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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끌거나, 따르거나, 아니면 비키거나

다양한 종류의 기업이 생기고, 갈수록 경쟁이 심화하는 환경에서 리더와 리더십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주제로 부각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의 리더십은 중요하다 못해서 너무 과하게 취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우리는 리더십이라는 말을 남발한다.

예스24에서 ‘리더십’으로 검색하면 4만 개가 넘는 검색 결과가 나올 정도로 리더십에 대한 책도 많고, 관련된 수업과 강의도 너무 많다. 그만큼 인기 있는 주제이고, 모든 사람들이 관심갖는 내용이다. 하지만, 동시에 리더십만큼 애매하고, 코에 걸어도 되고 귀에 걸어도 되는 개념 또한 없는 것 같다. 나는 아주 작은 회사의 대표지만, 나도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어떻게 하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상당히 많이 한다. 책도 많이 읽었고, 리더십 코칭까지 받아볼까 요새 고민하고 있다.

CNN의 창업자이자 언론 재벌 테드 터너에 대한 책의 제목 ‘이끌거나, 따르거나, 아니면 비키거나’가 제시하는 옵션이 가장 능력 있는 리더가 취할 수 있는 리더십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어떤 조직 행동론 전문가나 저명한 리더십 코치도 리더십을 이렇게 명쾌하고 심플하게 정의한 적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아는 많은 유능한 리더는 팀원들을 이끈다. 말 그대로 리드한다. 이게 우리가 아는 좋은 리더가 해야 하는 일이고, 대부분의 리더는 그들의 동료와 팀원들을 이끈다. 남을 이끌 때 가장 중요한 건 방향이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리더는 명쾌하게 소통해야 하고, 이끄는 리더라면 항상 남들에게 모범을 보이면서 본인이 먼저 행동으로 실행해야 한다. 가끔 – 또는, 생각보다 더 자주 – 이 방향이 틀린 경우가 있지만, 이건 상관없다. 리더라고 항상 맞는 게 아니고, 리더라고 항상 조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이끄는 사람이기 때문에 명확하고 명쾌한 방향으로 팀을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리더라고 항상 이끌 필요는 없다. 리더는 항상 이끌어야 한다는 게 우리가 아는 리더십 이론에서 가장 잘못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말 한대로 리더가 항상 맞진 않는다. 본인도 모르면 더 똑똑하고 더 명쾌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팀원을 따라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리더들이 이끌지 않고 남을 따르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불편하게 생각하는데, 이건 그냥 자존심과 에고의 문제이다. 실용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끄는 대신 더 똑똑한 팀원을 따랐는데, 조직이 더 좋은 방향으로 가서 결과가 좋다면, 이 또한 아주 유능한 리더십이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이게 리더들에겐 가장 치욕적이고 굴욕적일 수도 있는데, 이끌지도 못 하고, 남을 따르지도 못하는 리더는 그냥 남에게 방해가 되는 사림이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방해가 되지 않게 가끔은 비켜줘야 한다. 걸리적거리지 않게 팀원들의 길에서 비키는 건 리더십의 이론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지만, 나 또한 조직에서 가끔은 동료들에게 방해가 되고 있다고 느낀 적이 몇 번 있다. 이럴 땐 자존심 같은 건 그냥 푹 놔버리고, 그냥 비켜주면 된다. 이끄는 대신, 그리고 따르는 대신, 더 똑똑한 팀원들의 길에서 방해가 되지 않게 비켰는데, 조직이 더 좋은 방향으로 가서 결과가 좋다면, 이 또한 아주 유능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이끌거나, 따르거나, 아니면 비키거나. 잘 판단해야 한다.

하이 텐션

창업가들의 말도 안 되게 높은 텐션과 긍정 에너지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에서도 내가 자주 썼고, 항상 느끼고, 말하고 있다. 나는 그동안 스타트업 업계에서 종사하면서 매우 많은 창업가를 만났는데, 이렇게 많고 다양한 창업가들의 공통점 하나만 꼽아보라면, 자발적으로 생기는 최상위 레벨의 에너지와 텐션이다.

