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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은 위험해

bkk얼마 전에 이런 기사를 읽었다. 주로 밀레니얼이라고 하면, 구세대보단 훨씬 더 활동적이고, 뭔가 외부 활동을 많이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기사에 의하면 오히려 밀레니얼들이 가장 ‘방콕’을 선호한다고 한다. 여기에 의하면 18세~24세 미국 젊은이들이 평균 미국인 대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70% 더 많다고 한다. 그리고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지만,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하던 많은 활동이 온라인으로 옮겨서 갔고, 넷플릭스, 배달 등과 같이 집을 떠나지 않고, 더 저렴하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트렌드가 부상했고, 또는 외출해봤자 인생 별로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 등이 있다.

나도 이런 트렌드를 요새는 직접 체감하고 있는데, 강남 일대의 늘어나고 있는 빈 빌딩과 “임대” 사인을 보고 특히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고, 와이프랑 이런 현상에 대해서 종종 대화를 나누곤 한다. 일단 압구정동과 청담동 쪽으로 다니다 보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하는 대로변에 있는 건물 중 1층이 빈 곳이 상당히 많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걸 보면 요새 경기가 너무 안 좋다고 하는데, 나는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한다. 경기가 정말로 좋은지, 안 좋은지는 내가 경제학자가 아니라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젠 사람들이 과거와 같이 오프라인 매장이나 식당에 물리적으로 잘 안 오기 때문에, 오프라인에 들어올 만한 가게나 매장이 없는 게 조금 더 정확하다고 본다.

대로변 1층 매장에 옷가게가 들어와도 금방 망해서 빠지고, 식당이 들어와도 금방 망해서 또 빠지는데, 이 현상을 보고 경기가 좋지 않아서 사람들이 외식을 안 하고, 옷을 안 산다고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요샌 더 맛있는 음식을 더 많이 먹고, 더 많은 사람이 쇼핑을 하고, 더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본다. 내가 보기엔, 그 이유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 특히, 밀레니얼들 – 집에서 배달 시켜 먹고, 집에서 인터넷으로 옷을 구매하고, 집에서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기 때문이다. 이 글 처음에서 언급한 대로 과거에는 집 밖으로 나가서 물리적으로 어딘가를 가야 했지만, 이젠 집 안에서 손가락 몇 번 클릭해서 많은걸 할 수 있다.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지면서, 먹고 싶은걸 집에서 시켜 먹을 수 있고, 해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제품까지 집에서 주문할 수 있고, 극장에 가지 않고도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더 저렴하게 집에서 볼 수 있다.

이런 대세는 배달과 쇼핑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실은 은행/뱅킹 또한 이런 트렌드를 타고 있는 대표적인 서비스다. 나도 요새 웬만하면 은행에 직접 안 가는데, 꼭 가야 할 때만 간다. 꼭 가야 할 때만 가면, 은행에 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직접 은행 안가도 모바일 또는 인터넷으로 필요한 대부분의 업무를 볼 수 있는데, 굳이 은행에 가서, 번호표 뽑고, 모르는 은행 직원과 말을 섞는 게 싫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다. 역시 엄청나게 많은 오프라인 은행지점들이 폐업하고 있다.

기존의 많은 오프라인 서비스가 점점 더 모바일화, 온디맨드화(=O2O화), 그리고 개인화되고 있고, 우리가 이런 트렌드를 미리 파악하고 이 분야에 투자를 한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이런 분야에 꽤 많이 투자하게 됐다. 대표적인 회사가 온디맨드 세탁 서비스 세탁특공대와 최근에 투자한 온디맨드 피트니스 서비스 홈핏이다. 세탁특공대는 우리가 한 3년 전에 첫 투자를 했고, 당시에 내가 느꼈던 건, 이젠 가족의 규모와 의미가 바뀌면서 많은 집에서 세탁기를 구매하지 않고, 세탁기가 집에 있어도 바쁘고 귀찮아서 오히려 이런 쉽고 간단한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서 세탁을 외주하는 변화였다. 여기에다가 젊은 세대는 집 밖의 세탁소에 가서 세탁물을 맡기는걸 귀찮아 하고, 요샌 동네 세탁소 사장님이 집에 와서 세탁물을 수거하지만, 다른 사람과 대면하고 말을 섞는 것 조차 이들은 싫어하기 때문에, 이런 비대면 모바일 서비스는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

