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by Kihong Bae:

사용자 제작 관련

얼마 전에 읽은 기사에 의하면 전 세계 유튜브 사용자의 99%는 평생 한 번도 그 어떤 영상도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은 다른 유튜브 사용자 1%가 올린 콘텐츠를 소비하기만 한다. 내가 오래전에 뮤직쉐이크를 했을 때도 모든 유저의 20%만 음악을 생성했고, 나머지 80%는 한 번도 음악을 만들지 않고 남이 만든 음악을 듣기만 해서, 콘텐츠 생성과 소비의 대략적인 기울어진 관계에 대해선 알고 있었지만, 유튜브의 99대 1 수치는 약간 충격적이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제품을 만드는 창업가들이 얼마나 어려운 사업을 하고 있고, 이들 대부분은 돈 한 푼 못 벌고 그냥 사라질 확률이 더 큰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우리 주변을 보면 이런 제품, 서비스, 플랫폼이 많다. 일단 뮤직쉐이크도 음악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보통 이상의 음악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악 생성 소프트웨어를 만들었고, 이렇게 만든 음악을 다른 사람들이 재생해서 들을 수 있는 소비자를 위한 플랫폼도 운영했다.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사업이었다. 창작자들이 웹소설이나 웹툰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이 창작물을 다른 사람들이 언제든지 읽으면서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서비스도 우리 주변에 넘친다. 이런 서비스도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플랫폼이다.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영상을 올려서, 다양한 편집 기능을 제공하는, 창작자를 위한 소프트웨어도 제공하지만, 이를 다른 유저들이 재생해서 시청하고, 코멘트도 남기고, 반응도 남기고 공유할 수 있는 소비자를 위한 거대한 플랫폼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 경험을 자세히 복기해보면, 이렇게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사업을 하는 서비스의 시작은 대부분 창작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도 어떻게 하면 악기를 못 다루는 대부분의 일반인이,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더 쉽고, 더 빠르고, 더 싸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몇 년 동안 끊임없이 했고, 끊임없는 기능을 추가하면서 음악 창작 소프트웨어를 개선했다. 두 번 클릭 해야 하는 기능을 한 번 클릭으로 개선하고, 당시 최고의 플래시 기술자를 영입해서 음악 제작 과정에서 0.5초의 딜레이도 발생하지 않게, 정말로 세상에서 제일 완벽하고, 가장 쉽게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웹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회사의 모든 자원을 투입했다.

결과는 그렇게 좋진 않았다. 나는 이렇게 하면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음악을 창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창작자의 비율은 20%를 절대로 넘기지 않았다.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 몇십억원과 몇 년이라는 시간을 쓴 후에 내가 깨달았던 건, 이 세상에 창작자는 극소수이며, 우리가 창작 과정을 아무리 쉽게 만들어도 일반인들은 본인들이 직접 창작하기보단 남이 만든 걸 소비하는 걸 선호한다는 것을. 그리고 이게 인간의 DNA라는 걸. 반면에, 창작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소프트웨어가 복잡하고, 그 과정이 어렵고 고통스러워도, 창작 DNA를 가진 이들은 방법을 찾아서 뭔가를 만든다는 걸 깨달았다. 나에겐 아주 값비싼 수업을 통한 배움이었다.

그 이후에 우리는 곧바로 창작자들보단 이들이 만드는 음악을 듣는 소비자들에게 초점을 돌렸고, 이들이 음악을 더 쉽게 발견, 재생, 그리고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하는 데 노력했지만, 너무 늦게 이걸 깨달았고, 이미 바뀐 시장의 판도에 적응하는 건 쉽지 않았다. 물론, 이 외에도 다른 어려운 도전이 너무 많긴 했지만.

