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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싸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직업은 무엇일까? 내가 전 세계의 모든 직업을 알진 못하지만, 내가 아는 한,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직업은 창업가이고,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전투싸움을 하고 있다. 전투라고 썼다가 지운 이유는, 그래도 같이 싸워주는 부대가 있어서 어느 정도는 쪽수가 맞아야지 전투라고 할 텐데,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온 세상을 상대로 혼자 외롭게 싸우기 때문에 이건 싸움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안쓰럽지만, 대부분의 창업가 주변 지인들은 이들을 믿지 않고, 이들이 하는 것도 믿지 않는다. 실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분 중 대단하게 큰 스타트업을 만든 분들이 아니라면 – 즉, 이 글을 읽는 대다수 – 당신들이 하는 일을 당신들 친구도 믿지 않고, 심지어는 가족들도 믿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서 이렇게 외로운 직업이 어디 있을까? 그리고 매일 온 세상을 상대로 외롭게 싸워야 하는 이런 직업이 어디 있을까?

얼마 전에 이런 외로운 싸움을 5년째 하고 있는 창업가를 만났다. 그리고 며칠 후에 10년 넘게 큰 성장 없이 사업을 하는 분을 만났다. 이분들과 조금 더 깊게 이야기해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든 것 같다. 처음 시작할 땐, 자신을 불신하고 무시했던 사람들을 엿먹이고 싶었고, 그들이 틀렸다는 걸 증명해 주고 싶었다고 한다. 세월이 흘렀고, 5년,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도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세상 그 누구도 안 믿어도 굳게 자신을 믿었던 본인에 대한 불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와 세상과의 외로운 싸움이, 어느 순간 나와 나와의 싸움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나마 계속 이 힘든 일을 할 수 있던 몇 가지 계기가 있었는데, 그건 가끔, 아주 가끔 본인을 믿어주는 사람들을 만났고 – 직원과 투자자 – 이들과 같이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솔직히 좀 안쓰럽고 짠하고, 미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이들을 존경하고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세상에는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 이렇게 두 부류의 사람이 있는데, 이들은 하는 사람들이고, 이들을 비난하는 모든 사람들은 안 하는 사람들이다. 안 하는 사람이 하는 사람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겠는가.

오늘도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창업가들 파이팅. 결과가 어떨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당신들은 본인의 믿음으로 삶을 살아가는 인생의 승자들이다.(하지만, 사업에서 승자가 될진 잘 모르겠다.)

독서와 복리

나는 2020년부터 해마다 50권 이상의 책을 읽는 걸 목표로 세우고, 실제로 5년째 그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올해도, 이 페이스로 계속 간다면 50권은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2020년 이전에도 독서를 좋아했지만, 2019년 말에 개인적인 깨달음이 몇 가지 있었고, 독서를 통한 휴식, 독서를 통한 정신 정화, 그리고 독서를 통한 힐링을 해보기로 했다.

나에겐 독서가 잘 맞는다. 이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는 생각으로, 그냥 한 권을 집으면 웬만하면 완독하고 있다. 몇 시간만 한 권을 읽는 데 할애하면, 그 책을 쓴 저자가 수년, 또는 수십 년 동안 공부하고, 분석하고, 느낀 생각과 내용을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습득해서 내 지식과 간접 경험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건 이 세상에서 가장 남는 장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굳이 일 년에 50권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독서를 해야 하는가? 안 그래도 바쁘고 빡빡한 세상에서 휴식과 힐링을 위한 독서에도 이렇게 50권이라는 정량적인 목표를 세우고, 한 권을 읽을 때마다 그 숫자를 기록하는, 마치 사업 KPI 관리하듯이 해야 하나? 실은 내 와이프도 나에게 비슷한 말을 하는데, 이건 그냥 내 스타일인 것 같다. 그래서 누가 나에게 취미를 물어본다면, 선뜻 독서라고 하지 못한다. 취미의 정의 자체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 하는 일인데, 마치 나는 50권을 목표로 설정하고 독서를 숙제 하듯 강제로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어떤 분이 최근에 나에게 바쁜 일상에서 독서를 꾸준히, 정기적으로, 그리고 되도록 많이 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서 물어봤는데, 나는 독서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첫 번째 법칙은, 독서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하는 게 아니라, 독서하기 위해서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바쁜 일상에서 일 년에 책 한 권도 못 읽는다. 일 년에 책 한 권 안 읽는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다.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고 1년, 5년, 10년, 이렇게 세월이 지나다 보면, 마음속의 교양 부재와 머릿속의 멍청함에도 복리가 적용돼서 정말 교양 없고 멍청한 사람이 될 것이다. 실은, 독서뿐만 아니라 모든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선,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어쨌든, 나도 바쁜 삶을 살고 있지만, 독서하기 위해서 일부러 시간을 만들고 있다.

