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도 워튼 스쿨에서 MBA 과정을 6개월 동안 다니면서 경제학에 대해서 조금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경제학은 꽤 재미있는 학문이다. 이에 대한 반박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경제학은 이 세상이 돌아가는 기본 법칙과 원리를 담고 있는 학문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동의하기가 힘들다. 경제학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부분의 모델링 뒤에는 수많은 비현실적인 가정들이 필요하므로 실생활에 적용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경제학 교수들은 – 특히, 워튼같이 저명한 학교의 교수들 – 마치 본인들이 모든 걸 다 아는 것 처럼 말을 한다.
얼마 전에 Financial Times에서 Luke Johnson이 이에 대해서 짧은 글을 올렸다.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이고, 아주 깔끔하게 잘 정리를 해주셔서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한다.
경제학자들은 무역, 금융, 시장, 자본 등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솔직히 이들의 논리와 이론에는 한계점들이 너무 많다.
대한민국은 200만 청년 실업의 시대에 돌입했다. 스페인의 청년 실업률은 40%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고용은 누가, 어떤 조건으로 어떻게 창출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도 왜 정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할까?
200만 청년 실업은 우리나라 차기 대선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이슈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대선 후보들과 그들의 경제학자들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지는 안 봐도 뻔하다. 대기업의 사원 채용을 늘리거나,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정책들을 한 보따리씩 풀어놓으면서 다른 후보들의 비슷한 해결책이 왜 틀렸는지 TV 생방송에 나와서 서민들은 이해하지도 못하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자기들끼리 싸울 게 너무나 뻔하다.
참으로 우습다. 한 번도 제대로 된 회사에서 본인들 손으로 뭘 만들어 본 적도 없고, 팔아 본 적도 없는 경제학자들이 어떻게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왜 이런 간단한 사실을 정부와 재경부는 이해하지 못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또 다른 재미있는 사실은 많은 경제학자는 공무원들이다. 즉, 정부를 위해서 일을 하는 인간들이다. 그들의 직책은 ‘경제학자’이며, 매일 9시부터 5시까지 하는 일이 자본주의에 대해서 연구하는 거지만, 진작 그들은 세계 경제의 기반이 되는 사기업 활동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과 매일 사용하는 핸드폰이 어떻게 원자재에서 완제품으로 만들어지고, 그리고 궁극적으로 최종 소비자들의 손으로 들어가는지를 경제학자들은 책에서 읽어서 알고 있지 실제로 비즈니스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나는 가방끈도 짧고, 경제학자도 아니다. 내가 유일하게 아는 경제학 상식은 수요-공급 곡선이다 (뭐, 이것만 알면 세상 돌아가는 모든 게 설명된다고는 하지만서도). 대한민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해결책은 ‘창업’을 통한 고용 창출이다. 창업가들은 실전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제학자들의 이론과 논문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 대신 그들은 상식을 벗어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직접 몸으로 부딪혀서 아이디어를 제품화해서 고용을 창출한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창업가들을 ‘시장의 논리’를 무시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며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경제학 공식을 전혀 모르는 비주류의 사람들로 간주한다. 그러므로 아마도 내가 지금까지 본 그 어떠한 경제학 교과서에도 ‘entrepreneur’에 대한 내용이 없는지도 모른다. 창업가와 대기업의 주축이 되는 과장/차장들한테는 경제학자들이 해마다 수백억을 들여서 가공하는 숫자들과 지수들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들한테 당장 중요한 거는 세계 경제나 글로벌 시장의 성장률이 아니라 그들의 물건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만족해하고, 물건을 하나 팔 때마다 마진이 충분한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위 세계 경제를 지배한다고 하는 Alan Greenspan이나 Paul Krugman과 같은 경제학자들보다 오히려 내가 자주 가는 빵집의 제빵사들이 세계 경제에 더 많은 공헌을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자들과 같은 지식이나 우아함은 없을지언정,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은 말도 안 되는 수학 공식보다 우리 사회에 훨씬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모든 경제학자는 직접 창업을 해봐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그들은 자본주의를 직접 몸으로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책으로만 경제를 배운다면 그냥 자신을 ‘철학가’라고 부르는 게 더 맞을 거 같다.
고용창출을 위해서 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창업가들이지 경제학자들이 아니다.