홈핏은 온디맨드로 트레이너를 내가 있는 곳으로 – 주로 집 – 불러서, 헬스장에 안 가고 집에서 PT를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다. 나도 운동을 즐기고, 일주일에 3~4번 아파트 헬스장에서 운동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헬스장에서 점점 더 여성분이나 젊은 분들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나 같은 아저씨, 또는 나이 많은 시니어 분들이 주로 헬스장에 보이는데,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이런 사람들과 같은 장소에서 익숙하지 않은 기구로 운동하는 거 자체를 밀레니얼들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가 몸매에 관심이 없거나, 운동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러면, 이들은 분명히 집으로 헬스장을 옮기고싶어할텐데, 이에 대한 해답을 홈핏이 어느 정도 제공해준다고 생각했다.

이런 트렌드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돈 보다 시간, 그리고 편리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밀레니얼들의 사고방식이다. 이렇게 집에서 뭔가를 하고, 누군가를 부르는 건, 내가 직접 가는 것 보다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그렇게 해서 내가 더 편하고, 시간을 조금 아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는 게 요새 젊은 친구들의 생활방식인 거 같다. 앞으로 많은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이런 트렌드를 타면서, 파괴되고 변화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언더독

box-1514845_640지난주에 록키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록키에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underdog’이라는 단어인데, 스포츠에서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두고 언더독이라고 한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언더독이 갑자기 등장해서, 그동안 패권을 잡고 있던 챔피언을 이기는 건 통쾌하고 짜릿하다. 우린 힘 있고, 항상 이기는 강자에 대해서 환호하지만, 갑자기 등장하는 약자의 대반격에 대해서는 이와는 다른 차원의 희열을 느낀다. 이건 아마도 인간의 DNA에 프로그램되어 있는 것 같다.

여기서 한가지 명확하게 하고 갔으면 하는 게 있다. “언더독 = 약자”라고 많은 분이 생각하는데, 실은 언더독은 약자는 아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르지만, 큰 무대에서 이길 수 있다는 건 이들이 약자가 아니라 오히려 강자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단지 언더독들한테는 이전에는 자신의 능력과 실력을 증명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은 경쟁조차 하지 못 했을 뿐이다. 록키의 경우에도, 정신적/체력적으로는 훌륭한 선수였고, 정식 트레이닝을 받을 형편이 되지 않아서 제대로 훈련을 못 했지만, 아주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연습했다. 하지만,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이런 아마추어가 데뷔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식 시합을 하기 위해 링 위에 올라갈 기회가 한 번도 없었을 뿐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그 기회가 왔고, 그 이후에는 모두가 잘 알듯이 세계적인 챔피언이 됐다.

올 한 해만 우리는 한국과 미국에서 30개가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우리가 투자한 창업가는 대부분 록키와 같은 언더독이다. 모두 다 똑똑하고, 능력 있고, 웬만한 경쟁과 붙어도 이길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진 창업가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뭔가 시작하고, 만들고, 증명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한데, (아직은) 화려한 경력이나 대단한 빽이 없는 분들이라서 시작하기 위한 자금 확보가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분들이다. 대단히 큰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의 투자금이 이들에게는 뭔가를 시작해서 세상이라는 무대로 나갈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투자를 했던 거 같다.