일단, 에너지와 텐션이 높지 않으면 창업할 수가 없다. 이성적인 사람들은 남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의 틀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는데, 비이성적인 사람들은 직접 세상의 틀을 만들고 싶어 하고, 이런 소수의 비이성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창업가들은 이런 비이성적인 사람들의 가장 대표적인 샘플인데, 미친 세상에서 미친 비이성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아주 높은 에너지와 텐션 레벨이 필요하다. 이들이 하려고 하는 걸 아무도 믿지 않고, 가끔은 본인도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이 외로운 싸움은 하이 텐션이 없으면 절대로 시작도 못 한다.

그래서 내가 아는 모든 창업가들의 높은 에너지와 저세상 텐션은 타고 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타고난 텐션을 지난 사람들이 사업을 하다 보면, 그 레벨이 더 높아진다. 창업하기 전에 이미 성공 확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일을 벌여야 하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막상 사업을 시작해 보니, 이게 생각보다 더 어렵고 확률이 거의 0%에 가깝다는 걸 매일, 매시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스스로 힘내기 위해서 안 그래도 높은 에너지 레벨과 하이 텐션을 더 높게 해야 한다. 투자를 받기 위해서도 텐션을 더 올리고, 좋은 사람들을 채용하기 위해서 더 높은 텐션을 발산한다. 이런 텐션은 다른 동료 직원들에게 전염되고, 우리 같은 투자자에게도 충분히 긍정적으로 전달된다.

이렇게 창업가에게서 시작된 에너지와 텐션은 그 주변으로 확산하고, 여기에 감염된 직원들, 외부 파트너, 투자자 모두 비슷한 레벨의 긍정적인 텐션으로 이 회사와 창업가를 응원한다. 그리고 이런 작은 텐션의 불꽃이 퍼지면서 큰불이 되고, 가끔 우리는 불가능이 가능해지는 걸 목격한다.

이번 글은 새로운 내용은 없고, 내가 항상 하는 말을 다시 바꿔 말하는 건데, 돈이 아무리 많고,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무한 자원을 보유한 많은 거대한 기업들이 특정 분야에서는 항상 스타트업에 지는 이유가 바로 이 높은 텐션과 에너지 때문이다. 대기업 직원들은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스타트업의 텐션과 에너지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텐션이 너무 높으면 오히려 대기업에서 싫어한다.

이런 최상위 레벨의 텐션과 에너지는 솔직히 돈 주고도 못 산다. 그냥 창업가들과 스타트업분들에게 타고난 소중한 자원이다. 하지만, 우리 같은 투자자는 이걸 돈 주고 산다. 스타트업에 투자한 후에 이렇게 텐션이 높은 분들과 어울리다 보면 우리의 텐션과 에너지 레벨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우린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매일 출석하기

우리 투자사인 한국의 No.1 모바일 취미 플랫폼 클래스101이 힘든 시기를 거친 후 9월에 손익분기 했다는 기사를 얼마 전에 읽었다. 스타트업이 급성장했다가 성장통을 겪으면서 상황이 안 좋아졌다가 다시 잘해서 손익분기를 하거나 흑자 전환했다는 이야기는 대단히 신기하거나 특별한 게 아니다. 이런 회사들이 너무 많고, 클래스101보다 훨씬 더 크고 잘하는 회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에겐 개인적으로 소중하고 좋은 소식이었다. 클래스101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 전에 여기서 몇 자 적어본 적이 있다. 투자 당시엔 우리도 미래가 불확실한 초짜 VC 였고, 클원도 학생이어서 서로 시장의 회의, 거절, 그리고 풍파를 맞으면서 같이 성장했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 더 친근감이 느껴지는 팀이다. 이 팀의 모든 걸 나는 지금까지 봤고, 그동안 up – up – up 하다가 down – down – down – down – down 하는 것까지 옆에서 아주 가까이서 지켜봤다.