참고:
-Financial Times “The dismal science is bereft of good ideas” by Luke Johnson
남성준
여기 필자님이 주장하신대로 전 미국 명문 대학에서 경영학 MBA, 박사하고 미국 대학 마케팅 교수 6년간 한 후 창업해서 2년간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자들도 경제학자 나름인 것 같습니다. 실제 비지니스 경험이 없다고 그렇게 비판받을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경제학자들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해답을 들으면 저도 너무 현실성이 떨어진 주장을 할 때가 많다고 생각할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숲을 보는 사람과 나무를 보는 사람은 관점도 다르고 그에 따른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수많은 비지니스를 다 해볼 수도 없고 그런 경험을 다 들을수도 없기에 전체 경제의 숫자와 결과를 열심히 보고 인과관계를 따져 연구하는 경제학자 경영학자들의 연구 결과들이 경제의 큰 그림을 잘 설명할 때도 많습니다. 수많은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이 S&P 500 인덱스 지수를 이겨보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기기 매우 어렵습니다. 효율적 시장가설이 필드에 있는 사람에게는 꿈 같은 이야기로 들리는 이론이지만, 미국에서 실제 인텍스 펀드가 시장의 1/3가량을 차지하며 지금 처럼 성장하게 된 배경엔 수많은 경영 경제학자들이 이론을 정립하고 실제 데이터로 검증해보고 그 결과들이 쌓이고 알려져서 이루어진 결과입니다. 그 말도 안되는 수학공식이 없었으면 옵션 프라이싱을 어떻게 할 것이고, 그에 파생된 구조화 채권등도 있을 수 없습니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에 관심도 많고 투자하시겠지만 그 빅데이터도 통계 수학 컴퓨터 공학에서 수많은 학자들이 기여한 수학 공식과 모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winip
좀 황당한 글이네요. 역시 자기분야가 아니면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아마 이 글을 경제학자라 불리는 이들이 봤다면 대꾸할 가치도 못 느끼고 피식하고 넘어갈 그런 수준입니다. 창업이라곤 해본 적 없는 경영학과 교수가 기업가 정신과 창업에 대해 강의하면서 세계적인 ceo들을 거론해가며 그들의 잘못과 실수를 지적하고 가르치는 느낌이랄까요?
자주 가시는 빵집 제빵사보다 경제에 공헌 못하는 폴 크루그먼의 창업가와 기업가에 관한 글을 예전에 쓴적이 있는데 읽어 보셨나모르겠네요. http://hbr.org/1996/01/a-country-is-not-a-company/ar/1
그리고 제발 앞으로 큰 부와 명예를 얻게 되시더라도 paul graham처럼 엑셀러레이터나 vc로만 활동하시고 괜히 세상을 바꾸겠다는 창업가식의 열정을 정치로 끌어들여서 나라를 경영하겠단 생각만큼은 절대 안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KB
@lump3n – 경제학 전공자의 입장에서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제가 워낙 경제학에 대해서 잘 몰라서요 ㅎㅎ…
고맙습니다!
lump3n
'Alan Greenspan이나 Paul Krugman과 같은 경제학자들보다 오히려 내가 자주 가는 빵집의 제빵사들이 세계 경제에 더 많은 공헌을 한다고 생각한다.'
공감가는 말입니다. 실물경제를 움직이고 직접 서비스를 만드는, 가치창출을 하는 사람들이 더 중요하죠. 같은 맥락에서 금융인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경제학 전공자로서 방어 좀 하자면^^, 경제학 이론에 많은 제약조건이 있는 것은 한 현상에 대해 집중하기 위함이죠.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겠네요.
경제학자들 중에서 '기업가 정신'을 강조한 학자는 많습니다. 슘페터 같은 경우 창조적 파괴를 강조하였고, 케인즈 또한 투자의사결정론에서 기업가의 'animal spirit'을 강조했습니다.
평소에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부탁드립니다.
Zealot
혹시 괴짜경제학(freakonomics / super freakonomics)나 머니랩(money lab) 같은 책 보신적 있으신지요..? 저는 그러한 행동경제학(?)적인 접근에 매료되어있는데요, 배기홍님의 그러한 경제학자들에 대한 고견을 듣고 싶네요.
elixir
그런 의미에서, 최근 우리나라에 책으로도 출간(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된 코너 우드먼의 시도가 의미있게 느껴지네요. 런던 시티를 떠나, 세계일주를 하며 실제로 물건을 팔고 돈을 벌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하네요. http://blog.joinsmsn.com/media/index.asp?uid=odinel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