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이 블로그를 통해서 아주 가끔씩 private equity fund(사모펀드)에 대한 내용과 내 개인적인 견해에 대해서 블로깅을 한적이 몇 번 있다. 2008년도 월가로부터 시작된 이 지저분한 mess 때문인지, “펀드”라는 말이 붙은 단어나 주제에 대해서는 모두가 이야기하길 꺼려하는 이 시점에 Wall Street Journal에서 얼마전에 읽은 기고문과 그 기고문에 대한 신랄한 반대 답변들을 종합해서 여기서 몇 자 적어본다. 솔직히 말해서 사모펀드에 대한 내 개인적인 견해는 매우 긍정적이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전문가들이 어떤말을 하던간에 나는 궁극적으로 사모펀드는 썩은 회사를 다시 살려서 세계 경제에 긍정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우량회사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부폐한 금융인들과 경영인들이 같이 손잡고 저지르는 사악한 범죄들도 많이 발견되고 있지만 어찌되었던간에 사모펀드는 좋다고 생각을 한다. 1천1백5십만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는 미국 최대의 노동조합 단체인 AFL-CIO (American Federation of Labor and Congress of Industrial Organizations)의 대표이사인 Richard Trumka씨는 “It’s Time to Restrict Private Equity“라는 글을 4월13일 기고하였는데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2009년도 가을에 13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침대매트리스 제조업체 시몬스사는 파산신청을 하면서 1,000명의 직원을 해고하였다. 소비자들한테는 매우 익숙한 브랜드이지만 시몬스사는 과거 20년 동안 일곱번이나 다른 사모펀드사들한테 매각되었다가 팔린 얼룩진 과거를 가지고 있다. Trumka씨는 시몬스사의 스토리야말로 자산보다 더 많은 부채를 이용해서 기업을 도박판의 칩과 같이 사고 팔고 있는 사모펀드들의 위험과 탐욕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면서, 반드시 미국 정부가 이러한 사모펀드사들의 장난을 근절할 수 있는 극단적인 조치와 규제를 가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와 금융업체들을 규제하려고 전쟁을 선포한것과 일맥상통하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Trumka씨에 의하면 시몬스사를 파산시킨 사모펀드 회사는 이 회사를 파산시키는 과정에서 8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발생시켰으며, 배당금으로 또한 수천억원을 챙겼다고 주장한다. 파산절차를 중간에서 브로커한 월가의 투자은행들 또한 많은 돈을 벌었고, 결국 이 일방적인 게임에서 손해를 본 사람들은 직장을 잃은 시몬스사 1,000명의 직원들과 5,000억원 이상의 손해를본 채권자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장 애석한 점은 바로 백년 이상 미국인들한테 숙면의 꿈을 심어주고 가치를 창출한 “시몬스”라는 브랜드가 죽었다는 점이라고 한다. 시몬스뿐만이 아니라 Linens ‘n Things, KB Toys와 Mervyns는 모두 평범한 미국인 중산층들이 애용하던 브랜드였지만, 사모펀드 회사들이 이 회사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사용하였던 과도한 부채의 무게를 못 이기고 모두 망한 브랜드들이다. 작년에 파산하였던 비금융권 회사 163개 중 절반 이상이 사모펀드 소유의 회사였다고 한다.
그외에 그는 몇가지 사례들을 더 소개한다. Connecticut에 있는 사모펀드 회사인 Brynwood Partners는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77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던 뉴욕의 Stella D’Oro라는 제과점과의 연봉삭감 관련 소송에서 불리한 판결을 얻자마자 바로 이 회사의 문을 닫아버렸다. 또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양복메이커인 Hugo Boss를 소유하고 있는 사모펀드회사에서 Hugo Boss 직원들의 연봉을 삭감하려는 결정에 공장직원들이 필사적으로 반대하자, 미국의 공장을 해외로 옮기겠다는 발표를 해버렸다.
