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를 오래 읽으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전통적인 종이책 출판 과정에 존재하는 거품과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작가에서 독자로 direct로 갈 수 있도록 ‘스타트업 바이블 2’는 전자책으로만 출판을 했다. 한국은 미국보다 전자책 도입이 느리지만 아이패드를 비롯한 태블릿의 빠른 보급,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인구가 대중교통에서 보내는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 그리고 엄청난 컨텐츠 소비량의 증가와 같은 현상을 감안했을때 한국의 전자책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지금까지 썩 좋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결과는 절대적인 책 판매량을 가지고 이야기 하는 거다. 책에 대한 피드백과 관심도와는 별개다). 특히, 스타트업 바이블 1권 종이책과 비교해보면 정말로 처참하다.
출간 후 첫 3개월치 판매량을 비교해보면 3,613 vs. 358로 거의 10배가 차이난다. 특히 첫 한달 판매량은 스타트업 바이블 1 종이책 – 3,077권, 스타트업 바이블 2 전자책 – 191권으로 그 차이는 더 심하다. 왜 이럴까? Mary Meeker의 보고서만 봐도 이제 종이책의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는 느낌을 받는데 내 전자책은 왜 이렇게 성적이 저조할까?
내가 출판 전문가는 아니지만 전자책이 잘 안팔리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 플랫폼: 작년 10월 한국에 나갔을때 느꼈던건 우리나라에는 충분히 많은 태블릿과 스마트폰이 배포되었고, 지하철에서 70% 이상의 사람들이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 컨텐츠를 소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도 전자책이 독자들의 기기로 가는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과 장애물이 존재한다. 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건 아직 iTunes Store가 한국에서 정식으로 오픈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타트업 바이블2는 아이북스의 quality가 가장 좋다).
- 독서문화: 전자책의 장점은 독자들이 서점에 갈 필요없이 손가락으로 언제나 바로 책을 – 주로 종이책보다 더 저렴하게 –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복잡한걸 싫어한다. 그래서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더 매력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틀린 생각이었다. 한국 사람들에게 책은 매우 특별한 물건이다. 물리적으로 만질 수 있어야 하며, 책장에 진열되어 있는 책을 보면서 정신적으로 흐뭇해질 수 있어야 한다.
혹시 ‘스타트업 바이블2’의 내용이 형편없는건 아닐까? 내가 작가로써 보장하건데 ‘스타트업 바이블2’의 내용이 ‘스타트업 바이블1’보다 더 탄탄하고 재미있다. 절대로 1권에 뒤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컨텐츠의 수준 때문에 2권의 판매가 저조한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케팅이 잘 안되어서? 책에도 관련 내용으로 여러 챕터가 있지만 나는 돈 들이는 마케팅 따위는 믿지 않는다. 컨텐츠가 좋다면 알아서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서 유기적으로 마케팅이 된다. ‘스타트업 바이블2’의 컨텐츠는 최고다. 하지만, 전자책 유통의 문제점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한테 배포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서 입소문의 속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아주 중대한 결정을 했다. ‘스타트업 바이블2’를 종이책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물론 나도 오랜 시간과 기회비용을 희생하면서 쓴 책이라서 손익분기는 하고 싶은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이렇게 좋은 내용이 전자책 플랫폼의 한계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한테 읽혀지지 않는게 안타깝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출판사를 통해서 종이책을 배포하는건 아니고 Amazon과 교보문고의 POD (Print On Demand) 서비스를 이용한 종이책이다. 대량의 책을 인쇄한 후에 판매하는게 아니라, 독자들이 주문을 할때마다 책을 하나씩 on demand로 찍어서 판매를 하는 방식이다. ‘POD’라는 단어가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는데, quality는 일반 책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오히려 더 좋다) 안심하고 구매해도 된다.
plan20
POD판매는 과연 어떤지 궁금합니다. 아직 국내성공사례를 언론에서도 본 적이 없어서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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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왜 돈을 내고 컨텐츠를 소비하는거에 대한 반대가 유독 한국은 심할까요?
나는 나 자신을 넘어서고 싶다.
