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는 핑계로 또다시 블로그를 너무 소홀히 하고 있는 와중에, 몇몇 독자분들로부터 큰 격려가 되는 이메일을 받고 다시 불끈 다짐을 하고 몇자 적으려고 일요일 밤 PC 앞에 앉아있다. 실은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 12월은 상당히 한가한 한달이다. 경기가 좋던 안 좋던간에 일단 12월은 한해를 마무리하고 11월말 Thanksgiving 연휴 이후부터는 거의 노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나도 여기저기서 미팅을 만들어 보려고 열심히 노력을 했지만, 대부분의 미팅이나 새로운 일은 내년으로 넘어간 상태이다. 어찌되었던간에 바쁜거 보다는 게을러서 그동안 블로그를 update하지 않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고…

이번 글이랑 다음 글은 12월9일 ~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었던 LeWeb’08과 관련된 내용이다. 행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LeWeb은 TechCrunch와 비슷한 행사인데 미국보다는 유럽의 웹과 관련된 회사들을 소개하고 웹 기술에 대해서 다양한 discussion과 forum을 진행하는 행사이다. Loic Le Meur(“로익 르 뮤우어” 정도로 발음해 주면 될듯..)라는 프랑스 태생의 serial entrepreneur가 시작하고 주최하는 행사이며, 2005년 약 250명으로 시작하였던 행사인데 올해는 1,700명 정도의 관객이 참석을 한 대단히 성공적인 행사이다. 뭐, 하여튼 여타 다른 웹 컨퍼런스와 그다지 다른 행사는 아니지만 마지막 세션 중 상당히 재미있는 내용이 있어서 여기서 소개를 한다. 내용은 유럽과 실리콘 밸리의 차이점에 대해서인데, 유럽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실리콘 밸리는 너무 빨리 움직이고, 2시간동안 점심을 먹으면서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유럽인들한테는 이런 lifestyle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Loic은 한다. 즉, 유럽인들은 인생을 즐길 줄 알고, 미국인들은 (특히, 실리콘 밸리에 있는 사람들은) 인생을 즐길 시간도 없이 너무 바쁘게 살아서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는게 이 이야기를 한 배경이다.

사람마다 생각하고 느끼고 사물을 보는 방법은 분명히 다르지만, 내가 이걸 봤을때는 유럽인들은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븅신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그런 말을 하고 있냐…그리고 미국의 TechCrunch 기자들도 나와 별반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거 같지는 않았다. 인생 즐기는거…좋은 말이다. 2시간 동안 점심을 먹으면서, 와인 한병 까고, 쓰잘대기 없는 이야기만 하지 실제로 뭔가를 해본다던지 일을 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해야하는지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는 유럽인들의 이런 습성 때문에 대부분의 인터넷/웹 서비스 기업들이 미국에서 창업하고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나마 유럽에서 유럽인들에 의해서 창업된 Skype 같은 회사들 마저 미국 회사들한테 인수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LeWeb의 모든 패널리스트들이 입을 모아서 하는 말이 (그리고 참으로 아이러니컬한건 대부분의 패널리스트들이 미국인이라는 점이다) 유럽인들은 벤처기업을 하면서 work and life balance를 완벽하게 즐기려고 하니까 유럽은 실리콘 밸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유럽인들은 창업을 하나의 lifestyle로 즐기려고 하는데, lifestyle 치고는 너무 힘든 라이프스타일이라는걸 다덜 깨닫고, 그냥 1년에 2달 휴가를 쓸 수 있는 옆집 사람이 다니는 직장으로 다시 들어간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성공을 위해서는 lifestyle이니 뭐니 다 버리고 일에 올인할 각오가 되어 있는 유럽 entrepreneur 들은 비슷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실리콘 밸리로 이사를 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공짜로 얻을 수 있는건 없다. 하루 아침에 대박을 터뜨린 사람들을 보면서 “와, 저 사람은 진짜 운 좋다.”라고 말하는 사람 중에 그 운 좋은 사람이 대박을 터뜨리기 전까지 걸어와야 했던 길을 조금이나마 보고 경험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얼마나 있을까. LeWeb은 반성해야한다. 그리고 내년에는 미국인들보다는 유럽인들을 더욱 더 많이 스피커와 패널리스트로 불러와야할 것이다. 안그러면 LeWeb은 유럽에서 열리는 TechCrunch가 될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이걸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그나마 유럽은 이렇게 비난을 받을 꺼리라도 있지만 한국은 웹과 창업관련 행사도 없을 뿐더러 비난 받을 내용 조차가 없다는 것이었다. 인터넷 강국, 고등 교육열 세계 1위…와 도대체 이런 나라에서 innovation과 creativity는 어디로 간것일까? 왜 다덜 공무원이 되고 싶어할까? 혹자는 분위기를 이렇게 만든 대한민국 정부를 욕하고, 작은 벤처기업의 창의성을 죽이는 네이버와 같은 대형 기업을 욕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개개인의 마음가짐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