그래서 일반인들이 뭔가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툴도 만들도, 이들의 창작물을 다른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도 만드는 사업은 정말 어렵다. 이런 서비스는 창작자가 아니라 그 창작물을 보고, 읽고, 듣는 소비자로부터 돈을 버는 게 훨씬 더 쉬울 것이다. 물론, 창작자를 위한 툴을 정말 기깔나게 만들고, 이 툴을 엄청나게 비싸게 팔아서 소수의 고객으로부터 인당 매출을 극대화하면 되는데, 모두 잘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창작자는 배고픈 아티스트들이라서, 여기에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유튜브 사용자의 99%는 한 번도 영상을 올려본 적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유튜브는 이들로부터 50조 원 이상의 매출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기억하자.

함께 목소리 내기

스트롱의 mission statement는 “Together, We are All Strong”이다. 아주 간단한 문장이지만, 이 문장을 만드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았고, 표면적인 의미는 단순하지만, 내포하는 의미는 꽤 깊고 powerful 하다. 우리가 봤을 때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만들고, 이끌고, 지탱하는 가장 큰 3명의 이해관계자는 LP, GP, 그리고 창업가이다. LP는 우리 같은 VC에게 자금을 제공해 주는, 돈 먹이사슬의 가장 상단에 있는 우리의 투자자이다. GP는 우리 같은 VC이고, 우리의 돈을 받는 건 창업가이다. 우리는 돈의 먹이사슬의 중간에 있고, 우리 위의 LP 들의 돈을 받아서 이 돈을 먹이사슬의 가장 하단에 있는 창업가들에게 투자한다.

스트롱의 “Together, We are All Strong”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All”인데, 우리가 하는 모든 결정의 결과가 그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고, 이 생태계를 구성하는 LP, GP, 창업가 모두에게 바람직하고 공평해야 한다는 우리의 미션을 잘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LP에게만 유리한 결과도 아니고, GP에게만 유리한 결과도 아니고, 창업가에게만 유리한 결과도 아닌, 이 세 명 모두에게 공평하고 유리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우린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 담긴 스트롱의 선언문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이 세 명의 이해관계자 중 가장 중요한 한 주체만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지체하지 않고 창업가를 선택할 것이다. 창업가는 다른 두 이해관계자인 LP와 GP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한데, 그 이유는 이 생태계의 모든 가치는 창업가들이 만들기 때문이다. 실은, 우리 같은 GP는 창업가들이 만드는 가치를 LP 둘에게 전달해 주는 단순한 도관 역할을 한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회사와 고객의 관계에 따라 생각해 보면, 우리 같은 VC의 가장 중요한 고객은 창업가라는 뜻이다. 고객이 없으면 회사가 존재할 필요도 없고, 존재할 수가 없는데, VC들도 창업가들이 없으면 존재할 필요가 없고, 존재할 수가 없다. 하지만 요즘 시장에는 본인들의 고객이 누구인지 완전히 망각하고 있는 VC들이 너무 많다. 이들은 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GP가 최고, 또는 GP와 LP가 최고라는 입장이라서, 본인들은 항상 창업가의 위에서 군림하면서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다는 철저한 믿음을 갖고 있다. 이런 믿음은 철저하게 개소리/개믿음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생태계에서 모두가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주체는 생태계의 모든 가치를 만드는 창업가들이고, 이들이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이자, 가장 철저하게 존경받고 보호받아야 하는 분들이다. 이런 생각에 반대하면서 창업가들에게 갑질하고 이들을 온갖 이상한 방식으로 괴롭히는 투자자를 우리는 ‘빌런 VC’라고 한다. 실은, 점점 이런 VC들이 많아지는 것 같고, 이들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있는 걸 직간접적으로 더 자주 목격하면서 점점 더 걱정되고 있기도 하다.

마침, 얼마 전에 우리 조지윤 이사님이 이런 빌런 VC들을 구분하고, 이들에 대처하는 법에 대한 노하우를 페이스북에 올려주셨는데, 이 포스팅이 상당히 많이 공유되고 회자된 거로 알고 있다. 그만큼 요새 이상한 VC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로 나는 해석한다.

