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지인이 최근에 진행하는 프로젝트 때문에 스타트업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서 인터뷰를 해야 했다. 이 분야에 잘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나한테 스타트업 커뮤니티의 (만나기 힘든) 사람들 이름을 지명하면서 소개를 부탁했는데, 내가 대부분 잘 모른다고 하니까, “이 분야 네트워크가 좋은 줄 알았더니 왜 이렇게 아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어요? 지금까지 헛 일했네” 라는 말을 했다.

실은, 위에서 소개를 원했던 사람들은 내가 직접 몇 번 만나봤거나, 또는 간접적으로는 상대적으로 쉽게 소개를 받으면 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내가 잘 모른다고 했던 이유는, 내가 이분들을 정말 잘 아는 사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name dropping 관련해서 내가 글을 하나 올렸는데, 나는 내가 정말로 개인적으로 친하지 않은 – 그리고 개인적으로 친하다는 의미는 일하면서 몇 번 만났다는 것 이상이다 – 사람을 마치 내가 정말 잘 아는 사람같이 포장해서 말하는 걸 진짜 싫어한다. 솔직히 공식 석상에서 몇 번 만나서 명함 교환하고, 몇 마디 나눈 걸 갖고 내가 이 사람을 정말 잘 안다고 하면, 나는 이 세상 모든 사람과 친구일 것이다.

실은, 나도 이 분야에서 모두가 다 알고, 모두가 다 친해지고 싶어 하는 그런 사람들 몇 분과는 정말로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언제라도 전화할 수 있고, 어려운 부탁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누가 이 분들 아느냐고 물어보면 항상 잘 모른다고 대답한다. 괜히 잘 안다고 하면, 너도, 나도 소개해달라고 부탁해서 상당히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정말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이면, 이분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존중하는 차원에서도 잘 모른다고 한다. 모두 다 바쁜 세상에서, 자기 할 일 제대로 할 시간도 없는데, 시도 때도 없이 주위 사람들이 이 사람 저 사람 소개하면서, 한번 만나보라고 하면 참 피곤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미팅하는데 어떤 분이 “누구 아시죠? 지난주에 만났는데 배대표님이랑 엄청 친하다고 하더라고요.” 라는데, 이분이 누구인지 기억해내는데, 한참 걸렸다. 어떤 행사에서 처음 만났고, 명함 교환하고, 한 분 5분 정도 담소를 나눴던 사람이다. 참 어이없었지만, 이런 사람들이 판치는 게 이 세상인 거 같다.

그래서 나는 기본적으로 아는 사람 이름이 언급되어도 먼저 아는 척을 잘 안 하고, 대부분 사람을 잘 모른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옷깃만 스쳤어도 마치 본인이 엄청나게 친한 것처럼 말을 하는데, 나는 이런 name dropping을 정말 싫어하고, 서로한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