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개월 동안, 이 블로그에서 불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더 안 좋은 소식은 아마도 2024년 하반기까진 계속 좋지 않은 이야기를 많이 할 것 같다. 투자 감소, 비용 절감, 그리고 인원 정리 관련 포스팅을 읽고 나한테 따로 연락하는 분들이 꽤 있는데, 이 중 몇 분은 정말로 경기가 이렇게 안 좋은지 궁금해하신다.

마른 수건 쥐어짜기’를 읽고 이건 그냥 창업가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조금 오바해서 쓴 글이 아니냐고 나한테 물어보는 분들이 있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현실은 더 암울한데, 그나마 희망적인 어조로 쓴 글이고, 앞으로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서 스타트업하는 창업가라면 진짜로 허리띠를 더욱더 졸라매고, 마른 수건이 찢어질 때까지 쥐어짜라고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싶다.

글을 통해서도 계속 이런 경고를 하고 있지만, 우리 투자사 대표들을 만날 때마다 직접 얼굴 보고 이런 말을 하고 있다. 특히, 런웨이가 6개월 이하로 남은 대표들에겐 상황 불문하고 현재 인력의 절반을 해고해서 비용을 절감하고 런웨이를 확보하라고 적극 권장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이런 조언을 잘 안 듣는 분들도 많다. 경기는 안 좋지만, 본인들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고, 또는 이런 극단적인 조치를 취해야하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

얼마 전에 우리 투자사 대표님에게 런웨이가 너무 없고, 펀딩받을 수 있는 확률은 낮고, 매출이 급격하게 성장할 가능성이 없으니, 인력을 정리하라고 했다. 정리하라고 부탁한 게 아니라, 이사회의 권한으로 강력하게 명령하다시피 한 건데, 다행히도 이분은 사태의 심각성을 잘 받아들이고 이해하셔서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우려했듯이 회사의 실적이 그렇게 떨어지진 않았지만, 비용이 줄어들어서 수익성은 개선됐고, 그나마 약간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조금 더 장기적인 그림을 현재 그리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가 얼마 전에 나에게 고맙다고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은행 잔고를 보면서 사람을 해고해야겠다는 생각은 했고, 그렇게 하는 게 맞는다는 건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이걸 행동으로 옮기는 게 너무 어려웠는데, 내가 그렇게 하라고 강하게 압박해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사업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이었지만, 그래도 용기를 갖고 정든 직원들을 정리해고할 수 있었고, 다 지난 후 생각해 보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영화 매트릭스의 명언 중 최고의 명언이 있다. 모피우스가 니오에게 하는 말인데,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There’s a difference between knowing the path and walking the path)”라는 명언이 있다. 비용 절감하는 방법을 아는 것과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인원을 정리해야 하는 걸 아는 것과 인원을 정리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아는 것과 하는 것. 둘 다 중요하지만, 해야지만 된다. 알지만 말고, 할 줄도 아는, 모두 다 행동하는 하루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