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ounding

작은 규율

“How you do anything is how you do everything.(작은 행동 하나에 그 사람의 모든 태도가 담겨 있다)”

얼마 전에 내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에서 게스트로 초대한 전직 Navy SEAL이 한 말이다. 한 문장이지만, 이 문장이 의미하는 바는 깊다. 매우 깊다. 한 사람이 아주 작은 업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아주 큰 업무를 어떻게 처리할지 보이고, 결국엔 그 사람의 인생이 보인다는 의미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는 한국 속담이 있는데, 이 말의 완벽한 미국식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분은 본인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바로 이 문장이라고 하는데, 살면서 내렸던 보이지 않는 모든 작은 선택들이 결국엔 본인의 인격을 형성했다는 의미이다. 이런 작은 선택을 작은 규율(micro discipline)이라고 하는데,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작은 일을 제대로, 올바르게 해내는 습관을 의미한다. 이 작은 규율이 쌓이고 쌓이면 엘리트 수준의 업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이 인터뷰를 듣고 나는 바로 자기 점검에 들어가 봤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 남들이 볼 땐 온갖 좋은 사람인 척하고, 거창한 업적을 완벽하게 달성하는 척하고 있진 않나? 규율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혹시나 이게 외부에 보여주기 용도가 아닌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아주 작은 일을 제대로, 올바로, 완벽하게 끝내는 작은 규율이 내 몸 안에 내재화되어 있나?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 선뜻, 아주 자신 있게 내가 작은 규율을 지키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없던 걸 보면, 내 인생을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내가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습관을 일부러 찾아서 실천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침대를 정돈하고, 식사하자마자 바로 설거지하고, 빨래가 끝나면 바로 정리정돈하는 작은 일들부터 습관화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별거 아니고, 누구나 다 쉽게 할 수 있지만, 대부분 잘 안 하는 일들이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대로 이런 작은 습관이 쌓이면 큰 습관이 되고, 작은 규율이 쌓이면 큰 규율이 된다. 아무도 보지 않고, 너무 작은 일이라서, 안 해도 티가 나지 않고,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당장은. 하지만, 이게 반복되고 쌓이다 보면 큰 차이를 만들고, 집에서 이불을 개지 않는 사람들은 밖에서도 아무것도 정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작은 습관과 작은 규율은 모두 결정과 관련된 행동이다. 큰 결정이든 작은 결정이든, 결정을 할 땐 우리에겐 항상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어려운 방법과 이보다 덜 어려운 방법. 인생에서 규율을 만들고 싶다면, 일단 작은 규율을 만들어야 하고, 작은 규율을 만들 땐 덜 어려운 방법보다 어려운 방법을 더 많이 선택하는 습관을 만들면 된다. 계속 말하지만, 당장은 티가 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큰 차이를 만들 것이다.

요즘엔 소셜미디어를 보면 덜 어려운 것 보다 무조건 쉬운 방법을 선택하는 게 인생에서 이기는 방법이라고 강조하는데 그럼 사람들은 아침에 이불을 정돈하는지, 집 청소는 하는지, 쓰레기 분리수거를 제때 하는지 묻고 싶다. 아마도 안 할 것이다.

“How you do anything is how you do everything.”

확언 효과

이 블로그를 통해서 여러 번 공유했는데, 나는 루틴과 반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지금 실천하고 연습하는 루틴은 대부분 지루하고, 10년 넘게 반복하고 있는데, 약 2년 전에 새로운 루틴을 도입하기로 했다. 2024년 8월 24일부터 시작한 루틴이고, 주말을 제외한 월 ~ 금 아침마다 반복하니, 이제 2년이 안 된, 몸에 습관화가 되는 과정에 있는 루틴이다.

바로 확언을 매일 쓰는 루틴이다. 2024년 8월 초에 읽었던 책이 이 새로운 루틴의 계기가 됐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매일 같은 긍정 확언을 펜으로 쓰고, 이후에 내가 그동안 모아 둔 좋은 문구나 문장을 필사한다. 그리고 이 내용을 소리 내어 아침에 한 번 읽고, 자기 전에 한 번 더 읽는다. 이걸 거의 2년 동안 매일 꾸준히 반복하다 보니 내 생각의 방향과 감정이 안정되면서 더 뾰족해지고 있다는 걸 요샌 몸으로 직접 느끼고 있다.

나는 다음과 같은 확언 쓰기로 매일 새벽을 시작한다.
“오늘도 기쁘고 보람찬 하루였다. 나는 행복하다. 내 미래는 발전하고 있다.”