솔직히, 싫든 좋든 이 생태계에 같이 몸담고 있고, 같이 좋은 창업가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심지어 우리랑 같은 회사에 공동 투자한 VC들도 있어서, 이런 동료빌런 VC들에 대해 이렇게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다는 건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그래도 조지윤 이사님은 역시 젠틀하시다. 내가 이런 글을 썼다면, 아마도 실명을 거론했을 것 같다. 그래서 안 쓴다.) 하지만, 이제 막 싹이 트고 있는 한국의 벤처 생태계를 위해선 이런 VC들은 사라져야 하고, 이들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선 우리 모두 참지 말고, 일어서서 함께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Stand up and speak up. 이렇게 해야지 변화를 같이 만들 수 있다. 모두 같이 이 생태계 깨끗하게 대청소 한 번 합시다.

소화불량으로 인한 죽음

경험이 좀 있는 미국 투자자들이 하는 말 중 이런 말이 있다.

“굶주려서 문 닫는 회사보단, 소화불량으로 문 닫는 회사가 훨씬 더 많다.(More companies die due to indigestion than starvation)”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게 무슨 말인지는 대충 알 텐데, 스타트업의 맥락에서 이야기하자면, 돈이(=런웨이) 없어서 문을 닫는 회사도 많지만, 이보다 돈이 너무 많아서 멍청한 짓을 해서(cross out) 문을 닫는 회사가 훨씬 더 많다는 의미다.

내가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약 3년 차 VC였다. 그리고 솔직히, 이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를 못 했다. 돈이 없어서 스타트업이 문을 닫지, 돈이 많은데 어떻게 회사가 망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갔다. 더 많은 사람을 채용하고, 더 많은 영업과 마케팅을 하고, 더 많은 제품을 만들면 당연히 매출도 늘어나고 더 잘 되는 게 아닌가.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이제 14년 차 VC인 내가 이 말을 들으면 그냥 자동으로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그리고, 그동안 투자를 너무 많이 받고 돈이 너무 많아져서, 소화불량으로 어려워진 우리 투자사들이 했던 멍청한 짓들이 비디오같이 내 머릿속에서 재생된다. 이 중 많은 회사들이 망했고, 일부 회사들은 아직 살아 있지만, 과거의 실수를 만회하느라 아직도 허덕거리는 곳들이 상당히 많다.

과식해서 소화불량으로 – 즉, 투자를 너무 많이 받아서 – 죽거나 힘들어하는 회사들의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이 회사들은 주로 시장에 유동성이 과하게 높았던 시기에 약간 말도 안 되게 높은 밸류에이션에 필요 이상의 투자를 받았다. 시작부터 이러니, 마치 본인들이 정말로 사업을 잘해서 이런 높은 밸류에이션에 투자받은 거로 착각하는데, 사업을 못 했으면 투자를 못 받았을 테니, 사업을 잘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높은 밸류를 받을 정도의 대단한 사업은 아니었다. 이렇게 필요 이상의 투자금을 받은 창업가들은 대부분 돈의 가치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본인들이 평생 일을 해도 200억 원이라는 돈을 만져보지도 못할 텐데, 갑자기 회사 통장에 200억 원이 입금되면 이 돈의 무게를 그대로 느끼지 못하고, 너무 우습게 생각하는 걸 나는 자주 목격했다.

