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새벽 6시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2시간 후에 필라델피아에 도착했다. 비가 상당히 많이 오고 있어서 곧바로 student host (WWW에 참석 할때 스스로 숙박할 곳을 마련할수도 있지만 와튼 학생회에서 현재 재학생들과 같이 몇일 동안 묵을수 있도록 주선을 해주기도 한다) 집으로 갔다. 나는 와튼 MBA 1학년인 미국계 인도인 Senthil Durairaj네 집에서 5일 동안 자도록 되어 있다. Senthil은 미국의 상류층 인도 부모밑에서 자란 전형적인 부잣집 소년이다. 일단 완벽한 미국영어 (인도 액센트를 전혀 안 쓴다)를 구사하고, Georgetown에서학부를 마치고 실리콘 밸리에서 벤처캐피탈 업무를 하다가 2년동안 쉬려고 학교에 왔다고 한다. 대부분 대출을 하거나, 스스로 모은 돈으로 학비를 부담하는 미국애들과는 달리 부모님이 모든 학비를 대주고 있어서 굉장히 럭셔리 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필라델피아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중 하나인 Riverloft에서 살고 있으며 내가 5일동안 같이 있으면서 한번도 책을 보는걸 보지 못했다. 밤마다 파티를 하고 새벽에 들어오는 와튼의 전형적인 파티족인데, 머리는 굉장히 좋은 친구이다. 대부분의 와튼 1년차들이 여름에는 summer internship을 하는데 Senthil은 홍콩의 McKinsey에서 여름동안 일을 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그냥 다른 나라에 가서 놀고 싶어서 란다.
University of Pennsylvania를 가로지르는 Walnut Street 37번지에 있는 Jon M. Huntsman Hall이 와튼 학생들이 대부분의 수업을 듣는 건물이다. 새로 지은 건물인 만큼 최신 시설로 중무장 되어 있는 건물이다. 24시간 로비에는 경비가 모든 출입자들의 신분을 확인하고, 건물안에 카페테리아와 식당이 있고 무선 인터넷이 된다. 깨끗하고 널찍한 원형 교실들과 최첨단 장비가 있는 강당 등 MBA 학생들을 위한 모든 편의시설이 갖추어진 건물이다. 일단 등록을 마친 후, WWW에 참석한 학생들을 위한 간단한 리셉션이 마련된 곳으로 가니 Philip과 와이프인 Crystal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오늘 도착하였는지 둘 다 매우 피곤해 보였다. 돌아다니면서 이사람 저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Vance Hall을 향해서 가면서 어디서 왔는지, 어떤 일을 하였는지, 졸업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뭐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삼삼오오 이동을 하였다. 와튼 스쿨의 수업은 월요일 부터 목요일까지만 하고 금요일은 수업이 없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동안 밀린 잠을 자거나 금요일날 열리는 다양한 세미나와 회의에 참석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는 목요일 저녁마다 Vance Hall에서 학생들을 위한 MBA Pub을 연다. 공짜 맥주, 피자와 간식이 무한정을 제공되기 때문에 “배고픈” 학생들이 상당히 많이 모인다. 하지만, 공짜 음식 보다는 1,600명이나 되는 와튼 스쿨의 학생들과 네트워킹을 하기 위해서 목요일마다 많은 학생들이 플라스틱 컵에 담긴 맥주를 한 손에들고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나 또한 이런 목적으로 와튼으로 온 사람 중 한 명이기 때문에, 만나는 사람마다 악수, 소개 그리고 인사를 하면서 바쁜 저녁을 보냈다. 또한, 와튼에 오기전부터 블로그를 통해서 이메일을 몇번 주고받은 교포 Stefan Kang과 Kieran Furlong을 드디어 만날 수 있게 되었다. Stefan은 UC 버클리에서 학부 공부를 한 친구다. 지금은 뉴욕 근교에서 벤처기업들에 투자를 하는 벤처 캐피탈리스트 업무를 하고 있으며,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가 벤처 투자 업무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했다. Kieran 또한, 졸업 후 벤처 투자 업무에 관심이 많은 현재는 시카고 근처에서 engineering을 하고 있는 미국인이다. 최근들어 각광을 받고 있는 green technology와 clean technology에 관심이 많은 친구이며 우리는 앞으로 이와 관련된 club을 만들어 보자라고 맥주와 피자를 먹으면서 열심히 토론하였다. 나도 지금까지 많은 나라를 여행하였으며,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건물안에 모여서 종교, 기술, 금융, 학업과 같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침튀기면서 이야기 하는 광경을 보니 굉장히 흥분되었다. 그것도 이 사람들은 그냥 보통 사람이 아닌 앞으로 세계를 이끌어갈 리더들 아닌가!! 새벽 1시쯤에 집에 들어왔다..Senthil은 아직도 들어오지 않은거 같다.