두 번째, 나는 되도록 주중에 저녁 약속을 안 잡는다. 모든 비즈니스 관련 일정은 업무 시간 중에 잡고, 식사를 해야 하면 웬만하면 점심 약속으로 한다. 저녁 약속을 가급적 안 잡는 습관은 10년 됐는데, 이렇게 하면 상당히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일 끝나고, 집에 와서 밥 먹고, 이메일 조금 더 하고, 집안일해도,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세 번째, 매일 최소 15분 독서를 한다. 물론, 1시간 하는 경우도 있고, 10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기본 원칙은 매일 15분 독서다. 15분은 솔직히 긴 시간은 아니지만, 이게 일주일, 한 달, 1년, 10년 누적되면서 복리가 적용되면 엄청난 독서량이 된다.

독서를 매일 조금씩 하다 보면, 책을 읽는 속도도 빨라져서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다. 나는 이렇게 책을 읽다 보니, 이제 독서는 지친 내 영혼과 육체를 힐링하는 루틴이 된 것 같다. 운동도 독서랑 비슷한 선상에 있지만, 운동은 15분이 아니라 최소 1시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녁보단 오전에 해야 하고, 어느 정도 각을 잡고 해야 한다.

복리는 우리 인생 모든 습관과 행동에 적용된다. 독서에도 적용되는 복리의 마법을 모두 느껴보시길.

돈 버는 습관

얼마 전에 우리의 오래된 투자사의 이사회 미팅에 참석했다. 아주 힘든 사업을 하고 있는데, 10년 전 창업할 땐, 창업가들도 이렇게 힘든 사업인 줄 몰랐고, 투자자들도 이렇게 힘든 사업인 줄 몰랐다. 그동안 실수도 많이 했고, 돈도 많이 까먹으면서 개고생했는데, 이제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적인 운영 방법을 찾았고, 그동안 마이너스 나는 사업을 하다가 작년부터 손익분기점을 넘으면서 흑자를 만들고 있다. 나도 이런 창업가들과 오랫동안 같이 일하다 보면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사업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지만, 실제론 인생에 대해서 정말 많이 배운다. 이런 힘든 사업을 무에서 시작해서 돈을 버는 과정을 옆에서 보다 보면, 가끔은 제삼자인 내가 토할 정도로 힘든 사업을 이분들은 어떻게 저렇게 버티면서 묵묵히 앞으로 나갈까,,,라는 존경심이 항상 생긴다. 어쨌든, 창업가 예찬은 다른 포스팅을 통해서 따로 하겠다.

같은 이사회 멤버인 다른 투자자분이 이 회사가 드디어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을 보고, “흑자를 내는 것도 습관입니다. 앞으로 계속 이 습관을 유지하세요.”라는 말씀을 했는데, 나도 이 말에 너무 격하게 공감했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다. 일주일, 한 달, 일 년, 십 년의 반복을 통해서 만든 습관은 생활을 변하게 하고, 결국엔 인생을 바꿔놓는다. 습관을 만드는 것도 어렵고, 이후에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만드는 게 더 어렵다. 일단 한번 잘 만들어 놓으면, 몸이 기억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이 습관을 불러 올 수 있다.