사모펀드는 흔히 이 바닥에서 말한는 LBO (Leveraged Buyout)라는 기법을 사용해서 부채를 가지고 기업을 매각한다. LBO에 대해서는 내가 전에 포스팅한적이 있는 ‘LBO의 매력’이라는 글을 보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LBO의 이론은 당연히 MBA 프로그램이나 경제/경영학 수업에서 배우며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을 실제 deal에 적용해서 복잡한 기업인수를 직접 실행하는건 또 다른 이야기이다. 나도 워튼 스쿨에서 많은 교수들한테 LBO에 대해서 질문을 하였지만, 모두 다 교과서에서 나오는 이론만을 가르쳐줄 뿐이지 아주 정확하게 어떻게 이런 deal들이 형성되고 어떤 방법으로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돈을 버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 (?)만 있을뿐이다. 이러한 특수하고 애매한 성질때문에 미국 정부도 사모펀드를 정확하게 규제할 수 없으며, 대부분의 deal들은 비밀에 둘려쌓인 상태에서 진행된다.
현재 미국 금융법에 의하면 private investment – 헤지펀드, 사모펀드와 벤쳐캐피탈 펀드 – 를 규제할 수 있는 마땅한 법안은 없다. 수조 달러를 주무르면서 수억명의 미국인들을 고용하고 있는 이러한 금융기관들이 정부의 제제를 받지 않고 그림자같이 활동하고있다는 사실은 강대국 미국한테는 매우 치욕스러운 사실이 아닐 수 없으며, 반드시 개혁이 필요하다고 Trumka씨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펀드들은 미증권거래위원회인 SEC한테 정보의 투명성을 제공해야하며, SEC는 사모펀드 회사들이 투자자, 협력업체 및 채권자들한테 그들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강압적으로 압력을 가애햐한다고 주장한다.
Richard Trumka는 이렇게 신랄하게 대놓고 사모펀드를 욕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대부분 맞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재미있는건 그 다음날 Wall Street Journal 편집자한테 온 독자들의 항변글들의 내용이다. 이 글을 읽고 동의하지 않는 많은 독자들이 재미있는 이메일을 편집자한테 보냈는데 그 중 몇가지를 또 여기서 공유해본다:
“Trumka씨는 사모펀드들이 과도한 부채를 가지고 부실기업들을 인수하는 이유가 바로 무능한 직원들의 연봉과 연금이 결국에는 그들이 일하고 있는 회사의 수익성을 저해할것이기 때문이라는걸 잘 이해하지 못하는거 같네요. 이렇게 되면 손해보는 사람들은 그 회사의 직원들이 아니라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는 나같은 선량한 미국의 시민입니다.”
“미주리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1984년부터 2006년 사이에 상장되거나 다른 회사에 매각된 사모펀드 투자를 받은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13%나 더 많은 고용 창출을 하였습니다. 또한, 세계 경제 포럼의 연구조사단은 사모펀드 소유의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더욱 더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결론을 발표한적이 있습니다. Trumka씨가 주장하는 사모펀드의 불투명성과 [그림자] 이론은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그의 이런 주장들은 사실이 아닌 개인적인 바램에 기반한 근거없는 넋두리라고 생각합니다.”
“Trumka씨는 사모펀드를 욕하기전에 디트로이트 자동차 제조업체의 노조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직장을 하루아침에 잃었고, 미국이 자동차 산업을 일본과 한국한테 빼앗겼는지를 생각해봐야합니다. 욕심으로 가득찬 노조원들이 즐기고 있던 복지혜택과 말도 안되게 높은 연봉은 한때 미국을 강대국으로 만들 수 있었던 자동차 산업을 완전히 몰락시켰습니다. 시몬스사와 Stella D’Oro는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브랜드였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구성원들인 노조의 불합리한 사고방식과 요구조건때문에 망한거지 사모펀드 때문은 아닙니다.”
“사모펀드와 같이 창조적이고 똑똑한 자본을 왜 증권거래위원회한테 감시받도록 해야하는지 이해할수가 없습니다. 증권거래위원회는 수년동안 GM의 재무재표와 내부정보를 ‘투명’하게 볼 수 있었지만, 이러한 ‘투명성’은 그다지 큰 효과가 없지 않았습니까? 미국의 문제는 바로 실업률은 높지만, 여기저기에 놀고있는 자본이 많이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지금 해야할일은 바로 이런 노는 자본을 유용하게 사용해서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일인데 계속해서 정부가 금융시장을 규제하고 세금만 인상한다면 노는 자본은 더욱 더 많아질겁니다.”
