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by Kihong Bae: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싸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직업은 무엇일까? 내가 전 세계의 모든 직업을 알진 못하지만, 내가 아는 한,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직업은 창업가이고,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전투싸움을 하고 있다. 전투라고 썼다가 지운 이유는, 그래도 같이 싸워주는 부대가 있어서 어느 정도는 쪽수가 맞아야지 전투라고 할 텐데,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온 세상을 상대로 혼자 외롭게 싸우기 때문에 이건 싸움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안쓰럽지만, 대부분의 창업가 주변 지인들은 이들을 믿지 않고, 이들이 하는 것도 믿지 않는다. 실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분 중 대단하게 큰 스타트업을 만든 분들이 아니라면 – 즉, 이 글을 읽는 대다수 – 당신들이 하는 일을 당신들 친구도 믿지 않고, 심지어는 가족들도 믿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서 이렇게 외로운 직업이 어디 있을까? 그리고 매일 온 세상을 상대로 외롭게 싸워야 하는 이런 직업이 어디 있을까?

얼마 전에 이런 외로운 싸움을 5년째 하고 있는 창업가를 만났다. 그리고 며칠 후에 10년 넘게 큰 성장 없이 사업을 하는 분을 만났다. 이분들과 조금 더 깊게 이야기해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든 것 같다. 처음 시작할 땐, 자신을 불신하고 무시했던 사람들을 엿먹이고 싶었고, 그들이 틀렸다는 걸 증명해 주고 싶었다고 한다. 세월이 흘렀고, 5년,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도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세상 그 누구도 안 믿어도 굳게 자신을 믿었던 본인에 대한 불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와 세상과의 외로운 싸움이, 어느 순간 나와 나와의 싸움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나마 계속 이 힘든 일을 할 수 있던 몇 가지 계기가 있었는데, 그건 가끔, 아주 가끔 본인을 믿어주는 사람들을 만났고 – 직원과 투자자 – 이들과 같이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솔직히 좀 안쓰럽고 짠하고, 미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이들을 존경하고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세상에는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 이렇게 두 부류의 사람이 있는데, 이들은 하는 사람들이고, 이들을 비난하는 모든 사람들은 안 하는 사람들이다. 안 하는 사람이 하는 사람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겠는가.

오늘도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창업가들 파이팅. 결과가 어떨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당신들은 본인의 믿음으로 삶을 살아가는 인생의 승자들이다.(하지만, 사업에서 승자가 될진 잘 모르겠다.)

누구를 위한 법이고,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 콘택트렌즈 사업을 하는 옵틱라이프라는 곳이 있다. 이 회사는 본인들이 직접 콘택트렌즈를 제조하고, 다른 회사의 제품 또한 유통하고 있는데, 한국은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서, 옵틱라이프에서 고객이 원하는 렌즈에 대한 결제를 하고, 실제 픽업은 전국 가맹점 중 하나에서 한다. 가맹 안경점은 특별한 회비나 수수료는 내지 않고, 옵틱라이프가 구매 건당 이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한다.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가 불법인 이유는 렌즈가 각막에 직접 접촉하는 의료기기로 분류되어서, 잘 못 사용 시 시력 저하나 감염 등의 위험이 있으므로 대면 판매를 통해 사용법 안내와 건강 상태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규제의 취지는 잘 이해하지만, 국민 건강을 너무 과하게 강조하는 반면, 소비자의 편의성과 선택권은 너무 과하게 무시한다는 점에서는 반드시 바뀌어야 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보다 더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이 법은 국민들의 건강보단, 대한안경사협회라는 특정 단체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안경사협회 회원 5만여 명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걸 보면, 내 생각이 맞는 것 같다.