실은, 내가 지금 읽어도 굉장히 유치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문장이라서 ‘확언’이라고 하기에도 좀 민망하다. 그래서 첫 한 달 정도는 이 문장을 쓰면서도 상당히 어색했지만, 계속 쓰다 보니 정말 하루하루가 기쁘고 보람찼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 항상 행복하고 미래가 밝다는 감정을 갖게 됐다. 이 글을 쓰는 시간은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이지만, “오늘도 기쁘고 보람찬 하루였다.”와 같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투로 쓰면, 정말 보람찬 하루를 마무리할 때의 내 기분을 글로 쓰는 것 같은 착시 현상이 일어나고, 이게 확언의 효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

그리고 이 확언 문장 뒤에는 매일 다른 내용의 문구를 필사한다. 평소에 좋은 문장과 문구를 발견하면 항상 메모해 놓고, 그 리스트가 이젠 제법 길어졌는데, 2년 동안 이 리스트에 있는 문구를 순서대로 매일 필사하다 보니, 이젠 대부분 외워서 쓸 수 있다. 좋은 문장을 머릿속에 외우고 있는 것도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남들은 멋진 다이어리나 노트에 필사하지만, 나는 그냥 이면지에 쓴다. 2년 동안 매일 필사한 이면지 스택.>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기분도 좋고 하루가 충만해진다. 새벽에 쓰고, 이때 한 번 소리 내서 읽고, 또 자기 전에 한 번 더 소리 내서 읽는다. 이론적으로는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걸 자는 동안 머리가 기억하고 학습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걸 2년 동안 매일 반복하다 보니, 좋은 루틴이 하나 더 만들어졌고, 이미 연습하던 다른 루틴과 합쳐지면서 내 루틴에도 복리가 작용하는 걸 직접 느끼고 있다.

이 루틴을 나는 최소 10년은 반복할 계획이다. 물론, 가능하면 평생 하고 싶은데, 필사하는 좋은 글 중 하나가 내가 자주 인용하는 강미정 작가의 ‘아주 작은 일’이라는 시이고, 공교롭게도 이 시의 내용 자체가 내가 바라고 원하는 필사의 확언 효과이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일주일을 계속하면 성실한 것입니다.
한 달을 계속 한다면 신의가 있는 것입니다.
일 년을 계속 한다면 생활이 변할 것입니다.
십 년을 계속 한다면 인생이 바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큰 일
아주 작은 일을 계속 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확언과 필사. 모두에게 권장하고 싶은 좋은 루틴이다.

100년 마인드셋

로블록스의 공동창업가이자 현대 대표이사인 David Baszuki는 이 회사를 2002년도에 창업해서 현재 24년째 운영하고 있다. 많은 창업가가 사업을 어느 정도의 궤도까지 올려놓은 후에 본인이 만든 회사를 떠나거나, 아니면 현업에서 손을 떼고, 개인적인 관심사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쓰는데, 이 분은 오늘도 24년 전과 비슷한 에너지로 사업에 집착한다는 게 정말 놀랍다. 그리고 앞으로 로블록스를 몇 년 더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은퇴할 계획은 전혀 없고 가능하면 20년은 더 하고 싶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자주 하는데, 얼마 전에 내가 들었던 인터뷰에서도 그는 이와 비슷한 발언을 했다.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고, 본인은 남은 인생을 로블록스에 바치겠다고 했는데, 이 말을 들었을 때 소름이 돋았다.

엔비디아의 공동창업가이자 현재 대표이사인 젠슨황도 엔비디아를 33년 전에 창업했고, 아직도 운영하고 있다. 젠슨 역시 은퇴와는 너무나 먼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아직도 거의 매일 15시간씩, 주말에도 계속 일하고 있다. 엔비디아 초기 멤버들의 말을 들어보면, 오히려 젠슨은 창업 초기보다 요새 더 열심히 일한다고 한다. 젠슨은 로블록스의 데이빗 같이 공개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일 할 수 있을 때까지 엔비디아를 평생 운영할 것이라는 말을 한다고 들었다.

로블록스의 데이빗 사장이 “저는 로블록스에서 20년은 더 일할 거예요.”라는 말을 했을 때, 그리고 내가 이 인터뷰를 들었을 때 온몸에 진한 전기가 찌릿하게 왔다. 그리고 바로 떠올랐던 생각은 “와,,,나도 이제 저런 사람들에게(만) 투자하고 싶다.” 였다.