그리고 갑자기 큰돈이 생기면, 이들은 돈이 없었으면 절대로 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일들을 벌리기 시작한다. 즉, 위에서 말한 대로, 아주 멍청한 짓들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냥 돈이 있어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딱히 사람이 필요 없는데, 네이버, 카카오, 토스, 쿠팡 같은 곳으로부터 몸값이 엄청나게 비싼 임원들을 회사로 영입한다. 이런 분들이 필요하면 당연히 비싸게 돈을 주고 채용해야겠지만, 그냥 돈이 너무 많으니까, 사람들을 막 데려온다. 그리고 본업과는 상관없는 방향의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하고, 주변의 다른 회사를 인수하기 시작한다. 왜 이러냐고 물어보면, 답변은 항상 논리적이고 똑똑하다. 결국엔 그 방향으로 확장해야지만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는데, 하나씩 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좋은 회사들을 ‘싸게’ 인수한다는 답변을 나는 꽤 자주 들었다. 그리고 이걸 가능케 하기 위해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하고, 이들을 모두 수용하기 위해서 더 크고 더 좋은 사무실로 이사 가거나, 어쩔 땐 사옥을 매입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소화불량으로 회사가 죽는 걸 나는 꽤 많이 봤다. 왜 이 회사의 투자자인 스트롱은 이걸 그대로 두고 봤냐고 물어본다면, 솔직히 나도 할 말은 없다. 당시엔 나는 이렇게 하는 게 맞다고 믿었고, 돈 다 쓰면 또 투자받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했다.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고, 굉장히 멍청한 생각이었다. 이제 나는 회사의 퍼포먼스 대비 너무 높은 밸류에 너무 많은 투자를 받는 우리 투자사가 있으면 이 회사가 과식하고 소화불량으로 죽지 않게 각별히 주의한다.

돈이 다 떨어졌고, 도저히 펀드레이징이 안 되는 회사가 서서히 죽어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런 회사는 배가 너무 고프지만, 뭘 사 먹을 돈이 없어서 계속 굶는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이런 회사들이 오히려 물만 먹으면서 오랫동안 살아남는 경우를 봤다. 반면에 갑자기 너무 돈이 많이 생겨서,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계속 뭔가 먹다가 과식해서 소화불량으로 급체해서 죽는 회사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모든 창업가는 기억하길 바란다.

너무 허기져도 안 되고, 너무 배가 불러도 안 된다. 항상 적당히 먹어서 잘 소화하고 건강해야 한다.

반복의 기계

올해 나는 엘리트 운동선수들의 팟캐스트를 꽤 많이 들었다.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운동선수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엘리트 운동선수와 창업가 간엔 공통점이 너무나 많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공통점은 내가 자주 이야기하는 ‘극강의 바퀴벌레력’이다. 그중에서도 생존력과 회복력이 바퀴벌레, 창업가, 그리고 엘리트 운동선수가 태어날 때부터 보유하고 있는 천성, 또는 성장하면서 남들보다 더 잘 발달시킨 후천적 습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들은 지구상의 그 어떤 생명체보다 살아남는 능력과 넘어지면 또 일어나는 능력이 강하다.

한 팟캐스트에서 들었던 이 부분이 계속 내 뇌리를 맴돌면서 기억에 강력하게 남았다.

“평범한 운동선수는 그냥 보통의 선수지만, 탁월한 운동선수들은 ‘반복의 기계’이다.(Ordinary athletes are just athletes, but extraordinary athletes are ‘machines of iteration’”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탁월한 운동선수들은 같은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한다는 의미다.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에 따라서 생각해 보면 카를로스 알카라스 같은 탁월한 테니스 선수는 포핸드 하나만 2만 시간 이상 반복 연습한다. 손흥민 선수는 왼발 감아차기를 아마도 수천 번 반복 연습할 것이다. 스테판 커리는 3점 슛을 수만 번 반복 연습할 것이다. 이 선수들은 그 동작이 신체 일부가 될 때까지 계속 반복해서 ‘반복의 기계’가 되고, 이런 과정에서 평범한 선수에서 탁월한 선수가 되는 것이다.

‘반복의 기계(machines of iteration)’라는 말이 나에게 정말 인상 깊게 다가왔고, 내 안에서 아주 오랫동안 남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내가 요새 아주 많이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아주 많이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해답일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왔기 때문이다.