내가 항상 이야기하는 게, 어차피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평등과 공평은 완전히 다른 말이고, 실은 이 세상이 평등하긴 한건가라는 의문까지 요샌 생기고 있다. 어떤 운 좋은 친구들은 100미터 인생을 80미터 지점에서 시작하고, 어떤 이들은 50미터 지점에서 시작한다. 평범한 보통 사람들은 0미터 지점인 출발선에서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운이 좋지 않은 친구들은 출발선에 설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더 안타깝고 화나는 건, 이건 유전자적으로 결정되는 거라서 내가 선택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능력이나 실력이 없는 게 아니다. 오히려 80미터 지점에서 시작한 선수들보다 더 빠르고, 힘차고, 멀리 달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건 달릴 수 있어야지 의미가 있는데, 이 언더독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잘 오지 않는다.

나는 우리가 제공하는 작은 투자금이 이 언더독들이 링에 올라갈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언더독이 링에 올라간다고 해서 모두 록키같이 예상을 뒤엎고 이기진 않는다. 실은, 대부분 현실의 벽 앞에서 처참하게 박살 난다. 왜냐하면, 상대는 실전 경험도 많고, 돈도 많고, 모든 자원이 월등하게 많은 회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들이 자신의 능력 또는 무능력을 증명할 수 있게 링에 올라갈 수 있는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누구나 다 열심히 살면, 한 번 정도의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초기 투자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언더독을 많이 만나게 된다. 실은 매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을 좋아하게 되고, 투자하게 되고, 결국 사랑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록키라는 실존하지 않는 인물을 그렇게 좋아하고, 생존하는 인간들한테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이 가상 인물한테 배우나 보다. 언더독들 파이팅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방해받지 않는 경험

3/4월은 전미 대학 농구 선수권 토너먼트 때문에 즐겁다. 이 시합은 March Madness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와이프가 학부를 나온 미시간주립대학은 농구와 미식축구를 아주 잘하는 학교라서 항상 상위에 랭킹 되어 있다. 우승 후보였던 듀크대학을 8강에서 아슬아슬하게 이기고 4강에 올라갔는데, 내가 나온 학교는 아니지만, 둘이 아주 열심히 응원하면서 경기를 봤다. 문제는, 한국에서는 NCAA 농구를 보여주는 채널이 없어서 경기 하나를 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꼼수를 시도해야 한다. 전에는 이런 운동경기를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는 사이트들을 왔다 갔다 하면서 봤는데, 저작권 문제가 좀 애매해서 몇 분 보다 보면 스트리밍이 끊기고, 계속 사이트/방을 바꾸는데 에너지 소모가 심해서 다른 대안을 찾았다.

March Madness를 가장 깔끔하게 보는 방법은 NCAA March Madness 앱 또는 유투브TV를 통해서인데, 아쉽게도 저작권 문제 때문에 한국에서는 둘 다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그래도 경기를 보겠다는 의지 하나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봤다. 일단 앱스토 세팅을 미국 앱스토로 바꾼 후, 한국에서는 다운받을 수 없는 이 두 앱을 설치하고, VPN 앱을 깔아야 한다(일주일 무료 사용 가능한 ExpressVPN 추천). NCAA March Madness는 광고를 좀 많이 봐야 하지만, 이렇게 세팅을 해 놓으면, 무료로 전 경기를 볼 수 있고, 유투브TV는 월 $39.99를 내면 시청할 수 있다. 이렇게 세팅한 후 스트리밍되는 경기를 Chromecast를 이용해서 TV로 쏘면 꽤 품질이 좋은 경기 시청이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그런데 막상 해보면, 여기저기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일단 마치매드니스앱은 폰에서는 잘 돌아가는데, 크롬캐스트로 쏘기만 하면 먹통이 돼서 큰 화면에서는 도저히 볼 수가 없다. 이건 내가 정말 다양한 실험을 해봤고, 인터넷을 다 뒤지면서 검색을 해봤는데, 그냥 어떤 경우에만 발생하는 알려진 문제점인거 같다. 유투브TV는 요새 저작권 문제 때문에 지역 관리를 더욱더 철저히 하기 시작한거 같다. VPN을 통해도 위치를 확인하는 과정이 최근에 하나 더 생긴거 같고, 이걸 무시하면 시청을 못 하고, 이걸 하면 위치가 노출되서 시청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유투브TV의 경우, 돈만 내고 시청을 전혀 못 하고 있다.