어쨌든, 이런 법이 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더 좋고, 더 다양하고, 더 저렴한 콘택트렌즈를 중간상인 없이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려고 하는 스타트업들은 위에서 설명했던, 가맹점에서 렌즈를 픽업하는 복잡한 사업을 하고 있다. 실은, 이 모델을 좋아하는 안경사들도 상당히 많다. 안 그래도 오프라인 안경사의 트래픽과 매출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데, 픽업 서비스를 통해서 수수료 매출이 발생하기도 하고, 렌즈를 픽업하기 위해서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안경이나 다른 제품들을 구매할 확률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추가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이런 모델은 서로에게 유익한, 상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 안경사협회가 렌즈 픽업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 몇 곳을 의료기사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여기에다 안경사협회 회원사 중 픽업 네트워크에 가맹한 안경원에 내용증명도 보내고, 계속 이 네트워크에 가입해 있으면 안경사 면허정지까지 실시하기로 했다고 한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안경사협회는 국민 눈 건강을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이들은 국민 눈 건강 걱정은 별로 안 한다. 그런 사람들이 안경원을 방문할 때마다 더 저렴하고 좋은 제품도 있는데, 무조건 비싼 제품을 불투명한 가격에 판매할 리가 없다. 이들은 국민 눈 건강 때문이 아니라, 쿠팡이 이마트 같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무력화했듯이, 새파란 스타트업에 잠식돼 이들의 렌즈 보관함으로 전락하는 걸 훨씬 더 우려한다. 즉, 오랫동안 스스로 노력도 안 하고, 변화하지 않아도 아주 단단했던 철밥그릇을 빼앗길까 봐 이런 싸움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옵틱라이프와 같은 스타트업이 아니라. 바로 콘택트렌즈가 필요한 국민들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선택하고, 안경원에서 픽업한 렌즈를 착용해서 각막이 손실되거나 눈 건강을 잃었다는 소비자는 거의 없는 것 같은데, 국민 눈 건강을 운운하면서 이런 서비스들을 다 막아버리면, 결국엔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안경원에서 한정된 종류의 제품을 훨씬 더 비싼 가격에 구매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이건 안경사협회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는데, 이런 건 이분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

전에 타다에 대한 글을 내가 꽤 많이 썼는데, 그때와 비슷한 생각이 든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이고,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잘 모르겠다. 이 산업을 자세히 보면, 한국에서 온라인 안경/콘택트렌즈 유니콘이 아직 안 나온 가장 큰 이유는 이런 규제 때문인 것 같은데, 이들도 세월의 흐름을 평생 막을 순 없을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이나 규제는 다수의 국민과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한 방향으로 수정될 것이고, 결국 법이 바뀌면, 기존 안경사들은 많이 망할 것이다.

전 세계 그 어떤 나라에서도, 회사나 단체의 해자가 규제라면, 그리고 규제가 그 유일한 진입장벽이라면, 이런 조직들은 오래가지 못하고, 규제가 없어지는 그 순간에 단숨에 쓰러진다. 내가 이들이었다면, 소송에 시간과 에너지 낭비하지 말고, 그냥 자신의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걸겠다. 왜냐하면, 소송에 이기든 지든 결국 세상은 바뀔 것이다.

일본의 1940년 체제. 한국은?

올해 내가 한국의 직장인 분들은 모두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글을 여러 번 썼다. 예상친 못했지만, 이 주제가 상당히 민감한 주제이고, 몇몇 포스팅에는 엄청나게 많은 댓글이 달렸다. 댓글 다신 어떤 분이 ‘1940년 체제’라는 책을 추천해서 꽤 흥미롭게 읽었고, 나도 이 책에서 뭔가 배우고 참고할 만한 점들이 있는 것 같아서 내 생각을 여기서 그냥 특별한 흐름이나 순서 없이 적어본다.