평범한(ordinary) VC가 어떻게 하면 탁월한(extraordinary) VC가 될 수 있을지 나는 요새 굉장히 많이 생각하고 고민한다. 어렴풋이 그냥 열심히 하면 된다는 건 알겠지만, 여기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고 싶었는데, ‘반복의 기계’라는 표현이 내 생각을 매우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해답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평범한 VC는 어떻게 하면 반복의 기계가 되면서 탁월한 VC가 될까? 내가 내린 결론은 아주 간단하다. 다른 VC보다 이메일을 더 많이 쓰고, 더 많은 창업가를 만나고, 더 많이 일하면 된다. 딱 이 세 가지만 하면 되는데, 이 세 가지는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다. 실은, 생각보다 쉽다. 하지만, 정말 어려운 건 이 세 가지를 10년 동안 매일 반복해서 내 몸의 일부가 되게 만드는 것이다. 즉, 반복의 기계가 돼야 하는데, 이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남들보다 하루에 이메일을 하나만 더 쓰면, 10년이면 남보다 3,650개의 이메일을 더 쓸 수 있다.
남들보다 하루에 미팅을 하나만 더 하면, 10년이면 남보다 3,650명의 창업가를 더 만날 수 있다.
남들보다 하루에 한 시간만 더 일하면, 10년이면 남보다 3,650시간을 더 일 할 수 있다.

위의 수치는 실로 엄청난 숫자이고, 이렇게 하면 반복의 기계가 될 수 있고, 탁월한 VC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훈련과 반복을 통해서 탁월한 VC가 될 수 있다면, 다른 평범한 VC는 절대로 우릴 이길 수가 없을 것이다.

이미 나는 스트롱을 통해서 이 여정을 시작했다. 언제 완성될지 모르겠지만, 엘리트 운동선수들같이 반복의 기계가 되는 그 순간을 매일 꿈꾼다.

사실 이건 운동선수나 VC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인생의 원칙이다.

카카오톡 업데이트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는 거의 대국민 재난 사태가 된 것 같다. 다행히 나는 자동 업데이트가 비활성화되어 있어서 아직 이전 버전의 UI를 사용하고 있는데, 바뀐 버전을 보니 정말 불편하고 짜증 낼 만한 것 같다. 나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은 아니라서 카카오에서 어떤 생각과 목적으로 이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동안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의 업데이트를 봤고, 이 중 회사를 거의 망하게 한 최악의 업데이트/업그레이드도 봤기 때문에 그때의 생각과 경험을 기반으로 내 생각을 몇 자 적어본다.

일단 카카오톡은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때 – 특히 이번과 같이 단순한 버그 픽스나 기능 업데이트가 아닌, 정말 대대적인 변화일 때 – 지켜야 하는 거의 교과서적인 원칙을 간과했던 것 같다. 제품 업데이트를 하는 이유는 고객들에게 더 빠르고, 더 이쁘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회사의 수익성을 위한 업데이트도 있지만 궁극적으론 고객들을 위한 업데이트/업그레이드인 게 맞을 것이다. 그 어떤 회사도 업데이트나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다운그레이드(downgrade)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카카오톡을 과거에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완전 신규 사용자들에겐 업데이트된 카톡의 UI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이들은 그냥 원래 이런가보다 하고 잘 쓸 것이다.