결론은, 그 재미있는 경기를 작은 아이폰으로 둘이서 봤다. 아이패드로 보면 조금 더 큰 화면이지만, 우리 집 아이패드는 초기 버전이라서 이 iOS에는 아예 이 앱들을 깔 수가 없었다. 이런 과정을 경험하면서 느낀 건,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전 세계 어디 가도 인터넷으로 연결된다고 해도, 아직 모든 일상생활에서 방해받지 않은 경험을 한다는 건 쉽지 않고 더 많은 장벽이 허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저작권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단, 정책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이것도 더 쉽게 만들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즉, 아직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시장의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계속 좋은 서비스가 생길 수 있는 룸이 충분히 있는 거 같다.

결국 나는 노트북에 VPN 설치, 그리고 fuboTV라는 서비스로 노트북으로 – Chromecast가 중간에 계속 끊겨서 – March Madness 4강을 재미있게 봤다 :)

즐기며 일하기

올해 초였던 거 같은데,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에 22살의 종이접기 달인 청년에 대한 이야기가 방송됐다. 그냥 일반적인 종이접기가 아니라, “한장종이접기”라는 분야의 달인인데, 말 그대로 종이 한장을 자르거나 분리하지 않고, 도면 하나 없이 온전히 한 장을 접어서 이 세상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청년이었다. 일반인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오타쿠의 경지에 오른 이 젊은 친구가 한장종이접기 하는 걸 보면 정말 예술 그 자체였다. 원래 이 프로는 내가 보는 방송은 아니지만, 이날만큼은 TV에 눈을 고정하고 끝까지 다 봤다. 전에 내가 올렸던 텀블러 창업가 David Karp의 부모님같이, 이 친구의 어머니도 일반 한국 부모님과는 달리, 아들이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아들을 지지하고 지원해주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이 친구가 여러 번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프로젝트가 바로 호랑이 접기 였는데, 이 프로에서 다시 한번 도전을 하고, 여러 번 실패 후, 성공했다. 성공하면서 이 주인공은 “어떤 것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죽을 때까지 종이접기를 할 것 같다. 이 세상에서 종이접기를 제일 좋아하니까 그만둘 생각은 없다”라는 말을 했는데, 이 말은 나한테는 울림이 매우 컸던 거 같다. 이 말을 하면서 이 청년의 얼굴에서 내가 봤던 그 뿌듯한 성취감과 기쁨의 표정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거 같다. 내가 일하는 이 스타트업 분야에서도 대부분의 창업가는 하는 일을 진심으로 즐기기 때문에 힘들어도 버티면서 계속 전진하지만, 이런 완벽한 성취감의 표정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즐기면서 일하고, 하는 일을 즐겨라”라는 말에 대한 해석도 여러 가지고, 이게 틀렸다고 하는 전문가도 많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이 말을 전적으로 믿는다. 이 말이 틀렸다면, 내가 가장 가까이서 매일 보는 창업가들은 미친 사람들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 좋은 학교 나오고, 그 좋은 직장 다니다가,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도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자원으로 사업을 한다는 건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이다. 그래도 이분들이 힘든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건, 하는 일을 즐기기 때문이다. 물론, 즐긴다고 다 잘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차피 비현실적이고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은 일을 하려면, 최소한 그 일을 즐겨야 한다.

우리 집 앞에 내가 애용하는 이발소가 있다. 바버는 젊은 청년인데, 아직 경험도 적고, 돈도 별로 없어서, 좌석 3개짜리 미용실의 자리 하나를 바버샵으로 개조해서 운영하는데, 개업 첫날 부터 나는 다니기 시작했고, 이젠 꽤 친해져서 이발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이 친구도 사업에 관심이 많아서, 언젠가는 독립해서 바버샵을 차릴 계획을 갖고 있고, 소위 말하는 unit economics에 대해서 우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발소 같은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돈벌이가 이발사가 일하는 절대적인 양에 비례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와 같이 크게 확장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친구도 당연히 그 말을 잘 이해하고 있고 나한테 다음과 같을 말을 했다. “그렇죠. 그래서 기본적으로 바버를 오랫동안 즐기면서 하려면 노동 자체를 즐겨야 해요. 노동을 싫어하는 사람은 바버를 절대로 오래 못 하죠.”

