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이란 운동 참으로 매력적이고 intense 해서 비정기적으로 계속 배우고 연습은 하는데 막상 상대랑 실전을 하게 되면 다칠게 걱정이 돼서 대부분 시간을 샌드백 연습만 한다. 내가 정기적으로 운동하고 있는 우리 동네 Gold’s Gym에서도 꽤 많은 사람이 복싱 연습을 한다. 이 중 아침마다 와서 샌드백에 몸을 푸는 체격이 좋고 상당히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가진 흑인 친구가 있다. 나도 복싱 좀 연구하고 여러 사람을 봐서 아는데, 이 정도의 샤도우 복싱을 구사하려면 꽤 오래 복싱을 해야 한다.

이 친구가 며칠 전에 링에 올라갔다. 상대는 40대 중반의 마른 체구의 백인 아저씨. 해병대 티셔츠를 입은 거 보니 해병 출신인가 보다. 시작하기 전에 해병대 아저씨가 샌드백 치면서 몸 푸는 거 보니까 움직임은 형편없었고 당연히 멋진 흑인 복서가 이길 줄 알았다. 결과는 완전히 반대였다. 흑인 복서의 상대를 약 올리는 현란한 footwork과 손동작은 거의 프로수준이었지만, 해병대 아저씨는 꿈쩍도 안 하면서 움직임을 최소화했고 한방에 이 친구를 쓰러뜨렸다. 다시 일어섰지만 이번에는 일어서자마자 해병대 아저씨가 다시 펀치를 날렸고, 흑인 복서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Gary라는 해병대 아저씨랑 잠깐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고 나는 어떻게 저렇게 오래 복싱을 배운 사람을 이렇게 쉽게 이길 수 있었는지 물어봤다. 그의 답은 다음과 같았다. “Boxing is about punching your opponent and knocking him down. It’s not about how pretty you look or how fast you move in front of a punch bag that doesn’t punch you back (복싱은 상대방을 때려서 넘어뜨리는 운동이지 펀치를 날리지 않는 샌드백을 상대로 멋있게 보이고 빠르게 움직이는 기교가 아니에요).”
결국, 실전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백날 샌드백만 치고 혼자 샤도우 복싱하면 뭐하나? 나를 죽이려는 상대를 만나면 샌드백을 치면서 연습하던 아름다운 상황같지가 않다. 태권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어느 시골의 깡패한테 맞아터지는 이유도 이와 같다. 좋은 환경과 정해진 규칙이 있는 스포츠를 하는 태권도 선수랑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길거리 싸움을 하는 사람들은 그 경험과 자세 자체가 다르다. 태권도 선수가 멋진 날아 차기를 하거나 품새를 써먹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건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방식으로 싸우는 길거리 파이터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실전이지 연습이 아니다. 창업에 대한 책을 많이 읽고 비즈니스에 대한 고민과 계획을 아무리 많이 해도 시작을 못 하면 소용없다. 샤도우 복싱과 진짜 복싱이 다르듯이, 혼자서 이런저런 고민과 계획을 세우다가 막상 창업하면 연습 때는 경험하지 못했던 수십 가지 또는 수백 가지의 장애물에 부딪히게 된다. 이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면 지속해서 실전경험을 해야 한다. 실전에서 이기는 스타트업들은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고객을 유치하고, 그 고객들이 돈을 내게 해서 매출을 만든다. 연습만 하는 스타트업들은 그냥 멋있는 계획과 고민만 하다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