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55218523302월 초에 읽었던 기사 중, 구글이 어떻게 구글만의 방식으로 직원들의 식습관과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있었는데, 꽤 긴 미디엄 글이긴 하지만, 정말 재미있고, 유용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읽어보시면 좋다.

글 전체를 번역할 순 없지만, 여기서 내가 이해했던 내용을 좀 공유해보고 싶다. 이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은 구글 식당에서 실제로 밥을 먹어봤거나, 아니면 먹어본 친구나, 친구의 친구가 있을 것이다. 요샌 웬만한 실리콘밸리 회사에는 직원 혜택과 복지를 위해서 무료, 또는 매우 저렴한 구내 식당이 다 있지만, 2000년 도 초반에만 해도 이게 일반적인 건 아니었고, 어떻게 보면 구글이 시작한 거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구글 구내 식당에서 밥 먹은걸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자랑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너무 일반적인 게 됐지만 – 그리고 페이스북과 같은, 그 이후에 창업된 회사는 더 좋기 때문에 – 몇 년 전만해도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밥 먹은 내용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사람이 정말 많을 정도로, 구글의 구내 식당은 맛있었고, 획기적이었고, 그냥 쿨 했다.

많은 구글러들이 구글을 그만두지 못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구글의 공짜 음식을 손꼽는다. 특히, 맛도 좋지만, 건강하고, 건강한 음식은 맛이 없다는 개념을 깨기 위해서 구글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게 이 기사의 핵심이다. 음식을 맛있게 요리하기 위한 노력도 엄청나게 하고 있지만, 음식은 입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눈으로 보기 때문에, 음식을 프레젠테이션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실험을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의 뉴욕 사무실 카페는 다른 회사 식당과 똑같이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접시의 지름이 25㎝다. 이는 보통 식당에서 사용하는 30센티미터 접시보다 작다. 그리고 부페 줄의 시작부분에는 항상 채소가 있는데, 고기나 디저트에 도달할 시점에는 접시 자체가 가득 찼기 때문에, 고기 섭취가 자연스럽게 줄어들도록 설계해놨다. 구글에서 제공하는 부리또의 무게는 283g인데, 이는 치포틀레와 같은 식당에서 제공하는 부리또 무게보다 60%나 가볍다. 이 모든 게 우연히 설계된 건 아니다. 구글만의 체계적인 방법으로 마치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A/B 테스팅을 하듯이, 식당에서 다양한 테스팅을 해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가장 건강하게, 구글 직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공식을 만든 노력의 결과이다.

간식거리에도 구글은 이런 시도를 한다. 휴게실과 카페에 있는 커피머신에서 커피가 만들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40초인데, 이 40초 동안 대부분의 사람이 아무것도 안 하고 기계 주변에서 기다린다. 아주 위험한 40초라고 하는데, 이 시간 동안 눈에 보이는 주전부리는 손으로 막 집어서 먹기 때문이다. 원래는 커피기계 주변에 쿠키, 초콜릿, 과일 등이 있었는데, 대부분 사람은 시각적, 심리적인 이유로 과일보단 몸에 좋지 않은 과자나 초콜릿을 선택한다. 그래서, 구글은 커피기계로부터 간식거리를 조금 더 멀리 배치해봤다. 원래는 2m 반경 안에 있었는데, 이걸 5m로 재배치 했고, 실은 4걸음 밖에 차이가 안 나지만, 간식 소비 확률이 거의 20%나 감소했다. 대부분의 구글러가 하루에 커피 3잔을 먹는다는 걸 고려하면, 이렇게 간단한 변화만으로 체중조절과 비만감소에 지대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실험에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 구글 카페에서 간식거리를 커피기계에서 멀리 배치했고, 대신 가까운 곳에 싱싱한 과일 바구니를 배치했다. 음료수도 비슷한 방법으로 재배치 했다. 휴게실이나 카페에 있는 냉장고 유리문의 하단은 반투명 처리를 했고, 이 부분에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료수를 배치하고, 투명한 유리문을 통해서는 물이 보이게 했다. 물론, 탄산음료가 냉장고 안에 있다는건 모두 다 알고 있지만, 이렇게 하면 탄산음료 대신 물을 더 많이 마시는 결과가 만들어 진다.

실은 이런 체계적인 방법을 통해서 구글러들의 건강이나 체형에 어떤 긍정적인 정량적인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이 글에 없었지만, 분명히 이런 데이터 또한 구글에서는 관리하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구글이 한 건 단순히 건강한 음식의 맛과 질을 향상한 게 아니다. 구글은 거의 20만 명 되는 직원을 대상으로 1년 253일, 하루에 3번, 살아있는 체계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빠른 product iteration을 통해서 전 세계가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듯이, food tech 분야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학적 접근이라는 말을 우리는 좋아하는데, 음식 분야나 다른 soft한 분야에도 이런 과학적 접근이 많이 시도되길 바란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