위의 이런 반대의견들을 읽다보면 또 이 사람들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ㅎㅎ. 물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사모펀드에 대한 견해는 다르지만, 내가 몇 년 전에 ‘Private Equity의 진실’이라는 블로그 포스팅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적은적이 있는데 나는 아직도 사모펀드는 무능력한 기업을 개선해서 고용 창출과 경제 발전이라는 궁극적으로는 발전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좋은 펀드라고 생각한다.
“Getzler Henrich라 는 사모펀드 (구조조정 전문) 회사의 managing director인 Dino Mauricio는 1998년부터 2002년, 4년 동안 6개의 세탁/청소 서비스 관련된 지역적인 회사들을 인수 합병하여 SMS Modern Cleaning Services라는 직원 7,000명 이상 규모의 전국적인 세탁/청소 서비스 회사로 통합하였다. 작은 회사들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인력, 특히 중간 경영진이 불필요하게 남아돌아서 전체 직원의 약 15%를 해고하였다. (사모펀드 회사들은 고용 창출을 저해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통합된 회사의 비즈니스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결국 해고된 15%의 인력 이상의 직원들을 고용하였다. (사모펀드 회사들은 고용 창출을 촉진한다!) 또 다른 각도에서 보면, SMS Modern Cleaning Services가 성장하면서 규모의 경제의 싸움에서 밀린 동네 구멍가게들은 지속적으로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사모펀드 회사들은 고용 창출을 저해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문을 닫은 구멍가게에서 일하던 대부분의 인력들이 SMS Modern Cleaning Services에 취직하여 직원이 된다. (사모펀드 회사들은 고용 창출을 촉진한다!)”
<이미지 출처 = http://journalrecord.com/2010/11/29/dividend-recapitalizations-cash-alternatives-for-private-equity/>
KB
자본은 고용인을 고려하지 않는다는…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sk8erboi
저는 고용인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에 한표 던집니다. 사회적으로는 말씀 처럼 상태 안좋은 회사, 회생기회를 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방향에서 선하다고 보고요. 단기(물론 몇년씩 보유하지만)적으로 수익 창출에 목표를 두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의 성장을 저해하고 결국 당장의 수익창출로의 변신이 필요한 경우에 비록 내부 구성원들은 힘들지만 생존이 급선무이므로 결국 사회 전체에 가치창출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 고용인의 입장에선 결국 손해일 가능성이 높지만 자본은 고용인을 고려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씁쓸하지만 이부분은 결론적으로 사모펀드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구요.
Jerry Koh
시몬스가 그나마 20년이나 유지할수있었던건 시몬스의 가능성을 알아봐준 7군데의 사모펀드 덕이었다는걸 잊고있는 것 같군요. 저도 자기돈을(혹은 남의돈을) 걸고 열심히 고민하는 사람들의 기여에 한표보냅니다. 고용관련문제는 언급하고싶으나 민감하여 통과! 오늘도 잘봤습니다.
KB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한가지 제가 빼먹은게 있는데 PE들은 부실기업뿐만이 아니라 아주 우량 기업도 많이 인수 (fully or partially)하고 있는데 이 또한 상당히 controversial한 면들이 많이 있네요. 특히 founder 들이 liquidate할 방법을 찾다보니 PE한테 회사 지분을 왕창 넘겨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founder들한테는 좋지만 직원들한테는 매우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걸 자주 봤습니다.
두기
고용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면 사모펀드는 "마이너스의 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생각합니다. 왜냐면, 안좋은 상태의 회사를 사서 좋은 상태가 되면 팔테니 고용이 증가하기 전에 팔 가능성이 크거든요. 사모펀드라는 게 언제라도 '빠져나올 것'이기 때문에 이리 말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됩니다.
경제학적으로 이야기하면 사모펀드의 정의에 따른 성격상 깔만한 부분이 별로 없습니다. 대신 '뭘 하는지 모르니 control 해야 한다' 같은 정책적인 이야기는 할 수 있겠지요.
몇 시간 이야기 주어 들은 게 전부라 이 이상 이야기 하긴 어렵긴 합니다만, 논리적으로는 수긍하면서 감정적으로는 반대하는 입장이라 댓글 남겨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