한 5년 열심히 일해서 소소한 엑싯 하면 다른 사업을 하거나, 현재 사업으론 돈을 벌고 이 돈으로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일 또는 취미 생활을 하겠다는 창업가들은 내 주변에 널렸다. 이들보다 조금 더 장기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은 기간만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날 뿐이지, 엑싯하면 그 돈으로 다른 더 재미있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은 동일하다. 그리고 솔직히 스트롱이 투자한 창업가들도 대부분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우리가 이제 14년째 투자를 하고 있으니, 스트롱 포트폴리오 중 가장 오래된 회사는 14년 정도의 역사가 있다. 내가 로블록스 데이빗 사장의 말을 듣고 우리가 그동안 투자한 300개 회사의 창업가들을 비디오처럼 머릿속에서 한 명씩 떠올리며, 어떤 분이 50년 사업할 마음가짐이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솔직히 지금까진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내 판단이다. 물론, 이 중 어떤 분들은 50년 ~ 100년 가는 사업을 만들을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렇다는 게 내 판단이다.

나도 투자를 시작했을 땐 단기적인 마인드로 일했다. 솔직히 스트롱을 만들었던 2012년도에 누군가가 나에게 왜 VC를 하고 싶냐고 물었다면, 전형적으로 멍청하고 1차원 적인 다음과 같은 답변을 했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직업이 어디 있어요. 남의 돈으로 투자해서, 운 좋으면 나도 돈 많이 벌 수 있는데요.” 그런데 고백하건대, 당시엔 정말 이렇게 생각했다. 남의 돈으로 투자하고 한 3년 후에 돈 많이 벌어서 인생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내가 VC를 시작했던 이유의 절반이었다. 그리고 그땐 투자하면 3년, 아무리 길어도 5년이면 회사들이 수천억 원에 엑싯 할 줄 알았다.

14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참 개념 없고 순진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난다. 그동안 투자를 더 많이 하고, 더 좋은 창업가들을 만나면서 VC라는 업을 바라보는 내 직업관과 내가 이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인생의 목표와 목적에도 굵직한 변화들이 있었다. 이제 나는 5년 안에 큰 엑싯을 해서 우리가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을 만드는 창업가들보단, 100년 가는 사업을 만들고 싶은 창업가들에게 투자하고 싶다. 위에서 말한 로블록스의 데이빗 바주키와 엔비디아의 젠슨황 같은 창업가들에게 투자해서 돈도 벌고 싶지만, 이들과 함께 오래가는 기업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그 기업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다.

이런 창업가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철학과 전략을 더욱더 뾰족하게 다듬어야 한다. 시장의 유행을 따르기보단, 우리만의 사람 중심적인 투자 철학과 전략을 더욱더 갈고 닦아야 하는데, 우리도 이 과정을 계속하다 보면, 어쩌면 스트롱도 100년 가는 기업이 될지도 모르겠다.

기다림의 미학(또는 지루함)

꼰대 같은 내용으로 이 글을 시작해 본다.

이전 세대 사람들이 현재 세대 사람들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요즘 사람들은…” 하면서 불만족을 표현하는 건 인류가 탄생한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반복되는 행위다. 나도 옛날 사람이라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하는데 우리 세대랑 비교했을 때 요즘 세대가 부족한 걸 하나만 꼽아 보라고 하면 나는 “인내심”이라고 할 것이다.

어떤 분들은 인내심을 기다림의 미학이라 하고, 어떤 분들은 기다림의 지루함이라고 하는데, 나는 여전히 인내심은 기다림의 미학, 또는 기다림의 예술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내가 언제 이 말을 대학생에게 한 적이 있는데, 이 친구가 나를 외계인처럼 봤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서비스 앞에 “바로”가 붙고, 오늘 밤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배송되는 “로켓” 서비스가 기본이고, 글자 하나씩 읽으면 느려서 책도 잘 안 보고, 영상도 몇 배속해서 보는 즉각적인 만족과 보상의(=instant gratification) 시대에는 인내심이라는 말 자체가 촌스럽고 고인물들의 전유물이 된 것 같아서 많이 아쉽긴 하다.

반면에 내가 고맙게 생각하는 건, 우리가 하는 벤처 투자, 그리고 우리가 투자하는 창업가분들은 대부분 인내심의 미학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즉각적인 만족과 보상보단 장기적인 만족과 보상을 위해 – “장기적”이 5년이 될 수도 있고 30년이 될 수도 있지만 – 불안, 초조, 공황을 참고 오늘도 인내심의 미학을 믿으면서 본인들만의 길을 가고 있다. 이런 분들과 항상 어울리다 보면, 나도 인내심의 미학을 믿게 되고, 인내심과 항상 같이 붙어 다니는 복리의 위력을 배우게 된다.