일단 이 책의 제목과 부제는 ‘1940년 체제 (일본 전후 경제사의 멍에를 해부하다)’ 이고 저자인 노구치 유키오는 일본에서는 꽤 유명한 분이라는 걸 주변 일본 친구들을 통해서 확인했다. 경제학자, 교수, 그리고 일본 재무성에서도 일했던 분인데, 반골 엘리트 기질이 상당히 강한 분이라서 이분을 열렬히 옹호하는 분들도 많지만, 죽도록 싫어하는 분들도 많다. 내가 일본이라는 나라를 잘 몰라서 요목조목 따질 순 없지만,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한 때 최강국이었던 일본이 왜 요새 이렇게 힘을 못 쓰는지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분석이다. 이걸 꽤 재미있게, 그리고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일본이 1980년대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였는데 – 나도 이 정도인 줄은 몰랐지만, 당시에 미국보다 더 잘 살았고, 일본 대학교수가 미국 대학교수보다 연봉이 높았다고 한다 – 그 영광은 오래 못 갔고, 오히려 지금은 30년~40년을 잃어버린 “이미 끝난” 나라라는 비난을 받는데, 그 원인은 2차 세계대전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1940년 체제 때문이라고 한다.

한 권의 두꺼운 책으로 설명되는 1940년 체제를 간략하게 요약하는 건 힘들지만, 이 체제는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만든 강력한 중앙집권화 체제이다. 이 시스템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제도가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이며, 이 제도가 전후에도 그대로 이어지면서 궁극적으론 일본 경제의 침체로 이어졌다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책이다. 우리나라도 많은 제도와 시스템을 일본으로부터 가져왔는데, 이 종신고용과 연공서열 제도는 그대로 한국으로 수입됐다. 그리고 이건 이 책을 보고 느낀 내 생각인데, 일본에서 그랬듯이, 한국에서도 초반에는 이 제도가 경제의 고속 성장을 이뤘지만, 한국이 경제적 후발주자에서 선발주자가 된 이 시점에선, 더 이상 성장 동력을 제공하기보단, 오히려 침체의 원인이 되는 것 같다.

이런 제도가 그동안 몇 차례 변형되면서 만들어진 게 사람을 쉽게 해고할 수 없는 경직된 노동 시스템, 무능력한 직원도 자리에서 오래 버티면 자동으로 승진하는 시스템, 그리고 싫든 좋든 지켜야 하는 52시간 근무 제도이다. 이것도 모자라서, 어떤 분들은 주 4일제 근무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분들은 이 블로그 독자가 나에게 권장했듯이, 나도 이분들에게 1940년 체제를 꼭 읽어보라고 권장하고 싶다.

이제 한국은 강대국의 대열에 들어왔다. 자국이 잘 살고,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문화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힘 있는 나라가 된 걸 누가 싫어하겠는가? 하지만, 이 유리한 위치를 우리가 오랫동안 지키고 싶다면, 나라의 성장에 방해되는 오래된 시스템은 빨리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한국이 인당 GDP 5만 달러의 시대에 최대한 빨리 도달하고, 더 나아가서는 미국을 넘어 10만 달러의 초강국이 되길 정말 간절히 바란다.

개개인들은 아무것도 안 하고, 국가만 뭔가를 해주길 기다리면 절대로 그날이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 개 같이 노력하고, 개 같이 일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개 같이 노력하는 걸 막는 법과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구 감소와 시장의 크기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면, 한국은 다른 건 다 좋은데, 인구 감소, 그리고 이로 인한 경제력 감소가 가장 큰 걱정이라는 말을 너무 자주 듣는다.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말은 5,000만 인구가 사는 한국이 그렇게 큰 시장이 아닌데, 인구가 하락하면 시장이 더 작아져서, 한국에만 투자하는 스트롱벤처스에 본인들이 투자하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과연 앞으로 한국에서 몇 개가 더 나올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즉, 이 분야에서 우리가 자주 언급하는 TAM(Total Addressable Market)이 점점 더 작아진다는 의미다.

며칠 전 대선후보 토론을 초반에만 잠깐 봤는데, 인구 감소가 아주 중요한 국가 아젠다였다. 각 후보들의 대책과 공략은 흥미로웠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봤을 때 현실성은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나는 국가의 정책을 만드는 사람도 아니고,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도 아니다. 그래서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도 않고, 인구 감소가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학술적으로 설명할 순 없다. 하지만, 초기 벤처 투자를 하면서 다양한 나라와 시장을 보고 듣고 느끼고 있고, 운용 자금이 상당히 큰 외국 투자자들과 이 주제에 대해서 꽤 오랫동안 이야기하고 논쟁하기도 했는데, 관련해서 내 개인적인 생각을 여기서 두서없이 공유해보고 싶다.

