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sing-mavericks-1얼마 전에 짧게 한국에 다녀오면서 비행기에서 평소에 보고 싶었던 영화 Chasing Mavericks를 봤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서핑 영화인데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즐겨 봤던 영화다. Mavericks는 북 캘리포니아의 서핑 지명인데 강하고 높은 파도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심한 경우 파도의 높이가 24m까지 되기 때문에, 초보 서퍼는 엄두도 못내고 프로 서퍼들도 겁을 내는 곳이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Maverick은 엄청나게 큰 파도를 가르킨다. 나같은 초보 캐주얼 서퍼는 말할것도 없지만 서핑을 전문적으로 하는 프로서퍼한테도 매버릭은 평생 한번 탈 수 있을까 말까한 그런 엄청나게 큰 꿈의 파도를 의미한다.

서핑을 어느 수준까지 하는 사람들은 알텐데, 서핑은 ‘기다림’의 스포츠예술이다. 처음 배울때는 해변 근처의 하얀 잔챙이 파도들과 싸운다고 정신없지만 어느 정도 시간과 경험이 쌓이면 파도가 시작하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좋은’ 파도를 타기 위해서 보드 위에서 한없이 기다려야 한다. 어쩔때는 2시간 기다린 후에 10분 동안 파도를 타고 하루를 마치는 경우도 있다. 파도가 좋지 않은 날은 하루종일 기다리다 허탕치고 돌아오는 서퍼들도 많다.

벤처도 서핑과 비슷한 점이 많은거 같다. 많은 선배/후배/동료들이 아마도 비슷한 말을 하겠지만, 사업을 시작할때는 지금 유행하는 걸 따라하기 보다는 시장을 잘 파악한 후 미래를 예측하고 남들보다 먼저 자리를 잘 잡는게 중요하다. 마치 남들보다 더 크고 좋은 파도를 타기 위해서는 바람과 바다를 잘 읽은 후에 큰 파도가 올만한 곳에 가서 자리를 잡는거와 비슷하다. 시장을 잘 파악하고 한 분야에서 꾸준히 기반을 닦으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우리가 기다리던 매버릭이 올 것이고, 준비를 잘 하고 있었다면 이 파도를 타고 자연의 힘을 빌려 끝까지 남들보다 더 빨리 나아갈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잘 되고 있는 스타트업들을 한번 봐라. 운이 좋아서 회사가 잘됐다고?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다. 모두 다 시장을 잘 파악하고 아무도 가지 않는, 큰 파도가 올 만한 곳에 남들보다 일찍 들어가서,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준비를 한 회사들이다. 엄청난 파도가 왔을때 이들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하늘을 날고 있었고 이를 주위에서 보는 사람들은 “운이 좋았다”라고 하는 것일 뿐이다.

물론, 위에서 말한대로 하루종일 기다려도 파도가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럴때는 계속 바람 방향을 느끼고 바다를 읽으면서 서퍼들은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Pivot을 한다. 벤처도 마찬가지이다. 시장을 잘 못 읽었거나, 아니면 갑자기 바람 방향이 바뀌듯이 시장의 트렌드가 급변하면 쉽지 않지만 팀을 재정비하고 아이템을 바꾸어 pivot 한다. 그래도 안되면 다시 pivot을 한다. 이렇게 이동하다보면 결국 서퍼들은 매버릭은 아니지만 작은 파도는 한 두번 타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나는 벤처로 크게 성공해 본 경험은 없다. 그리고 20미터가 넘는 큰 파도를 타 본 경험도 없다. 하지만 적당한 크기의 파도를 타 본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파도를 타는 것 만큼 신나고 짜릿한 건 이 세상에 없다 (나는 번지점프도 해봤고, 패러글라이딩, 스카이 다이빙 등등 전부 다 해봤다). 바다 한 가운데서 언제 올지 모를 매버릭을 기다리는 건 고독하고 힘들다. 가라앉지 않기 위해 보드위에서 계속 중심을 잡으면서 발을 움직이고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이다. 언제 생길지 모르는 고객과 매출을 만들기 위해서 불확실한 바다 한가운데서 살아남기 위해서 미친 짓들을 해야한다. 혼란스럽고, 짜증나고, 불안하고, 공포스러워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저 멀리서 오는 큰 파도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을때까지 살아있다면 상황은 순식간에 역전된다. Maverick을 만나는 순간 방향만 잘 잡고 있다면 무한동력을 타고 높고 멀리 날 것이다. ‘Chasing Mavericks’ 강추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filmofilia.com/chasing-mavericks-poster-114372/>