조만간 하와이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만약에 주말을 끼고 가게 되면 오랜만에 서핑해 볼까 해서, 호놀룰루에서 좋은 서핑 장소, 파도, 서퍼 등과 관련된 기사와 영상을 보면서 여기저기를 웹서핑하면서 생각났던 게 바로 서퍼들이야말로 인내심의 끝판왕이라는 점이다.

서핑의 본질은 기다림이다. 큰 파도를 타고 바다를 가르는 구릿빛 서퍼만큼 멋진 사람들이 없는데, 이 멋짐을 만드는 건 기다림의 미학이다. 어느 정도 잔챙이 파도와 씨름해서 서핑의 기본을 잘 다지면, 누구나 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좋은 파도’를 타고 싶어 한다. 그런데 파도를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없어서, 좋은 파도를 타기 위해서는 보드 위에서 한없이 기다려야 한다. 어떨 때는 몇시간 동안 여러 번의 좋은 파도를 신나게 타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때도 있지만, 어떤 날은 하루 종일 기다리다 허탕 치고 귀가하는 서퍼들도 많다. 내가 LA에 살 때 서핑을 배웠던 강사는 3일 동안 매일 5시간 기다렸지만, 맘에 드는 파도를 못 찾아서 그냥 집에 왔다가, 4일째 엄청난 파도를 만나서 인생 최고의 서핑을 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이 분은 강습 시간 내내 서핑 기술보단 기다림의 아름다움에 관해서 이야기해 줬는데, 한참 후에서야 나는 그 이유에 대해서 이해했다.

스타트업도 이렇게 보면 서핑과 비슷한 점이 많다. 당장 성공을 맛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지만, 정말 큰 사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아주 많이. 시장을 잘 파악한 후 나만의 믿음과 시각으로 어느 정도 미래를 예측하고, 남들이 잘 안 가는 길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먼저 자리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 마치, 서퍼들이 남들보다 더 좋은 파도를 타기 위해서 지금은 잔잔하지만, 앞으로 바람이 불어 큰 파도가 올 만한 곳에 가서 자리를 잡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보드 위에서 주변 상황과 여러 지표에 주목하면서, 파도가 올 때까지 계속 기다려야 한다. 바람과 조류의 방향이 바뀌면, 다시 자리를 예측해서 옮겨야 한다. 그리도 또 기다려야 한다.

실은, 이렇게 인내심을 갖고 사업하면서 기다려도, 대부분의 창업가는 파도 한 번 못 타고 그냥 집에 가는 경우가 훨씬 많을 텐데,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그다음 날 또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만약에 운과 실력 사이 어느 지점에서 큰 파도를 만난다면, 그리고 인내심의 미학이 철저한 준비로 이어졌다면, 이들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하늘을 날고 있을 것이고, 그동안 쌓인 인내심과 기다림이 복리 폭발해서(=compounding explosion) 그 어떤 창업가들보다 앞서갈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스타트업을 많이 해보지 않았다. 그나마 갖고 있는 짧은 경험도 성공한 경험은 아니다. 서핑으로 따지면 그냥 잔챙이 파도와 씨름만 하다가 집으로 간 경험밖에 없지만, 좋은 파도를 타는 것만큼 신나고 짜릿한 느낌이 없다는 것도 간접적으로 잘 알고 있다. 이 큰 파도를 타기 위해서는 기다림의 미학을 배워야 하고, 항상 연습해야 한다. 실은, 언제 올지 모르는 파도를 아무도 없는 뜨거운 망망대해 한가운데에서 기다리는 건 매우 혼란스럽고, 공포스럽고, 불안하고, 짜증 나고, 초조한 경험이다. 이럴 때일수록 인내심의 미학이 우리 모두에겐 필요하다.

물론,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다고 해서 좋은 파도를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아마도 대부분 못 만날 것이다. 하지만, 인내심이 없다면 성공할 수 있는 그 작은 확률조차 없어서 인내심은 모든 창업가의 기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그런데 또 막상 생각해 보면, 인내심은 요즘 세대뿐만 아니라 인류가 탄생했을 때부터 대부분 사람에게 부족한 자질인 것 같다. 우리 윗세대, 그 윗세대, 그리고 우리 세대를 봐도 인내심의 중요성을 아는 분들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혹시 이 글을 보고 화난 요즘 세대분들이 있다면 사과한다.