일단 한국의 인구 감소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점점 더 결혼을 안 하고 있거나, 그 시점이 늦어지고 있고, 이에 따라 출산을 안 하거나 못 하므로, 우린 인구절벽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이건 내가 봐도 명확하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의 출산율이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 그리고 출산 감소를 막기 위한 한국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은 이미 실패하고 있다고 난 생각한다. 아주 깊게 들어가진 않겠지만, 자녀를 많이 출산하면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는 건, 애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라는 일차원적인 사고에 근거한 정책이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로 애 낳는 걸 포기하는 부부도 있지만, 저출산의 원인은 실제론 매우 복잡하고 다차원적이다. 출산율 감소는 전 세계 모든 선진국이 겪고 있는 전 세계적인 문제이다. 단지,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그 저조함이 더 심각할 뿐이다.

인구 감소를 해결할 방법의 하나는 남북통일인데, 이건 현재로선 쉽지 않다. 다른 방법은 – 그리고 이게 더 쉽고, 현실적이다 – 우리도 외국에서 사람을 수입하는 것이다. 지금도 지방이나 시골에 가면 외국인 노동자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외국인 노동자보단 외국인 지식근로자를 한국으로 많이 수입해야 한다. 이들은 고용 창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은, 한국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외국인 체류 조건과 법이 상당히 까다롭고, 외국인 비자도 무려 50가지가 넘게 존재한다. 자국민의 고용 보호 때문에 생겨난 법들인 거로 알고 있는데, 이제 우리도 이런 법들을 빨리 없애고,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살면서 일할 수 있는 쉬운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서 이들이 한국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생산성을 높이면서 인당 GDP 증가에 기여해야 한다. 실은, 우리 주변을 잘 보면 이미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편의점에도 점점 더 많은 외국인들이 일 하고 있고, 가끔 미용실에도 보면 외국인들이 보조 미용사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투자한 창업가들도 외국인들이 몇 명 있다. 이들은 Korean 교포가 아니라 완전히 외국인들인데, 미국과 유럽에서 고등교육을 받았고, 직장 경력도 있는데, 창업하기 위해서 한국에 왔다. 현재 한국에서 수년째 살면서 연 매출 수십억 원의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한국에서 고용을 창출하면서 세금을 내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우린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아주) 장기적으론, 한국도 미국 같은 melting pot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인구가 감소하면 한국 경제가 파탄 날 것이라고 하는 주장에 대해서도 나는 완벽하게 동의할 수가 없다. 노동력이 줄면 생산성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지만, 이제 한국은 과거의 한국이 아니다. 우린 더 이상 물리적인 제품을 제조해서 생산하는 단순노동 체제에 의존하지 않는 나라가 됐고, 충분히 로봇이나 AI와 같은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인당 효율과 생산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이 항상 더 강조하는 doing more with less 개념을 이젠 한국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도입해야 하고, 이 전환을 우리가 잘하면 더 적은 인구로 훨씬 더 높은 출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머릿수가 5,000만 명에서 2,500만 명으로 줄면, 국내 내수 시장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럴수록 우린 해외로 나가야 하고 수출해야 한다. 이미 한국 기업들은 일본, 동남아, 미국, 유럽 등의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소수 기업은 진출에 성공하고 있다. 즉, 한국의 TAM은 이제 한국인 5,000만 명이 아니라, 이보다 훨씬 더 큰 글로벌 시장이다.