POD 방식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네요.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컨텐츠를 돈을 주고 구입하는 것 자체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한게 없는 것 같습니다. 영화도 집에서 돈을 주고 구입하기 보다는 영화관을 선호하죠. 막상 집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다운 받아서 보기위해 천원, 이천원도 살짝 고민하게 되죠. 주로 집에서 볼때는 다른 경로를 찾게 되죠.
게임도 무료 게임을 많이 하죠.
분명 여건은 확실히 이전에 비해 좋아져서 원하면 언제든 구매하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지만 정작 소비자는 돈을 쓸 준비가 안되어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전자책보다는 하드 카피를 선호합니다. 아이패드도 있고, 아이폰도 있어서 언제든지 살 수 있지만 무형의 컨텐츠를 소비하는데 아직도 주저하게 됩니다.
또 다른 문제는 퉁합된 플랫폼이 없다고 할까요? 아이튠즈 스토어 처럼 영화부터 책, 음악까지 한번에 구매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습니다. 여러 계정으로 영화는 여기 책은 저기 음악은 또 다른 곳에서 구매해야 하니 불편하죠.
컨텐츠를 가진 회사가 직접 유통까지 하려니 플랫폼이 난무하고 있죠.
저는 오히려 네이버 스토어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플리케이션 부터 영화, 책, 음악까지 거의 모든 서비스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네이버라는 브랜드가 가지는 신뢰도 있구요. 적어도 중소 서비스회사 처럼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장 적은 회사죠. (물론 하는 짓은 맘에 안들지만..) 저는 음악이나 영화는 주로 네이버 스토어에서 구매를 합니다. 편하거든요. 아직까지 컨텐츠가 꽤 부족하기는 합니다만… 비슷한 티스토어도 있긴 하지만 PC에서까지 지원을 하지 않죠.
정리하면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느림, 진정한 멀티 플랫폼 컨텐츠 Provider의 부재 정도죠.
개인적인 소비 패턴에 맞추어서 생각을 해보아서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을꺼라고 생각합니다만..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인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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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가 알기로는 iTunes Store 자체도 한국에서 정식으로 launch를 하지 않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음악 서비스를 운영하는 대기업들의 로빙/압박이 원인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iBook Store 또한 크게보면 iTunes Store의 일부라고 생각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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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의견이네요…솔직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네요. 근데 저는 조금 더 본질적인 부분을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1' 이나 '2'냐를 떠나서 책/영화 내용이 좋고 재미있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저는 제가 좀 잘못한게 그냥 남들이 하는대로 일단 종이책을 출판하고 전자책을 내지, 전자책으로만 먼저 출판을 한거 같네요…
뭐, 그래도 좋은 경험이랑 좋은 배움을 얻었으니까 상관없는거 같네요^^
그럼 책 재미있게 읽으세요!
Boram Chang
안녕하세요! 맨날 눈팅만 하다가 잠시 글을 써봅니다 ^^
스타트업 바이블1의 경우 전자책을 리디북스를 통해서 구입해서 보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샐러리맨이지만 회사 내에서 사업 얘기를 들을 때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전자책 판매 저조의 원인 중 하나는 제목이 2 여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영화도 속편은 흥행이 저조한 경우가 많잖아요~ (예외도 있지만요~)
그리고 대중 교통 안에서 할 수 있는 게임도 한국에는 많구요~ 책을 읽는 것 외에도..
또 저의 경우에는 가벼운 소설류를 주로 전자책으로 구입하는데, 이것도 오프라인에서 소문이 나면(종이책이 뜨면) 온라인으로 있는지 검색 한 뒤,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종이책으로 산 경우도 있습니다. ㅋ
개인적인 경험에 미루어 몇 자 적어봅니다. 곧 1을 다 읽고 2도 사보도록 할게요 ^^
Anonymous
iTunes store는 iBook store의 오타인 것 같습니다.
애플 모바일 기기 사용자이신가 보네요.
차라리 전자책 시장 개화의 주도자이자 현재 선두기업인 아마존 북스토어가 하루 빨리 도입될 필요가 있겠죠.
그러나 iTunes store가 한국에 도입되기 힘든 부분이 많은 것처럼 어느 북스토어든 한국에 도입되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한국에서 태블릿은 아직도 반쪽짜리 무용지물인 느낌이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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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hestartupbible.com/ordernow/ 에서 다양한 옵션을 보실 수 있습니다.
Anonymous
전자책은 어디에서 구매를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