하지만, 카톡은 너무나 오래된, 그것도 한국 국민이 모두 다 사용하는 전 국민 필수앱이다. 이 필수앱에겐 너무나 극단적인 업데이트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어쩌면 더 편리하고, 더 좋아진 UI일 수도 있지만, 기존 사용자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건 너무나 큰 변화이고, 이들에겐 이 새로운 업데이트가 더 좋은 UI가 아니라 너무나 다른 UI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은 전반적으로 변화나 다름을 싫어한다. 눈에 보이는 UI가 달라지면 일단은 마음속에는 긴장과 혼란이 발생하는데, 카카오는 이런 인간의 심리적인 면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제품 개발을 아주 잘하는 노련한 PM들은 이런 극단적인 업데이트 경험을 마치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누군가 벽지를 새로 하고 가구를 재배치한 것에 비교한다. 이 상황에서는 집이 전보다 훨씬 더 멋지고, 밝고, 세련됐다는 생각보단, “누군가 벽지랑 가구를 완전히 바꿨는데, 좀 많이 달리 보이네…”라는 생각을 하고 이건 일단 불안과 혼란을 가져온다.

카카오는 이 업데이트를 강제적으로 일괄 적용하지 않고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UI와 피드를 점진적으로, 그리고 순차적으로 공개하면서 바뀐 UI에 이들이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제공해야 했다. 기존 사용자들에게 앞으로 진행될 업데이트와 완전히 달라지는 UI에 대해서 충분히 시간을 가지면서 알려주고, 업데이트가 적용되기 전에 이들이 새로운 UI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줬어야 한다.

현재 대대적인 서비스 업데이트를 계획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라면 이런 접근방법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단은 기존 사용자들에게 업그레이드에 대해서 알려주고 새로운 기능과 UI를 경험할 수 있는 기간을 줘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충분히 사용해 보고 익숙해졌을 때 스스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

카카오 정도면 이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방식에 대해서 잘 알 텐데, 왜 이 교과서적인 방법을 건너뛰었는진 잘 모르겠다.

이런 업데이트를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회사는 구글이다. 유튜브와 지메일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고, 아직도 이 두 서비스는 계속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를 반복하고 있다. 구글은 대대적인 UI 업데이트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60일~90일 전부터 사용자들에게 변경될 UI를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그동안 새로운 UI와 기능을 사용자들이 직접 사용해 보고 적응할 기간을 충분히 준다. 그 기간에 만약에 새로운 UI가 별로면, 사용자들은 이전 버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옵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카카오톡의 업데이트는 정말 망한 것일까? 이 정신없는 피드를 UI에 적용한 게 많은 사람들이 욕하는 것처럼 역사적인 악수일까? 솔직히, 이건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 나처럼 나이 먹은 분들은 기억할 텐데, 페이스북이 2006년도에 News Feed를 적용했을 때 엄청난 비난과 욕을 먹었다. 유저들이 원하지도 않는 지저분하고 말도 안 되는 UI로 업데이트를 강행했다고 마크 저커버그는 살해 협박까지 받은 거로 알고 있다. 그런데 몇 달 후에 이 UI에 사람들이 익숙해지자 이렇게 획기적이고 편한 UI가 없다는 의견들을 너도나도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너무나 기발한 UI라고 모두 칭찬했고, 다른 소셜 서비스들이 이 피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같은 만행을 2011년도에 또 저질렀다. Timeline(타임라인: 탐라)을 강제 업데이트한 것이다. 나도 탐라가 정말 싫었고 화가 많이 났었는데, 이 또한 몇 주 사용해 보니 너무나 편하고 획기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즉, 카톡의 UI도 충분히 익숙해지고 사용하다 보면 아주 좋은 UI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앞으론 어떻게 될까? 정말로 카톡 사용자들이 카톡을 떠나고 라인, 텔레그램이나 왓츠앱으로 옮겨 탈까? 절대로 그렇게 되진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친구들이 다 카톡에 있으니까 정말로 카톡을 탈퇴하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고, 그동안 사용자들은 새로운 UI에 익숙해지거나, 카카오가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UI로 다시 수정하거나, 최악의 경우 이전 UI로 다시 돌아갈 것으로 생각한다. 카카오에서는 복구하겠다는 발표를 했지만,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의 복구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이게 락인 효과가 너무나 압도적인 제품이 갖는 특권이기도 하다. 어쨌든 카카오톡은 큰 타격은 받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