기를 시작했는데, 이게 강도도 세고, 전신운동이 돼서 요새 아침마다 계단을 오르고 있다. 중력으로부터 관절을 보호하기 위해서 35층 까지 걷고, 35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오고, 다시 계단오르기를 반복한다. 1층에서 35층까지 624개의 계단이 있고, 이걸 매일 3번 반복하니, 총 105층/1,872개의 계단을 매일 오르고 있다.
비상구가 좀 어둡고, 답답하고, 무작정 계단을 오르다 보면, 내가 얼마큼 올라왔고, 지금 있는 곳은 어디고, 그리고 목표 35층 까지는 얼마큼 남았는지가 궁금한데, 다행히도 전 층과 다음층이 표시되어 있어서, 계속 현재 위치를 파악하면서, 목표 대비 몇 퍼센트 와 있는지 계산하면서 오를 수 있다. 이렇게 나의 현재 위치와, 내가 가야 할 곳이 구체적으로 숫자로 표시되지 않으면, 나는 그냥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언제 끝날지 기약 없는 계단을 오르면서, 목표없는 운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몇 층을 올라왔고, 앞으로 몇 층을 더 올라가면,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서 1층부터 시작해야할지에 대한 계획을 전혀 세울 수가 없다.
사업도 비슷한 것 같다. 목표가 없다면,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못 하고 있는 건지를 측정할 수가 없다. 월 매출 100억 원이면, 많은 것 같지만, 목표가 1,000억 원이라면, 10% 밖에 달성하지 못해서 형편없는 실적이다. 하지만, 목표가 100만 원인데, 월 매출 80만 원 했으면, 80% 달성했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 목표를 설정하고, 모든 팀원이 항상 이 목표를 확인할 수 있어야지만, 현재 비즈니스 상황을 파악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실은 이런 목표를 세우고,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측정하면, 포기할 확률도 낮아진다. 얼마큼 왔는지 정확하게 알고, 앞으로 가야 할 곳이 정해졌다면, 정확한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과 시간이 계산되고, 이 정도로 구체적으로 계산이 되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조금씩 그 목표에 가까이 가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조금만 더”를 외치면서 계속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계단을 오르다 보면, 너무 숨이 차고 다리가 풀려서, 그냥 여기서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다가도, 고개를 들어서 몇 층인지 봤을 때, 29층이라면, 6층만 더 올라가면 끝이기 때문에, 젖먹던 힘까지 내서 목표를 완수하려고 한다. 목표가 안 보이면, 그냥 힘들면 중간에 포기할 확률과 유혹이 너무 많다.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대비 내 위치를 지속해서 측정하는 건 매우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목표를 너무 낮게 설정하면 성취감이 부족해서 지속해서 사업이나 운동하는 게 어렵다. 35층이 아니라 5층 계단을 반복하면 나도 동기가 부족할 것이다. 반면에, 목표를 또 너무 높게 잡으면 넘사벽이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포기하기 쉽다. 우리 아파트가 200층이라면, 계단 오르기를 그냥 처음부터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달성할 수 있을 정도보다 약간 높은 목표, 그리고 중간마다 달성률을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이면 딱 좋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