일단 만들어서 출시하고, 그다음 제품은 더 빨리 만들어서 출시하고, 무조건 go 하자는 전략으로 초반에 엄청나게 빠르게 성장하면서 모두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 스타트업만큼 성장통을 크게 겪은 회사도 없을 것이다. 기록적인 적자가 발생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대량 감원을 시행했고, 단일 클래스 판매 전략에서 무제한 정액제로 비즈니스 모델을 180도 바꾸면서 모든 지표의 하락과 내부적인 혼란이 발생하면서 한동안 정말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나는 이 팀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실은 클원 경영진들 대부분 처음 하는 사업이고, 처음 경험하는 불경기이고, 처음 실행한 대량 해고이고, 모든 게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말 어렵고, 그냥 이 모든 악재로부터 멀리 도망가고 싶었을 텐데, 그 누구도 도망가지 않았다. 모두 매일 매일 출석하면서 show up 했고, 눈앞에 있는 수백 개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시도를 했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매일 출석하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 일이 잘 풀릴 수도 있고, 잘 안 풀릴 수도 있는데 그래도 그냥 매일 show up 해야 한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다 보면 그 크기와는 상관없이 하루도 사건과 사고가 안 터지는 날이 없다. 어떤 날은 그냥 문제로부터 멀리 도망가고 싶고, 내가 없어도 어떻게 잘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하면 문제가 더 곪아 터질 뿐이다.

매일 힘든 결정 하고, 매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일단 그 시작은 매일 출석하는 것이다.

작은 가게에서 초심을 배우다

웬만하면 이 공간에서는 책에 대한 서평을 쓰지 않는데, 가끔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을 때마다 서평을 쓰고 있다. 오늘도 그런 책에 대한 이야기다. 2주 전에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라는 책을 읽었다. 들기름 막국수의 원조이자, 이젠 전국적으로 유명한 식당이 된 용인 고기리막국수의 김윤정 대표가 쓴 책이다.

나는 대단한 미식가가 아니다. 소문난 맛집을 찾아가는 적은 거의 없고, 새로운 식당도 거의 안 간다. 아무리 맛있어도 굳이 멀리 가서 몇 시간씩 기다리고 먹을 음식은 이 세상에 없다는 인생철학이 있고, 새로운 곳을 가는 대신 그냥 가던 식당을 더 가서 단골이 되자는 전략으로 산다. 하지만, 사업의 관점에서는 식당과 이 식당을 운영하는 분들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먹고 마시는 곳들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스트롱에서도 우린 먹고 마시는 사업에 투자를 꽤 했는데,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다 해도, 우린 계속 먹고 마셔야 하므로 투자 관점에서도 좋은 분야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단순 재미를 넘어, 감명 깊게 읽었다. 실은 그동안 내가 수많은 식당을 다니면서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나는 혹시 나중에 식당을 창업하면 절대로 여기같이 하지 말고, 꼭 이렇게 해야지”라고 느꼈던 모든 좋은 점들을 고기리막국수는 이미 12년째 잘하고 있었기 때문에 놀랐다. 손님뿐만 아니라, 식당 종업원들까지 모두 생각하는 작은 디테일에 대한 두 부부 창업가의 – 남편분이 쉐프 – 집착이 12년 동안 변하지 않고 전국의 손님을 단골로 만드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이 분들은 내가 아는 좋은 스타트업 창업가분들이 사업을 하는 비슷한 태도와 생각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고기리막국수 식당 자체를 하나의 중견 비즈니스로 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서 책에 대한 모든 내용을 쓰진 않겠다. 궁금하면 직접 읽어보길 권장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나는 좋은 책, 좋은 식당, 진심으로 가득 찬 경영인을 직접 만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지만, 더 뿌듯했던 건 투자자로서의 내 초심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 과연 몇 개의 막국수 식당이 있을까? 아무리 찾아봐도 정확한 수치를 찾을 순 없지만, 수백 개는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중 이미 유명한 곳도 많고, 돈을 잘 버는 곳도 많은데, 또 새로운 막국수 식당이 생겼을 때 과연 이 식당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면서 연 매출 30억 원 이상 하는 대형 플레이어로 성장할지 그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대부분 이미 막국수를 잘하는 식당이 너무 많기 때문에 잘 안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기리막국수는 이걸 너무나 잘하고 있다. 아무리 경쟁이 심한 레드오션이라도 남들보다 더 잘하면 충분히 성공하는 사업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결국엔 어떤 걸 하냐 보단, 누가 이걸 하냐가 제일 중요하다.

