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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노가다

몇 년 전에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됐던 요리 다큐멘터리 ‘길 위의 셰프들’을 이제서야 난 봤다. 한국 편에서는 광장시장도 소개되고 칼국수와 빈대떡 같은 한국 요리도 하이라이트 돼서 한국에서도 꽤 인기가 많았던 다큐멘터리였던 것 같다.

태국 편에서 태국 길거리 음식의 여왕이라는 쩨파이라는 분이 소개됐다. 방콕의 ‘란쩨파이(=쩨파이네 식당)’ 식당의 오너셰프인데 길거리 식당 치곤 드물게 미쉐린 1스타를 받은 식당이라서 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식당이다. 항상 손님들이 줄 서 있고, 블랙핑크의 리사를 비롯한 웬만한 유명 인사가 방콕을 방문하면 꼭 들리는 필수 명소다. 이 식당은 원래 현지에서는 유명했지만, 2017년도에 미쉐린 별을 받으면서 란쩨파이는 세계적인 식당의 반열에 올라갔고, 쩨파이는 유명 인사가 됐다.

쩨파이씨와의 인터뷰를 보면 미쉐린 1스타를 받은 2017년도가 그녀의 인생이 완전히 바뀐 한 해(=transformational year) 였다고 한다. 그전에는 그냥 평범한 태국 요리를 재미있는 방식으로 요리하는 길거리 요리사였는데, 2017년 이후에 그녀는 평범한 태국 요리를 그녀만의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석해서 재탄생시키는 글로벌 셰프가 됐고, 이후에 전 세계에서 방콕을 방문한 김에 란쩨파이에 오는 손님들에서 란쩨파이에서 먹기 위해서 방콕을 방문하는 손님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쩨파이씨는 전 세계 요리사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한 번도 정식으로 요리 훈련을 받거나 요리 학교나 학원에서 공부한 적이 없이, 그냥 어릴 적부터 요리를 어깨 넘어 따라 하면서 배운 사람이 미쉐린 별을 받는 경우가 그렇게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요리사들이 그녀를 부러워하고, 어떤 분들은 시기하기도 한다. 어쩌다가 반짝 떴고, 운 좋게 개천에서 용이 탄생했다고 이들은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쩨파이씨는 1970년 말에 요리에 입문했고, 단 한 순간도 요리를 멈춘 적이 없다. 그녀는 매일, 매시간, 새로운 방식의 요리에 대해서 연구했고, 새로운 재료에 대해서 고민했다. 그녀는 미쉐린 별을 받은 2017년도가 인생을 바꾼 한 해였다고 하지만, 실은 그 1년 뒤엔 남들이 모르는 40년의 노력이 있었다. 40년 동안의 끊임없는 노가다, 즉 끊임없는 육체적 노동이 단련되고 쌓이면서 그녀의 인생을 바꾼 2017년도에 폭발한 것이다. 인생을 완전히 바꾼 이 일 년이 만들어지기까진 수십 년의 노력, 근면, 성실, 그리고 노가다가 있었다는 점을 많은 분들이 무시하거나 간과한다.

우리 같은 VC는 주로 기술에 투자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해야 하는 노가다를 경시한다. 우린 항상 자동화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빠른 스케일을 신격화한다. 우린 모든 걸 건너뛰고 미친 듯이 성장하는 제이 커브를 꿈꾸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맨날 이런 이야기만 하니까 이들에게 투자받기 위해서 창업가들도 무리하게 제이 커브로 성장하는 방향으로 모든 자원을 집중하고,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사업과 벼락 성공을 항상 꿈꾼다.

그런데, you know what? 이렇게 단시간 안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건 이 세상에 없다. 우리 주위의 어떤 사업들은 하룻밤 만에 대박 난 것 같지만, 제대로 된 사업이라면, 그 대박 나는 하룻밤 뒤엔 성공과는 굉장히 먼 피와 땀으로 얼룩진 수천 ~ 수만 밤이 있었을 것이다. 결국엔 모든 성공은 아주 오랫동안의 – 어떤 경우엔 수십 년의 – 노가다로 만든 탄탄한 기초가 있을 것이다. AI의 세상이 오면서 모든 게 더 빨리 변할 것이고, 모든 게 더 빨리 자동화가 될 것이다. 하지만, AI가 세상을 지배해도, 그 밑엔 더 큰 노력, 근면, 성실, 그리고 노가다가 반드시 필요하다.