회사가 돈 버는 것도 마찬가지다. 돈 버는 습관을 만드는 건 정말 어렵다. 하지만, 쓸데없는 짓 하지 않고, 거창한 스타트업 놀이하지 말고, 겉만 번지르르한 사업을 하지 않고, 그냥 매일, 일주일, 한 달, 일 년, 십 년 동안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벌기 위해서 노력하다 보면 돈 버는 게 습관화되고, 흑자를 내는 것도 습관이 된다. 한 번 만든 흑자는 두 번의 흑자를 만들고, 이는 평생의 흑자로 이어질 수 있는, 창업가들의 인생과 회사의 미래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얼마 전에 ‘슈퍼 마리오 효과‘라는 글을 썼는데, 돈을 버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해야 하고, 이를 계속 반복하다 보면, 실수를 많이 할 것이다. 실수하면, 우리 몸은 이 실수를 고치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그리고 운이 좀 따른다면, 돈 버는 사업이 만들어지고, 이를 또한 계속 반복하다 보면 흑자가 만들어진다. 한 번 온몸으로 경험한 흑자 만드는 방법은 몸에 습관처럼 남기 때문에, 앞으로 이를 계속 반복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마치 운동선수의 우승과 비슷하다. 이겨본 놈이 계속 이길 수 있다는 말을 우린 자주 하는데, 시합에서 한 번 이긴 선수는 승리의 자신감이 생기는데, 이 자신감은 뇌 일부분을 자극하고, 이 부분이 자극받으면 반복적으로 우승할 수 있다.

흑자를 내는 것도 습관이다. 스타트업 놀이 말고, 돈 버는 걸 습관으로 만들어라.

선교사와 용병

창업가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요새 내가 “이분은 이렇다. 저분은 저렇다.”라고 구분할 때 자주 사용하는 비유가 missionary와 mercenary 창업가다. 우리말로 딱 떨어지는 번역은 없지만, 편의를 위해서 나는 missionary 파운더를 사명형 창업가라고 하고, mercenary 파운더를 용병형 창업가라고 한다. 사명형 창업가는 어떤 깊은 목적이나 사명감 때문에 창업했고, 사업을 하면서도 결국 이 사명감을 실천하는 것에 집중한다. 용병형 창업가는 이 반대의 의미인데 단기적인 수익이나 큰 엑싯을 꿈꾸면서 창업했고, 사업을 하면서도 계속 돈에 집중한다.

쉽게 말하면, 사명형 창업가는 큰 비전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고, 용병형 창업가는 세상을 바꾸는 건 잘 모르겠고, 그냥 돈을 엄청 많이 벌고 싶어 한다. 실은, 막상 이 두 유형의 창업가들을 만나보면, 이런 사전적인 의미같이 흑백으로 이분들을 구분하기보단, 어떤 쪽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냐,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즉, 사명형 창업가도 엑싯을 하고 싶고 돈도 벌고 싶어 하지만, 미션/비전 또는 돈 중 하나만 선택하자면 전자이고, 용병형 창업가도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은 미션과 비전이 있지만, 하나만 선택하자면 돈을 선택한다.

나한테 굳이 어떤 유형의 창업가를 선호하는지 물어본다면 나는 항상 용병형 창업가를 조금 더 선호했다고 할 수 있고, 최근 5년간 이런 내 선택은 더욱더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용병들 쪽으로 기울어졌다. 많은 투자자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에 투자하고, 물질적인 욕심보단 세상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창업가들을 선호하는데, 나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미션을 주장하는 창업가보단, 그냥 미팅에서 “어렸을 때 가난해서, 돈을 정말 많이 벌고 싶다.”라고 솔직히 말하는 창업가들을 좋아했다. 돈 벌기 위해서 사업하는 건 어떤 사람들이 보기엔 깊이가 없고 얕아 보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내 경험에 의하면 돈은 사업의 성공을 위한 최고의 동기 부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보고 느낀, 이 두 부류 창업가들의 또 다른 점은 바로 이들의 진화의 과정이다. 나는 오히려 용병형 창업가가 시간이 갈수록 사명형 창업가가 되는 걸 봤는데, 사명형 창업가는 계속 더 사명형 창업가가 되는 걸 경험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세상을 바꾸는 것과 미션 따위는 전혀 상관없이 그냥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창업한 분들이 시간이 흐르고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이들에겐 아직도 돈이 매우 중요하지만, 뭔가 세상에 좋은 기여를 하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도 돈이 생기면 마음의 여유가 조금 더 생기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반대로, 사명형 창업가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세상을 바꾸겠다는 미션에 대해 더 집착하고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아는 많은 하드코어 사명형 창업가들은 이런 강한 개인적인 성향을 주장하면서 돈을 버는 것엔 관심을 덜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용병형 창업가들은 거창한 전략이나 로켓 성장하는 미래를 약속하기보단, 그냥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출을 만들고 사업을 잘 돌아가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 대부분 학벌이나 경험이 그다지 대단하진 않지만, 무조건 돈을 벌고, 사업 놀이가 아닌, 진짜로 사업을 하겠다는 그릿(grit)이 다른 창업가들보단 강한데, 얼마나 강한가 하면 이런 용병 정신이 실제로 눈빛에서 보인다.

