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큰 굴곡 없이 살다가, 남과 나를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의 의식과 자아가 생긴 이후에, 그리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이후에, 연속적으로 실패와 거절을 경험하다 보면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이 한없이 추락하게 된다. 그리고 한 번 추락한 자존감을 다시 회복하는 건 말만큼 쉽지 않다. 너무 많은 실패, 좌절, 거절을 맛봤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고, 나는 뭐를 해도 안 된다는 생각이 몸과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하면 이 나쁜 생각의 고리를 끊기도 어렵고, 다시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 자체는 더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많은 창업가들이 요새 이런 자존감 문제를 경함하고 있다. 어떤 분들은 심각한 제로 자존감 시기를 지나고 있는데, 이건 우울증보다 더 안 좋은 결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이분들을 돕고 싶다. 우리가 투자한 창업가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 중에서도 낮아질 대로 낮아진 자존감 때문에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분들이 있다.

솔직히 자존감이 바닥을 치면 창업가로서의 삶 자체에 큰 타격을 받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창업가로서의 삶 자체가 끝날 수 있다. 스타트업을 한다는 건 창업을 하는 순간부터 창업가의 자존감을 깎아 먹는 세상의 저항, 증오, 부정과 싸우는 것이고, 스타트업을 하는 과정은 그동안 축적된 자신감과 자존감을 계속 까먹는 무한 루프의 반복이다. 특히나, 한국같이 내가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보단, 남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욱더 중요한 사회에서는 낮은 자존감은 바로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우울증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다. 수치화된 게 없어서 나도 확신할 순 없지만, 창업가들이 우울증에 걸릴 확률과 자살에 대해서 생각할 확률이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을 것 같고, 그 어떤 산업보다 스타트업이 가장 심각할 것이다.

그러면 바닥으로 떨어진 자존감은 어떻게 다시 끌어 올릴 수 있을까? 내가 전에 한 번 쓴 적이 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가장 아이러니한 방법인데, 사업이 잘돼서 성과가 잘 나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되고 창업가의 자존감은 금방 회복된다. 하지만, 안 그래도 어려운 사업이고, 특히나 요새 같은 불경기에 사업 실적이 갑자기 개선되는 건 쉽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업의 결과는 나 혼자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외부 요소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는다.

나는 모든 창업가들에게 운동을 권한다. 이건 나 혼자 스스로 100% 컨트롤할 수 있다. 운동 중에서도 몸을 많이 사용하는 격렬한 운동을 권장한다. 격렬한 운동을 하면, 체력이 좋아지고, 몸 자체가 바뀐다. 계속 바뀌면서 건강해지는 몸을 눈으로 보다가 보면 생각이 바뀌고, 이때 비로소 자존감이 올라간다. 자존감이 올라오면, 모든 게 바뀐다. 이건 내가 직접 경험했고, 매일매일 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거라서 아주 자신 있게 모든 창업가들에게 권장한다. 중요한 건 격렬한 운동을 정기적으로, 최소 1년 동안 하는 것이다. 1년을 꾸준히 운동해서 내 몸과 정신이 바뀌는 걸 경험하면, 이건 내 인생 습관으로 자리 잡고, 이후에는 자존감이 완전히 바닥을 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바닥을 치면, 다시 몸을 격하게 움직이면 된다.

그래도 떨어진 자존감 때문에 죽고 싶다고 느끼면, 주위에 도움을 구해라. 혼자서 끙끙 아파할 필요는 전혀 없다. 자신 있게 창업하겠다고 시작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도와달라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면 쪽팔리기도 하고, 남들에게 약해 보인다고 걱정하는 분들도 많지만, 실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남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엄청난 용기이자 아직도 자존감이 살아있다는 생생한 증거이다.

오늘도 격렬하게 운동하는 하루가 되길. Now get your ass mov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