육체적 노동과 단순한 반복 작업을 무시하면 안 된다. 결국, 모든 성공을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보면, 그 폭발적인 성공의 순간을 만들기 위해서 수년, 또는 수십 년의 노가다가 반복됐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벼락부자와 벼락 성공을 바라지 말고, 지금부터 작은 노가다를 시작해 봐라.

Things take time. They just do. There is no shortcut.

빈곤 속의 기회

1월 말에 AI 업계를 발칵 뒤집는 일이 있었는데 거의 알려지지 않은 중국의 High-Flyer라는 헤지펀드에서 만든 DeepSeek라는 무료 오픈소스 언어모델의 발표였다. 발표하자마자 미국의 tech 기업들의 시가총액 $1T 정도가 증발했는데, 이건 한국 GDP의 절반이 넘는다. 이 큰 금액이 하루 만에 날아갈 정도로 DeepSeek이 대단한진 아직 잘 모르겠고, 이 회사에서 말하는 내용을 전부 다 믿기도 힘들다. 하지만, 딥시크가 비싼 GPU를 사용하지 않고 OpenAI의 성능과 비슷한 모델을 100억 원 미만으로 만들었다면, 그리고 이 기조를 이어서 앞으로 중국 회사들이 계속 AI 모델을 미국 회사의 10분의 1 가격 수준에서 개선해 나갈 수 있다면, 매우 흥미로운 일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들 힘들다고 하거나, 불가능하다고 한 걸 어떻게 중국 회사들은 할 수 있을까? 땅덩어리도 넓고, 사람도 많기 때문에 그만큼 똑똑한 엔지니어들이 많고, 인건비도 미국에 비해서 훨씬 저렴하므로 더 많은 엔지니어를 더 싸게 채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게 가능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이 최신 하드웨어와 GPU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걸 엄격하게 규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창업가들은 하드웨어가 아닌, 본인들이 직접 컨트롤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에 집중했고,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다양한 최적화 작업과 새로운 언어 모델 아키텍처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의 창업가들은 언어모델을 더 빠르고 좋게 만들기 위해서 그냥 돈을 써서 성능 좋은 GPU를 마음껏 구매한다. 돈이 없어서 문제지, 돈만 있으면 이들은 계속 최신 하드웨어를 구매한다. 하지만, 하드웨어의 부족으로 인해서 – 돈이 없어서 못 사는 게 아니라, 돈이 있어도 못 사는 부족 – 소프트웨어 단에서 언어모델의 최적화를 추구하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기 때문에 딥시크라는 걸출한 제품이 나왔다고 판단한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하는데, 딥시크를 보고 딱 이 말이 생각났다. 어쨌든, High-Flyer와 중국은 그 누구도 깊게 고민하지 않았던 분야에서 대단한 업적을 이룩했다. 이걸 보고 한국은 이제 절대로 미국과 중국을 AI 분야에서 따라잡을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여기저기서 보였고, “우리도 이게 되면…” , “한국도 이런 게 있으면…” , 우리도 딥시크와 같은 시도를 해 볼 수 있지만 결국엔 못 한다는 아쉬운 이야기도 간혹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난 여기서 큰 희망을 봤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더 열심히 고민하고, 더 열심히 연구하고, 더 열심히 일하면, 우리도 척박한 환경에서 더 잘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한국 스타트업은 미국과 중국 스타트업만큼 돈이 없다. 우린 이 두 나라만큼 많은 수의 엔지니어가 없다. 우린 미국보다 모든 분야에서 규제가 심하다. 우린 R&D 예산이 크지 않다…이 외에도 한국이 AI 분야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으려면 수백만가지 이유가 있는데, 내가 보기엔 이건 대부분 변명이다. 딥시크가 나온 중국은 실은 우리보다 훨씬 더 불리한 환경이다. “원래 그런 거야” 방식으로 생각하면, 하드웨어가 없으면 AI 인프라를 못 만들기 때문에, 그냥 포기해야 하지만, 이제 우린 여기서 한 단계 더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사례를 딥시크가 만들었고, 빈곤 속에서 충분히 거대한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올해는 시장에 정말 돈이 없을 것이다. 이런 빈곤 속에서 많은 회사들이 사라지겠지만, 반면에 적은 자본으로 살아남으면서, 심지어 돈까지 잘 벌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회사도 분명히 등장할 것이다. 이렇게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드는 창업가들이 계속 혁신을 만들면서 시장을 개편할 수 있길 바란다.

