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한해가 밝아왔다. 만족보다는 지나간 해에 대한 반성과 후회가 항상 앞서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즐겁게 살았던 2008년이었던거 같다. 2009년은 더욱 재미있는 한해가 되지 않을까 싶네.
월가에서 시작된 subprime mortgage 파동으로 인하여 실리콘 밸리의 startup과 startup들에 돈을 대주는 venture capitalist들까지 매우 힘든 2008년을 보냈으며, 2009년에도 상황이 크게 좋아질거 같지는 않을거 같다. VC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주된 방법은 투자한 벤처기업이 상장 (IPO)을 하거나, 아니면 다른 회사에 좋은 가격에 인수되면 투자한 금액보다 많게는 50~100배의 return을 챙길 수 있어서 인데 불경기로 안해서 작년에는 IPO나 M&A; deal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내 주위에서 돈을 벌었다고 말하는 VC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던거 같다. 투자한 회사들 exit이 잘 안되는 마당에 VC들도 pension fund나 대학교 fund로 부터 계속 투자 유치를 해야하는데 VC들한테 투자를 하는 이러한 연금 또는 대학교 fund들도 불경기로 인하여 잔뜩 움츠린 관계로 돈을 벌지도 못하고, 돈을 유치하지도 못하고…요새 VC들도 상당히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VC들이 미국 자동차 회사들과 같이 하루아침에 망하는걸까? 아마도 그건 아닐거다. Venture capital 자체가 돈을 못 벌어도 10년 동안은 갈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번 fund를 유치 (raise)하면 보통 이 펀드를 가지고 VC들이 한 10년 동안 다양한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고 return을 만들고..이렇게 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솔직히 벤쳐캐피탈은 현재의 금융위기를 만들어낸 부동산과 금융산업과 같이 equity보다는 leverage (빚)을 가지고 장난하는 산업과는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high tech과 healthcare쪽에 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이번에 직격타를 맞지는 않았던거다.
2008년 미국에서 IPO한 회사들은 달랑 7개 밖에 없다고 한다. 상장하면서 이 7개의 회사들이 총 5,500억원의 가치를 창출하였는데, 2007년에 6.8조원의 가치를 창출한 76개의 IPO와 비교하면 정말 초라하기 짝이 없는 숫자이다. Fluidigm이나 ChemoCentryx와 같은 회사들은 좋지 않은 시장 상황 때문에 계획하였던 IPO를 마지막 순간에 취소하기도 하였는데 얼마나 시장이 안 좋았는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이다. 그러면 IPO와 더불어 벤처기업들의 exit 전략의 양대산맥인 M&A; 숫자를 한번 보자. 2007년에는 457개의 벤처기업들이 50.9조원에 타기업들에 인수되었는데 2008년은 325개의 벤처기업들이 23.5조원에 인수되었다. 거의 반토막이 난 숫자들이다. NVCA (National Venture Capital Association)에서 최근에 400명의 VC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약 72%가 IPO 시장이 빨라도 2010년도에 다시 활성화될거라고 답변을 하였고, 87%는 2009년에는 IPO나 M&A;가 된다해도 그 가치 자체는 상당히 감소할거라고 예상을 한다고 설문지에 응답하였다.
그렇다고 상황이 꼭 나쁘지 만은 않을거 같다. 새로 fund를 유치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이미 기투자한 벤처기업의 exit 확률이 낮아져서, 대부분의 VC들이 2009년은 이미 투자를 한 벤처기업들에 더욱 더 착 달라붙어서 tight하게 이 회사들을 인도하고 도와주는 시나리오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2009년에는 돈을 못 구할거니, 있는 돈을 아주 현명하게 사용하고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라는 guideline을 이미 대부분의 VC들은 포트폴리오 회사들 경영진한테 주었으며, 뮤직쉐이크도 마찬가지이지만 대부분의 startup들한테는 최소 비용으로 빠르게 수익을 내야하는 숙제가 그 어느때보다 시급하게 눈앞에 놓여 있다. 솔직히 다시 생각해보면, 경기가 좋던 안 좋던 startup들이 비용절감해서 빨리 수익을 만들어야하는거는 당연한 말인거 같은데 entrepreneur들도 어떻게 보면 그 동안 투자자들의 돈을 너무 흥청망청하게 썼던거 같다.
