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과 같이 생산시설과 설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인터넷 사업의 비용 구조를 분석해보면 비용의 절반 이상이 인건비이다. 특히 실리콘 밸리와 같이 능력있는 사람들을 데려오기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미국의 스타트업의 경우라면 더욱 그럴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위기를 맞이해서 비용을 절감하려면 “해고”는 어쩔 수 없이 감행되어야하는 절차이다.

[해고] – 솔직히 이렇게 글로 쓰면 너무나 쉬운 단어이지만,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도 부하직원을 해고했을 때인 것 같다. 당장 눈앞에서 해고를 말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개인적으로 친했던 사람과 어쩔 수 없이 멀어지는 상황도 견디기 쉽지 않았다. 아무리 친했던 사람이라도 스타트업의 자산이 되기보다는 부채가 된다고 판단이 되면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해고를 결심할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그 사람과 인간적으로도 멀어지게 되고 감정의 골은 날이 갈수록 깊어진다.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한다는 사실쯤은 잘 알고 있지만 현실은 말처럼 간단하지가 않다. 그런데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이며 인생의 한때를 전부 바친 회사가 아닌가. 해고를 하는 사람이나 해고를 당하는 사람이나 모두 쓰디쓴 배신감을 맛볼 수밖에 없고, 이런 감정의 상처는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낫지 않는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참고로 내가 같이 일하다가 해고했던 사람들과는 현재 나는 인간적으로도 완전히 멀어졌다. 이들은 아직도 나를 이 세상 어디선가에서 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나도 니들 아직도 속으로 욕하고 있다). 회사를 다니다보면 해고할때 매니저들이 항상 습관처럼 말하는게 있다.
“너는 정말 내 동생같아서 인간적으로는 내 옆에 항상 두고 싶은데,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건 아닌거 같다. 절대로 개인적인 감정은 없으니까 우리 밖에서 만나면 소주 한잔 하면서 형동생같이 지내자.” -> 이거 완전 개소리다. 해고하는 사람이나, 해고 당하는 사람이나 이런 상황까지 왔다면 그 이후로는 인간적으로도 멀어질 수 밖에 없다. 매니저들은 나중에 사적인 자리에서 마주치지 않기를 기도해야한다. 졸라게 얻어맞을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 일을 하다보면 적을 만들 수도 있고 사람들과 감정의 골이 생길 수도 있다. 그게 인생이니까 그냥 let’s get on with life.

자, 만약에 활주로를 계산했는데 스타트업이 앞으로 12개월 동안은 매출을 만들 확률이 전혀 없고, 현재 은행에 남은 돈으로는 6개월 정도 밖에 버틸 수 없을거 같다면 어쩔 수 없이 현재 직원의 3분의1, 많게는 절반을 짤라야할 것이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남은 사람들의 연봉도 삭감해야할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결심을 했다면 다음의 절차를 한번 밟아봐라:

1. 회사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직원들의 리스트를 뽑아라. 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이라면 홍보, 마케팅, 경리 등이 이런 포지션들이다. 솔직히 이런 포지션들은 있으면 좋지만, 그렇다고 없어도 인터넷 스타트업의 생사를 결정할만큼 중요한 보직들은 아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홍보, 마케팅, 경리 (back-end office work) 담당자들한테는 죄송하지만 솔직히 본인들도 알고 있을것이다. 자신들이 하는 일들이 영업부서와 같이 회사의 bottom line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걸. 이런 보직들은 미안하지만 당장 없애야한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계약직으로 전환하는걸 생각해봐라.

2. 남은 직원들의 연봉을 잘 분석해보고 현재 시장에서의 평균 연봉과 비교해봐라. 시장에서의 평균 연봉보다 훨씬 더 많은 월급을 받는 직원들을 없애고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을 현재 시장 평균 연봉에 구할 수 있는지 한번 알아봐라. 이 직원이 우리랑 몇년 같이 일한 사람이 아니라 오늘 새로 고용할 사람이라면 이 가격에 채용할 생각이 있는지를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고 그렇다면 그냥 유지하고 아니라면 교체해라. “와, 정말 이렇게 치사하게까지 나가야 되나?”라고 문의하는 entrepreneur들이 있겠지만 우리는 지금 6개월 후에 망할 스타트업을 어떻게든지 살려보려고 바둥거리는 위치에 있다는걸 반드시 기억해야한다. 이런 결정이 하루 늦어질때마다 회사의 수명은 일주일씩 짧아진다는 사실과 함께.