일단 작은 습관을 만들어라

한국에서는 미국만큼 인기가 있진 않지만, 전 세계에서 1,000만 부 이상 팔리면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킨 James Clear의 “Atomic Habits”라는 책이 있다.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책인데 혹시 안 읽었다면, 특히 의지가 약한 분들에겐 일독을 추천한다.

이 책은 거창한 습관보단 작은 습관을 만드는 걸 강조하고, 이렇게 계속 작은 습관을 만들다 보면 전반적으로 습관을 개선할 수 있으며, 오랜 세월 동안 몸에 쌓인 나쁜 습관도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작은 습관을 만들 수 있는 꽤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 클리어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속 강조하는 건 – 나는 이 분의 인터뷰를 몇 개 들어서 잘 안다 – 습관을 개선하고 싶다면, 일단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습관 자체가 없으면 개선해야 할 게 아무것도 없어서 좋은 습관을 몸에 익히기 위해서 맨 먼저 해야 하는 건 작은 습관을 만들고, 작은 습관이 좋은 습관이 될 수 있게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나를 좀 알거나, 이 블로그를 몇 년 동안 읽은 분들이라면 알 텐데, 나는 습관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습관과 루틴의 동물이다. 스트롱을 시작하고 14년 동안 나는 매일 거의 비슷한 루틴을 지켜오고 있고, 나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습관은 몸에 잘 배게 꽤 집요하게 노력한다. 습관이 몸에 배게 하려면 꽤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Atomic Habits를 읽다 보면 내가 그동안 했던 게 바로 이 책의 내용이다. 일단 작은 습관을 만들고, 이 습관을 더 완벽하게 만드는 노력을 수십 년 동안 한 것이다.

저자의 인터뷰를 듣다 보면 자주 언급되는 예시가 몇 개 있다. 운동을 평생 하지 않던 남성이 운동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헬스클럽에 여러 번 등록했지만, 운동을 습관화하는 데 매번 실패한 이야기가 있다.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매일 헬스장에서 한 시간씩 운동하는 습관을 만드는 건 비현실적이고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이 분이 선택한 방법은, 일단 한 달 동안 매일 헬스장에 가서 2분만 있다가 다시 집에 돌아오는 작은 습관을 만드는 것이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매일 헬스장 가는 작은 습관이 몸에 배었다.

헬스장 가는 작은 습관을 만든 후에는? 매일 한 시간씩 운동 했을까?

아니다. 그 이후 한 달 동안은 일단 매일 헬스장에는 갔지만, 가서 푸쉬업을 5개만 하고 다시 집으로 왔다. 이걸 한 달 동안 매일 반복했다. 매일 헬스장 가는 작은 습관을 만들었고, 매일 푸쉬업 5개씩 하는 또 다른 작은 습관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계속 작은 습관을 만들다 보면, 전반적인 운동 습관을 개선해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헬스장에서 매일 2분 서 있다 돌아온 건 실제 책에 있는 내용인데, 그 이후 푸쉬업을 5개만 했다는 내용은 내가 그냥 이 남자의 그다음 행보를 상상해 본 것이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평생 책을 안 읽던 사람들이 갑자기 하달에 책 한 권씩 읽겠다고 다짐하고, 도서를 수십 권 구매하는 걸 나는 주위에서 여러 번 봤다. 그래도 이들은 일 년에 책 한 권도 못 읽는데, 그다음 해에 같은 다짐을 하고, 또 수십 권의 책을 사면서 집에 읽지 않는 책이 계속 쌓인다. 독서하는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작은 습관부터 만들어라. 일단 책을 항상 가까운 곳에 둬라. 눈에 책이 보이면 더 자주 만지고, 더 자주 만지다 보면 더 자주 열어서 읽게 된다. 책을 더 자주 보고 만지고 여는 작은 습관이 만들어지면, 하루에 딱 두 페이지만 읽는 습관을 만들어라. 더 많이 읽고 싶어도 한 달 동안은 매일 두 장만 읽어라. 두 장만 읽는 습관이 만들어지면, 그 이후엔 페이지수를 늘려라. 이렇게 작은 습관을 만들다 보면, 전반적인 독서 습관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헬스장에서 가장 무거운 무게는 헬스장 출입문이다. 무게를 치려면 일단 헬스장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데 이 습관을 일단 만들어야지 운동하는 습관을 개선할 수 있다. 그리고 책에서 가장 읽기 어려운 부분은 책 표지다. 책을 읽으려면 일단 표지를 열어서 읽어야 하는데 이 습관을 만들어야지 독서하는 습관을 개선할 수 있다.

다행인 건 이 작은 습관은 나도 할 수 있고, 너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지금부터 빨리 작은 습관을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