누구나 다 뭔가를 시작할 땐 초심이라는 게 매우 강하게 작용하지만, 같은 업무를 반복적으로 하면서 경험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이게 점점 없어진다. 나도 꾸준함과 반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투자를 계속하고 그동안 수천 명의 창업가들을 만나보니 초기 투자자의 초심이 많이 닳아 없어졌다. 그래서 요새 창업가들을 계속 만나다 보면 과거에 안 된 사업과 비슷한 사업을 검토하면 이것도 안 될 거라는 편견을 갖게 되고, 이 창업가가 5년 후에 어떤 사업을 할 사람이 될지 시각화하지 않고, 현재 하는 사업을 기반으로 이 창업가를 판단하고, 이미 잘하는 경쟁사가 많은 분야에 뛰어든 창업가를 보면 후발주자이고, 이미 존재하는 시장의 대형 플레이어를 못 이길 거라는 편견이 어느새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

고기리막국수라는 작은 가게에서 나는 초심을 다시 찾았다. 그동안 절대로 안 됐던 비즈니스라도 누군가 잘하면 유니콘을 만들 수 있고, 아무리 대형 기업들이 이미 진출한 분야라도 누군가 여기서 잘하면 유니콘을 만들 수 있다. 이 책은 안 될 이유 백만 가지 보단, 될 이유 하나로 소신 있게 투자하던 내 초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그래도 나는 고기리막국수 식당에 직접 가진 않을 것 같다. 멀리까지 가서 웨이팅을 감수하면서 음식을 먹지 않는 내 철학 또한 지킬 것이다. 🙂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B2B API 사업을 하는 우리 투자사 페이지콜 블로그의 ‘창업일지’ 시리즈를 추석 연휴 동안 재미있게 읽었다. 9편이지만, 짧기도 하고 그냥 쉽게 잘 읽혀서, 집중하면 한 25분 만에 다 읽을 수 있다. 내가 페이지콜 최필준 대표님을 처음 만난 게 2017년이고, 프라이머 투자 이후 스트롱도 투자하면서 나름대로 서비스 창업 초기부터 봤기 때문에 이 팀과 회사에 대해서 꽤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이 글들을 보면서 우리가 페이지콜에 투자한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7년만큼 긴 시간 동안, 이분들이 나를 만나기 전에 개고생을 이미 많이 했다는 걸 알게 됐다. 실은, 대략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글로 적힌 기록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고, 뭔가 더 짠하기도 했다.

이 블로그의 내용은 최근에 내가 읽은 창업가들의 글 중 가장 스타트업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내 주변에는 스타트업한다는 것이 드라마 ‘스타트업’과 조금은 유사할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꽤 있다. 물론, 이분들은 본인들이 직접 창업하거나 스타트업에서 일해보지 않은 분들인데, 인구의 대부분이 스타트업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스타트업 드라마의 시각으로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라 해도 틀린 건 아닌 것 같다. 이 시각은 그냥 틀린 게 아니라, 너무나도 왜곡됐다. 초기 스타트업에는 잔잔하고 감성적인 OST도, 낭만도, 감동도, 그 어떤 것도 없다. 그냥 주구장창 개고생밖에 없고, 정말로 대단한 체력, 정신력과 각오가 없으면 일반 사람들은 2년을 버틸 수가 없다.

후반부에 스트롱과 나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등장하는데, 나를 만난 이후 페이지콜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나를 만나기 전의 이 회사와 창업팀의 여정에 대해서 읽어보니, 스스로가 겸허해질 정도였다. 이 힘든 과정을 거치고, 지금도 쉽지 않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제정신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최필준 대표님과 페이지콜 팀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게 우리 투자사 페이지콜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대한민국, 더 나아가 전 세계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그 정도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모두 다 힘든 자신만의 전쟁을 지금, 이 순간에도 치르고 있을 것이다. 이게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력과 체력이 약한 분들에겐 정말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직업이다.

모든 해피 엔딩은 멋지고 감동적이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재난과 같은 엔딩으로 참혹하게 끝난다. 단지, 우리가 잘 모를 뿐이다. 해피 엔딩으로 끝난 스타트업도 지나온 과정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되면, 더 이상 ‘해피’라는 말을 쓸 수가 없다.

스타트업은 인간의 최선을 볼 수도 있지만, 대부분 인간의 최악을 보게 된다. 이게 스타트업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우린 창업가들의 최악과 최선을 존경하고 응원한다. 결국 이 모든 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오늘도 선과 악의 싸움에서 이기는 하루가 되길. 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