말하고 싶은 건, 안 될 것 같은 상황에서도 더 좋은 방법은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다만,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고민하고, 더 노력해서 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도 할 수 있다. 머리를 쥐어 짜내고, 몸을 갈아 넣어서, 방법을 찾아보자.

기본기

올해도 첫 번째 그랜드슬램 테니스 대회인 호주 오픈이 잘 끝났다. 마지막에 노장 노박 조코비치가 컨디션 난조로 기권하면서 내가 응원하는 선수들은 모두 탈락했지만, 좋은 젊은 선수들의 경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이번에도 다양한 선수들이 등장했고, 예상치 못한 다크호스들이 발굴됐는데, 당분간은 남자 테니스도 계속 물갈이를 반복하며 운이 좋은 선수와 실력이 있는 선수가 확실히 구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반짝 떴던 선수들이 올해는 초반에 많이 탈락했는데, 이들은 겉으론 화려하고, 본인들이 스스로 PR을 매우 잘해서 항상 이슈 메이킹을 하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단단하지가 않고 뭔가 항상 불안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모두 다 젊고, 포핸드이든 백핸드이든 강력한 무기는 하나씩 갖고 있는데, 왜 항상 불안한 플레이를 하는지 조금 자세히 보면, 이들의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으면 잘하는 선수한테 절대로 못 이기는데, 이들이 최근 몇 년 동안 떴고, 어떤 이들은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우승까지 했던 – 물론, 딱 한 번이다. 그 이상은 힘들다. – 이유를 생각해 보면, 그냥 운이 좋았다. 진짜 잘하는 상위 랭커들이 어쩌다 초반에 탈락해서 이들과 대진표에서 만나지 않았거나, 붙었는데 컨디션 난조 때문에 진 걸 운 좋은 선수들이 실력으로 이겼다고 착각했던 것이다.

이반 렌들, 피트 샘프라스,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그리고 노박 조코비치. 이들은 내가 생생하게 기억하는 근대 남자 테니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들인데, 이들의 공통점은 완벽한 기본기 위에 자기만의 무기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테니스의 기본기에 대해서 말하면 항상 생각나는 인터뷰가 있다. 라파엘 나달의 인터뷰인데 아마도 이 인터뷰도 오래전 호주 오픈에서 치열한 5세트 접전까지 가서 우승한 후에 했던 걸로 기억한다. 어떻게 이런 훌륭한 경기를 했고, 멋지게 이겼는지 사회자가 물어보자, 나달은 이렇게 짧게 대답했다. “I ran very fast and I hit very hard.”

그 인터뷰를 봤을 때, 뭐 저런 초등학생 같은 이야기를,,,이라고 생각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굉장히 심오한 이야기고, 테니스나 다른 운동이나, 또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탄탄한 기본기’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다. 빨리 뛰고, 세게 치는 건 너무나 당연한 테니스의 기본이지만, 이 기본기가 완벽한 프로 테니스 선수들이 몇 명 안 된다. 그 몇 안 되는 선수들이 지금 상위 랭커들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기본기가 없는 사람들은 인생에서 성공할 수가 없다. 인생의 기본기가 뭐냐고 나에게 물어본다면, 자기만의 철학, 생각, 근면, 성실, 루틴, 규율 등이라고 생각한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기본기가 없는 사업은 잘 될 수가 없다. 우리가 투자하는 초기 스타트업의 기본은 주로 제품, 고객, 매출 등이다. 이런 기본기를 제대로 만들지도 않고 겉만 화려한 창업가나 사업은 운 좋게 한두 번은 반짝 뜰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될 순 없다. PR을 얼마나 잘하는지, 투자를 얼마나 크게 받았는지, 어떤 유명한 VC에게 투자받았는지, 대표이사의 팔로워 수가 몇 명인지 등은 사업의 기본기와 지속가능성과는 큰 상관은 없다.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서, 돈을 내는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이에 따라서 매출을 만드는 게 사업의 기본이다. 안타깝지만, 이런 사업의 기본기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아니면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기본기를 잊어버리는 창업가들이 꽤 많다.