3. 평균 시장가보다 더 많은 몸값을 받는 직원들과 1대1 면담을 해라. 그리고 현재 상황을 설명하면서 연봉을 삭감할 것이며, 대신 그만큼 스톡 옵션을 더 주겠다는 제안을 해봐라. 어떤 직원들은 오히려 회사의 지분을 더 받게 되어서 좋아하지만, 어떤 직원들은 연봉 삭감은 죽어도 안된다고 할것이다. 직접 물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4. 위의 #1, #2, #3번 절차를 3개월 후에 다시 한번 반복해라.

5. 위의 #1, #2, #3번 절차를 필요할 때마다 계속 반복해라.

근데 참으로 신기한 사실은 이렇게 직원들을 대량 감원한 후의 회사의 output과 감원하기 전의 output을 다이다이로 비교해보면 그 결과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많은 entrepreneur들이 발견하고 의아해한다. 아니, 어떤 경우에는 100명의 직원이 있을때보다 20명의 직원이 있을때의 회사의 실적이 더 좋은 사례가 수두룩하다. 뮤직쉐이크도 경기가 좋을때는 30명 이상의 직원이 있었지만, 2009년 말에는 거의 절반 수준인 15명이 남았는데 회사의 매출이나 performance는 오히려 더 좋아진걸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이런 현상들에 대해서는 산업공학과와 조직심리학과의 교수들과 학자들이 다양한 논문까지 발행한걸로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해고는 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유쾌하지 않다고 했는데 여기에는 한가지 예외가 있다. 나같이 인정사정없고 냉혈동물같은 놈들은 마음에 안드는 직원이 있으면 당장 해고하고도 밤에 편하게 잘 수 있지만, 모든 스타트업 관리자들이 이렇지는 않다. 특히, 우리나라 문화상 남한테 싫은 소리는 죽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이런 분들한테는 불경기와 위기는 그동안 맘에 들지 않았던 직원들을 해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가 있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몇몇 직원들을 감원해야하는 상황이 저절로 왔는데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있는가?
실제로 내 주위에는 2009년의 불경기를 잘 leverage해서 맘에 들지 않던 직원들을 다 짜르고 2010년도에 새롭게 시작해서 요새 잘나가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더러 있다.

해고에 관한 전반적인 나의 입장<스타트업 바이블>
참 더럽고 아니꼽지만 어쩔 수없이 스타트업을 운영하다보면 한두 번쯤은 이런 유쾌하지 못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런 해고의 상황에서 창업자 또는 관리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하나 있다. 가능한 신속하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이 사람이 아니다’ 싶으면 즉시 실행으로 옮겨라. 다시 말해 과감하게 잘라라. 마음에 들지 않는데 같이 일하는 것은 서로에게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 또 해고를 결심하고서도 질질 끈다면 서로에게 상처만 더해주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면접 당시에는 엄청나게 마음에 들었던 인물이었는데, 막상 함께 일해보니 예상과 다른 면이 많았다. 호감을 갖고 있었던 만큼 해고는 더욱 힘들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도저히 함께 일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서면 우선 두 번의 강한 경고를 하라. 이 경고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으면 그 자리에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해고를 통보해라. 첫 번째 경고를 한 시점에서 해고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은 두 달이면 충분하다.

관리자들 중에는 해고를 최대한 유보하고 어떻게 해서든 끝까지 함께 가는 방향을 모색하는 스타일도 있다. 물론 이 방법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시간도 없고, 돈도 없는 스타트업에서 직원 한 명 한 명을 이끌어주고 다독여줄 여유는 없다. 투자자의 돈으로 연명하는 상황이므로 하루라도 빨리 수익과 매출을 만들어 자리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야 인지상정이지만, 아직까지는 여러모로 열악한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스타트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