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는 많지만, 점점 더 볼 게 없어지는 넷플릭스 구독을 다시 중단할까 고민하면서 손가락을 계속 까닥거리다가 “Nyad의 다섯 번째 파도”라는 영화가 눈에 확 들어왔다. 내가 아는 Nyad가 한 분 있는데, 이게 흔한 이름이 아니라서 반가웠고, ‘파도’라는 단어가 있는 걸 보면 내가 아는 그 Nyad임이 분명해서 더 반가웠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마라톤 수영선수 Diana Nyad에 대한 영화였는데, 나는 11년 전에 이미 이분에 대해서 “이 여자 Diana Nyad (Never give up!)”이라는 포스팅을 올린 적이 있다. 쿠바에서 플로리다까지의 177km를 철망 없이 바다 수영에 성공한 분이고, 4전 5기에 성공했는데 5기 때 이분은 자그마치 64살이었다.

이 이야기는 처음 읽었을 때, 그 자체가 그냥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거기에다 내가 좋아하는 아네트 베닝과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라니. 마침 설 연휴여서 한 번에 다 봤다. 보면서 관련해서 이것저것 검색해 보니, 이분의 쿠바 – 플로리다 완영에 대해선 논란이 있고 아직도 기록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진 않고 있었지만, 나에겐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큰 감동을 준 영화였다.

우리는 누구나 다 위대함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 같다. 어릴 적엔 어느 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달인이 되는 게 위대함이라고 생각했고, 아주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게 위대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위대함이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껍데기가 아니라, 내가 뭔가를 계속 시도하고, 꾸준하게 연마하면서 생기는 나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 만족감이 극에 다다르면 위대함이 되는 것 같다. 이 영화에서 나이애드씨는 굳이 왜 이런 무모한 도전을 하냐는 질문에 대해서 “평범함에 굴복하기 싫어서”라는 대답을 하는데, 나는 이게 위대함인 것 같다.

위대함이란 평범함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다. 평범함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서 뭔가를 계속 꾸준히 하는 그 행위 자체가 결국 위대함을 만든다. 비록 그 위대함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혼자만의 위대함일지라도. 나이애드씨가 64살에 철망 없이 177km 바다 수영에 성공하기 위해서 훈련했고, 5번 만에 성공했다면, 올해 50살밖에 안 된 나는 그 어떤 것도 시도해서 위대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목표는 평범함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쓰레기로 가득 찬 넷플릭스를 끊으려다가 가끔 이런 보석 같은 영상이 있어서 계속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