기본기가 탄탄하면 경기의 95%는 이길 것이다. 나머지 5%까지 이기고 싶다면 탄탄한 기본기 위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실험과 실수를 하면서 자기만의 무기를 완성해야 한다. 하지만,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으면 경기의 95%는 질 것이다.

작은 동기부여

회사의 주인인 창업팀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제품도 잘 만들고, 돈도 좀 벌고, 투자도 받으면 점점 더 회사의 규모가 커진다. 이러면서 직원도 더 채용하고, 채용한 직원이 또 다른 직원을 채용하게 되며, 이렇게 머릿수도 늘어난다. 직원 수가 늘어나는 것은 일단 좋은 현상이다. 사업이 괜찮게 되어 더 많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는 매출을 만들어내고, 새로 온 사람들이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일감이 많다는 의미이다. 또는, 매출을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큰 매출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여서 외부 투자를 받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채용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 지금 인원수를 늘릴 타이밍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어쨌든 회사의 임직원 수가 증가하는 것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늘어나는 직원 수와 대표이사의 스트레스는 기하급수적으로 비례하여 증가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한 명의 직원에서 두 명의 직원이 됐을 때 대표이사의 스트레스는 두 배가 되지만, 두 명의 직원에서 네 명의 직원이 되면 대표이사의 스트레스는 열 배가 된다. 이런 식으로 직원 수가 계속 늘어나면, 대표이사는 어느 순간 하루 24시간 아무 생각도 못 하고, 그/그녀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직원들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를 나는 자주 본다.

직원들에 대한 이들의 고민 종류는 가지각색이지만, 공통적인 가장 큰 이유는 직원들의 동기 부여이다. 같이 시작한 공동 창업가들이나 완전 초창기 멤버들은 지분을 꽤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누가 옆에서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되고, 회사의 주인은 그 주인의식 자체가 자동으로 동기 부여가 된다. 그 누구도 옆에서 정기적으로 이들에게 인위적으로 동기 부여를 할 필요도 없고, 매니저나 경영진이 소위 말하는 ‘스타트업 뽕’을 정기적으로 투약할 필요가 없다. 이들이 그냥 스스로 매일 스타트업 뽕을 맡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분이 없거나 적은 직원들은 다르다. 이들은 대부분 월급쟁이 마인드를 가진 분들이다. 그냥 회사에서 일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월급을 받는 분들인데, 이들은 누군가 – 주로 대표이사나 경영진 – 정기적으로 동기부여를 해줘야만 계속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회사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분들이라서, 대표들은 이들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동기부여하여 능력치의 120%를 발휘하게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리고 직원이 많아지면 이 고민만 하다가 하루를 마무리한다.

실은, 나도 직원이 수십 ~ 수백 명 되는 조직을 운영해 본 적은 없다. 스트롱벤처스도 나를 포함해서 8명의 작은 조직이다. 물론 이 작은 조직에서도 나도 직원들의 동기부여에 대한 고민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만, 50명 이상 되는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대표들과는 차원이 다른 로우 레벨 고민이다. 그런데 내가 여기저기서 보고, 듣고, 경험한 바에 의하면 직원들을 동기부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 방의 거창한 동기부여보다 아주 소소한 동기부여를 자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똑똑한 대표라면 이런 소소한 동기부여를 적절한 타이밍에 캐주얼하게 자주 한다.

예를 들면, 어떤 영업 사원이 100만 원짜리 계약을 했다면, “아무것도 없이 맨땅에서 우리가 같이 만든 제품으로 100만 원 계약을 했다고요? 정말? 대단한데요? 다음엔 150만 원 계약을 목표로!” 뭐, 이런 식으로 이 분에게 동기부여를 해준다. 이런 칭찬과 동기부여가 계속 쌓이다 보면 엄청난 자신감과 애사심이 생기고, 이게 결국엔 실적으로 돌아올 것이다. 직원들이 조금씩 지칠 때마다 적시에 이들에게 계속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영감과 에너지를 불어넣는 어떤 대표는 이런 말을 직원들에게 자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접 뭔가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남이 만든 제품을 돈을 내고 삽니다. 그런데, 우린 우리가 직접 만든 제품으로 이번 달 매출 300만 원이나 했어요. 그것도 우리를 생판 모르는 남이 우리가 만든 제품을 사기 위해서 지갑을 열었단 말이에요. 생각해보면 이게 정말 대단한 업적이죠.” 솔직히 이 말을 듣고 동기 부여가 안 되는 직원이 과연 있을까?

