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지난 번에는 MBA가 막대한 경제적, 시간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 이들의 주장을 언급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들 중, MBA 학위를 가진 이들은 누가 있는 지에 대하여 살펴 보았습니다. 오늘은 그 반대선상의 주장들을 눈여겨 보겠습니다.

MBA의 가치를 부정적으로 보는 주장의 근거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 우선 과거에 비해 MBA에 소요되는 학비 및 제반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졌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번 다룬 적이 있기 때문에 더이상 쓰지 않겠습니다. 더이상 MBA가 막중한 경제적 부담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미국 학생들의 경우 MBA 이전보다 평균적으로 연봉이 대략 3-4만불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2년간 소요되는 15-25만불을 고려하면 본전만 찾는 데도 단순 계산으로도 5-10년 정도가 필요합니다.

두번째, MBA는 더이상 네트워킹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 아닙니다.
물론 MBA는 여전히 동문들과 학생들에게 유용한 만남의 기회를 열어주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MBA 말고도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비슷한 관심사가 있는 이들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특히 startup/tech 쪽은 비슷한 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이들을 통해 열정 분야가 유사한 이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확실히 많아졌습니다.

세번째, MBA는 이제 더이상 희소한 학위가 아닙니다.
과거에는 MBA 를 소지한 이들이 소수였기에 그 학위가 있는 이들이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010년 한 해에만 미국에서는 16만명의 MBA가 졸업을 했고, 이는 2000-2001년의 수치로부터 74%나 증가한 숫자입니다. 게다가 학교들은 돈을 벌기 위하여 파트타임, 온라인 MBA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더이상 MBA가 어떤 선망의 대상이 되어주지 않습니다.

네번째, 근본적으로 MBA강의실에서 배우는 지식과 리더십이 얼마나 쓸모가 있는가 하는 의문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석사과정은 학생들이 모르는 전문적인 지식에 대하여 깊이있는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데 비해, MBA 는 그렇지 못합니다. 워낙 다양한 학부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모이는 데다가, 또 1년(대부분의 전공필수는 1학년 때 가르칩니다) 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회계, 전략부터 마케팅까지 경영의 각 분야를 망라해야 할 만큼 넓게 가르쳐야 하다보니 깊이있는 내용을 다룰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MBA들은 세계적인 석학보다 실제 비즈니스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 겸임교수(‘강사’를 더 예의있게 부르는 말)들의 강의로부터 훨씬 배울 점이 많고, 수업 만족도 또한 높은 경우도 많습니다. 일례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Getting More)”라는 책으로 한국에서 매우 많이 알려져 있는 와튼스쿨의 다이아몬드 교수도 겸임교수입니다. (전세계적으로도 유명할 뿐 아니라, 매년 수강신청 때마다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그의 인기를 감안하여 와튼스쿨에서는 Practice Professor라는 명칭을 수여했습니다.) 다이내믹한 환경에서 예측불가능한 문제와 부딪히며 배우는 경영 능력 및 리더쉽이라는 것이 과연 강의실에서 케이스 스터디나 이론습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 캐나다 맥길 대학의 Mintzberg 교수는 “Managers, Not MBAs”라는 저서에서 전통적인 MBA 프로그램들이 수리적, 분석적인 hard skill 훈련에만 의지하고,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서 더 필요한 soft skill(소통, 협상, 리더십, 의사결정, 문제해결 능력 등 마케팅, 회계, 재무 등의 전문기술과 대비되는 개념)을 가르치는 데는 충분한 노력을 들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MBA의 가치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MBA 프로그램 자체가 매력적으로 포장된 상품일 뿐, 그 포장지를 뜯어놓고 내부를 살펴보면 실질적인 가치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완전히 무용지물이라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닙니다. 다만, 실체에 비해 포장된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말이죠. 개인적으로 저는 MBA의 가치는 본인의 상황과 변화하는 주변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본인이 금융 쪽에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미래에 투자은행에서 M&A deal을 하고 싶다면 MBA는 실질적으로는 큰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투자은행들이 MBA에서 사람들을 많이 뽑고, 그 집단 내에서의 네트워킹이 Facebook이나 LinkedIn을 통한 그것보다 유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MBA가 제공하는 취업의 기회나 네트워킹 등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분야라면, MBA를 통하지 않고도 충분히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는 분야라면 굳이 MBA를 하지 않고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빌 게이츠나 스탠포드 MBA를 중퇴한 스티브 발머처럼 학교를 그만둔 창업자들이 많은 tech 분야에서는 요즘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Coursera 등을 통하여 필요한 지식을 갖추는 것이 MBA보다 더 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날로 증가하고 있는 online MBA 등의 코스가 기존의 전통적인 MBA 과정을 대체할 수도 있을까요? 이에 대한 제 생각은 다음 번 글에 싣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