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는 한강이 아주 잘 보인다. 마루에서는 한강의 동쪽이 보이고, 다른 방에서는 강북과 강서의 뷰가 꽤 잘 보인다. 우린 재택근무를 아예 안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스트롱의 재택근무 제도에 관해서 물어보면 나는 “재택근무 가능한 날은 토요일과 일요일이다”라는 말을 한다. 농담이지만, 실은 이건 나에게 내가 스스로 적용하는 근무 시스템이다.
올해 쓴 글 중, 열심히 일하는 내용에 대한 포스팅이 몇 개 있었는데 이건 스타트업 분들에게만 하는 말은 아니고, 나 스스로에게 항상 강요하는 내용이다. 올해 나는 일을 하지 않은 주말이 없었다. 자랑스러운 건 아니고, 자랑하려고 하는 말도 아니다. 그냥 그 정도로 바빴고, 할 일이 많았고, 주말에도 일해야 할 정도로 매일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는 의미다. 불평하지도 않았고, 불평하고 싶지도 않고, 오히려 나는 이렇게 바쁘게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점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평일 아침 일찍, 밤늦게, 그리고 주말은 집에서 일했는데, 사무실로 사용하는 방에서 고개만 왼쪽으로 돌리면 한강의 멋진 뷰가 보이는데, 최근 몇 달 동안 창밖을 오랫동안, 멍하게, 아무 생각 없이 보는 시간이 너무 많아졌다. 그래도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돌고 도는 잡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불안감이 온몸을 감싸는 걸 계속 경험하고 있다. 막상 그 불안함의 원인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고 종이에 써보면, 특별한 원인은 없다. 업무의 강도가 높아지고, 출장을 더 많이 가고, 지켜야 할 데드라인이 더 많아질수록 몸이 견뎌내야 하는 스트레스가 한계치를 넘어가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 같다.
이런 부정적인 신호가 올 때마다, 나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몸을 움직인다. 그냥 움직이는 게 아니라 아주 격렬하게 움직인다. 아파트 지하에 있는 헬스장을 가장 자주 이용하고, 그다음으로 자주 이용하는 건 아파트 계단이다. 여름에는 한강에서 뛰기도 했다. 루틴에 따라서 웜업하고 웨이트를 반복적으로 들거나 35층 아파트 계단을 세 번 반복해서 오르면 다시 몸과 정신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생각만 해도 도망가고 싶었던 힘든 문제들을 아주 차분하게 바라보면서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가 다시 충전되는데, 이게 참 신기하게도 몸을 더 과격하게 움직일수록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긴다.
올해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일을 했고,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더 많은 불안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운동을 했다. 중간마다 책도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읽었다. 엄청난 불안감과 스트레스의 한 해였지만, 역설적으로 엄청난 운동과 움직임의 한 해여서 더 건강해졌고, 더 많은 에너지로 몸을 지속적으로 충전할 수 있었다.
나는 마약을 해본 적이 없지만, 움직임에 대해서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분들에 의하면 격렬한 운동을 할 때 뇌가 느끼는 신호를 분석해 보면 마치 아주 센 마약을 몸에 투입했을 때 뇌가 느끼는 쾌락과 똑같다고 한다. 마약은 몸과 정신을 완전히 파괴하는 인류에서 없어져야 하는 불법 약물이다. 하지만, 해 본 사람은 그 누구나 인정하는, 100% 합법적인 마약이 딱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운동’이다.
너무 힘들어서 온몸이 내 발밑에 있다고 느껴지거나, 정신이 저 땅 밑에 있는데 도저히 다시 주워 담을 엄두가 안 나거나, 숨쉬기도 힘들고,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이대로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면, 지금 당장 나가서 몸을 움직이고 격렬한 운동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주변에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다면 운동을 권장하고, 더 나아가서 같이 운동해라. 나도 좋고, 그 사람도 좋고,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만, 부작용이 전혀 없는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마약이다.
운동은 특별히 돈도 안 들고, 감옥에도 가지 않는 합법적인 마약이다. Exercise will save you.
dazesecretlybce97083f9
오호 !!!! 아파트 계단 !!!!!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
khlee1108
얼마전 사업의 시너지를 위해 절치부심끝에 우리회사보다 규모가 큰 회사를 인수했는데 그때 느꼈던 중압감에 독서와 운동을 해야겠다는 절박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두가지는 선택이 아닌 스타트업대표의 필수 인것 같습니다. 글을 읽곤 더욱 필요성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