이런 작은 좋은 일들이 쌓이다 보면, 그 회사가 언젠가는 1,000억 원대 매출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명한 VC로부터 대규모의 투자도 받는다. 이런 건 아주 거창한 동기부여로 이어지고, 계속 이런 크고 작은 동기부여 엔진이 돌아가면서 회사는 건강하게 성장한다. 세상의 모든 거창한 동기 부여. 아주 작은 동기부여가 계속 쌓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과거는 뒤로 하고

올해부터 태어나기 시작해서 2039년까지를 베타 세대라고 한다. 출생년도로 인류를 구분하고, 이들은 어떻고, 어떤 특징이 있다고 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나는 MZ 세대보다 이후에 태어난 알파 세대(2010년 ~ 2024년생)와 베타 세대는 나 같은 X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DNA와 뇌 구조를 가진, 그래서 이렇게 출생년도로 한 번 구분해 볼 만한 신인류라고 생각한다.

일단, 베타 세대의 부모는 대부분 Z 세대와 젊은 M 세대이다. 태어날 때부터 이들은 우리의 손자 세대라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르고, 이 중 꽤 많은 분들이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22세기까지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미래학자는 아니지만, 베타 세대는 엄청난 기술 발전의 수혜자가 될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AI가 삶의 중심에 있을 것이고, 이들이 투자하는 기본 자산은 비트코인이 될 것이다. 세대를 구분할 때 그 세대를 가장 잘 반영하는 기술을 많이 인용해서 우리 같은 X 세대를 삐삐 세대, 핸드폰 세대, 뭐 이렇게 부르기도 하는데, 베타 세대부터는 이런 특정 기술이나 제품으로 이들을 구분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워낙 기술이 빨리 변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투자하는 창업가들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세상을 바꿀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이 꿈꾸는 것들이 실현된다면, 베타 세대는 사람이 직접 차를 운전했던 시절이나 비트코인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도 모를 수도 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이런 시절이 오고 있다는 이미 왔다는 게 약간 신기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긴 한다. 나도 최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요새 왠지 계속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긴 하는데, 아마도 이런 큰 세대의 변화라는 매크로 테마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과거에도 이런 기분이 들 때마다, 나는 강제적으로 이제 과거는 뒤로하자는 생각을 하면서 작가 더글라스 아담스의 이 말을 항상 떠올린다.

“태어날 때부터 있던 정상적이고, 세상의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부이다. 15세에서 35사이에 개발된 새롭고, 흥미진진하고, 혁신적이지만, 이걸 공부하고 연마하면 좋은 직업이 있다. 35이후에 개발된 비정상적이고,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기 때문에 이해할 없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제 나에겐 웬만한 건 모두 비정상적이고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이라서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그래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위해선, “옛날엔 이랬었는데” , “나 때는 저렇지 않았는데” , “저게 가능해? 과거에 우리도 시도해 봤는데 안 되던데” 등과 같은 생각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 그냥 내 기억으론, 내 경험으론, 안 되는 거였지만, 과거는 과거로 두고,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아니, 이런 생각만 해야 한다.

요즘 엄청나게 빠른 기술의 변화를 보면서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두고, 과거에는 이랬다 저랬다라는 생각을 되도록 하지 말고, 미래만 봐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로 나는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분야를 요즘 다시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든 상관없이 이제부터는 비트코인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을 모르는 세대가 비트코인과 수많은 디지털 자산에 투자할 것이다. 또한, 미국 SEC 의장도 바뀌었고, 디지털 자산에 반대하던 대부분의 정부 관련 담당자도 갈아치워지면서 미국에서 디지털 자산 관련 현실적인 제도와 규제가 완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즉,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도 빨리 모든 것들이 정상화되어 과거는 뒤로하고, 조금 더 미래 지향적인 자세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