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어떤 스타트업 바이블 독자가 YES24.com에 올라가 있는 내 작가 정보를 업데이트 하라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부분이라서 직접 가서 보니 작가 프로필, 이력, 경력 등이 오래된 내용들이라서 이 기회에 업데이트하고 사진도 바꾸려고 했다. 문제는 아무리 찾아봐도 작가정보를 수정할 수 있는 버튼이 없었다 (참고로 아마존 같은 경우 작가가 직접 작가페이지를 수정할 수 있고 블로그 RSS, 트위터 피드, 동영상, 사진 등 여러가지 컨텐츠를 더할 수도 있다 – 작가가 직접).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이메일을 하나 발견해서 작가 페이지 정보를 수정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문의를 했다.
한 일주일 후에 다음과 같은 답변이 왔다:
“직접 수정할 수 있는 경로가 따로 없으며, auth@yes24.com 혹은 출판사를 통해 수정 요청을 하시는 방법이 있습니다.”
내가 다시 물어봤다:
“고맙습니다. 작가/독자/IT 종사자/투자자 로써 문의드리는건데, 작가들이 직접 수정할 수 없게 만든 별도의 이유라도 있으신지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변이 왔다:
“본인 확인에 대한 승인 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해야 하고, 검수되지 않은 정보가 게재될 수도 있는 기타 이유로 YES24 내 정보 및 작가 정보는 ‘승인’ 절차 없이 외부에서 등록 및 수정이 불가합니다.”
내가 너무 까칠한건지, 아마존에 너무 익숙한건지 아니면 그냥 한국의 시스템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솔직히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하다보면 화가 난다. 이 회사는 과연 생각을 하면서 비즈니스를 하는건지 궁금하다. 책을 파는 사이트의 고객은 독자, 출판사 그리고 작가가 있을텐데 고객의 입장에서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는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무슨 국방부 핵무기 관리 시스템도 아니고 그냥 사용자 ID/패스워드로 작가 확인하면 될텐데 이게 그리 어려운가? 그리고 작가가 자기 PR을 하기 위해서 재미있고 creative한 내용을 본인 프로필 페이지에 올리는걸 굳이 하나씩 검수를 해야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다. 어느 작가가 본인한테 해가 되는 내용을 사이트에 올릴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치자. 그렇다고 이메일로 “[이력] 부분의 Stnford 대학의 ‘Stnford’에서 n과 f 사이에 ‘a’ 빠졌있네요. 이걸 ‘Stanford’로 바꿔주세요.”라는 식의 장황하고 비효율적인 수정 요청 내용을 보내야하나? 그냥 본인이 직접 수정한 후, 내부적으로 승인과정을 거친 후에 okay하면 되지 않을까.
여기서 아주 명확하게 공시한다. 나는 YES24의 이 담당자를 비난하는게 절대로 아니다. 분명히 이 분도 회사의 내부 방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이런 요청이 나를 비롯한 다른 작가들로부터도 접수됐을텐데 어떻게 이런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능이 내부적으로 고려되지도 않고 그냥 NO라는 답변이 올까. 직원들이 이런 사항들을 내부적으로 건의를 하는데도 윗선에서 짤리는건지, 아니면 귀찮으니까 그냥 시키는 일이나 하자고 무시되는건지 잘 모르겠다. 어쨌던간에 나는 고객의 입장에서 이런 일들을 당할때마다 이 회사는 경영진들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서비스를 운영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답답한 회사에서는 답답한 서비스가 나오고 어쩔 수 없이 답답한 직원들이 만들어 지는거 같다.
담당자와 경영진들이 회사의 서비스를 깊게 사용해 봤는지도 의심스럽다. 깊게 사용해봤다면 분명히 그들도 사용자의 불편함과 UX 개선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스타트업 바이블2’에서 내가 강조하는 ‘개밥 먹기 (eating our own dogfood)‘가 전혀 안되는거 같다.
Anonymous
YES24는 꽤나 인터넷 기업스럽지 않은 느낌입니다.
뭐랄까 오프라인에서 책 팔던 교보문고가 서점 닫고 인터넷으로만 책을 팔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개발력이나 기술에 대한 중점적인 투자를 한다는 인상은 못 받았습니다.
오히려 이런 쪽으로는 알라딘이 훨씬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KB
안녕하세요. 좋은 의견 고맙습니다^^. 저 또한 여러 서비스를 운영해봐서 시장의 피드백을 모두 다 반영할 수 없다는 점 잘 이해합니다. 그런데 제가 좀 negative하게 보는 부분들은 그런 시장의 피드백을 처리하고 대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회사 방침이라는건 고객이 편하고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쪽으로 진화해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회사가 전략적으로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겠다는것도 okay지만 그 이유가 그냥 회사가 편하고 정책때문이라는게 좀 그렇네요. 그리고 이런 시스템을 갖추는게 별도의 전담 인력을 운영하는거보다는 훨씬 장기적으로 비용/자원면에서 유리할거라고 생각합니다. Thanks!
Michael's
유저입장에서 모든 서비스는 시작이고 끝이다 라는 말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이루워져야하는 비즈니스의 기본이죠. 포털에서 제공하는 인물정보/검색에도 본인의 프로필을 수정 또는 삭제하고 싶으면 이멜로 퍼털업체에 요청을 한후 그쪽에서 삭제나 수정할때 까지 기다려야 하죠. 본인이 직접 들어가 할수 없죠. 다른 예이지만, Yes24 나 교보닷컴을 들어가보면 아마존과 다른 경험을 하죠. 우선 방문자들에게 과거 구매성향을 바탕으로 다른 도서 추천하는 서비스가 없죠. 아마존이나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long-tail 이 교보닷컴이나 Yes24 에선 이루어질수없죠. 그냥 오프라인사업을 온라인으로 옮겨놓아 가격을 싸게 해주는것이 이 사이트들의 최대고객에게 제공하는 메리트이죠. 다른 고객 서비스나 가치 창출이 없죠. 그런것들이 다 고객관점에서의 서비스인지를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요?
Ki-Young
리뉴얼 개편시 해외사례들 벤치마킹 및 조사 연구도 하고, 한번 구축만 반영되면 어찌보면 예스24 운영에 득이 되는 요소일듯한데요 안타깝네요.. 세심한 서비스 보완 필요^^
DAESIC WOO
작가 본인 확인 여부는 ID/Password와 관계없이,
해당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해당 작가와 일치하는지에 대한 DB를 가지던지, 아니면 어딘가에서 긁어와야 될텐데,
그런 시스템을 갖추기에는 Yes24가 어려워서 그런거 아닐까요?
사실 Yes24정도(?)의 큰 서비스를 운영하다보면, 밖에서 보는것 이상의 어려움이 많을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불평할 수 있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그런 모든 불평을 다 받아줄수는 없겠지요..
물론 저는 Yes24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입니다. 혹시나 오해하실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