wharton
Wharton Welcome Week (WWW) 출발
4월9 일 오후 3시, 뉴욕 JFK 공항행 비행기가 인천 공항을 이륙한지 4시간이 되었다. 서서히 떨어지는 집중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기내 영화를 한편 봤다. Will Smith와 친아들 Jaden Smith 주연의 “The Pursuit of Happyness (행목을 찾아서)”를 보고있는데 최근 몇년 동안 나 스스로에게 끈임없이 물어보았던 질문이 서서히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나에게 있어서 과연 행복이란 무었일까?” “나는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지 행복할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과연 나한테 맞는 일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나는 최근 몇년 동안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였다. 내 나이 만 32세..물론 이 나이가 되도록 인생에 대해서 깊게 고민을 하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남들보다 배로 고민을 많이 하였으며 인생에 변화를 줄 준비 또한 되어 있었다. 스탠포드 대학 공학 석사,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마케팅 과장, 3개 국어 구사 가능…이 정도가 나를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이다. 일반적인 내 동년배들보다는 그동안 많은 경험을 하였으며, 나름대로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상, 아니 그 와는 다른 뭔가를 이루어 보고 싶었다. 실은MBA를 지원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7년동안 일을 하면서 발견하게 된 나의 성향 때문이다. 사회 초년생일때 내 꿈은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대기업의 사장이 되는것이었다. 중요한 기업의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동시에, 많은 직원들의 삶에 영감을 줄 수 있는 people manager가 되는게 내 꿈이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내가 점점 느낀 것은 내 성향이 people manager 보다는 지속적으로 현업에 관여하면서 기업에 기여할 수 있는 individual contributor라는 것이었다. 대기업에서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일하기 보다는 소수 인원 위주로 의미있는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skill set 과 인생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했다.
이러한 이유로 (물론 이 외에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2006년 7월1일 부로 다시 학교에 가서 MBA 학위를 따기로 결심했다. 준비과정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책들이 출판된 관계로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서의 바쁜 업무 스케줄과 공부를 병행하는거는 생각보다 힘들일이었고, 약 3개월 동안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GMAT 시험과 essay를 준비하였다고 생각한다. 통상 3 라운드로 구분되는 MBA 지원 기간 중 합격률이 가능 높다는 첫번째 라운드에 7개 학교 지원을 하였다. 가장 가고 싶었던 하버드와 와튼, 이미 공학석사를 하였던 스탠포드, 마케팅으로 정평이 나있는 켈로그, 최근에 한창 각광을 받고 있는 MIT 그리고 미국학교들 만큼 명성은 없지만 굉장히 좋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유럽 학교인 INSEAD와 런던경영대학원. 솔직히 이 정도 학교들 이라면, 다 좋은 학교라서 어디에 가더라도 큰 상관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행히도 2학교를 제외하고 나머지 학교들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와튼 스쿨을 선택한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그 동문 네트워크다. 학업보다는 직업 교육을 위주로 하는 MBA 스쿨은 그 어떤 학교들보다 동문들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인맥이 중요하다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어떻게 보면 미국은 한국보다 인맥이 더욱 더 중요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It’s not what you know, but who you know that matters. (인생에서 중요한 점은 뭐를 아느냐 보다는 누구를 아느냐가 중요한거다)”라는 말을 미국사람들은 정말 많이 하는데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전 세계에 퍼져있는 약 9만명의 동문을 배출한 와튼 스쿨만큼 나한테 적합한 학교는 없었다.
둘째는 와튼 스쿨의 강력한 금융 프로그램이다. 125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와튼 스쿨은 전세계 MBA 프로그램 중 가장 막강한 금융, 경제 관련 프로그램과 교수진을 가지고 있다. 7년동안 IT 분야에서 영업과 마케팅을 하면서 실무를 익혔던 나는 이번 기회에 금융과 관련된 분야에 진출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에 나한테 적합한 학교였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분야가 약한건 전혀 아니기에, 2년 동안 다양한 수업과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학교라고 생각하였다.
1라운드에 지원하였기 때문에 2006년 12월말에 나는 합격 통지서를 받을 수 있었다. 한국 시간으로는 밤 11시에 발표가 났기 때문에, 나는 그때까지 사무실에 남아있기로 하였다. 다들 퇴근하고 청소하시는 분들이 포스코 빌딩 서관 5층을 청소할때,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이메일을 확인하였으며 “Congratulations…”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너무 기뻐서 화장실로 달려가서 밤 12시에 혼자서 미친듯이 기뻐하였던 기억이 난다. 아직 주위사람들한테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여자친구와 부모님한테 자랑을 하는것으로 기쁨을 잠깐 만끽할 수 밖에 없었다.