나는 미셔너리인가, 아니면 머서너리인가? 돈 버는 사업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업 놀이를 하고 있는가? 모두 한번 생각해 보자.

더 쉽게 만들어야 한다

얼마 전에 How I Built This에서 PayPal 마피아 중 한 명이고, 실제로 시스템을 설계하고 만든 CTO Max Levchin의 2022년도 인터뷰를 다시 들었다. 2022년도에 이 팟캐스트를 정말 재미있게 들었고, 당시 내 생각과 회고를 포스팅했었는데, 이번에 다시 들어보니 여전히 재미있었지만, 몇 가지 내용은 새롭기까지 했다. 아마도 그때의 내 지식, 경험과 3년 후 지금의 내 지식, 경험은 다르므로, 같은 팟캐스트를 들어도 내 지식과 경험의 수준에 따라서 그 내용이 다르게 와닿았던 것 같다.

나도 오래전에 맥스와 교류했던 경험이 있는데, 정말 똑똑한 엔지니어지만, 비즈니스 감각도 아주 뛰어난 창업가로 기억한다. 이 인터뷰에서 맥스는 페이팔을 만들 때 가장 고민했던 점은 이 서비스를 더 쉽게 만들어야 했던 부분이라고 한다. 당시에 페이팔 말고도 인터넷으로 돈을 보낼 수 있는 다른 제품도 있었는데, 시장에서 도입률은 매우 낮았다. 그 이유는 뒷단의 엔지니어링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 복잡한 뒷단의 엔지니어링이 그대로 앞단에도 적용돼서, 남에게 내 돈을 보내는 준비만 하다가 사용자가 지쳐서 서비스 이탈이 너무 자주 일어났다고 한다.

페이팔이 없어도 사람들은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결제를 이미 잘하고 있었다. 물론, 더 쉽게 만들 수 있었지만, 특별하게 고장 나지 않은 프로세스와 문화를 바꾸기 위해선, 페이팔은 무조건 더 쉽게 설계되고, UI와 UX가 딱 보면 직관적이어야 했다. 오프라인에서 무언가 사기 위해선 주머니나 백 안의 지갑을 꺼내고, 이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서 지급하면 된다. 카드도 마찬가지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고, 이걸 그냥 긁으면 된다.(요샌 긁지 않고 갖다 대기만 하면 되는데, 당시엔 NFC 기술이 약했다). 온라인 서비스로 따지면 두 번의 클릭으로 결제가 가능한 것인데, 페이팔이 엄청나게 커지기 위해선, 현재의 결제 방식보다 더 쉬워야 한다는 건 페이팔 초기 멤버 모두가 동의했던 몇 안 되는 내용 중 하나였다.

이 부분에서 맥스의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이 돋보인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아는 많은 뛰어난 개발자들은 남들이 잘 못 하는 걸 하고 싶어 한다. 이러다 보면 더 좋은 제품엔 더 복잡한 기술이 들어가고, 더 복잡한 엔지니어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이게 어쩌면 맞을 수도 있지만, 실은 가장 뛰어난 기술과 복잡한 엔지니어링으로 만든 제품이 가장 좋은 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고객의 입장에서 가장 사용하기 쉬운 제품이어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말하는 UI/UX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야 하고, 이 건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정말 중요하다.

페이팔이 그 전형적인 사례였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 돈을 보내는데, 그 사람의 이메일만 입력하면 그에게 돈이 간다는 건 당시에 충격적인 센세이션이었다. 돈을 보내고도 정말로 내 돈이 갔는지 약간 의심할 정도로 UI/UX를 쉽게 만들었다. 하지만, 뒷단에는 그 시대 최고의 암호화 기술이 이 복잡한 돈의 움직임을 매끄럽게 만들어줬다.

그 어떤 서비스를 만들더라도 – 이건 B2C든 B2B든 상관없다 – 무조건 쉽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쉬운 서비스의 정의는 주로 고객과의 최종 접점인 UI와 UX에서 결정된다. 사용하기 쉬우면, 쉽고 좋은 서비스다. 꽤 많은 분들이 아직도 사용하기 쉬운 제품은 기술력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착각이다. 가장 기술력이 뛰어난 제품은 가장 사용하기 쉬운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