약간 다른 각도로 보면, 우린 처음부터 작은 땅덩어리에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긴 하다. 한국의 인구밀도는 약 530명/km² 인데, 전 세계 인구 밀도 12위이고,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나라 중 인구밀도는 3위다. 솔직히 너무 숨 막히게 살고 있기 때문에, 이 작은 땅에서 조금 더 여유롭게 살기 위해선 인구가 좀 줄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더 쾌적한 나라에서 여유롭고 쾌적하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생산성 면에서는 더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구가 줄어들수록 사람이 더욱더 중요해진다. 줄어드는 인구지만, 이 줄어든 인구의 평균 교육 수준, 소득수준, 그리고 업무 몰입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야 한다.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지는 시기이다. 결국엔 이들이 이제 한국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니까. 내가 과거에 주야장천 주장했던 것처럼, 이럴수록 우린 정말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독서와 복리

나는 2020년부터 해마다 50권 이상의 책을 읽는 걸 목표로 세우고, 실제로 5년째 그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올해도, 이 페이스로 계속 간다면 50권은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2020년 이전에도 독서를 좋아했지만, 2019년 말에 개인적인 깨달음이 몇 가지 있었고, 독서를 통한 휴식, 독서를 통한 정신 정화, 그리고 독서를 통한 힐링을 해보기로 했다.

나에겐 독서가 잘 맞는다. 이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는 생각으로, 그냥 한 권을 집으면 웬만하면 완독하고 있다. 몇 시간만 한 권을 읽는 데 할애하면, 그 책을 쓴 저자가 수년, 또는 수십 년 동안 공부하고, 분석하고, 느낀 생각과 내용을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습득해서 내 지식과 간접 경험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건 이 세상에서 가장 남는 장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굳이 일 년에 50권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독서를 해야 하는가? 안 그래도 바쁘고 빡빡한 세상에서 휴식과 힐링을 위한 독서에도 이렇게 50권이라는 정량적인 목표를 세우고, 한 권을 읽을 때마다 그 숫자를 기록하는, 마치 사업 KPI 관리하듯이 해야 하나? 실은 내 와이프도 나에게 비슷한 말을 하는데, 이건 그냥 내 스타일인 것 같다. 그래서 누가 나에게 취미를 물어본다면, 선뜻 독서라고 하지 못한다. 취미의 정의 자체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 하는 일인데, 마치 나는 50권을 목표로 설정하고 독서를 숙제 하듯 강제로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어떤 분이 최근에 나에게 바쁜 일상에서 독서를 꾸준히, 정기적으로, 그리고 되도록 많이 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서 물어봤는데, 나는 독서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첫 번째 법칙은, 독서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하는 게 아니라, 독서하기 위해서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바쁜 일상에서 일 년에 책 한 권도 못 읽는다. 일 년에 책 한 권 안 읽는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다.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고 1년, 5년, 10년, 이렇게 세월이 지나다 보면, 마음속의 교양 부재와 머릿속의 멍청함에도 복리가 적용돼서 정말 교양 없고 멍청한 사람이 될 것이다. 실은, 독서뿐만 아니라 모든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선,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어쨌든, 나도 바쁜 삶을 살고 있지만, 독서하기 위해서 일부러 시간을 만들고 있다.

두 번째, 나는 되도록 주중에 저녁 약속을 안 잡는다. 모든 비즈니스 관련 일정은 업무 시간 중에 잡고, 식사를 해야 하면 웬만하면 점심 약속으로 한다. 저녁 약속을 가급적 안 잡는 습관은 10년 됐는데, 이렇게 하면 상당히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일 끝나고, 집에 와서 밥 먹고, 이메일 조금 더 하고, 집안일해도,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세 번째, 매일 최소 15분 독서를 한다. 물론, 1시간 하는 경우도 있고, 10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기본 원칙은 매일 15분 독서다. 15분은 솔직히 긴 시간은 아니지만, 이게 일주일, 한 달, 1년, 10년 누적되면서 복리가 적용되면 엄청난 독서량이 된다.

독서를 매일 조금씩 하다 보면, 책을 읽는 속도도 빨라져서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다. 나는 이렇게 책을 읽다 보니, 이제 독서는 지친 내 영혼과 육체를 힐링하는 루틴이 된 것 같다. 운동도 독서랑 비슷한 선상에 있지만, 운동은 15분이 아니라 최소 1시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녁보단 오전에 해야 하고, 어느 정도 각을 잡고 해야 한다.

복리는 우리 인생 모든 습관과 행동에 적용된다. 독서에도 적용되는 복리의 마법을 모두 느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