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엔젤투자자/VC이 어떤식으로 일 하는지 그쪽 분야에서 일하려면 어떤 스킬이나 경험이 도움이 되는지 좀 더 알고 싶어서 문의 드렸습니다. (@juntae22)
A: 벤처/스타트업과 관련된 모든것들이 하나의 정답이 없듯이 이 질문에 대한 답도 물어보는 사람들에 따라서 천차만별일거 같습니다. Strictly 제 개인적인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최대한 자세히 답변을 드려보자면….일단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 졸업장이나 특정 자격증과 같이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가져야하는 조건은 없습니다. 즉, 돈만 있으면 누구나 투자자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투자자들이 돈을 확보하는 방법에는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원래 돈이 많은 집안에서 태어났거나 아니면그동안 돈을 많이 벌어 놓은 케이스가 있습니다. 이런 케이스가 가장 이상적인 상황인데, 자기 돈을 가지고 신생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게 되는거라서 혹시나 투자가 성공적이지 못하고 투자한 회사들이잘 안되어도 특별히 미안한 마음이나 부담을 갖지 않아도 돼죠. 어차피 자기 돈을 잃는거니까요. 이 첫번째 케이스가 아마도 대부분의 angel investor에 해당하는 경우일거 같습니다 – 참고로, 요새 엔젤들의 트렌드는 자신의 자본과 남의 자본을 합쳐 더 큰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서 조금 더 VC와 같이 조직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Super Angel들이라고 하죠.
두번째 케이스는 내가 돈이 별로 없어서 돈많은 친구들, 기업, 학교, 연금 등등의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아서 fund manager와 같이 남의 돈을 관리해주는 개념인데 대부분의 VC들이 이런식으로 운영됩니다. 투자를 한 투자자들을 LP (Limited Partner)라고 하며,이 돈을 직접 관리하면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게되는 VC들을 GP (General Partner)라고 하죠. 이렇게 남의 돈을 가지고 운영함에 있어서의 장점은 바로 펀드 규모가 커서 더 많은 회사에 더 큰 규모의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거는 아닙니다. 남의 돈을 관리하기 때문에 거기에 따른 pressure와 스트레스가 큰 부담이 되며, 창업자들이 VC로부터 돈을 투자 받으면 이런저런 간섭을 받는거와 같이 GP들도 LP들로부터 간섭을 받습니다. 특히, 수익률이 그다지 좋지 않은 VC들은 더더욱 간섭을 많이 받죠.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이렇게 남의 돈을 관리해서 투자하고 수익을 만들어 주는 대가로 GP들은 management fee와 carried interest fee를 받습니다.
Management fee는 말 그대로 돈을 관리해주는 대가로 받는 관리비이며, VC 회사 직원들 월급과 운영비로 쓰입니다. 보통 전체 펀드의 1-2%를 management fee로 가져가죠. 하지만 GP들이 큰 돈을 벌 수 있는 거는 carried interest fee 때문입니다. 투자를 해서 수익이 발생하면 (벤처투자는 잘되면 그냥 수익이 아니라 대박 수익이 발생하죠) 수익의 20%를 GP들이 챙기는데 우리가 아는 돈을 많이 번 VC들은 다 이렇게 해서 돈을 번겁니다. 참고로, 위의 퍼센티지들은 회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책이나 매뉴얼에 박혀있는 숫자들은 아닙니다.
여기에서 VC의 조건이 몇가지 kick-in 합니다. 투자를 위한 투자 유치를 할때 분명히 LP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합니다. “제 학교 어디 나왔지?”랑 “전에 누구랑 뭘 했지?”가 그 대표적인 질문들입니다.이거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인데 역시 LP들한테 매력적인 GP로 보일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이고 믿음직한 방법이 좋은 학교의 졸업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명문대학 출신이 그렇지 않은 분들보다 VC의 진로로 진출할때는 조금은 더 유리한 위치에 놓여있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또한, VC를 하기전에 이미 투자관련 업무를 경험하였거나 아니면 성공적으로 창업을 해서 exit을 하였다면 네임브랜드가 있기 때문에 LP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게 훨씬 더 수월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자, 그럼 투자를 위한 펀드를 마련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제는 이 돈을 가지고 유망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해야하는데 이런 스타트업들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바로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VC의 조건이 kick-in 합니다.즉, 좋은 학교를 나와서 좋은 친구/선배/후배들이 주위에 많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이런 사람들이 창업한 스타트업에 남들보다 더 일찍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기존에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창업해서 exit한 경험이 있다면 그 명성을 듣고 많은 유능한 후배 창업가들이 투자 좀 해달라고 찾아올텐데 요새같은 seller’s market에서는 이게 정말 고맙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seller’s market은 과거와는 달리 창업가들이 VC들한테 투자를 받으려고 줄을 서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요새는 유능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려고 VC들이 창업가 집앞에서 줄을 서는 현상을 말합니다. 즉, 유능한 스타트업이라면 돈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넘쳐흐르기 때문에 창업가들이 “저희 회사에 투자 좀 해주세요”라고 하면서 찾아올 정도로 존경받는 VC가 되면 그만큼 편하다는 말입니다.
솔직히 더 쓰라면 이 주제에 대해서는 책을 한권 쓸 수도 있을거 같은데 대략 이정도로 마무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VC/엔젤/투자와 관련해서 제가 자주 찾는 VC들의 블로그 2개를 소개드립니다:
-Y Combinator의 Paul Graham 블로그
–Andreessen Horowitz의 Ben Horowitz 블로그
또한, 파워블로거이자 Oracle 본사의 PM 조성문님이 최근에 포스팅한 “실리콘 밸리의 엔젤 투자”는 엔젤들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는 훌륭한 글입니다.
고맙습니다.
-배기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