Y Combinator의 Paul Graham은 현재의 불경기 때문에 entrepreneur들과 VC들 사이의 거리가 더 멀어져서 이렇게 더 서먹서먹해진 관계 때문에 오히려 entrepreneur들 보다는 VC들이 더 많은 손해를 볼 수도 있을거라고 말한다.
“요새 새로 창업되는 회사들을 보면, 몇년 전 보다는 startup들의 VC 의존도가 훨씬 낮아졌습니다. 그 이유는 모두가 아시다시피 회사를 시작하는게 옛날보다 훨씬 싸졌기 때문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파해쳐보면 4가지 이유때문에 회사를 시작하는게 더 싸졌는데:
1. Moore의 법칙으로 인해서 하드웨어가 훨씬 싸졌습니다.
2. 오픈 소스 때문에 소프트웨어가 훨씬 싸졌습니다.
3. Web 때문에 마케팅과 서비스 유통 비용이 거의 zero가 되었습니다.
4. 그리고 더 강력한 프로그래밍 언어 때문에 100명의 개발자가 필요하던 개발팀보다는 1-2명의 개발자만 있으면 왠만한거는 다 코딩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렇다시피 회사를 시작하는게 안그래도 더 싸져서 entrepreneur들이 옛날만큼 VC를 찾아오지 않는게 요새 현실입니다. 즉, seller’s market이 된 셈이죠. 그런데 경기까지 나빠져서 VC들도 돈이 없으면 entrepreneur들이 더욱 더 VC들을 찾지 않을텐데…이렇게 되면 ecosystem이 깨지지 않을가 걱정되네요.”
김기웅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번의 구글은 어떤 인재를 뽑을까 이후로 계속 구독하고 있습니다.
Sequoia Capital에서도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슬라이드를 발표했더군요:
http://www.slideshare.net/eldon/sequoia-capital-on-startups-and-the-economic-downturn-presentation
저는 점점 크고 느리며 경쟁적인 공룡 기업들의 세상에서 작고 빠르고 협업적인 개미 기업들의 세상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핵심 기능만을 내부에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외부에서 조달하고,
-. 무조건적인 성장을 지양하고, 수백명 이하의 작은 규모를 유지하면서,
-. 수평적이고, 느슨하게 조직되어,
-. 주주들의 이익만큼이나 구성원들의 행복을 추구하고,
-. 낡은 계획을 따르기보다는,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회사들
수면 아래서는 여전히 크고 느린 몇몇의 공룡 기업들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한) 데이터 센터와 같이 인프라 스트럭쳐를 제공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누리겠지만, 수면위에서는 그것을 활용한 작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실험하는 양상이 되지 않을까요? (요즘 누가 어떤 전기 회사의 전기나 석유회사의 석유를 사용하는지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언젠가 IT에서도 IDEO나 Gore-Tex 같은 회사들이 나올기를 기대해 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2/26/20081226007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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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네, 저도 ecosystem은 무너지지 않을거라고 확신합니다. 다만, 반쪽짜리 ecosystem이 되지 않을까 우려는 약간 되네요…World is Flat은 저도 읽었는데 Big Switch는 아직 못 읽었는데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땡쓰!
Nkimchi
world is flat 과 Big switch를 최근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한글판) VC들을 찾지 않게된 entpreneur 들의 이유들이 책에서 얻게된 정보들과 많이 비슷하네요. 자연스레 복습이 된듯 합니다.
하지만, ecosystem은 무너지지는 않겠지요. 창업을 하려는 이들도 점점 많아 질테니까요. 인도/중국 등에 아웃소싱하는 서비스업이 점점 많아 지면서, 고등의 서비스업을 하려는 미국인들은 점점 많아 질테니까요. 모든 IT가 1인기업 혹은 3-4인 기업으로 유지되어 google/amazon 등의 도움으로만 사업이 유지될수는 없을듯 합니다.^^;
ps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