합격은 달콤하였지만, 시간이 갈 수록 그 기쁨은 점점 걱정으로 바꼈다. 과연 인생의 이 시점에서 MBA가 나한테 적합한 것인가. 나는 이미 미국에서 가장 좋은 학교에서 석사를 하였고, 남들이 부러워 하는 직장에서 나름대로 “잘나가고” 있었다. 나이 또한 문제가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통 대학교를 졸업하고 3년 정도 직장 생활을 한 후에 MBA를 한다. 그러니까 20대 중반 또는 후반의 나이이다. 나는 이미 우리 나이로는 30대 중반을 향해서 다가가고 있었으며, 젊고 머리회전이 상대적으로 빠른 친구들과 경쟁할 생각을 하니 약간은 겁이 나더라. 기회 비용 또한 큰 걸림돌이 되었다. MBA는 절대로 싼 프로그램이 아니다. 특히 미국의 top 10 MBA의 평균 학비는 1년에 4만불로 상당히 비싸며, 2년 프로그램을 마치기 위해서 드는 비용은 학비와 생활비를 포함하면 약 15만불, 1억5천만원 정도가 든다. 그동안 저축하였던 돈과 필요하면 목숨같이 아끼던 주식을 팔아야한다. 근 한달동안 많은 심사숙고를 하였으며, 부모님, 여자친구 및 주위 분들과 상의한후에 최종 결정을 하기로 하였다.
1월 15일, 잠에서 깨자마자 나는 MBA를 하기로 결정하였다. 많은 위험요소가 존재하였고, 불확실성 또한 극에 달하였지만,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나는 기꺼이 이 도전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결과에 대해서 100% 자신감은 있었다. 그 누구도 보장/보상해 줄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후회없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 그 동안 정들었던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 3월말에 사표를 제출하기로 하였다. 아직도 나의 선택에 대해서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고, 반대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지만 어차피 나는 내 방식대로 인생을 사는 나만의 스타일을 유지하기로 하였다.
2월말부터 입학을 위한 수속을 밟기 시작하였다. 일단 외국인 학생으로써 미국에서 공부하기 위한 F-1학생비자를 위한 서류준비, 보증금 예치, 그 동안 다녔던 학교에서의 성적표 제출 등과 같은 모든 절차를 완료하고 4월 12일부터 15일까지 와튼 스쿨 캠퍼스에서 열리는 WWW (Wharton Welcome Week)에 참석하기 위해서 비행기 표를 예약하였다. 실은 WWW에 참석하는 미래 MBA 학생들은 2가지 부류가 있다. 나와 같이 이미 와튼 스쿨에 오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학교 및 필라델피아에 대해서 사전 조사를 하기 위해서 오는 부류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및 합격 통지는 받았지만 아직 올지 안 올지 결정을 못한 부류가 있다. 물론 필수 행사는 아니며, 모든 경비 또한 본인이 스스로 부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학생들은 많이 오지 않지만 와튼 스쿨, MBA 프로그램 및 학생들의 삶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행사이다. 역시 한국학생들은 WWW에 많이 참석 하지 않았다. 이미 한국에서 인사하였던 호주 교포 Philip / Crystal Lee부부만 여기서 만났을 뿐 다른 사람들은 볼수 없었다. 여기서 나는 한가지를 짚고 넘어가고 싶다. MBA 는 당연히 공부를 해서 취득해야하는 학위지만, 학부 프로그램 또는 타 (의대, 공대 등) 석사 프로그램과는 매우 다르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3 – 10년 정도의 직장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며 순수 학문 보다는 career path에서 한단계 도약 또는 내가 온 목적과 같이 업종을 완전히 바꾸려고 오는 사람들이다. 솔직히, 이 정도로 화려한 직장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한테 학교에서 더 이상 무엇을 가르쳐 주겠는가? 특히, 실무에 관해서는 학생들이 교수들보다 낫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MBA 2년을 제대로 즐기고 이수한 사람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MBA는 교수들이나 책에서 배우는것 보다는 동료들의 다양한 경험으로부터 배우는게 훨씬 많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MBA 학생들은 책을 열심히 읽고 공부한다기 보다는 다른 백그라운드, 다른 경험 및 다른 국적을 가지고 있는 동료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networking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한국 학생들은 MBA를 약간 순수 학문과 같이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거 같아서 그런지 남들과 어울리고 이야기 하면서 즐기는 부분을 소홀히 하는데 이건 바람직하지 못한 거 같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사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WWW와 같은 행사는 안와도 그만이라는 생각들을 하는데 그런 부분은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