농구선수였던 서장훈씨는 일을 즐기면서 하라는 말을 버릇처럼 반박하면서 그건 말도 안 된다고 하는데, 나는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곰곰이 생각해보면, 서장훈씨가 신체적으로 월등했지만, 농구선수로서의 커리어는 그렇게 빛나지 않았던 이유는 그가 하는 일을 즐기지 못해서 그랬을 거 같다.

텀블벅 2018년 정리

tumblbug 2018우리 투자사 텀블벅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가 후원되고 있다. 작년에는 보상형 크라우드펀딩 누적 후원금이 550억 원을 넘었고, 펀딩에 성공한 프로젝트가 9,000개가 넘었다. 이렇게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되다 보니, 어떤 트렌드가 유행했는지를 데이터를 통해서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분석해볼 수 있는데, 다음은 2018년도 텀블벅에서 가장 유행했던 10대 트렌드이다. 텀블벅이 대한민국 유행을 반영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방향성은 제시해 줄 수 있다고 난 생각한다. 텀블벅 2018년도 결산은 여기서 볼 수 있다.

1/ 북펀딩 – 687건이 출간 성공으로 이어졌다. 괄목할만한 프로젝트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인데, 백세희 작가는 이 책으로 서점가 에세이 열풍을 이끌며 독립출판 최대 성공 사례가 되었다
2/ 팬과함께 – 크라잉넛, 미미시스터즈 같은 유명 밴드의 컴백, 또는 인기 유투버 대도서관의 굿즈 판매 등이 대표적인 프로젝트였다
3/ 패션붐 – 1,394 건의 패션 펀딩이 성공으로 이어졌다. 옷, 신발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대량생산에 도입하기 전에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동시에 고객을 사전 확보하는 좋은 플랫폼으로 텀블벅이 사용된다
4/ 셀프케어 –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점점 ‘나’한테 투자하는 사회 트렌드를 잘 반영한다
5/ 지구생각 – 친환경, 업사이클링, 비건 등이 굉장히 hot 했던 이슈였고, 아마도 올해는 더욱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6/ 우리집막내 – 반려동물을 ‘키운다’에서 반려동물과 ‘같이 산다’로 인식의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는 트렌드를 잘 반영하듯이 다양한 프로젝트가 펀딩에 성공했다
7/ 밀레니얼 저널리즘 – ‘미투’와 같은 남들이 잘 말하지 않는 사회적 이슈를 공론화하려는 밀레니얼 창작자들의 프로젝트가 돋보였다
8/ 작은 영웅 –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하지만, 생활 속에서 발휘하는 용기로 감동을 주는 분들의 이야기가 많은 사랑을 받은 한 해였다
9/ 동네의 재발견 – 우리한테 익숙한 동네와 골목이 갖고 있는 오래된 이야기와 문화의 가치를 많은 창작자들이 선보였다
10/ 창작길잡이 – 누구나 창작에 도전해서 나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 주는 가이드가 인기가 있었던 걸 보면, 앞으로는 1인 창작의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라는 트렌드가 보인다

나는 위의 10대 트렌드에 속하는 모든 프로젝트를 펀딩 하진 않았지만, 이 중 몇 개는 했다. 텀블벅 존재의 기반이 되는 철학은 “천 명의 진정한 팬만 있으면 모든 창작자들이 굶지 않고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인데, 이 철학이 모든 프로젝트에 그대로 반영되는 거 같다. 다들 유행에 따라 모두 비슷한 것을 좋아하던 시대는 지고, 모두 나만의 창작자를 발굴하고 이들을 후원함으로써 나만의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어가는 시대가 왔다는 트렌드를 2018년의 텀블벅 프로젝트가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트렌드는 앞으로 더욱더 가속화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 = 텀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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